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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04

학교에서 대자보판을 없애면

   
학교에서 미관상의 이유로 화장실을 없앤다고 하자. 학생들이 항의하니까 학교에서 “화장실 철거 문제는 학생회와 협의할 사안이 아니고 본교 퇴계인문관의 관리책임을 지고 있는 학생지원팀과 문과대 행정실장의 소관이다”라고 말한다고 하자. 학교와 더 이상 대화가 안 될 상황인데, 어떻게 해야 할까? 간단하다. 학교가 화장실을 만들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을 만들면 된다. 금잔디에서 똥 싸놓는다던지, 틈틈이 오줌을 페트병에 모았다가 밤에 몰래 600주년 기념관 1층 대리석에 흘려놓는다든지 등등. 꾸준히 학교 곳곳에 똥을 설치하면 미관이고 뭐고 간에 화장실을 다시 설치하게 되어 있다.
  
대자보를 똥에 비유해서 좀 그렇기는 하지만, 대자보판의 해법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다. 대자보판을 다시 만들 때까지 학교 여기저기에 게시물을 붙이는 것이다. 큰 종이도 필요 없다. 종이가 크면 만들 때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도 늘어난다. A4나 A3 크기의 인쇄물을 천 명 정도 돌아가면서 심심할 때마다 몰래 붙이면 된다. 많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게릴라식으로 돌아가면서 벽에 몰래 붙이고 몇 명 잡혀도 계속 붙이면 어떻게 될까?
  
퇴계인문관 외벽에 대자보판이 언제부터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학교가 생겼을 때부터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학교가 대자보판을 설치한 이유는 학생들의 대자보 부착을 장려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학교 측의 필요 때문이었을 텐데, 학교가 그 이유를 잊어버린 것 같다. 그렇다면 그러한 필요성을 다시 생각나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 아닐까 싶다.
  
  
(2014.02.12.)
    

장자처럼 열심히 살기

  
어떤 동양철학 대학원생이 『장자』를 읽는다고 말하자, 그 사람의 후배는 왜 장자를 읽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 대학원생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게으르게 사는 것을 죄악시하는데 왜 그렇게 살아야 하나, 그렇게 사는 게 옳은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읽는다”고 답했다고 한다.
  
노자는 그냥 노인네가 아니라 주나라 왕실 서고의 사관이었고, 장자는 나비꿈이나 꾼 백수가 아니라 초나라 왕이 직접 초빙하려고 했던 사람이며, 완적은 하는 짓이 정신 나간 사람 같지만 명문가 자제였다. 그 사람들은 남들보고 헐렁하게 살라는 것처럼 써놨지만 그들은 모두 당대에 매우 잘 나갔던 사람들이었고 바쁘게 살았다. 강신주도 사람들보고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라고 강연하지만, 막상 강신주 본인은 7-8년 간 쉬지 않고 일하다가 등산 중에 위경련이 일어난 뒤 일을 줄였다고 한다.
  
  
(2014.01.11.)
  

'안녕들 하십니까'를 고까워하지 말자

어떤 후배가 “안녕들 하십니까”를 보니 씁쓸했다고 써놓은 글을 보고, 나는 그 마음이 이해가 갔다. 사람 마음이란 게 그렇다.

한몫을 잡겠다든지 취업에 도움이 된다든지 등등 공적 조직으로 사적 이익을 도모하는 놈들이 학생회 대표자나 집행부를 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총학생회 선거를 보면서 느낀 건데 아무래도 못된 놈들은 타고나는 것 같다), 내가 본 사람들은 어쩌면 다들 그렇게 올바르고 궁상맞은지 모르겠다. 나는 학부 내내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 학교를 다녔다.

가시적인 사적 이익을 위해 학생회를 하는 것이 아니라면, 무엇이 그들을 버티게 할까. 나름대로의 신념이나 자존감 때문 아닐까? 어떤 정치적인 신념, 또는 약간 어정쩡한 신념+공동체에 대한 이타심, 또는 ‘그래도 나는 옆의 놈이 죽든 말든 아무렇지 않아하는 개돼지는 아니야’라고 하는 도덕적 우월감(?), 또는 ‘저 새끼들(학생회로 사적 이익들 도모하는 놈들)이 활개 치는 꼴을 볼 수 없어’라고 하는 적개심, 이런 게 아닐까? 어쨌거나 이런 게 아니라면 돈도 안 되고 열심히 활동할수록 가난해지며 그다지 재미도 없을뿐더러 취업에도 도움이 안 되는 그런 짓을 할 이유가 없을 것 같다.

