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8/07

[과학철학] Carnap (1966), Ch 1 “The Value of Laws: Explanation and Prediction” 요약 정리

   
[ Rudolf Carnap (1966), Philosophical Foundations of Physics: An Introduction to the Philosophy of Science (Basic Books), pp. 3-18.
루돌프 카르납 (1993), 『과학 철학 입문』, 윤용택 옮김, 서울: 서광사. ]
   
   
■ [pp. 3-4, 17-19쪽]
- 과학의 법칙은 세계의 규칙들을 가능한 한 정확하게 표현하는 진술에 지나지 않음.
• 어떤 규칙이 언제 어디서나 예외 없이 관찰된다면 그 규칙은 보편 법칙의 형식으로 표현될 것임.
• 특정한 비율로만 성립하는 규칙이라면 통계적 법칙으로 표현될 것임.
- 보편적 법칙은 보편적 조건 진술이라 불리는 논리적 형식으로 표현됨.
• 모든 x에 대하여, x가 P의 속성을 가진다면, x는 Q의 속성도 가진다는 가장 단순한 형태의 법칙을 기호로 써 보면 다음과 같다.

  (x)(Px ⊃ Qx)

• “(x)”는 “보편 양화사”(universal quantifier). x가 특정한 비율의 경우만 언급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경우를 다 언급하는 것.
• “Px”는 x가 P라는 것. “Qx”는 x가 Q라는 것.
• “⊃”는 왼쪽 항과 오른쪽 항을 이어주는 연결사

■ [pp. 4-6, 19-21쪽]
- 과학자들의 모든 진술이 법칙처럼 보편적 조건 진술의 형태를 띠는 것은 아님.
• 우리의 모든 지식은 이러한 단칭 진술(특정한 개인의 특정한 관찰)에 기초함.
• 사실은 보편적 진술과 구분되는 단칭 진술로 표현됨.
- 과학자가 말하는 진술은 엄밀한 의미에서 법칙이라고 불러야 함.
• 예) 어떤 동물학자가 교과서에 코끼리는 수영을 잘한다고 썼다면, 그 학자가 1년 전에 본 특정한 코끼리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코끼리에 대하여 이야기한 것.
- 여기서 “사실”이라는 말은 보편 진술과 명확히 구분되는 의미로 사용할 것임.
- 경험적 법칙과 이론적 법칙
• 경험적 법칙 또는 경험적 일반화의 예: 열팽창 법칙은 열을 가했을 때 팽창하는 물체들을 여러 번 직접 관찰한 데서 일반화된 것
• 이론적 법칙의 예: 소립자나 전자기장과 같은 ‘관찰할 수 없는’ 이론적 개념들은 이론적 법칙으로 다루어야 함.
- 요약 
• 과학은 개별적인 사실들을 직접 관찰함으로써 시작된다.
• 개별적인 사실들 이외에 관찰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 규칙은 직접적으로 관찰되는 것이 아니다.
• 규칙을 발견하게 되는 것은 많은 관찰들을 서로 비교함으로써만 가능하다.
• 이러한 규칙들이 진술들로 표현될 때 법칙이라 불린다.

■ 법칙의 역할: 설명과 예측 [pp. 6-8, 21-24쪽]
- 법칙의 역할: 이미 알려진 사실들을 설명하고 아직 알려지지 않은 사실을 예측하게 함.
- 설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하나 이상의 법칙을 언급해야 함.
- 가능한 반박: 일상생활에서 친숙한 설명 형태에서는 꼭 법칙이 없어도 되는 듯 보인다.
• 예) “내 시계가 사라졌어. 어떻게 된 거지?”, “존이 방에 들어와서 그걸 가지고 나갔어.”, “왜 가져간 거지?”, “빌려간대.”
• 하나의 사실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여 두 번째 사실을 받아들이게 됨. 두 번째 사실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면, 세 번째 사실을 받아들이게 됨. 여기에 법칙이 필요하지 않음.
- 카르납: 사실에 의거한 설명은 어떤 법칙들을 암암리에 전제하고 있는 생략된 진술임.
• 누가 시계를 빌려간다면 그는 그 시계를 가져간다와 같은 법칙이 생략되어 있는 것인데, 이러한 법칙들은 너무 친숙해서 굳이 표현되지 않았을 뿐.
- 사실들은 최소한 하나 이상의 법칙에 의하여 다른 사실들과 연결되지 않고서는 어떠한 설명도 하지 못함. 이러한 설명을 도식적으로 나타내 보면 다음과 같음.

