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 27일, 이준석과 전한길 팀 네 명이 참여한 부정선거 토론회가 <펜앤드마이크> 유튜브 채널에서 생중계되었다. 나는 전한길이 토론에서 어떤 난장을 부릴지 기대했는데, 예상외로 매너가 좋아서 크게 실망했다. 전한길이 토론에서 이준석한테 대전 유성에는 왜 갔는지, 홍매화는 왜 심었는지 등을 물으며 뜬금없는 인신공격을 할 줄 알았는데, 그런 이야기는 전혀 꺼내지 않고 부정선거 이야기만 했다.
토론 초반에 ‘김미영’이라는 분이 부정선거를 맨해튼 프로젝트에 비유하는 것을 보면서 나는 ‘드디어 올 게 오는구나’ 하고 기대를 품었다. 그런데 1부 토론 끝난 뒤 김미영은 건강상의 이유로 토론에서 빠졌다. 이 점은 지금 생각해도 아쉬운 부분이다. 김미영은 눈매가 트럼프와 비슷했는데, 토론 중 이준석을 보는 모습이 마치 트럼프가 누군가를 경멸하듯 보는 것 같아서 인상적이었다.
전한길 팀의 네 명이 모두 정신 건강이 안 좋아 보였다. 단순히 이상한 말을 한다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말할 때마다 여러 가지 이상 징후들이 보였다. 전한길 팀의 변호사는 패널을 카메라 쪽을 향하게 들고 말해야 하는데, 너무 흥분한 나머지 몸을 가만히 못 두고 패널을 흔들면서 말해서 사회자가 패널을 흔들지 말라고 제지할 정도였다. 이영돈 PD는 변호사처럼 흥분을 못 이겨 몸을 흔들지는 않았으나, 부정선거의 증거가 없으니까 증거를 찾아야 한다는 식의 주장을 했다. 학력이나 지능보다 중요한 것이 정신 건강이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해당 토론에 관심을 가졌던 동료 대학원생도 나처럼 전한길의 매너에 실망한 모양이었다. 그 대학원생은 전한길의 변화를 보며 전한길이 원래 이상했는데 티가 나지 않았던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한순간에 휙 바뀐 것인지 궁금해 했다. 그러면서 비유로 든 것이 점진설과 격변설이었다. 점진설(gradualism)은 지질학적 변화나 생물의 진화가 장기간에 걸쳐 느리고 지속적으로 일어난다는 이론이며, 격변설(catastrophism)은 화산 폭발, 운석 충돌 같은 단기간의 격렬한 사건이 지구 표면을 급격히 변화시켰다는 이론이다.
전한길이 서서히 미쳤는지, 갑자기 미쳤는지, 내가 전한길의 주치의도 아닌데 어떻게 안단 말인가? 그런데 순간 무언가가 떠올랐다.
점진설은 서서히 새로운 믿음이 증가하거나, 새로운 믿음은 미미하게 증가하나 기존 믿음들의 역할이 서서히 달라지는 경우를 가리키고, 격변설은 이미 존재하는 믿음의 역할이 갑자기 바뀌거나, 새롭게 생긴 얼마 안 되는 양의 믿음이 기존 사고 체계를 뒤집을 정도로 강한 영향을 가진 경우를 가리킨다고 해보자. 전한길 점진설을 지지하는 사람은, 전한길이 계엄 이전부터 이승만을 옹호했음을 근거로 삼아 전한길에게는 상당히 오래전부터 극우적인 측면이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전한길 격동설을 지지하는 사람은, 계엄 선포 직후에는 계엄에 전한길이 반대한 점을 근거로 하여 그의 변화가 짧은 순간에 일어났을 것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전한길이 토론회에서 “선거에서 단 열 표라도 틀리면 부정선거”라며 열변을 토했던 것을 떠올려 보자. 이는 전체 투표수에서 잘못 집계된 표의 비율보다는 투표나 개표에서 오류가 있는 것 자체를 중대한 결함으로 보는 것이다. 따라서 이는 상당히 엄격한 기준이다. 가령, 고의가 없더라도 단순 사고로 열 표가 누락되었다면, 전한길의 기준으로는 이것도 부정선거가 된다. 선거의 공정성에 이렇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는 것은, 정권을 평가할 때도 다른 기준보다도 이 기준이 우선한다는 것을 함축한다. 이승만은 열 표가 아니라 계획적이고 조직적인 대규모 부정선거를 저질렀고, 그 결과 정권은 붕괴했고 이승만 본인은 하와이로 망명했다. 그런데도 전한길은 이승만을 ‘국부’이자 ‘건국의 아버지’라며 옹호했다. 전한길이 이승만 정권의 부정선거를 상당히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을 텐데, 이러한 평가의 불일치를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이승만 정권의 부정선거에 관한 믿음은 오래전부터 전한길의 사고 체계를 구성하는 한 요소였을 것이다. 전한길이 아무리 미쳤어도 이승만 정권 때 부정선거가 없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고, 그가 치매 환자도 아니니 해당 믿음이 그의 사고 체계에서 사라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전한길의 견해가 바뀌었다는 것은 부정선거와 관련된 견해가 급격히 변한 것이고, 해당 믿음이 그의 사고 체계에서 하는 역할도 급격하게 바뀌었음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전한길의 변화는 격변설에 더 부합할 것이다.
* 뱀발
토론 중 이준석이 다른 사람을 어떤 식으로 부르는지 살펴보면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이준석은 민경욱 전 의원은 “민경욱” 또는 “민경욱이”라고 부르고, 오세훈 서울시장은 “오세훈” 또는 “오세훈이”라고 동네 똥개마냥 부르는데, 오직 명태균만은 “명태균씨”라고 꼬박꼬박 존칭을 쓴다. 도대체 명태균은 이준석에게 어떤 존재일까? 나는 이게 이 토론에서 제일 중요한 부분이라고 본다.
* 링크: [팬앤마이크TV] 전한길 vs 이준석 끝장토론 ‘부정선거, 음모론인가?’ / 독점LIVE
( www.youtube.com/watch?v=-tAGrC8JI2Q )
(2026.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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