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0/03

[과학철학] Schaffner (1967), “Approaches to the Reduction” 요약 정리

   
[ Kenneth F. Schaffner (1967), “Approaches to the Reduction”, Philosophy of Science 43: 137-47. ]
  
  
  1. 서론 (Introduction)
  2. 네 가지 환원 패러다임 (Four Reduction Paradigms)
    2.1. NWQ 패러다임
    2.2. KO 패러다임
    2.3. PFK 패러다임
    2.4. 수피즈 패러다임
  3. 패러다임들의 형식 (Formal Presentation of the Paradigms)
    3.1. NWQ 패러다임
    3.2. KO 패러다임
    3.3. PFK 패러다임
    3.4. 수피즈 패러다임
  4. 과학적 삽화 (Scientific Interlude)
  5. 일반적 환원 패러다임 (The General Reduction Paradigm)
  
  
  1. 서론(Introduction)
  
[p. 137]
- 섀프너는 네 가지 유형의 환원을 보여준 후, 이러한 유형을 포괄하는 환원 이론을 제시함.
- 네 가지 패러다임을 비-형식적으로 보여준 뒤 형식화할 것임.
  
  
  2. 네 가지 환원 패러다임(Four Reduction Paradigms)
  
    2.1. NWQ 패러다임
  
[p. 138]
- 네이글-우저-콰인의 환원은 직접적 환원(direct reduction)
• 한 이론의 기초 용어(basic terms)(와 존재자)가 다른 이론의 기초 용어(와 존재자)와 관계하고, 환원되는 이론의 법칙과 공리가 환원하는 이론에서 도출됨.
• 환원되는 이론에 나오는 용어가 환원하는 이론에서 나오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음.
• 예) (분자생물학의) “유전자”는 유기화학에 나오지 않음.
- 환원되는 이론에 나오는 용어가 환원하는 이론에 없는 경우, 환원하는 이론의 어휘에서 용어를 조합하여 환원되는 이론의 용어에 연결시켜야 함.
• 예) 19세기 중반 열역학이 통계역학으로 환원된 것 (네이글의 예)
  
    2.2. KO 패러다임
  
[p. 138]
- 케미니-오펜하임의 환원은 간접적 환원.
• T₁에서 T₂가 직접적으로 도출되지 않음.
- 두 이론에서 동일한 관찰 가능한 예측을 얻음.
• T₁이 T₂보다 더 많은 것을 예측함.
• 예) 라부아지에의 산화 이론은 플로지스톤 이론이 설명할 수 있는 모든 관찰 가능한 사실을 설명하지만 산화 이론의 용어로 “플로지스톤”을 정의할 수 없음.
  
    2.3. PFK 패러다임
  
[pp. 138-139]
- 포퍼・파이어아벤트・쿤의 주장은 환원을 전면적으로 부정한 것이 아니라 환원에 대한 재구성한 것이라고 볼 수 있음.
• 어떠한 형식에서 T₁에서 T₂를 도출할 수 없음. 또는 T₁에서 표현하는 기초 용어를 T₂가 포함할 수 없음.
- PFK 패러다임은, T₁는 T₂가 왜 “작동”하는지 설명할 수 있고 T₂를 “교정”할 수 있다고 함.
• T₁에서 T₂를 엄격하게 연역할 수 없지만 특정한 사례에서 T₁에서 T₂를 연역적으로 도출한다는 것.
- 예) 갈릴레오 낙하 법칙
• 뉴튼 역학의 공리에 보편 중력 법칙을 추가하면, 물체가 낙하하는 거리는 낙하하는 시간의 제곱에 비례함.
• 갈릴레오 법칙은 뉴튼 역학에서 정확히 도출할 수 없지만, 갈릴레오 법칙의 예측에 매우 가까운 실험 결과에서 뉴튼 역학이 도출될 수 있음.
- 결과적으로, 환원되는 이론은 근사적으로만 환원하는 이론으로부터 도출될 수 있음.
  