1. (x)(Px ⊃ Qx)
2. Pa
3. Qa

• 진술(1)은 어떤 대상 x에도 모두 적용되는 보편적 법칙
• 진술(2)는 특정 대상 a가 속성 P를 가진다는 것을 나타냄.
• 진술(3)은 두 진술을 모두 받아들이면 대상 a가 속성 Q를 가진다는 것이 논리적으로 도출된다는 것을 보여줌.
- 이는 과학에서도 마찬가지.
• 예) “왜 쇠막대가 커졌죠?”라는 질문에 “막대를 가열했거든요”라고 대답하는 것이 설명이 되는 이유는 쇠막대를 가열하면 막대가 커진다는 법칙을 전제하기 때문임.

■ 통계적 법칙이 사용되는 경우 [pp. 8-9, 24-25쪽]
- 통계적 법칙이 보편 법칙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근거가 적은 설명을 제공한다 하더라도, 그 설명도 여전히 하나의 설명임.
- 높은 확률을 설명
• 예) 특정한 종류의 독버섯을 먹은 사람들 중 90%는 특정한 증상을 보인다.
- 낮은 확률도 설명
• 예) 특정한 음식물을 먹은 사람들 가운데 5%가 특정한 증세를 보이는 경우
• 의사는 몇 가지 검사를 통하여 환자가 특정 알레르기 체질이라는 것을 알아낸 후, 특정 체질의 사람들 중 97%는 그 음식을 먹었을 때 그 환자와 같은 식중독 증세를 보이며, 환자가 그에 속한다고 말한다면 더 강력한 설명이 됨.
- 이러한 통계적 법칙은 흔히 우리의 불충분한 지식 때문에 쓰임.
• 생물학, 의학, 경제학, 사회과학 등에서 통계적 법칙을 사용함
- 양자 이론에서도 우리는 통계적 법칙을 접하게 되는데, 그것은 우리의 무지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의 기본 구조를 나타내는 것임.
• 현대의 많은 물리학자들은 모든 법칙이 궁극적으로 통계적인 근본 법칙에 의존한다고 생각함. 그렇다면 우리는 통계적 법칙에 근거한 설명에 만족해야 함.

■ 논리학과 수학의 법칙 [pp. 9-12, 25-29쪽]
- 논리학의 법칙들은 과학의 경험적 법칙들과 달리 우리에게 세계에 관해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다. 다음의 논리 법칙을 살펴보자.

(1) p이고 q이면, p이다.
(2) p이면, p 또는 q이다.

• 위의 진술은 논쟁의 여지없이 참임.
• 위의 진술에서 ‘그리고’, ‘또는’, ‘이면’의 의미는 애매할 수 있기 때문에 엄밀성을 위해 기호로 재기술될 수 있음.
    
p ⊃ (p∨q)

• ∧라는 기호는 ‘그리고’로, ∨는 ‘또는’으로, ⊃는 ‘...이면 ~이다’로 이해하면 됨.
- 진리표의 가능한 네 가지 조합은 다음과 같음.

     p        q
(1) 참       참
(2) 참       거짓
(3) 거짓    참
(4) 거짓    거짓

• “p∨q”는 (1), (2), (3)의 경우 참, (4)의 경우 거짓
• “p⊃q”는 (1), (3), (4)의 경우 참, (2)의 경우 거짓
- 논리학의 법칙은 세계의 본성과는 전적으로 독립적으로 참임.
• 논리학의 법칙은 필연적인 참이고 모든 가능세계에서 참임.
- 수학의 경우도 마찬가지.
• 예) 군론의 법칙과 유클리드의 3차원 공간에 대한 이론 기하학의 법칙은 외부 세계의 본성과 아무런 관련이 없음.
• 이러한 수학적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 가능세계는 없음.
- 논리학과 수학에서 확실한 것을 찾아낸 것은 사실이지만, 논리학과 수학의 진술들은 세계에 대하여 아무 것도 알려 주지 않음.
• 이 법칙들은 어떤 가능세계에서도 타당하기 때문에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가 어떻다는 것에 대해 아무 것도 말해주지 않음.
- 가능 세계: 논리적으로 모순 없이 기술될 수 있는 세계.
- 논리학과 수학의 법칙들은 그 본성상 과학적 설명의 토대로 사용될 수 없음.
• 논리학과 수학의 법칙은 현실 세계와 또 다른 가능 세계를 구별하는 어떤 것도 우리에게 알려주지 않기 때문.
• 어떠한 사실이나 현실세계의 구체적인 관찰을 우리에게 설명하려면, 경험적 법칙으로 설명해야 함. 경험적 법칙은 논리학과 수학의 법칙처럼 확실성을 띠지는 않지만 우리에게 세계의 구조에 대해 무엇인가를 말해줌.

