[ Thomas S. Kuhn, “Objectivity, Value Judgment, and Theory Choice”, in Thomas S. Kuhn (ed.)(1977), The Essential Tension: Selected Studies in Scientific Tradition and Change (University of Chicago Press), pp. 320-339.
Previously unpublished Machette Lecture, delivered at Furman University, 30 November 1973.
토머스 쿤, 「객관성, 가치 판단, 이론 선택」, 『쿤의 주제들: 비판과 대응』, 조인래 편역 (이화여자대학교 출판부, 1997), 299-326쪽. ]
■ 논문의 목적 [pp. 320-321, 299-301쪽]
- 쿤의 이전 주장: 과학자들이 옛 이론이나 패러다임을 버리고 다른 것을 선택하는 방식은 “증명에 의해서 해결될 수 없다.”(『과학혁명의 구조』 12장)
• 비판: 과학적 선택에 대한 구속력 있는 기준이 없다면, 더 많은 과학적 문제가 해결되고 그 해답이 더 정확해지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 쿤의 답변: 개인의 선택을 결정할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훈련받은 과학자들의 집단적 판단(collective judgment)을 신뢰하는 것이 좋음.(『과학혁명의 구조』 13장)
• 비판: 이론 선택의 객관적인 근거가 없다면 그것은 군중 심리에 불과함.
- 논문의 목적: 새로운 패러다임을 수용하는 과학자 집단의 결정이 어떠한 종류의 좋은 근거에 기반할 수 없다고 쿤이 믿는다는 오해를 푸는 것.
■ 좋은 과학 이론의 특징 [pp. 321-322, 301-302쪽]
- 쿤은 좋은 과학 이론의 특징으로 다섯 가지를 제시함.
• 쿤이 이러한 특징을 고른 것은 이것이 망라적(exhaustive)이기 때문이 아니라, 개별적으로 중요하고 당면한 문제를 가리키기에 집합적으로 충분히 다양하기 때문.
- 특징(1): 정확성(accuracy)
• 어떤 이론에서 연역될 수 있는 귀결들은 기존 실험이나 관찰의 결과와 일치한다는 것이 증명되어야 함.
- 특징(2): 일관성(consistency)
• 이론은 내적으로 일관되고 현재 받아들이는 다른 이론들과도 일관되어야 함.
- 특징(3): 넓은 적용범위(broad scopes)
• 이론의 귀결들은 처음에 고안된 개별적인 관찰, 법칙, 하부이론들을 크게 넘어서서 확장되어야 함.
- 특징(4): 단순성(simplicity)
• 특징(4)는 특징(3)과 관련됨.
• 이론은 각각 고립되고 전체적으로 혼란스러운 현상들에 질서를 부여해야 함.
- 특징(5): 다산성(fruitfulness)
• 다소 덜 표준적인 항목이지만, 실제 과학에서 특별히 중요함.
• 이론은 이미 알려진 것들 사이에서 새로운 현상이나 이전까지 주목받지 않은 관계들을 드러내야 함.
- 위의 다섯 가지 특징은 이론의 적합성을 평가하기 위한 표준적인 기준들(criteria)
• 과학자들이 이론을 선택할 때 이러한 특징들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전통적인 견해에 쿤은 동의함.
• 이러한 특징들은 이론 선택의 유일하게 공유된 기초를 제공함.
■ 이론 선택의 두 가지 어려움 [pp. 322-324, 302-305쪽]
- 기존 이론과 새 이론을 선택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음.
• 어려움(1): 개별적으로 그 기준들은 모호함(imprecise). 구체적인 사례에 기준을 적용할 때 적법하게 다를 수 있음.
• 어려움(2): 기준들을 함께 적용할 때 기준들끼리 충돌할 수 있음.
- 어려움(1)의 예: 정확성을 기준으로 할 때 한 이론을 선택하고, 적용 범위를 기준으로 할 때는 그 이론의 경쟁 이론을 선택할 수 있음.
- 어려움(2)의 예: 기준이 한 가지인 경우
• 정확성은 정량적(quantitative) 일치뿐 아니라 정성적(qualitative) 일치도 포괄함.
• 정확성의 기준은 다른 기준보다 덜 애매하고 예측력과 설명력이 이 기준에 의존함.
• 그러나 이론들이 항상 정확성에 따라 구별될 수 있는 것은 아님.