    2.4. 수피즈 패러다임
  
[p. 139]
- 이론간 환원은 이론의 두 모형 간 동형적 모형(isomorphic model)을 구성하는 것.
• 예) 심리학이 생리학으로 환원된다는 것은 심리학 이론의 어떤 모형과 동형적인 모형을 생리학 이론에서 구성할 수 있다는 것.
- 적절한 이론적 술어에 의해 두 이론을 공리화하고 한 이론의 모형 T와 동형적인 다른 이론의 모형을 구성하는 것.
• 예) 열역학과 통계역학
  
  
  3. 패러다임들의 형식 (Formal Presentation of the Paradigms)
  
    3.1. NWQ 패러다임
  
■ NWQ 환원이기 위한 필요충분조건 [pp. 139-140]
(1) 2차적 이론(환원되는 이론인 T₂)에 나오는 모든 기초 용어 q₁, ... , qₙ이 1차적 이론(환원하는 이론인 T₁)에 나오거나(동질적 환원) 다음과 같은 환원 함수(reduction function)에 의해 T₁의 용어들과 연결된다.
  
(a) T₁과 T₂의 개체나 개체들의 집합 사이, 또는 한 이론의 개체들과 다른 이론의 집합의 하위집합 사이에 일대일 대응이 가능함. 이 대응은 T₁ 영역에 있는 논항(argument)에 대하여 T₂ 영역의 값을 망라하는 환원 함수를 도입하여 더 정확해질 수 있다.
(b) T₂의 모든 기초 술어들은 T₁의 열린 문장에 효과적으로 연결됨. 자유 변항 n개를 가지는 T₂의 기초 술어들은 항상, 그리고 오직 T₁의 열린 문장이 논항의 n-중체(n-tuple)에 연결됨으로써만 실현된다.
(c) (a), (b)에서 언급된 모든 환원 함수는 경험적으로 지지됨.
  
(2) (1)이 만족되면, T₂는 환원함수를 가지는 T₁의 연역적 귀결이다.
  
    3.2. KO 패러다임
  
■ KO 환원이기 위한 필요충분조건 [p. 140]
(1) T₂는 T₁에 없는 용어를 기초 용어로 가진다.
(2) T₂에 관련된 관찰 데이터의 어떠한 부분도 T₁으로 설명할 수 있다.
(3) T₁은 적어도 T₂만큼 체계적이다.
  
    3.3. PFK 패러다임
  
■ PFK 환원이기 위한 필요충분조건 [p. 140]
(1) T₂의 기초 용어 q₁, ... , qₙ 중에서, 자기모순이나 잘못된 진술 없이 T₁의 기초한 용어인 pi와 동일할 수 없거나 대응할 수 없거나 결합할 수 없는 q₁가 적어도 하나 이상 있다.
(2) 그런데도 T₁은 T₂를 비-형식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T₁은 T₂의 예측에 수적으로 “매우 근접한” 예측을 내놓는 T₂*를 연역적으로 도출할 수 있다.
(3) T₂*는 T₂보다 더 정확한 실험적 예측을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T를 교정한다. 그것은 왜 T₂가 부정확했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3.4. 수피즈 패러다임
  
■ 수피즈 환원의 필요충분조건 [p. 141]
- T₂의 어떠한 모형 M₂에 대하여, 우리는 M₁*를 구성할 수 있는 T₁의 모형 M₁을 찾을 수 있고, M₁*는 M₂와 동형적임.
  
■ 처치의 동형성 정의 [p. 141]
- 수피는 동형성에 대한 정의를 내리지 않았지만 처지의 정의를 이용할 수 있음.
• a) 두 모형에서 사용되는 두 영역에서 개체들 사이의 일대일 대응이 있다면 두 모형은 동형적이다. 즉, 한 모형의 개체 변항 A에 a라는 값이 주어지고, 다른 모형에는 a’이 주어진다면 a와 a’은 일대일로 대응해야 한다.
• b) n개의 변수에 a₁, ... , aₙ이라는 값들은 a₁’, ... , aₙ’이라는 값과 대응해야 한다. 명제함수 Φ(a₁, ... , aₙ)은 명제함수 I’(a₁’, ... , aₙ’)과 같다.
  
