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블이 잡담 - 2016년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레이블이 잡담 - 2016년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2017/02/13

저작 구상 - 과학 입문서, 철학 입문서

    

한국에서 과학 교양서적이라고 하면 수박 겉핥기식으로 하는 것이 대부분이라서, 과학에 관심이 있지만 공부할 엄두를 못 내는 문과생들에게 별다른 도움이 안 된다. 고등학교 문과 수준에서 시작해서 하나씩 읽고 소화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자연대 학부생 1, 2학년 수준에 도달할 수 있게 하는 책이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그런 책을 쓰게 된다면 책 제목을 <과학의 쓴맛>이라고 붙일 것이다.
  
이과생을 위한 철학책이 있어도 좋을 것 같다. 이과생들이 하는 작업에서 시작해서 철학적 논의로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책이다. 내가 그런 책을 쓰게 된다면 책 제목을 <철학의 쓴맛>이라고 붙일 것이다. 
  
  
(2016.12.13.)
    

2017/02/12

어린 왕자



동료 대학원생이 자기가 읽고 있던 책을 나에게 읽어주었다. 어린 아이와 같은 마음을 가지라면서 나에게 읽어준 것이다. 동료 대학원생이 나에게 읽어준 것은 『어린 왕자』의 한 구절이었다.


내가 B-612호 별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하면서 이처럼 번호까지 정확하게 밝히는 이유는 어른들 때문입니다. 어른들은 숫자를 좋아하니까요. 새로 사귄 친구에 관해 이야기할 때도 어른들은 정말 중요한 것은 물어보지 않습니다. 그 친구는 목소리가 어떤지, 어떤 놀이를 좋아하는지, 나비 채집을 하는지 등은 전혀 묻지 않습니다. 그 애는 몇 살인지, 형제는 몇 명인지, 몸무게는 얼마인지, 그 애 아버지는 돈을 얼마나 버는지 등만 묻습니다. 그런 것을 통해서만 그 친구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창가에 제라늄 화분이 있고 지붕 위에 비둘기가 나는 예쁜 붉은 벽돌집을 보았어요’라고 말하면 어른들은 그 집이 어떤 집인지 전혀 상상하지 못합니다. 어른들에게 ‘10만 프랑짜리 집을 보았어요’라고 해야만 ‘야, 그거 굉장한 집이겠구나!’ 하고 감탄합니다.


어린 왕자 같은 사람이었다. 동료 대학원생은 모든 사람이 각자 고유의 개성을 가진다고 진심으로 믿고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어린 왕자 같은 사람이라고 해도 동료 대학원생은 이미 서른 살을 훌쩍 넘기지 않았는가? 나는 동료 대학원생에게 대강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람들이 하나하나 그렇게 개성 넘치고 특색 있게 보이는 건 아직 아이가 사람들을 많이 만나지 못했고 범주화하는 데도 능숙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은 몇몇 부류로 충분히 나눌 수 있고 그 부류에 속하는 사람들도 다 비슷비슷하다. 그리고 그 부류에 속하게 하는 여러 요인은 상당 부분 숫자로 나타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숫자가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말해주지는 않지만 대강은 말해준다고 믿는다.”

이렇게 말해도 어린 왕자 같은 동료 대학원생은 내 말을 믿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어린 왕자도 쉽게 이해할 만한 예를 들었다.


- 아이: “엄마, 저 친구를 하나 사귀었어요.”

- 엄마: “그래? 잘 됐구나. 그 친구는 취미가 뭐래?”

- 아이: “승마래요.”



(2016.12.12.)


2017/02/11

EBS 드라마 <내 여친은 지식인>에 대한 감상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EBS 드라마 <내 여친은 지식인>을 연애와 인문학을 접목한 참신한 작품이라고 호평했다. 도대체 뭐가 참신한다는 건지 모르겠다. 대학을 배경으로 한 EBS식 청소년 드라마에, 요즈음 하도 개나 소나 인문학 가지고 염병들을 하니까 인문학 냄새 풍긴 것 같은데 어떤 점에서 참신하다는 것인가.
  
드라마의 대강의 내용은, 공대생인 남자 주인공이 인문대생인 여자 주인공과 연애하며 인문학을 알아간다는 것이다. 한국 드라마 아니랄까봐 주인공들은 일단 연애부터 한다. 인문대생인 여자 주인공은 별 것도 아닌 이야기를 항상 심각하고 재미없게 이야기하고, 남자 주인공은 상식이 없다는 이유로 여자 주인공한테 주눅 들어 있다.
  
여자 주인공이 아는 것은 자기 전공과 관련된 것이고 따지고 보면 그다지 전문적인 내용도 아니다. 전공 관련 내용이 상식 정도로 치부된다는 것은, 바꾸어 말하면 그만큼 그 학문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여자 주인공은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공대생 앞에서 그렇게 젠체하고, 남자 주인공은 여자 주인공 앞에서 “너는 맥스웰 방정식도 모르는 게 어디서 까부냐?”고 말 한 마디도 못 하고 무식하다고 무시나 받는다.
  
드라마는 남자 주인공이 상식이 전혀 없는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지방대 다니다 간신히 편입한 공대생으로 설정했다. 인문학 같은 데 관심 없는 공대생 정도로만 설정했어도 충분한데, 남자 주인공이 무식하다는 설정을 하려고 굳이 지방대 출신 편입생으로 만들었다. 나는 편입한 적도 없는 데도 기분이 불쾌했다.
   