• 예(1): 코페르니쿠스의 체계는, 그가 죽고 난 뒤 60여년이 지나 케플러가 수정한 뒤에야 프톨레마이오스의 체계보다 더 정확하게 됨.
• 예(2): 산소 이론은 화학 반응에서 관찰되는 무게 관계를 더 잘 설명한 반면, 플로지스톤 이론은 금속들의 원석(ore)보다 금속 자체에 대해 더 잘 설명함.
• 정확성을 토대로 이론을 선택하려면, 정확성이 어떤 영역에서 더 중요한지 결정해야 함.
- 어려움(2)의 예: 기준이 두 가지 이상인 경우
• 태양 중심체계와 지구 중심체계를 선택할 때 일관성과 단순성의 역할
• 천문학 이론으로서 두 체계는 모두 내적으로 일관됨.
• 프톨레마이오스 체계는 당시 과학적 설명과 일관되었고 코페르니쿠스 체계는 그렇지 않았음. 당시 물리 이론은 우주의 중심에 정지한 지구로 낙하운동을 설명함.
• 특정 시점의 행성의 위치를 계산할 때는 두 체계의 단순성은 차이가 없음.
• 행성들의 총체적인 정량적 특징들, 태양에서 벗어나 보이는 각도의 제한, 역행운동 등을 설명할 때는 코페르니쿠스 체계가 더 단순함.
• 그러나 단순성은 행성의 위치를 계산하는 천문학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기준도 아니었고 가장 자연스러운 것도 아니었음.
■ 개인적 선택의 구성 요소 [pp. 324-325, 305-307쪽]
- 과학자들이 경쟁하는 이론들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경우, 동일한 선택 기준을 받아들여도 다른 결론에 도달할 수 있음.
• 단순성을 다르게 해석하거나 일관성 기준이 충족되어야 하는 분야의 범위를 다르게 생각할 수 있음.
• 여러 기준들이 함께 적용될 때 각 기준에 부여할 상대적 비중이 서로 다를 수 있음.
- 개별 과학자의 이론 선택을 설명하려면 과학자들이 공유하는 기준들을 넘어 그 선택을 한 개별 과학자의 특성들을 고려해야 함.
• 과학적이게 만드는 규범들(canon)을 과학자들이 고수한다는 점을 고려하면서, 공유된 규범이 과학자마다 달라지는 방식을 다루어야 함.
- 그러한 차이는 각 개인이 과학자로서 겪은 경험에서 나온 것임.
• 선택과 관련된 다른 요인들은 과학 외부에 있음.
• 예(1): 케플러가 코페르니쿠스 체계를 선택한 부분적인 이유는 신-플라톤주의 운동과 헤르메티시즘 운동에 빠져 있었기 때문.
• 예(2): 19세기 영국의 사회주의는 다윈의 생존 경쟁 개념에 영향을 끼침.
- 경쟁 이론들에 대한 모든 개인적 선택은 객관적 요인들과 주관적 요인들의 혼합으로 이루어지거나 공유하는 기준들과 개인적 기준들의 혼합에 의하여 이루어짐.
■ [pp. 325-327, 307-309쪽]
- 쿤의 비판자들은 쿤의 서술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사실들이 어떠한 철학적 함의를 가진다는 쿤의 주장을 거부함.
- 쿤의 질문: 과학철학자들은 과학자들의 이론 선택에 주관적 요소들이 개입하지만 그러한 요소는 인간의 약점일 뿐 과학적 지식의 본성이 아니라고 주장함. 왜 그랬는가?
- 쿤의 대답
• 철학자들은 완전하거나 분명한 기준들의 목록을 가지지 않았고, 그래서 더 많은 연구가 진행되면 합리적이고 모두가 동의하는 알고리즘을 산출할 것이라고 기대함.
• 알고리즘적인 결정 절차를 찾는 작업은 두 가지를 전제로 함.
• 전제(1): 작업 결과는 개인적인 선택 기준들로 명확하게 진술될 수 있음.
• 전제(2): 작업 결과가 하나 이상의 기준들이 유관하다고 밝혀진다면, 그 기준들을 함께 적용하는 데 적절한 가중치 함수(weight function)가 있음.
• 전제(1)에 대한 연구는 조금 있고 전제(2)에 대한 연구는 거의 없음.
