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2/13
저작 구상 - 과학 입문서, 철학 입문서
2017/02/12
어린 왕자
동료 대학원생이 자기가 읽고 있던 책을 나에게 읽어주었다. 어린 아이와 같은 마음을 가지라면서 나에게 읽어준 것이다. 동료 대학원생이 나에게 읽어준 것은 『어린 왕자』의 한 구절이었다.
내가 B-612호 별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하면서 이처럼 번호까지 정확하게 밝히는 이유는 어른들 때문입니다. 어른들은 숫자를 좋아하니까요. 새로 사귄 친구에 관해 이야기할 때도 어른들은 정말 중요한 것은 물어보지 않습니다. 그 친구는 목소리가 어떤지, 어떤 놀이를 좋아하는지, 나비 채집을 하는지 등은 전혀 묻지 않습니다. 그 애는 몇 살인지, 형제는 몇 명인지, 몸무게는 얼마인지, 그 애 아버지는 돈을 얼마나 버는지 등만 묻습니다. 그런 것을 통해서만 그 친구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창가에 제라늄 화분이 있고 지붕 위에 비둘기가 나는 예쁜 붉은 벽돌집을 보았어요’라고 말하면 어른들은 그 집이 어떤 집인지 전혀 상상하지 못합니다. 어른들에게 ‘10만 프랑짜리 집을 보았어요’라고 해야만 ‘야, 그거 굉장한 집이겠구나!’ 하고 감탄합니다.
어린 왕자 같은 사람이었다. 동료 대학원생은 모든 사람이 각자 고유의 개성을 가진다고 진심으로 믿고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어린 왕자 같은 사람이라고 해도 동료 대학원생은 이미 서른 살을 훌쩍 넘기지 않았는가? 나는 동료 대학원생에게 대강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람들이 하나하나 그렇게 개성 넘치고 특색 있게 보이는 건 아직 아이가 사람들을 많이 만나지 못했고 범주화하는 데도 능숙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은 몇몇 부류로 충분히 나눌 수 있고 그 부류에 속하는 사람들도 다 비슷비슷하다. 그리고 그 부류에 속하게 하는 여러 요인은 상당 부분 숫자로 나타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숫자가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말해주지는 않지만 대강은 말해준다고 믿는다.”
이렇게 말해도 어린 왕자 같은 동료 대학원생은 내 말을 믿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어린 왕자도 쉽게 이해할 만한 예를 들었다.
- 아이: “엄마, 저 친구를 하나 사귀었어요.”
- 엄마: “그래? 잘 됐구나. 그 친구는 취미가 뭐래?”
- 아이: “승마래요.”
(2016.12.12.)
2017/02/11
EBS 드라마 <내 여친은 지식인>에 대한 감상
2017/02/10
2017/02/09
셰익스피어와 방어회
며칠 전에 방어회를 먹었다. 태어나서 처음 먹었다. 내가 한국에서 30년 넘게 살았는데 처음 먹었다. 먹고 나서, 이렇게 맛있는 생선이 있다니, 그동안 어머니는 나한테 방어회를 왜 안 사줬을까, 어머니는 나를 사랑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방어회를 먹으며 술을 마시고 나서 며칠 동안 술을 안 먹으니 아무래도 술을 먹어야할 것 같았다. 술을 먹어야겠는데 뭐 하고 먹어야 할까. 마침 숙소 근처에 횟집이 있었다. 방어회를 먹기로 했다. 마침 그날 계좌에 돈이 들어왔다.
몇 주 전, 나는 어느 중고서점에서 <시공사 셰익스피어 선집 세트>를 사서 온라인 중고서점에 매물로 올려놓았다. 팔리면 팔고 안 팔리면 내가 읽을 생각이었다. 동료 대학원생이 내 상품을 보고 사고 싶어 했다. 동료는 매물로 올린 가격대로 사겠다고 책을 했지만, 아는 사람끼리 값대로 다 받는 것이 좀 그래서 나는 얼마 깎아서 팔았다. 그래도 밑지지 않고 몇 푼 남기기는 했다.
횟집에 가서 방어 반쪽에 채소와 초고추장 추가해서 1만 1천 원 주고 샀다. 편의점에서 맥주를 샀다. 맥주 맛은 잘 모르지만 회에는 독일 맥주보다는 일본 맥주를 마시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았다. 350ml짜리 기린 맥주 다섯 캔을 1만원에 샀다.
숙소에 와서 혼자서 회에 맥주를 먹었다. 혼자 먹으면 무슨 맛이냐는 사람도 있는데, 좋은 음식은 혼자 먹어도 맛있다. 여럿이서 흥겹게 먹는 맛도 있지만 혼자서 멀거니 앉아 꼭꼭 씹어 먹는 맛도 있다.
가난했던 이덕무는 <한서> 한 질을 이불 삼고 <논어> 한 권을 병풍 삼아 겨울을 났다고 하니 반고와 공자 덕에 겨울을 난 셈이다. 나는 셰익스피어 덕분에 회 한 접시를 먹었다.
(2016.12.09.)
2017/02/08
트럼프 관련 자기계발서가 정말로 나오다
나는 트럼프 관련 자기계발서가 나올 것이라고 지난달에 예측했다. 내 예측이 실현되었다. 『트럼프: 승자의 생각법』이라는 책이 2016년 12월 5일에 출간되었다.
(2016.12.08.)
초등학교 셔틀버스의 전원주택 진입로 출입을 막다
전원주택 진입로에 깔린 콘크리트를 거의 다 제거했다. 제거하지 못한 부분은 예전에 도시가스관을 묻으면서 새로 포장한 부분인데, 이 부분은 다른 부분보다 몇 배 두꺼워서 뜯어내지 못했다. 그 부분을 빼고는 내 사유지에 깔린 콘크리트를 모두 제거했다.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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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더스 헉슬리, 『멋진 신세계』, 정소연 옮김 (궁리, 2007). ] [1] <런던 중앙 인공부화, 조건반사 양육소> 34층밖에 안 되는 나지막한 회색 건물 세계 정부의 표어: “공동체, 동일성, 안정” 선과 행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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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고구마>라는 웹툰을 보면서 위안을 얻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경쟁 사회에서 사람이 왜 피폐해지는지 잘 몰라서 그런 웹툰을 보며 위안받는 것이 아닐까 싶다. 꼭 인삼이어야만 행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고구마도 충분히 행복할 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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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으면 되는 것이다> 짤은 『고우영 십팔사략』 10권 96쪽에 나온다. 후량-후당-후진-후한-후주-송으로 이어지는 5대 10국 시대에서 후한이 망할 때 풍도가 유빈을 죽인 일을 그린 것이다. 907년 주전충이 당을 멸망시키고 후량(後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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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잘 나간다는 생각이 들 때쯤이면 그에게 “문화 권력”이라는 수식어가 들러붙는다. “권력”이라는 건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킬 수 있는 힘”을 말하는데 “문화 권력”이라고 불리는 건 그냥 그 사람이 요새 잘 나간다는 말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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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전쯤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바이러스학 교재를 약간 읽어본 적이 있다. 나는 아르바이트를 하기 전까지 천연두 바이러스가 DNA 바이러스이고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RNA 바이러스인 줄도 모르고 있었다. 그러니까 일반적인 상황이면 그 아르바이트는 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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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 아이디, 『기술철학』, 김성동 옮김 (철학과현실사, 1998) ] 40 기술을 비판하거나 찬양하기 전에 적어도 기술에 대한 암묵적인 선-이해가 있어야 함. 40 후설과 하이데거의 영향 42 상관관계들 자아(Ego) - 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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