  
  4. 과학적 삽화 (Scientific Interlude)
  
[p. 141]
- 섀프너는 자신이 옹호하려는 환원 이론을 제시하기 위하여 실제 환원 사례를 살펴봄.
  
■ 맥스웰의 전자기 이론에 의한 광학의 환원 [pp. 141-142]
- 빛의 파동에 대한 기본적인 파동 방정식은 맥스웰 방정식에서 연역 가능함.
• 맥스웰 이론에 적절한 경계조건이 추가되면, 스넬의 굴절 법칙(laws of refraction)과 프레넬의 강도 비율(intensity ratio)의 법칙이 도출됨.
- 연역의 조건들
(1) 빛의 파동을 전자기파와 동일시하고 전기 벡터를 광파와 동일시하는 적절한 환원 함수가 필요함.
(2) 적절한 환원함수가 있어도 어떤 환원은 근사적임. 스넬의 법칙은 변형 없이 도출되지만 맥스웰의 이론에서 프레넬의 비율을 도출할 때 추가 요소가 필요함. 이 요소의 교정적 영향은 작지만 빛의 운동은 매체의 자기적 성질에 의존함을 보여주므로 중요함.
(3) 19세기 말 많은 이론가들은 회절의 문제(problem of diffraction)를 블랙 스크린(그 위를 때리는 모든 빛을 흡수하는 스크린)으로 해결하려고 함. 그러나 블랙 스크린의 개념을 전자기 이론으로 정의하는 것이 불가능했음. “검다”는 속성이 맥스웰 이론의 경계 조건에서 정의될 수 없음. 결론적으로 맥스웰의 이론에서 도출된 이론은 광학 이론과 밀접한 관계를 가졌지만 그것과 동일하지 않았음.
  
[유전학에서 화학으로의 부분적 환원] (pp. 142-143)
- 유전학을 화학으로 환원하는 데 발생하는 문제는 환원에 의한 것이 아니라 과학 이론의 변화의 예.
- 원래 가정에서 멘델 유전자들의 발현은 통계적으로 서로 독립적이지만 그러한 “독립적”인 사례는 극단적인 사례임. 대부분의 유전자들은 다른 유전자들과 연관됨.
- 진보적인 실험과 이론의 상호작용으로 개념이 변화함. 과학이 진보하면 기본적인 과학 개념도 진보함.
- 유전자는 1950년대까지 다양하게 정의됨.
• (i) 변이를 겪을 수 있는 염색체의 가장 작은 부분
• (ii) 상동 염색체에서 교차에 의해 재조합될 수 있는 염색체의 가장 작은 부분
• (iii) 한 단위 특성에 기능적으로 책임 있는 염색체의 부분.
- 이 세 기술은 외연적으로 동등하다고 생각됨.
- 생화학의 발전으로 (i)과 (ii)는 (iii)보다 훨씬 작은 DNA 서열을 가리키는 것으로 밝혀짐.
• 변이와 재조합의 단위는 뉴클레오티드 쌍에 관한 것이고, 기능의 단위는 뉴클레오티드 천 개 쌍에 관한 것.
• 과학에서 개념적 재정의는 과학적 진보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이 경우는 다른 과학에 환원되는 과정에서 재정의된 것.
- 벤저는 (i)를 뮤톤(muton), (ii)를 레콘(recon), (iii)를 시스트론(cistron)이라 각각 지칭하면서 외연을 분리함.
• 여기서 전통적인 유전자 개념에 가까운 것은 시스트론(기능의 단위)임.
• “한 유전자에 한 효소(enzyme)”는 “한 시스트론에 한 텝타이드 체인”으로 대체됨.
  