■ “왜” 질문 [pp. 12-13, 29-30쪽]
- 구스타프 키르히호프(Gustav Kirchhoff)와 에른스트 마흐(Ernst Mach) 같은 19세기 독일 과학자들은 과학이 “왜?” 대신에 “어떻게?”를 물어야 한다고 함.
• 어떤 사건을 설명하는 데 형이상학적인 힘(agent)을 찾을 게 아니라 법칙을 가지고 그 사건을 기술해야 한다는 것.
• 당시 독일 철학은 관념론의 영향을 받았고 “왜?”라는 질문은 일반적으로 형이상학적인 질문과 연결되었기 때문에 마흐 등은 그러한 질문을 거부함.
- 오늘날은 철학적 분위기가 달라짐. “왜?”라는 질문이 그러한 형이상학적인 대답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적법한 질문으로 쓰일 수 있음.
- 과학적 법칙을 사용하여 주어진 사실을 설명하려면, 형이상학적인 어떠한 원인이 먼저 발견되어야 그 사실이 적절하게 사실이 적절하게 설명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배제해야 함.
• 과학이 발전하기 전의 사람들은 어떠한 설명을 할 때 형이상학적인 입장을 취했음.
• 예) 정령이나 신이 비를 내리게 하고 번개를 치게 한다고 생각함.

■ 드리쉬의 예 [pp. 13-14, 30-32쪽]
- 우리 사회는 신화를 버렸지만, 과학자들이 신령 같은 어떠한 원인을 제시하기도 함.
- 독일의 생물학자이자 철학자인 한스 드리쉬(Hans Driesch)는 생물학과 철학에서 뛰어난 연구를 남겼지만, 재생과 번식 등 생물학적 과정을 설명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음.
• 살아있는 것들에는 다른 것에서 찾아볼 수 없는 몇 가지 특성들이 있다고 생각했고 이러한 특징을 설명하기 위해 “엔텔레키”(entelechy)를 가정함.
• 엔텔레키는 아리스토텔레스가 도입한 용어
• 드리쉬는 “엔텔레키는 살아있는 것들이 그들이 하는 방식대로 움직이게 하는 어떤 특정한 힘이지만 중력이나 자기력과 같은 물리적인 힘이 아니”라고 함.
- 드리쉬는 유기체의 진화 단계에 따라 엔텔레키가 다양하다고 주장함.
• 단세포 유기체의 엔텔레키는 다소 단순하고 복잡한 생물일수록 엔텔레키도 복잡함.
• 인간의 마음이라고 부르는 것은 그 인간의 엔텔레키의 일부분임,
• 재생작용, 면역작용 등도 엔텔레키에 의해 일어나는 것이함.