- 쿤에 대한 비판: 발견의 맥락과 정당화의 맥락의 구분에 호소
• 발견의 맥락에서 주관적 요인들이 역할을 하지만, 이론이 정당화되는 과정은 객관적.
- 쿤의 반박: 발견의 맥락과 정당화의 맥락의 구분은 그럴듯하고 유용한 이상화(idealization)를 제공하지 못함.
• 교과서 과학(textbook science)에서 이론은 전형적인 응용 사례들과 함께 제시됨.
• 그러한 응용 사례들 중 일부는 실제 결정이 이루어질 때 증거의 일부였지만 결정 과정과 관련된 고려 사항들의 일부분에 불과함.
• 교육의 맥락은 발견의 맥락과 다른 것처럼 정당화의 맥락과도 다름.
■ [pp. 327-328, 309-311쪽]
- 철학자들이 선택 기준의 유관성을 입증하는 통상적인 방식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음.
- 측면(1): 과학 교과서와 마찬가지로, 과학철학 저작들에서는 경쟁 이론들 중 하나를 지지하는 결정적 실험들(crucial experiments)이 되풀이하여 언급됨.
• 예) 지구의 운동을 증명하는 푸코의 진자 실험, 보편 중력을 입증한 캐번디쉬의 실험, 물과 대기 속 소리의 상대 속도를 측정한 피조의 실험 등
• 결정적 실험들은 이미 이론이 선택된 뒤에 한 것이고, 이론 선택은 결정적 실험이 있기 오래 전에 훨씬 애매한(equivocal) 증거에 근거하여 이루어짐.
• 실험들을 사례로 사용하는 것은 과학 교육에 필요한 경제성을 제공하지만 이론 선택의 특성을 밝히는 데는 별 도움이 되지 않음.
- 측면(2): 이론 선택에 대한 표준적인 예증들은 궁극적으로 승리한 이론에 호의적.
• 예) 플로지스톤 이론의 장점이나 산소 이론의 한계는 언급하지 않음.
• 철학자들은 이론 선택의 결정 상황을 단순화하여 결정 상황의 필수 요소도 제거함.
• 결정 상황에는 가능한 선택에 대한 몇몇 좋은 이유들이 항상 있게 마련이다.
• 발견의 맥락과 관련된 고려들은 정당화의 맥락과도 관련됨. 새로운 이론의 초기 지지자들은 그 이론의 발견자의 관심과 감각을 공유하는 경향을 가짐.
- 이론 선택의 알고리즘을 만들기 어려웠던 것, 그리고 그러한 어려움이 해결할 가치가 있는 것처럼 보인 것은 이 때문임.
■ [pp.328-29, 311-312쪽]
- 쿤과 가상의 대화를 가정함.
• 쿤과 대화자는, 각 과학자들이 p(T, E)의 값을 계산하는 베이즈적 알고리즘을 전개하여 경쟁 이론들 중 하나를 선택한다는 데 동의함.
• p(T, E)의 값: 특정 시기 전문가 집단에서 사용가능한 증거 E에 대한 이론 T의 확률
• 두 사람 모두 ‘증거’를 넓게 해석하여 단순성이나 다산성 등도 고려사항으로 포함함.
- 가상의 비판자는 하나의 p값(객관적인 선택에 대응하는 값)만 존재하며, 한 집단에 속하는 합리적인 구성원들은 모두 그 값이 도달해야 한다고 믿음.
- 쿤의 주장: 객관적 요소가 알고리듬을 결정하기에는 불충분함.
• 논의를 위해 각 개인이 알고리듬을 가지며 그들의 알고리듬은 공통적이라고 가정함.
• 그렇지만 그러한 알고리듬들은 주관적 고려 요소들 때문에 궁극적으로 다르다는 것.
• 계산이 가능하려면 주관적 고려요소들이 객관적 기준들을 완성해야 하기 때문.
- 가상의 비판자: 그러한 주관적 고려를 인정할 수도 있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증거가 증가하듯 개인마다 다른 알고리즘이 하나의 객관적인 알고리즘으로 수렴한다고 주장.
- 쿤의 반박
• 시간이 지나고 증거가 변하면서 p값의 수렴이 요구됨.
• 그러나 이론 선택의 궁극적 일치는 알고리듬이 수렴한다는 증거를 제공하지 않음.
