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29

진화의 맛



서울대 인류학과의 어떤 교수가 제자를 성추행했다고 한다. 이게 피해자의 일방적인 주장이 아니라 가해자인 해당 교수도 자신의 범죄를 인정했다. 아마도 녹취자료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해당 교수는 서울대 인권센터로부터 경징계 권고 결정을 받을 뿐이었고, 피해자와 가해자의 진술과 증거가 충돌하는 사안에서도 가해자의 일방적 주장이 인용되었다고 한다. 해당 교수는 자신이 성희롱 발언을 했음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진화적 원리에 따른 발언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추잡한 짓거리를 하는 아저씨들은 왜 그렇게 진화를 좋아하나 모르겠다. 범죄를 저질러놓고 자기 잘못 아니라고 하는 것이 범죄자들의 일반적인 특징이라고는 하지만, 왜 진화를 들먹이나? 열악한 생활환경이나 불우한 유년시절 등을 탓하는 것까지는 그렇다고 치겠는데, 이 세계의 원리를 탓하는 것은 너무 역하다.

내가 진화를 잘 몰라서 자신 있게 말하기는 어렵지만, 주워들은 바에 따르면, 인간이 다른 영장류와 다른 점 중 하나는 지나친 공격성을 가지는 등 문제가 있는 개체들을 지속적으로 제거해서 그와 관련된 유전자를 유전자풀에서 줄여온 것이라고 한다. 인간이 잔인하다고 해도 인간의 공격성이 고릴라의 100분의 1밖에 안 되는 것도 그와 관련된다. 진화 좋아하는 아저씨들부터 진화의 맛을 좀 화끈하게 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2024.09.29.)


2024/11/26

정치인에 대한 사랑



대학원 선배가 하는 글쓰기 수업에서 조교 일을 하게 되었다. 어제는 선배, 나, 학부생 튜터, 이렇게 셋이 저녁식사를 했다.

저녁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선배가 정치적인 이야기를 꺼냈다. 광주광역시 출신인 선배는 평생 민주당을 지지해왔는데 어떻게 민주당 당 대표가 이재명일 수 있냐며 개탄했다. 왜 사람들이 이재명을 좋아하는지 이해할 수 없으며(가족 중에도 이재명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또 왜 사람들이 조국을 지지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도 말했다. 여기서 핵심어는 ‘합리성’이었다. 왜 사람들이 그렇게 비-합리적인 판단을 하느냐는 것이었다. 그 말에 나는 이렇게 답했다. “그런 게 사랑 아니겠어요?”

사람들이 정말로 지능이 낮아서 이상한 정치인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다. 이상한 정치인을 편들어주려니 지능이 낮아 보이는 언행을 하는 것뿐이다.

전국 최상위권 학생이 수능 문제를 다 맞추고 딱 한 개 틀리게 생겼는데 이왕이면 수능 만점을 받고 싶어서 부정 행위를 했다고 해보자. 그 학생의 점수는 한 문제 틀린 것만큼만 감점해야 하는가, 부정 행위를 했으니 0점 처리를 해야 하는가? 0점 처리해야 한다. 아무리 불수능이어서 수능 만점이든 한 문제 틀린 것이든 대학 입시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더라도 0점 처리하는 것이 맞다. 이 경우 0점 처리를 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짓을 한 사람이 내 자식이라고 해보자. 아무리 냉혈한이라도 한 번만 봐달라고 할 것이다. 자식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그런 짓을 조국 교수 일가가 했다고 해보자. 왜 사람들은 조국 교수 자녀 입시 비리를 덮어주고 싶어 하는가? 해당 사실을 부정하던 사람들이 그러한 사실이 있었음을 더 이상 부정할 수 없게 되자 입시 비리는 있었지만 입시 결과에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며 옹호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조국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조국 교수를 사랑하니 조국 자녀의 입시 비리가 내 자식의 일처럼 여겨지는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생판 남의 자식이 입시 비리를 저지른 것을 왜 감싸고 염병들을 했겠는가?

자식이 깡패이고 양아치이고 죽일 놈이어도 부모는 자기 자식이 원래 착한 애인데 친구를 잘못 사귀어서 그런다고 말한다. 그 놈의 자식 때문에 그 놈 친구들 인생이 망한 것이겠지만 부모는 그렇게 말한다. 어떤 경우는 하도 명백히 깡패여서 부모도 자식이 깡패인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경찰에 안 잡히기를 바란다. 우리 어머니도 이재명이 감옥에 가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내 말을 듣던 학부생 튜터는 대학원 선배에게 이렇게 말했다. “조교님 말씀이 맞는 것 같습니다.”

* 뱀발

정당 지지율이 망했을 때 정치인들이 유권자 앞에서 큰절하는 것도 그렇게 이해하지 못할 일도 아니다. 내가 아직 결혼해 본 적이 없어서 부부 생활 같은 것은 잘 모르지만, 배우자 중 한 사람이 잘못 했을 때 곤경을 벗어나기 위해서 다른 배우자 앞에서 (아무 법적 효력도 없는) 각서를 쓰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다. 아마도 둘 다 알고 있을 것이다. 각서는 요식 행위이고 어차피 다 용서할 준비가 되어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정당 지지율이 망했을 때 유권자들 앞에서 (아무 정치적 내용 없는) 큰절을 하는 것이 그런 것과 무엇이 다른가? 아마 똑같을 것이다. 지지자들은 이미 속으로는 다 용서했는데 용서했다고 밝힐 구실이 필요하다. 그 구실을 만들어주는 것이 큰절이다. 이게 사랑이 아니라고?

(2024.09.26.)