■ 카르납의 비판: 설명에는 법칙이 필요함 [pp. 14-16, 32-35쪽]
- 어떠한 설명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법칙이 있어야 한다는 통찰이 드리쉬의 엔텔레키 이론에는 부족함.
- 엔텔레키가 무엇을 뜻하는지 묻는다면, 드리쉬는 이렇게 대답할 것.
• “물리학자들은 아무도 볼 수 없는 자기나 전기 같은 힘을 도입한다. 물리적 힘들로는 특정한 유기체적 현상들을 설명할 수 없으므로 물리적 힘과 비슷한 것을 도입한다.”
- 카르납: 물리학자들이 단지 “자기”(magnetism)라는 단어를 도입하여 쇠막대를 향한 못의 움직임을 설명하지는 않는다.
• 물리학자에게 못이 왜 움직이느냐고 묻는다면 처음에는 자기 때문이라고 대답하겠지만, 조금 더 완전한 설명을 요구하면 그 물리학자는 우리에게 법칙을 제시할 것임.
• 그 법칙은 자기장을 기술하는 맥스웰 방정식 같은 양적인 용어들(quantitative terms)로 표현되는 것이 아니라, 질적인 법칙들(qualitative laws)일 것임.
• 예) “철을 함유하는 모든 못은 자기화된 막대기의 끝에 끌릴 것이다.”
• 질적인 법칙들은 “if ... then ...”이라는 논리적 형식으로 표현될 수 있음.
- 설명을 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이름을 부여하여 새로운 원인(agent)을 도입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법칙을 제공해야만 함.
- 드리쉬는 법칙을 제공하지 않았음.
• 도토리나무의 엔텔레키가 염소의 엔텔레키와 어떻게 다른지 명시하지 않았음.
• 엔텔레키가 어떤 조건에서 더 강해지거나 약해지는지에 관한 법칙을 진술하지 않음.
• 물론 드리쉬는 유기적인 현상의 모든 종류를 기술했고 그러한 현상에 대한 일반적인 법칙을 제공했음. 이러한 진술들은 동물학적 법칙으로는 훌륭함.
- 드리쉬는 경험적 법칙들에 추가한 것이 없음.
• 엔텔레키 개념은 새로운 법칙을 제공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미 사용하는 일반 법칙이 사용하는 것 이상을 설명하기 못하기 때문.
• 이 개념은 새로운 예측을 하는 데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음.
• 이러한 이유 때문에 엔텔레키 개념을 통해 과학적 지식이 증가했다고 말할 수 없으며, 드리쉬의 설명은 사이비 설명(pseudoexplanation)임.
- 가능한 반론: 엔텔레키 개념이 생물학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새로운 법칙을 세우는 데 새로운 방법론을 제공한다면, 쓸모가 있다.
- 카르납의 답변: 어떠한 개념에 의해 과거의 법칙보다 더 일반적인 법칙을 세울 수 있다면 그것은 쓸모 있는 개념이지만 드리쉬의 엔텔레키는 그러지 못했음.
• 에너지 개념은 에너지 보존 법칙 등 좀 더 일반적인 법칙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함.
• 드리쉬의 엔텔레키는 그런 의미에서 유용한 개념이 아님.

■ 설명과 예측 [pp. 16-17, 35-37쪽]
- 법칙은 우리가 관찰한 사실을 설명할 뿐만 아니라 아직 관찰하지 못한 새로운 사실을 예측하는 수단을 제공함.
- 예측의 바탕을 이루는 논리적 형식은 설명의 바탕을 이루는 형식과 정확히 같음.
    
1. (x)(Px ⊃ Qx)
2. Pa
3. Qa

• 진술(1): 어떠한 대상 x가 속성 P를 가진다면 속성 Q도 가진다는 보편적인 법칙.
• 진술(2): 우리는 대상 a가 속성 P를 가진다는 진술을 가진다.
• 진술(3): 우리는 대상 a가 속성 Q를 가진다는 것을 기초 논리학을 통해 연역한다.
- 우리는 진술(1)와 (2)에서 Qa가 어떻게 연역되는지를 보임으로써 Qa를 설명함.
• 예측할 때 Qa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사실.
• 우리는 법칙과 사실 Pa를 가지며, Qa가 관찰되지 않았다고 해도 사실이어야만 한다고 결론 내림.
- 대부분의 경우 알려지지 않은 사실은 미래의 사건이지만, 많은 경우에 알려지지 않은 사실은 알려진 사실과 동시에 일어남.
• 예) 쇠막대기가 팽창하는 것은 열을 가하는 것과 동시에 일어남.
- 어떤 경우 알려지지 않은 사실은 과거에 속한 것일 수도 있음.
• 예) 심리학자는 심리학적 법칙들을 기반으로 하여 추론함.
• 예) 역사가는 역사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을 추론함.
• 예) 천문학자는 과거의 어느 특정한 날짜에 월식이 일어났다고 추론할 수 있음.
- 이러한 모든 경우 우리는 같은 논리적 형식과 같은 지식을 가지기 때문에, 이들 모두에 예측이란 용어를 사용할 수 있음.