• 초기 전문가들을 나눈 결정들을 설명하는 데 주관적 요소들이 필요하다면, 전문가들의 동의가 일어난 미래에도 그러한 요소들은 존재할 것.
■ 중간 정리 [pp. 329-330, 312-313쪽]
- 지금까지 한 쿤의 주장의 요점
• 요점(1): 이론 선택은 공유된 기준들뿐만 아니라 개인 특유의 요소에도 의존함.
• 요점(2): 주관적 요소들이 지니는 철학적 함축을 부정하는 몇 가지 방식들을 비판함.
- 이후 쿤이 다룰 것들
• 공유된 기준들의 상당한 효율적인 것은, 그 기준들에 동의하는 개인들의 선택을 결정할 정도로 충분히 정교해서가 아님. 기준들이 그 정도로 정교하다면, 과학의 진보에 핵심적인 작동 메커니즘이 작동을 멈출 것.
• 전통적으로 선택 규칙의 제거가능한 결점으로 본 것을, 쿤은 과학의 본질적 본성의 일부라고 봄.
■ 기준, 규칙 vs. 금언, 규범, 가치 [pp. 330-331, 313-315쪽]
- 쿤의 제안: 기준이나 규칙과 달리, 금언(maxims), 규범(norms), 가치(values)는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결정이어야 하는가를 지정하지 않음.
- 금언은 모호하며 때때로 상충되기도 함.
• 예) “망설이는 자는 잃는다” vs.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라”
• 개별적으로 각기 다른 선택을 지시하지만, 집합적으로는 어떤 선택도 지시하지 않음.
• 상반된 금언은 결정의 성격을 바꾸고 개인이 책임져야 하는 결정의 나머지 측면들을 지적함.
- 가치와 규범들은 애매한 상황에서 조금 더 분명한 예를 제공함.
• 가치가 적용될 때 가치들이 종종 상충되기도 함.
• 가치가 아무 역할도 못한다고 할 수 없는 것은, 가치들의 차이가 생활 방식들(허용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 대한 결정)의 차이로 귀결되기 때문임.
- 이론 선택의 기준은 선택의 규칙(rule)이 아니라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가치(value).
• 동일한 기준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개별 상황에서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음.
• 그러나 가치들은 개별적으로나 집합적으로 과학자들이 공유하는 선택의 알고리즘을 위한 토대로는 불충분할 수 있지만 많은 것을 규정함.
• 결정에 도달할 때 각 과학자가 고려해야만 하는 것, 결정과 유관하다고 간주할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선택의 토대를 보고하도록 적법하게 요구할 수 있는 것 등.
• 예) 공학자의 목록에서 자연에 부합하는 정확성이라는 기준을 제외하면 그의 활동은 철학과 비슷할 수 있음.
■ 이론 선택의 기준이 가치일 때의 이점 [pp. 331-332, 315-317쪽]
- 이론 선택의 기준이 규칙으로서 불완전해도 가치로서 기능할 때 이점이 있음
- 이점(1): 변칙적이거나 불합리한 것으로 여겨온 과학적 행위의 측면들이 설명됨.
• 쿤의 견해에서, 이론 선택의 가장 초기 단계에서 표준적 기준이 완전히 기능함.
• 전통적 견해에서는 그러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작동 안 함.
• 예) 케플러와 갈릴레오가 코페르니쿠스 체계를 수용한 이유를 설명하려면 개인의 특이성에 호소해야 하지만, 그 체계를 완벽하게 하려는 노력은 공유한 가치로 설명됨.
- 이점(2): 합리적인 사람들의 의견 차이가 설명됨.
• 새로 제안된 이론들은 대부분 사멸함. 이론을 고안하게 한 어려움은 더 전통적 방법으로 설명되는 것이 일반적.
• 새 이론이 폭넓은 확신을 얻으려면 이론 수용 이전에 많은 시험이 필요함.
• 새 이론을 시험하는 사람들은 그 집단의 사람들과 경쟁 집단의 사람들로 구성됨.
• 합리적인 사람들이 서로 의견을 달리하는 것을 허용하는 결정 과정이 필요한데, 철학자들이 말하는 공유된 알고리즘은 그러한 의견 불일치를 설명하지 못함.
• 그러한 알고리즘이 있다면 모든 과학자들은 동시에 같은 결정을 내릴 것임. 이론 수용의 기준이 너무 낮으면 모두 새 이론으로 옮겨갈 것이고, 기준이 너무 높으면 기존 이론에 안주하게 될 것임.