■ 종합적 동일성 [pp. 143-144]
- 환원은 환원된 과학에 관한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고 이전 개념을 이해하는 방식을 바꿈.
• 이러한 것을 의미 변화(meaning variance)라고 부를지 여부는 ‘의미’라는 용어의 개념이 명확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함.
- 두 사례는 환원되는 이론에 수정이 일어나는 것을 보여줌.
- 환원 함수는 종합적 동일성(synthetic identity)을 의미함.
• 종합적 동일성은 “샛별(morning star)이 개밥바라기(evening star)와 같다”는 문장에 비유됨.
  
  
  5. 일반적 환원 패러다임 (The General Reduction Paradigm)
  
[p. 144]
- 연역가능성과 개념 불변의 어려움 때문에 섀프너는 더 일반적이고 적절한 환원 이론을 제시함.
  
■ 일반적 환원의 형식적 정의 [p. 144]
- 환원이 발생한다. iff 
(1) 2차적 이론(환원되는 이론인 T₂)에 나오는 모든 기초 용어 q₁, ... , qₙ이 1차적 이론(환원하는 이론인 T₁)에 나오거나(동질적 환원) 다음과 같은 환원함수(reduction function)에 의해 T₁의 용어들과 연결된다.
(a) T₁과 T₂의 개체나 개체들의 집합 사이, 또는 한 이론의 개체들과 다른 이론의 집합의 하위집합 사이에 일대일 대응이 가능함. 이 대응은 T₁ 영역에 있는 논항(argument)에 대하여 T₂ 영역의 값을 망라하는 환원 함수를 도입하여 더 정확해질 수 있다.
(b) T₂의 모든 기초 술어들은 T₁의 열린 문장에 효과적으로 연결됨. 자유 변항 n개를 가지는 T₂의 기초 술어들은 항상, 그리고 오직 T₁의 열린 문장이 논항의 n-중체(n-tuple)에 연결됨으로써만 실현된다.
(c) (a), (b)에서 언급된 모든 환원 함수는 특정 가능하고 경험적으로 지지받으며 지시적 동일성을 표현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2) (1)이 만족되면, 환원함수와 T₁이 결합된 것에서 T₂*가 도출되어야 한다.
(3) T₂*는 T₂를 교정한다. 즉 T₂*는 거의 모든 경우에 T₂보다 더 정확하게 예측하고 왜 T₂가 부정확했는지 지적하며 왜 T₂가 잘 작동했는지 설명할 수 있다.
(4) T₂는 T₁이 T₂와 매우 유사한 T₂*를 연역적으로 도출한다는 의미에서 T₁에 의하여 비-형식적으로 설명될 수 있다.
(5) T₂와 T₂*의 관계는 강한 유비관계이다.
  
■ 일반적 환원의 적용 [p. 144]
- 조건(1)(a)에서 논의된 환원 함수 유형으로 유전자를 DNA 서열로 정의함.
• 예) 유전자₁ = f(DNA 단편₁)
- 조건(1)(b)의 논의된 유형의 유전학에서의 함수는 생화학의 열린 문장과 연결됨.
- 예) “유전자₁이 우성이다”와 “DNA 단편₁가 활성효소 합성을 지시할 수 있다”가 연결될 때만 “x가 활성효소 합성을 지시할 수 있다”가 됨.
• T₂는 1950년대의 유전학.
• T₂*는 시스트론, 뮤톤, 레콘 등의 용어를 포함하는 “수정된” 유전학.
• T₂와 T₂* 사이에는 강한 유비 관계.
- (4)와 (5)를 만족하지 못하면 KO 패러다임이 됨.
• 이론 용어와 관찰 용어의 분명한 구분을 전제하고, 관찰 용어는 T₁와 T₂에 공통임(또는 T₂의 관찰 용어가 T₁의 관찰 용어의 부분집합임)
• 이 경우 이론 관계는 없으며, 선행 이론의 관찰 예측에 대한 적절한 설명만 있음.
- T₂와 T₂*가 동일하면 NWQ 패러다임이 됨.
• 이 때 차이점은 환원 함수를 대응 규칙을 표현하는 물리적 가설보다는 종합적 동일성(synthetic identification)으로 이해한다는 점뿐. 
  
