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은 대학에 대한 환상을 품고 입학하지만 현실을 마주하고 좌절한다.
성년의 날에 장미꽃과 향수와 또 다른 무언가를 받을 줄 알았으나 그 중 단 한 가지도 받지 못했던 여학생이 있었다. 성년의 날이 왜 이 모양인가 한탄하며 동아리방에 들어오니, 넓은 동아리방에 선배 한 명만 덜렁 있었다. 선배가 물었다. “밥 먹었냐?”, “안 먹었는데요.”, “밥 먹으러 가자.”
선배가 후배를 데려간 곳은 3대째 순대국밥을 만들어왔다는 유서 깊은 순대국밥집이었다. 순대국밥을 좋아하는 선배였다. 그날 그 여학생은 알게 된다. 아, 인생이 별 게 없구나, 하고.
그날 먹은 순대국의 트라우마 때문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 이후 그 여학생은 전 세계를 떠돌았다. 그러다 호주에서 네덜란드 남성을 만나 7년 만에 결혼했다.
성년의 날에 후배에게 순대국밥을 먹인 선배는 나였다. 후배는 그 때의 일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결혼식 뒤풀이에서 후배는 그 날 내가 순대국밥에서 고기며 간이며 순대며 하나씩 젓가락으로 꺼내서 새우젓에 찍어먹은 후 밥을 말아먹는 장면을 생생하게 묘사했다. 나는 한참을 웃었다.
(2014.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