■ 통계적 법칙 [pp. 17-18, 37쪽]
- 많은 경우, 우리가 아는 법칙은 보편적이기보다는 통계적. 이 경우 예측은 개연적.
• 예) 기상학자는 정확한 물리 법칙들과 다양한 통계 법칙들을 사용하며, 그는 내일 비가 올 것이라고 말할 수 없고 비가 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만 말할 수 있음.
- 우리가 알고 있는 법칙이 보편적인 것이라면, 모르는 사실을 추론하는 데 연역 논리가 적용될 것이지만, 그 법칙이 통계적인 것이라면 확률의 논리를 적용해야 함.
• 예) 어떤 지역 사람들의 90%가 검은 머리라고 한다면, 그 지역의 어떤 사람에 대해 그의 머리가 검을 확률이 9/10라고 추론할 수 있다.
  
■ 예측의 중요성 [p. 18, 37-38쪽]
- 예측은 일상생활에서도 필수적임. 우리의 사소한 행동도 예측에 바탕을 둠.
• 예) 우리가 문의 손잡이를 돌리는 이유는, 손잡이를 돌리면 문이 열릴 것이라고 믿기 때문임.
- 이런 것들은 너무 당연해서 거기에 포함된 논리적 도식을 의식하지 않을 수 있지만 그와 같은 숙고된 모든 행동은 법칙을 포함한 그러한 논리적 형식을 전제로 함.
- 예측이 없다면, 과학도 일상생활도 불가능하게 될 것.
  
  
(2018.12.02.)
    

2018/08/06

칸트의 규칙적인 생활



칸트는 절제되고 규칙적인 생활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매일 똑같은 시간에 산책해서 동네 주민들이 산책하는 칸트를 보고 시계를 맞추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런데 이상하다. 산책하는 칸트를 보고 시계를 맞출 정도로 정확도가 떨어지는 시계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칸트가 매일 같은 시간에 산책하는지 알 수 있었을까? 칸트가 다른 사람보다 더 정밀한 시계를 사용한다는 보장도 없는데 말이다.

(2018.06.06.)


2018/08/05

[과학사] B. M. Hessen, 4장 “영국 혁명 시기의 계급 투쟁과 뉴튼의 철학적 견해” 요약 정리 (미완성)

     

[ B. M. Hessen, 「4장. 영국 혁명 시기의 계급 투쟁과 뉴튼의 철학적 견해」, 『뉴튼 역학의 사회경제적 근원』, 이호섭 옮김 (2016, 북스힐) ]
  
  
- 뉴튼의 연구가 어떻게 진행되고 발전했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서, 그리고 그의 물리학적 철학적 창조력의 특징을 모두 설명하기 위해서는 경제적인 문제만 분석해서는 불충분함.
- 헤센은 뉴튼 시대를 충분히 분석하기 위해 영국혁명 기간에 일어난 계급투쟁과 그 속에 녹아있는 정치적・철학적・종교적 이론까지 다루어야 한다고 주장함.
- 1649-1688년에 일어난 영국혁명은 중산계급 혁명임. 프랑스혁명(1789)과 마찬가지로 영국혁명도 중산계급이 운동의 선두에 섰음.
• 당시 교회는 왕의 지배력을 감싸는 주요 방벽 중 하나였음. 왕은 국가교회의 수장이 되었다. 절대 왕권에 대한 투쟁은 동시에 중앙집권주의와 국가교회의 절대주의에 대한 투쟁이었다.
• 정치적으로는 시골과 도시의 민주주의자들이 소속된 급진적인 독립파(Independents)와 유복한 상인을 대표하는 보수적인 장로회파(Presbyterian)가 두 정당의 토대를 형성함.
• 따라서 중산계급과 절대주의 간의 계급투쟁, 중산계급과 소작농 내부 분쟁은 종교라는 외투 아래서 수행되었다.
- 영국 혁명 전후의 철학적 경향
• 베이컨으로부터 태동함.
• 홉스(Hobbes), 톨랜드(Tolland), 오버턴(Overton), 로크(Locke)를 통해 뉴튼 시대에 유물론이 소개됨,
• 버클리(Berkeley)의 관념적 감각론(idealistic sensualism)
• 샤프테스버리(Shaftesbury)와 볼링브로크(Bolingbroke)로 대표되는 도덕철학과 이신론(Deism).
- 이러한 철학적 사조는 계급투쟁의 복잡한 상황 속에 존재하고 발전함.
- 당시 영국에서는 종교적 교리와 뒤섞인 기계론적 결정론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짐. 뉴튼도 이를 받아들였고 『프린키피아』는 이러한 원리를 행성계에 적용한 결과물.