학생회를 한다고 막상 학생들이 알아 주냐? 그것도 아니다. 그러면 사람들이 도와 주기라도 하느냐? 도와주는 사람은 정해져있다. 그런데 괜히 딴지나 걸고 불평이나 하는 사람, 학생회가 뭐하는지 모르겠네 하면서 뒤에서 욕하는 사람, 정치적이거나 사회적인 입장 좀 논의하려 하면 선동하지 말라하고 너네가 무슨 근거로 정치적인 입장을 내냐고 하는 사람, 말 좀 통하겠네 싶으면 계몽하려 하지 마라 가르치려 하지 마라 하는 사람, 이런 사람들은 도처에 널려 있다. 선거 좀 하려고 하면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냐는 표정으로 투표 안 하고 지나가는 사람, 애절한 목소리로 “학우님 투표 좀 하세요” 하면 안 한 거 뻔히 아는데 했다고 뻥치는 사람, 이런 사람도 숱하게 많다. 어떻게 가까스로 투표율 50%로 넘기면 앞에서 말한 것은 다시 반복된다. 그 와중에 몸은 고단하고 물질적으로도 가난하고 학점도 가난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내면적인 이유로 버티고 있던 어느 날, 갑자기 안녕하시냐면서 평상시에 아무 것도 안 하던 사람들이 원래부터 올곧고 의식 있고 양심 있고 이타적인 사람인양 나타난다. 그걸 보면 속이 쓰릴 수 있다. ‘언제부터 그렇게 깨어있는 학우님이셨담?’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나도 성인군자가 아니라 그런 마음 충분히 이해한다.

그런데 학생회에서 정치적인 쟁점이나 사회적인 문제를 논의하는 이유 중 하나가, 자기 일이나 하고 자기 앞길이나 사람들도 그러한 문제들에 대해 생각해 보도록 하는 것이라면, 지금 일어나는 일은 충분히 바람직한 일 아닌가. 그리고 그들이 더욱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음으로 양으로 돕는 게 낫지 않을까.

아기가 걸음마를 걸을 때 부모들은 잘한다 잘한다 하면서 아기가 자꾸 걷도록 한다. 아기가 정말 잘 걸어서 잘한다고 하는 게 아니다. 잘 걸으라고 잘한다고 하는 거다. 태어나서 처음 대자보를 쓰는 사람들한테 잘한다 잘한다 하는 것이 그렇게 힘들거나 부당한 일은 아닐 것 같다.

어쨌거나 아무나 대인배가 되는 건 아닌 것 같다. (물증이 없어서 그렇지, 사실 나는 대인배도 타고나는 것 같다는 심증을 갖고 있다.)

KTX 민영화니 밀양 송전탑이니 그런 건 잘 모르겠다. 나는 기말보고서 때문에 안녕하지 않다. 기말보고서나 마저 써야겠다.



(2013.12.16)

철학이 쉬워야 한다는 요구는 무엇을 보여주는가

   
철학을 비롯한 인문학 일반에 부당한 요구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철학이 쉬워야 하고 대중이 접할 수 있도록 대중의 언어로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문학의 위기는 대중에게서 고립되어 나타난 당연한 귀결이고 그래서 대중의 언어로 인문학을 해야 한다고 말하며, 인문학의 위기라고 부르는 것이 사실은 인문학자의 위기라고 말하기도 한다. 논의 대상을 바꾸면 이게 얼마나 틀려먹은 소리인지 쉽게 알 수 있다. “이론물리학은 쉬워야 하고 대중이 접할 수 있도록 대중의 언어로 해야 한다. 이공계의 위기는 자연과학이나 공학이 대중에게서 고립되어 나타난 당연한 귀결이고 그래서 대중의 언어로 자연과학이나 공학을 해야 한다. 이공계의 위기는 자연과학자나 공학자의 위기다.” 자, 이게 말이 되는가?
  
이론물리학을 일반인들이 친숙하게 접하도록 하는 시도는 정말 가치 있는 것이지만, 그러한 시도와 별개로 이론물리학의 가치는 의심받지 않는다. 일반인들에게 친숙하지 않은 철학은 왜 그 가치를 의심받는가. 이론물리학이 어려운 것은 당연하게 여기면서, 철학을 비롯한 인문학에서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나 표현이 나오면 그 존재 가치를 의심하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물리학은 전문적인 학문이라고 보지만, 철학은 전문적인 학문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적인 학문에서는 전문 용어를 쓰기 마련이다. 전문 용어를 쓰지 않으면 어떤 것을 설명하거나 표현할 때 굉장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게 된다. 이 말이 의심스럽다면, 중학교 때 배우는 주어, 동사, to부정사, 정관사 같은 용어를 쓰지 말고 영어 문법을 설명해 보자.
  
대중의 언어로 과학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공계의 위기의 본질을 벗어나는 것이라면, 인문학자들이 대중을 만나라는 것도 인문학의 위기의 본질을 벗어날 것이다. 결국 근본적인 대책은 정부 지원을 늘리는 것뿐이다. 민간 재단을 만드는 방법이 있겠지만 하늘에서 돈이 뚝 떨어지는 게 아니라 어쩔 수 없다. 인문학에 세금 지원하는 것에 대해 “자기들이 좋아서 하는 것에 왜 국가가 지원해야 하냐?”고 묻는 사람들은, 이공계 대학원생들 보고 “너희가 좋아서 하는 연구니까 각자 알아서 입자가속기 만들어서 연구해라”라고 하는 것이 말이 되는지부터 생각하고 그런 말을 했으면 좋겠다.
  
  
(2013.11.25.)
    

초등학교 셔틀버스의 전원주택 진입로 출입을 막다

전원주택 진입로에 깔린 콘크리트를 거의 다 제거했다. 제거하지 못한 부분은 예전에 도시가스관을 묻으면서 새로 포장한 부분인데, 이 부분은 다른 부분보다 몇 배 두꺼워서 뜯어내지 못했다. 그 부분을 빼고는 내 사유지에 깔린 콘크리트를 모두 제거했다.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