- 이론 선택의 기준이 규칙이라면 이러한 것은 산만함과 결함처럼 보이지만, 그 기준이 가치라면 새로움을 도입하는 데 늘 뒤따르는 위험을 분산하는 수단으로 보일 수 있음.
■ 전통적 입장과 쿤의 입장의 공통점과 차이점 [pp. 332-334, 317-319쪽]
- 가치에 기반한 작업이 예측과 지배를 위한 새로운 기술을 계속 만들어낼 수 있는가?
- 쿤은 이 물음에 어떠한 답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함.
• 귀납의 문제를 해결했다고 주장하지 않는 것과 비슷함.
- 결국, 과학적 선택을 안내하는 가치들에 대한 쿤의 목록과, 선택을 지정하는 규칙들에 대한 전통적인 목록은 거의 동일함.
• 철학자의 규칙이 적용될 수 있는 구체적인 상황이 주어진다면, 쿤의 가치들은 규칙과 같은 기능을 할 것.
• 귀납에 대한 정당화가 존재한다면, 쿤의 가치에도 똑같이 적용하게 될 것.
- 규칙이 내재적으로 불완전하여 공유된 규칙에 의한 선택이 불가능한 상황을 가정하자.
• 이러한 상황에서도 개인들은 선택해야 하고 규칙(이제는 가치)의 인도를 받아야 함.
• 과학자들은 규칙을 풍부하게 만들어야만 하고, 다양하게 완성된 규칙들에 의한 결정에 모두가 동의하더라도 과학자들은 다소 다른 방식으로 그렇게 할 것.
• 집단이 충분히 커서 개별적 차이가 정규 분포에 분포한다고 가정하면, 규칙에 의한 선택을 정당화하는 논변은 가치에 의한 선택에도 적용되어야 함.
- 쿤은, 정규 분포와 귀납의 문제에 대한 언급으로 자신의 입장이 전통적인 견해와 비슷하게 보이기를 원함.
• 검증(verification)의 본질적 측면들은 사람들이 여전히 과학자이면서 다를 수 있는 특징들에 의해서 이해될 수 있다는 것이 전통적 견해와 다른 점.
■ [p. 334, 319-320쪽]
- 쿤의 견해와 전통적인 견해의 주된 차이점은 이론 선택보다 세 영역에 있음.
• 가치 불변성, 주관성, 부분적 의사소통
■ 가치 불변성(value invariance) [pp. 335-336, 320-322쪽]
- 앞서 논문에서 쿤은 이론 선택에 사용되는 기준이나 가치들이 고정된 것이며 이론이 바뀌는 과정에서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암묵적으로 가정함.
• 쿤은 정확성, 적용 범위, 다산성은 과학의 항구적 속성이라고 생각함.
• 그러나 가치들에 부여되는 상대적 비중은 시간과 적용 분야에 따라 변함.
- 게다가 가치에서의 변화 중 다수는 과학 이론의 특정한 변화와 연계됨.
• 과학자들은 경험을 통해 그들이 적용하는 가치들에 대한 철학적 정당화를 얻지 못하지만, 그 가치들은 부분적으로 경험을 통해서 배운 것이고 경험과 함께 진화함.
• 정확성은 시간이 흐르면서 정성적인 일치를 희생하면서까지 점점 더 정량적인 또는 수적인 일치를 지칭하게 됨.
• 예) 근대 초기 이전에는 천문학만이 정확성(수적 일치)을 추구했으나, 이 기준은 17세기에는 역학으로, 18세기 후반과 19세기 초반에는 화학, 전기, 열과 같은 분야들로, 19세기에는 생물학의 많은 분야들로 확대됨.
- 가치 변화가 이론 변화의 여파에서 일어난다는 점은 문제 있는 것으로 보일 수 있음.
• 라부아지에 화학 이론에 반대한 이유 중 하나는 이전 화학의 목표 중 하나인 색이나 결 같은 성질들과 그 변화에 대한 설명을 하기 어려웠다는 점.
• 라부아지에 이론을 수용하면서 그러한 설명은 더 이상 가치 있는 일이 아니게 됨.