■ 섀프너의 주장(1) [p. 145]
- 수피즈 패러다임은 NWQ 패러다임에 대한 약한 형태이다.
- 공리: T₁와 T₂에 대하여 NWQ 환원이 성립될 수 있다면 수피즈 환원도 가능하다.
- 증명: T₂의 모든 모형에 대하여, T₁에 관한 동형적 모형을 구성할 수 있다면, 수피즈 환원은 성립한다. NWQ 유형의 환원에서 언급된 환원함수는 다음을 보장한다.
• (a) 한 이론의 존재론적 개체들의 다른 이론의 존재론적 개체들과 일대일 대응하거나, 한 이론의 존재론적 총합이 다른 이론의 존재론적 개체나 총합에 일대일 대응하고
• (b) 논항이 연관되는 개체나 총합으로 채워질 때 연관되는 술어나 열린 문장의 값을 동일하게 유지하게 한다.
- 하지만 (a)와 (b) 조건을 만족시키는 것은, T₂가 모형 M₂를 가진다면 T₁은 모형 M₂와 동형적인 모형 M₁을 가져야만 한다는 것임. 왜냐하면 (a)가 같은 수(equicardinality)를 보장하고 (b)가 술어값의 동일성을 보장하기 때문임.
  
■ 섀프너의 주장(2) [p. 145]
- 다르고 환원될 수 없는 물리학 이론들이 같은 형식의 구조를 가진다는 사실에 의해 지지받는데, 여기에서 어떠한 환원도 성립될 수 없다고 할 수는 없음. 동형성은 환원에 충분조건이 아니라 필요조건임.
- 따라서 섀프너는 수피의 접근을 추가적인 환원 조건 없이 작동한다고 생각하지 않음.
- NWQ 환원이 성립되면 수피즈 환원이 반드시 보인다는 의미에서, 섀프너는 수피즈의 접근을 환원의 논리보다는 방법론을 설명하는 것으로 봄.
  
■ 섀프너의 주장(3) [pp. 145-146]
- 이러한 분석이 PFK 패러다임과 매우 가깝다는 분석도 가능하겠으나, 포퍼, 파이어아벤트, 쿤과 달리 이는 환원이 가능하다는 입장임.
- 환원에 대한 포퍼, 파이어아벤트, 쿤의 분석은 불일치, 공약불가능성, 비-연결가능성을 보여주려고 했고, 섀프너는 종합적 동일성으로서 환원 함수를 해석할 수 있다고 보았으며 이는 환원의 존재론적 문제를 명확하게 함.
  
■ 결론 [p. 146]
- 환원은 과학적 사실이며, 이전의 연구자들이 쉽게 다룰 수 없었던 것이라고 해도 환원에 대한 일반적인 논리가 제안될 수 없을 정도로 완강한 것은 아니다.
  
   
(2017.02.18.)
   

2015/10/02

『미움 받을 용기』에 관한 호들갑

   

<동아일보> 기사 “우리는 왜, 일본 철학자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봐야 하는가”는 제목부터 낚시다. 기사 내용에 비해 제목에 너무 힘이 들어갔다. “일본 교양서적, 한국 서점가에서 큰 인기” 정도가 적절한 제목이다.
  