- 뉴튼과 데카르트의 차이점
- 데카르트는 초자연적인 원인을 인정하지 않음.
- 뉴튼에게 행성의 운동은 두 가지 힘의 결합. 하나는 태양을 향하는 힘이고 다른 하나는 본래의 추진력(original impulse) 즉, 신이 부여한 힘. 뉴튼은 태양과 같은 행성에 빛과 온기를 준 우주의 신적 창조자를 인정함. 창조자이자 우주에 최초의 동력을 준 신적 지성을 인정하는 것은 그에게 있어서 우연이라기보다는 역학적 원리 개념이 낳은 결과.
- 물론 데카르트도 신성을 인정했지만 오직 우주에서 운동량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만 필요함. 그는 최고의 법칙을 운동량 보존법칙으로 보았다. 나아가 데카르트는 자동운동(self-movement)을 인정하지 않았다. 변증법적 유물론에서는 공간을 물질의 존재하는 형식으로 보았음. 공간은 물질로부터 분리할 수 없음. 모든 물질은 공간 속에 존재함. 물질로부터 분리된 빈 공간은 논리적이고 수학적인 추상개념에서만 존재함.
- 이에 반해 뉴튼은 공간이 물질로부터 분리 될 수 있고 절대공간은 절대성질을 보존한다고 생각함. 왜냐하면 공간이 물질과 독립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임. 무어(Moore)와 같은 관점에서 그는 공간을 ‘신의 감각기관’으로 보았고 이런 점에서 공간을 물리적인 실체로 보았던 데카르트와 근본적으로 다른 입장에 서 있었음.

- 헤센은 뉴튼이 중산계급의 전형적인 대표자라고 함. 뉴튼은 종교적・철학적・정치적 관점에서 중산계급의 아이(a child of his class)였음. 그는 유물론과 불신앙을 열렬히 반대했고 자신의 계급적 특징을 구현한 사람임.
  
  
(2018.10.22.)
     

2018/08/02

배명진 사태에 대한 김우재의 논평

김우재 교수가 쓴 “배명진, 노벨상, 25년, 그리고 칼텍”이라는 글은 배명진 사태의 원인을 진단하고 그 사태의 교훈을 제시한다. 배명진 사태가 황우석 사태의 변형에 불과하며 이는 한국 과학계의 무능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것이 김우재 교수의 주장인데, 당연히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이다. 첫 문단부터 마지막 문단까지 문단마다 이상한데 그 중에서 딱 두 문단만 살펴보자.

김우재 박사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자, 이제 황우석 사태의 변주인 배명진 사태를 통해 도대체 우리는 뭘 배워야 하는지 생각해보자. 먼저 한국 과학계의 무능함이다. 피디수첩이 의혹을 제기하기 전까지, 티비를 통해 유명해진 이 사기꾼의 행태를, 사회의 공적 이익을 위해 폭로한 음성학자가 없었다는 건 수치스런 일이다. 어쩌면 그건 과학계 자체가 이미 권위에 길들여져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말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한국의 과학자 모두가 작은 배명진일지 모른다. 임팩트 팩터 같은 저널의 권위가 연구자의 연구역량을 측정하는 현실에서, 그 몇 점 안되는 숫자에 연연하며 자신의 직위 하나를 지키겠다며 살아가는 과학자들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배명진 같은 사기꾼의 출현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배명진 사태는, 그런 사기꾼 하나를 웃음거리로 만드는 데서 끝날 것이다. 하지만 아마 또 다른 배명진이 나타날 것이다. 왜냐하면 과학자 사회가 지녀야만 할 조직적 회의주의의 전통이 한국 과학자 사회에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과학이라는 체계의 건강성은 신경 쓰지도 않고, 자신의 이익에만 골몰하는 한국의 이기적 과학자들, 그것이 배명진 사태를 만든 근본적인 원인이다.