무식해서 애인에게 구박받던 남자 주인공은 유식한 사람이 되기 위해 <지하철>(지금, 철학을 하자)이라는 인문학 스터디 모임에 가입한다. 20대가 만들었다고 하기에는 동아리 이름이 너무 구리다. 50대 아저씨들의 건배사 같다. 스터디 모임의 회원들도 역시나 별 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재수 없는 말투로 심각하게 이야기한다. 쥐뿔 아는 것도 없으면서 나불대기나 좋아하는 겉멋 들고 멍청한 인문대생의 모습을 극단적으로 잘 표현했다. 어느 정도냐 하면 나도 모르게 ‘문송합니다 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네. 내가 사장이어도 인문대생 안 뽑겠다’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철학과 대학원을 다니는 내가 그런 생각이 할 정도였으니, 인문학과 먼 사람들이 그런 장면을 보면 어떤 생각을 할까?
  
철학과에 다른 과보다 미친 놈 비율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은 것 같기는 하지만, 어쨌든 대부분은 정상인이거나 정상인처럼 산다. 그런데 언론에서 철학 전공자는 대부분 정신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로 나온다. 누구 머리에서 이런 기획이 나오는지 모르지만, 웬만하면 그런 짓을 안 했으면 좋겠다. 유행을 타서 그랬는지, 아니면 자기 전공에 남다른 애착이 있어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이상한 드라마를 만드는 것은 인문대학을 다니고 있거나 졸업한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학부 때 배운 게 아무리 좋았어도 직장에서 이상한 문과생 티를 내지 말고 아름다운 기억으로만 혼자 간직하고 제발 얌전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 링크: 
  
[EBS] 내 여친은 지식인 - 1화. 뭐가 진짜, 뭐가 가짜?
  
[EBS] 내 여친은 지식인 - 2화. 둘 사이의 거리
  
[EBS] 내 여친은 지식인 - 3화. 진정한 사랑이 자라나는 곳은?
  
  
(2016.12.11.)
     

2017/02/09

셰익스피어와 방어회



며칠 전에 방어회를 먹었다. 태어나서 처음 먹었다. 내가 한국에서 30년 넘게 살았는데 처음 먹었다. 먹고 나서, 이렇게 맛있는 생선이 있다니, 그동안 어머니는 나한테 방어회를 왜 안 사줬을까, 어머니는 나를 사랑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방어회를 먹으며 술을 마시고 나서 며칠 동안 술을 안 먹으니 아무래도 술을 먹어야할 것 같았다. 술을 먹어야겠는데 뭐 하고 먹어야 할까. 마침 숙소 근처에 횟집이 있었다. 방어회를 먹기로 했다. 마침 그날 계좌에 돈이 들어왔다.

몇 주 전, 나는 어느 중고서점에서 <시공사 셰익스피어 선집 세트>를 사서 온라인 중고서점에 매물로 올려놓았다. 팔리면 팔고 안 팔리면 내가 읽을 생각이었다. 동료 대학원생이 내 상품을 보고 사고 싶어 했다. 동료는 매물로 올린 가격대로 사겠다고 책을 했지만, 아는 사람끼리 값대로 다 받는 것이 좀 그래서 나는 얼마 깎아서 팔았다. 그래도 밑지지 않고 몇 푼 남기기는 했다.

횟집에 가서 방어 반쪽에 채소와 초고추장 추가해서 1만 1천 원 주고 샀다. 편의점에서 맥주를 샀다. 맥주 맛은 잘 모르지만 회에는 독일 맥주보다는 일본 맥주를 마시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았다. 350ml짜리 기린 맥주 다섯 캔을 1만원에 샀다.

숙소에 와서 혼자서 회에 맥주를 먹었다. 혼자 먹으면 무슨 맛이냐는 사람도 있는데, 좋은 음식은 혼자 먹어도 맛있다. 여럿이서 흥겹게 먹는 맛도 있지만 혼자서 멀거니 앉아 꼭꼭 씹어 먹는 맛도 있다.

가난했던 이덕무는 <한서> 한 질을 이불 삼고 <논어> 한 권을 병풍 삼아 겨울을 났다고 하니 반고와 공자 덕에 겨울을 난 셈이다. 나는 셰익스피어 덕분에 회 한 접시를 먹었다.

(2016.12.09.)


2017/02/08

트럼프 관련 자기계발서가 정말로 나오다



나는 트럼프 관련 자기계발서가 나올 것이라고 지난달에 예측했다. 내 예측이 실현되었다. 『트럼프: 승자의 생각법』이라는 책이 2016년 12월 5일에 출간되었다.






(2016.12.08.)


초등학교 셔틀버스의 전원주택 진입로 출입을 막다

전원주택 진입로에 깔린 콘크리트를 거의 다 제거했다. 제거하지 못한 부분은 예전에 도시가스관을 묻으면서 새로 포장한 부분인데, 이 부분은 다른 부분보다 몇 배 두꺼워서 뜯어내지 못했다. 그 부분을 빼고는 내 사유지에 깔린 콘크리트를 모두 제거했다.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