• 가치 변화가 그 가치와 관련된 이론의 변화만큼 빠르게 일어났거나 그만큼 완전했다면 이론 선택은 가치 선택이 됨. 둘 중의 어느 것도 다른 것의 정당화를 제공 못함.
- 그러나 역사적으로 가치 변화는 이론 선택보다 뒤늦게, 거의 의식되지 않은 채로 일어남.
• 가치 변화의 크기는 일반적으로 이론 변화보다 작음.
• 가치의 상대적 안정성 때문에, 이론 변화가 가치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피드백 루트가 존재해도 그 결정 과정이 악순환이 되지 않음.
■ 주관성(subjectivity) [pp.336-338, 322-324쪽]
- 쿤은 자신이 언어 철학자의 기술을 가지지 못했다고 함.
• “주관성”이라는 단어는 “객관적”에 반대되는 용법과 “판단적”(judgmental)에 반대되는 용법이 있음.
• 쿤의 비판자들은 쿤이 말한 “주관성”의 두 번째 의미라고 함.
- 쿤은 자신이 말한 주관성은 취향이 아니라 판단에 관한 것이라고 함.
• 비유) 논의되는 것은 서부극에 관한 취향이 아니라 판단.
• 과학자들은 단순히 어떤 이론을 좋아하거나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지 않으며, 자신의 선택을 설명할 것과 판단 근거를 제시할 것을 요구받음.
• 예) 기호에 대해 말한 말년의 아인슈타인은 과학 공동체에서 점점 고립되었고, 판단의 근거를 말한 보어는 성공함.
- 가치들을 적용가능하게 하기 위해 개인 전기나 개성에 의존하는 요인들이 도입되어야만 하는 곳에서도 사실성이나 실제성의 기준은 논외가 되지 않음.
■ 부분적 의사소통(partial communication) [pp. 338-339, 324-326쪽]
- 기존 이론의 가정
• 이론 선택을 둘러싼 논의들은 문제가 없음.
• 그러한 논의에서 호소된 사실은 이론 독립적임.
• 논의들의 결과가 선택이라 불리는 것은 적절함.
- 쿤은 이러한 세 가지 가정에 도전함.
• 서로 다른 이론들의 주창자들의 의사소통이 부분적인 것은 불가피함.
• 각 주창자가 무엇을 사실로 간주하는지는 부분적으로 그가 지지하는 이론에 의존함.
• 개인이 입장을 바꾸어 다른 이론을 지지하는 것은 선택보다 개종으로 보아야 함.
- 이러한 것들은 과학적 발견에 관한 쿤의 견해와 일치하도록 어떻게 조정될 수 있는가?
- 상이한 이론의 주창자들은 상이한 언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들과 같음.
• 그들의 의사소통은 번역에 의해 진행됨.
• 대부분의 용어들은 두 이론에서 같은 방식으로 기능하지만, 일부 용어들은 서로 다르게 기능함.
• 예) ‘별’과 ‘행성’, ‘혼합물’과 ‘화합물’, ‘힘’과 ‘물질’ 등
• 이러한 차이는 예기치 않은 것이며, 발견된다고 해도 의사소통의 단절을 반복해서 경험함으로써만 가능함.
• 쿤은 상이한 이론의 주창자들의 의사소통에는 한계가 있다고만 말함.
• 개인이 두 이론을 함께 염두에 두고 둘을 낱낱이 비교하는 일은 어렵거나 불가능함.
• 그러나 “선택” 같은 단어는 그러한 부류의 비교가 성립하는지에 의존함.
- 상이한 이론의 주창자들의 의사소통은 불완전하지만 각 이론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성취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기술적인 결과들을 서로 보여줌.
• 따라서 그러한 결과들에 몇몇 가치 기준을 적용하는 데는 통역이 필요하지 않음.
• 새 이론에서 인상적이고 구체적인 결과들이 드러나면 기존 이론의 지지자 중 적어도 몇 사람은 어떻게 그런 결과가 성취되는지 알아보려고 할 것.
• 그러려면 이미 발표된 논문들을 로제타석을 해독하듯 공부하고 새 이론의 주창자를 방문하여 대화하고 그와 학생들이 작업하는 것을 관찰하여 번역하는 방법을 배워야 함.
• 이러한 과정이 반드시 새로운 이론을 채택하게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과학자들은 자신이 새로운 이론에 의거해 과학 활동을 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될 것.
(2018.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