김우재 교수는 “피디수첩이 의혹을 제기하기 전까지, 티비를 통해 유명해진 이 사기꾼의 행태를, 사회의 공적 이익을 위해 폭로한 음성학자가 없었다”고 말한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음성학계에서 어떤 정의의 사도가 그 사실을 폭로하기로 했다고 하자. 어떻게 폭로하면 좋을까? 기자회견? 어떤 기자도 오지 않을 것이다. 학회에서의 비판? 언론은 학술지를 보고 배명진을 섭외한 것이 아니다. “말하는 닭의 발성 특성 분석” 같은 논문만 보았다면 아무리 골수 문과라고 하더라도 배명진을 섭외하지 않았을 것이다. 학계의 공동 대응이나 파문? 배명진 교수는 자기 손으로 엉터리 학술지를 만드는 판이라 그런 대응에 타격을 받지 않았을 것이고 오히려 언론의 관심만 더 받게 만들었을 것이다. ‘폐쇄적이고 썩은 주류 학계 대 양심적인 비-주류 학자’라는 구도로 승부를 보는 사이비 학자들이 한둘인가. 철학계가 썩어서 강신주나 김용옥이 활개 치는 것이 아니고, 역사학계가 썩어서 이덕일이 휘젓고 다니는 게 아니다.

글쓴이는 준엄하게 음성학계를 꾸짖기 전에 <PD수첩>에 제보를 한 사람은 누구일지 생각해볼 수도 있었을 것이다. <PD수첩>의 방송국 PD나 작가가 어디서 음성학을 배워와서 이런 방송을 기획했을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그렇다면 <PD수첩>에 제보한 사람은 누구일까? 음성학자일까 아닐까?

“과학계 자체가 이미 권위에 길들여져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도 근거가 전혀 없다. 배명진 교수의 권위에 눌려 음성학자들이 끽 소리도 못했다는 말인가? <PD수첩>에 나오는 전문가 인터뷰를 보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PD수첩>에 출연한 전문가들은 제작진이 보여준 배명진 교수의 방송 출연분을 보고 박장대소했다. 음성학계에서 배명진 교수의 학문적 권위는 사실상 없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다른 음성학자들도 배명진 교수처럼 엉터리 해외 학술지를 만들려고 그의 연구에 침묵했다는 것인가. 그건 비약이다.

또한, 김우재 박사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배명진 같은 사기꾼을 감별하는 아주 간단한 방법이 있다. 과학적 사기 감별 매뉴얼이다. 첫째, 복잡한 세상 일을 아주 명쾌하고 단순하게 설명하는 이들을 신뢰하지 말라. 과학이 설명할 수 있는 한계는 분명하다. 과학의 설명력은 아주 좁다. 사이비 종교의 교주처럼 보이는 소위 전문가 대부분을 의심하면 된다. 의심은 과학의 출발이다. 둘째, 예능 프로그램에 나오는 과학자의 발언을 신뢰하지 말라. 진지한 과학자들은 대부분 자신의 연구실과 학회 그리고 학술지를 통해 연구를 발표하고 소통한다. 과학자가 대중과 소통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것은 필요한 만큼이면 된다. 과학자가 자신의 연구보다 만물박사의 이미지로 티비에 나오는 건 반길 일이 아니다. 세상엔 그런 과학자가 없다. 과학자가 셀럽이 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의 연구가 세상에 기여해서가 아니라, 그가 과학을 그저 쉽게 대중에게 선전한다는 이유로 셀럽이 되는 건 바보 같은 일이다. 과학을 대중에게 쉽게 설명하는 일은 전문적인 분야다. 과학소통가의 역할은 당연히 중요하지만, 그들 모두가 과학자인 것도 아니고, 그들의 말이 과학적 권위를 지니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과연 이것이 과학적 사기 감별 매뉴얼로서 기능할 수 있을까? 우선, 세상 일을 명쾌하고 단순하게 설명한다는 것만 보고 사기꾼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 학문적으로는 다소 엄밀하지 않더라도 시청자에 수준에 맞게 수준을 낮추어서 설명할 수도 있다. 리처드 파인만은 TV로 중계된 챌린저호 폭발사고 규명 청문회에 출연하여 사고 원인을 매우 직관적이고 간단하게 설명했다. 과학의 설명력이 좁더라도 과학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의 설명 요구는 그보다도 더 좁을 테니, 그것만 가지고는 사기꾼을 판별할 수 없다.

