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를 건축에 비유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응용하자면, 글쓰기에서 생성형 인공지능을 쓴다는 것은 어느 날 갑자기 건설업체 하나를 물려받는 것과 비슷할 것이다. 어떻게 공사 계약을 따와서 직원들보고 건물 지으라고 하면 어떻게든 건물이 나올 것이다. 있으라 하면 건물이 있게 되니 얼마나 신기하겠는가?
그런데 의뢰인한테 조감도를 보여주었는데 자기가 원하는 건물이 아니라고 한다고 해보자. 설계를 변경해야 하는데, 나는 설계할 줄 모른다. 직원들한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지시한다. 지시가 엉성하니 결과도 제대로 안 나온다. 의뢰인과 건물 구조나 외장 등에 관하여 어떻게 타협을 보았다고 해보자. 그런데 역학적으로 문제가 있다면? 공간 넓게 쓰고 싶다고 기둥을 뺐더니 문제가 생겼다면? 그래서 시청에서 건축허가를 안 내준다면?
일 똑바로 안 하냐고 직원들을 족치기는 하는데, 어디를 어떻게 족쳐야 하는 줄 모르니 결과물은 여전히 시원치 않을 것이다. 직원들은 슬금슬금 사장 눈치나 보면서 일하는 척만 하고, 나는 일할 줄 모르고, 그렇다고 직원들을 다 해고하고 새로 뽑을 수도 없고, 시간은 뿌득뿌득 잘 가고, 의뢰인은 돈은 받았는데 왜 진척이 안 되냐며 항의한다고 해보자. 여전히 나는 건축을 모른다. 어떻게 해야 하나?
어떻게 겨우 겨우 설계도 했고 행정관청의 건축허가도 받았다고 치자. 철근 빼먹나 안 빼먹나, 콘크리트에 물 타나 안 타나, 나름대로 감시 잘 했다고 생각했는데 건물 한쪽이 무너진다. 철근을 철사로 조이다 말아서 그렇게 된 거다. 예전에는 철근에 용접을 많이 했는데, 철을 용접하면 산화되기 때문에 강도가 약해진다. 요새는 용접 대신 철사로 철근을 고정한다. 그런데 인건비 아낀다고 사람 덜 쓰거나 인력 관리를 못 하면, 인부들이 철사를 대충 조여서 철근들이 따로 논다. 그러면 철근을 다 넣고도 철근을 빼먹은 것과 비슷한 상태가 된다.
내가 건설업체 사장인데 직원들이 일 대충하는 거 모르고 있다가 사고라도 나면, 회사는 부도나고 나는 감옥에 간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빌딩 같은 것은 지을 생각도 하지 말고, 4층 이하의 연립주택 정도만 지어야 한다.
생성형 인공지능이 상용화된 뒤, 학생들의 글쓰기 능력이 전반적으로 향상되어 다들 중위권 수준의 글쓰기를 하게 되었지만, 최상위권 수준의 글쓰기 능력을 보이는 학생은 거의 늘어난 것 같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예전 같으면 조적이든 미장이든 어느 것도 제대로 못할 사람들이 건설업체를 하나씩 물려받게 되어 아무나 2층짜리 전원주택 정도는 대충 지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데 글쓰기 교육의 목표는, 성찰적 글쓰기랍시고 다 큰 성인들에게 투정 부리고 찡찡거리는 내용으로 일기 같은 것이나 쓰게 하는 것이 아니라, 학술적인 글(논문)을 쓸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어떻게 고층 건물을 짓는가? 내가 알기로, 한국에 대학이 생긴 이후로 그런 것을 제대로 가르친 적은 없다. 글쓰기 교재마다 글쓰기를 건축에 빗대었지만, 정작 글쓰기를 어떻게 체계적으로 가르칠지 생각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예전에는 학생들이 제대로 할 줄 아는 것이 없다면서 조사나 접속사나 대충 잡아주고 문장이 기네 비문이네 하는 자잘한 것이나 지적하면서 대충 가르치는 척만 하고 넘어가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 이는 “너는 어떻게 조적이든 미장이든 제대로 할 줄 아는 것이 없냐?”고 구박하며 모래나 자갈이나 퍼서 올리게 시킨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런데 이제는 건설업체를 물려받은 사람들이 아무나 2층집을 뚝딱 지어버리는 상황이 되었다. 학생들이 글을 잘 못 쓴다며 가르쳐야 할 것은 안 가르치고 자질구레한 것이나 붙들고 트집잡으며 한 학기를 보내던 시대는 이제 갔다. 인공지능 시대라 글쓰기 교육에 위기가 온 것이 아니라,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글쓰기 교육의 문제점이 가시화된 것뿐이다.
(2025.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