2024/11/25

[외국 가요] 블랙 아이드 피스 (Black Eyed Peas)



Black Eyed Peas - Where Is The Love

( www.youtube.com/watch?v=WpYeekQkAdc )

The Black Eyed Peas - Pump It

( www.youtube.com/watch?v=ZaI2IlHwmgQ )

The Black Eyed Peas - Boom Boom Pow

( www.youtube.com/watch?v=dKiad-CC44o )

(2024.11.25.)


<심리철학> 시간에 학부생이 한 질문



이번 학기에 내가 학부 수업 두 개를 담당하고 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학생들이 질문을 많이 한다. 수업 내용과 직결되는 질문을 하는 경우도 있고, 직결되지는 않지만 느슨하게라도 관련이 있는 질문을 하는 경우도 있다.

쉬는 시간에 강의실 구석에서 쉬고 있는 나를 찾아와서 질문하는 학생도 여러 명이다. 질문하는 것을 몇 마디 듣다가 정상적인 질문이라는 판단이 들면 그 이야기는 수업 시간에 하자고 하고 학생을 돌려보낸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다른 학생들도 궁금해할 법하거나 다른 학생들에게도 도움이 될 만한 질문이어서다. 다른 하나는 내가 힘들어서다. 3학점짜리 수업 두 개를 연속으로 해야 하니 여섯 시간 동안 계속 강의해야 한다. 학교 시간표를 보니까 15분 간격으로 교시가 배치되어 있다. 그에 따라 나는 75분에 한 번씩 정확히 15분 동안 쉰다. 그렇게 쉬고 있는 나를 몇몇 학생들이 찾아와서 질문한다. 나는 힘드니까 마저 쉬어야 한다. 체력이 예전 같지 않다.

지난 <심리철학> 시간에는 어떤 학생이 “철학으로 과학을 다루는 게 말이 되느냐? 어차피 실패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철학으로 과학을 탐구한다는 게 무슨 말인가? 학생한테 질문이 무슨 뜻인지 더 자세히 설명할 수 있느냐고 하니까 학생은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그 날은 행동주의를 강의했고 그 전 시간에는 심신 이원론을 강의했다. 심신 이원론이든 행동주의든 딱 봐도 가망 없어 보이는 이야기 같은데 어차피 되지도 않을 것을 철학자들이 괜히 열심히 하는 것 같다는 인상을 학생이 받은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학생의 질문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1) 과학이 탐구하는 대상을 철학이 다룬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

(2) 과학에서 하는 작업을 철학이 재구성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

이렇게 정리하고 학생한테 질문이 대충 이런 내용이냐고 하니까 그런 것 같다고 했다.

일단 (1)은 딱 봐도 아닌 것 같다. 물리 현상은 물리학자가 다루고 심리 현상은 심리학자가 다루어야지 철학자가 뭘 안다고 그런 현상들을 다루겠는가? (1)은 아니라고 치고, 문제는 (2)인데, 학생들에게 구획 문제 같은 이야기를 해봐야 그건 과학 아닌 게 과학인 척하는 것을 잡는 것이지 과학적 내용과 관련된 것으로 보이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예로 든 게 브릿지먼(Percy Bridgman)의 조작주의(operationalism)였다. 과학에서 어떤 개념의 의미는 그 개념에 대응하는 조작들의 집합에 의해 결정되고 딱 그만큼이라는 게 조작주의의 기본 정의이다. 예를 들어 길이라는 개념의 의미는 길이를 측정하는 데 필요한 조작들의 집합이라는 것이다.

물론, 조작주의는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그런 실패가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인가? 그것도 아니다. 철학이 아무 발전이 없다는 것은 윤리 과목 입시 강사들이 고등학생들 앞에 놓고 피상적인 이야기나 대충 늘어놓은 때 하는 이야기다. 철학적 작업들의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설사 오답이라고 하더라도 점점 정교해지고 치밀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답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오답이라고 하더라도 점점 나은 오답이 나오고 있다. 이게 가치가 없는 일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대충 이렇게 설명하고 나서 질문한 학생한테 답변이 괜찮은 것 같으냐고 하니까 학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나서 나는 과학철학 같은 경우에는 설명, 방법 같은 일반적인 주제를 다루는 분야도 있지만 물리학, 생물학, 경제학 등 특수 분과의 주제를 다루는 분야도 있고, 철학과 과학의 경계가 모호한 부분에서 철학자인지 과학자인지 애매한 사람들(사기꾼이라는 게 아니라 철학자이면서 과학자인 사람이라는 뜻이다)이 과학자들하고 협업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 뱀발

예전에 진보 인사로 분류되는 대학 강사나 교수들이 언론에 나와서 요즈음 학생들은 질문을 안 한다며 사교육이 어쨌네 저쨌네 하며 거의 입버릇처럼 개탄한 적이 있었다. 아무래도 대외 활동에 정신이 팔린 사람들이 수업을 개떡같이 해놓고 학생들을 탓한 것으로 보인다. 학생들한테 질문하라고 해봐야 나오는 질문이라고는 “이거 시험에 나와요?” 정도라나 뭐라나?

그 당시 그런 이야기를 듣고 든 생각은 ‘그런 질문이 그렇게 듣기 싫으면 시험에 뭐가 나오는지 아예 다 가르쳐주면 되잖아?’였다. 거기서 착안하여 나는 이번에 중간고사 문제와 기말고사 문제를 미리 다 알려주기로 학기 초에 약속했다. 시험에 나올 문제만 알려주면 문제가 될 것 같아서 3배수 문제를 만들어 시험 전에 미리 공개하기로 했다.

(2024.09.25.)


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 예언한 알라딘 독자 구매평 성지순례

졸업하게 해주세요. 교수되게 해주세요. 결혼하게 해주세요. ​ ​ ​ ​ ​ * 링크: [알라딘] 흰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소설 ( 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43220344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