또한, 예능 프로그램에 나오는 과학자라는 것만으로도 사기꾼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 어떤 교수가 예능 프로그램에 나오느라 연구를 안 하고 교육에도 등한시하더라도, 그러한 사실만 가지고 그 사람이 사기꾼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왜냐하면 예능 프로그램에서 절대로 높은 수준의 과학적 지식을 요구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방송에서 필요한 것은 교수 수준의 전문 지식이 아니라 교수가 답변한다는 설정일 것이다. 아무리 연구도 안 하고 교육도 안 하는 날라리 교수라도 하더라도 학부생 수준의 답변도 못할 리는 없다.

그러니까 어떤 교수가 방송에 나온다는 이유만으로, 그것도 예능 프로그램에 나온다는 이유만으로 그 교수가 사기꾼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과학적 사기꾼 판별법은 사실상 쓸모가 없는 셈이다. 과학 분야만 해도 한두 분야가 아니라서 자기 분야도 아닌 다른 분야의 종사자 중에 누가 학자이고 누가 사기꾼인지 알기 힘들다. 그런데 방송에 나오는 모습만 보고 사기꾼인지 아닌지를 어떻게 알 수 있는가? 과학적 사기꾼 판별법이 맞다면 왜 생물학 박사인 김우재 교수는 진작 배명진 교수가 사기꾼이라고 말하지 않고 <PD 수첩> 방영되고 나서 배명진 교수가 사기꾼임을 온 국민이 알게 된 후에야 배명진 교수 보고 사기꾼이라고 하는가?

배명진 사태에서 초점을 맞추어야 하는 것은 과학계가 아니라 언론이다. 배명진 사태는 “과학자 사회가 지녀야만 할 조직적 회의주의의 전통이 한국 과학자 사회에서 작동하지 않”음을 보여준 사건이 아니라 언론의 검증 기능이 작동하지 않음을 보여준 사건이다. 황우석의 권위는 그의 논문을 게재한 <네이처>와 <사이언스>에 기댄 것이지만, 배명진의 권위는 “말하는 닭의 발성 특성 분석” 같은 논문이나 배명진이 만든 엉터리 학술지가 아니라 방송 출연에 근거한다. 방송에 나왔다는 것이 권위가 되어 다른 방송에 나오게 되어 벌어진 일을 가지고 과학계를 비판하니 글이 엉성할 수밖에 없다.

다른 매체에 등장한다는 것이 권위가 되어 또 다른 매체에 등장하게 된다는 것은 방송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이는 신문에도 해당된다. 신문사는 누가 전문가인지 검증할 능력이 없어서 아무에게나 칼럼을 맡긴다. 어떤 사람이 신문에 칼럼을 쓴다는 것이 권위가 되어 다른 매체에서도 그 필자에게 원고를 청탁한다. 아무런 전문성이 없이도 칼럼을 썼다는 것이 권위가 되어 또 다른 칼럼을 쓰게 되고, 어느새 그 분야 전문가인양 대접받는다. 과학철학에 관한 칼럼이든 과학사에 관한 칼럼이든 과학기술학에 관한 칼럼이든, 쓰는 칼럼마다 죄다 틀린 내용만 쓰는 과학자에게 신문에서 과학학 관련 칼럼 청탁을 하는 것은 그러한 이유일 것이다. 한국에서 태어나 자랐다는 이유만으로 한국학 전문가로 대접받는 것은 이상한 일이지만, 과학자로 교육받고 활동한다고 해서 과학학 전문가로 대접받는 것은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다.

얼마 전에 협동과정에 과학정책으로 학위를 받은 선생님이 오셨다. 그 선생님 말씀에 따르면, 오늘날 한국의 과학정책은 세계적인 수준이며 외국에서 벤치마킹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상한 사람들이 이상한 말을 하고 다녀서 과학정책에 대한 한국인들의 인식이 일반적으로 안 좋다고 한다. 검증 없이 아무 글이나 실어주는 언론의 책임이 결코 적지 않을 것이다.

* 링크: [BRIC] 배명진, 노벨상, 25년, 그리고 칼텍 / 김우재

( 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29436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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