그 기사는 대중의 눈높이에 맞추는 일본 철학계와 대중을 외면하는 한국 철학계를 대비하는 구도로 작성되었다. 기사에서 예로 드는 것은 기시미 이치로의 『미움 받을 용기』다. 그런데 그 책은 철학책이 아니다. 철학자와 청년이 대화하는 형식으로 구성된다고 해서 철학책이면, 철학자가 청년에게 대화하면서 요리를 가르쳐주는 책도 철학책이다. 나는 아들러 심리학에 대해 잘 모르지만, 『미움 받을 용기』에 소개된 아들러 심리학은 대체로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같은 이야기다. 기자는 여느 일반인처럼 알쏭달쏭한 이야기나 하는 것을 철학이라고 잘못 아는 것으로 보인다.
  
기자는 일본 책이 잘 팔리는 원인을 다음과 같이 분석한다.
  
철학 전공자와 출판 전문가들은 △일본 지식 분야의 수준이 높은 점 △저성장 및 고령화를 경험한 일본의 대안이 담긴 점 △국내 철학계의 엄숙주의가 겹쳐진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도대체 국내 철학계의 엄숙주의는 무엇인가. 기사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요즘 철학과 교수들, 모이기만 하면 ‘강신주’ 욕하느라 바빠요.”
  
한 철학 전공자의 말이다. 여기에는 스타 강연자가 된 철학자에 대한 시샘뿐 아니라 대중 저술과 강연 자체를 폄훼하는 학계의 시각이 담겨 있다. 국내 한 대학 철학과 교수는 “대중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면 ‘가볍다’고 보는 엄숙주의 탓”이라고 했다. 출판계도 “저자를 발굴하려 해도 대중적으로 글을 쓰려는 철학 전공자가 없다”고 말했다.
  
천안함 인간 어뢰 기사 같은 거나 쓰는 기자가 “이것이 기자다, 50년 후에 내 기사만 남는다”라고 하면서 설치고 돌아다닌다고 하자. 기자들이 모이기만 하면 그 기자를 욕할 것이다. 강신주는 기자로 치면 그 정도 되는 사람이다. 철학과 교수들이 강신주를 욕한다고 치자. 그게 엄숙주의와 무슨 상관인가. 오히려 철학과 교수가 강신주 욕하는 것을 욕하는 철학 전공자가 정상적인 전공자인지를 의심해야 할 것이다.
  
연구, 교육, 행정, 대중과의 소통 중에서 교수는 어느 일을 중점적으로 해야 하는가. 대중과의 소통도 중요하지만 연구, 교육, 행정보다 앞설 수는 없다. 연구와 교육은 교수의 본분이다. 행정 처리를 안 하면 학과가 안 돌아간다. 대중과의 소통은 석사학위 있는 사람도 할 수 있고, 박사학위는 있으나 교수 아닌 사람도 할 수 있다. 교수는 어느 일부터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하는가?
  
교수들이 게을러서 대중 강연을 안 하고 대중 서적을 안 쓰는 것도 아니다. 연구와 교육만으로도 중노동이다. 학회에서 발표한다고 연구실에 접이식 침대 사다놓고 주무시는 선생님도 있다. 내 지도교수님은 정년이 얼마 안 남았는데도 최신 논의를 살피느라 바쁘다. 연구하는 선생님들에게 행정 인력과 강의 보조 인력 등이 추가로 필요하다. 그런데 그런 지원이 마땅치 않다는 것은 기사에 나오지 않는다. 교수들이 게으르고 오만해서 강신주 같은 사람이 잘 되는 거나 시샘한다고 매도할 뿐이다.
    
기자는 철학자들의 엄숙주의를 문제 삼지만, 국내 철학자들이 계속 교양서를 출판했고 독자들이 계속 외면했다는 사실도 언급하지 않는다. 강원대 최훈 교수 같은 분들이 쓰는 교양서적은 내용이 괜찮을 뿐 아니라 독자들이 흥미를 끌만한 요소도 중간 중간에 많이 수록했다. 그러나 그런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사례는 거의 없었다. 한국에서 출판된 기초 논리학을 다룬 교양서적만 몇 십종이지만, 그 중 잘 팔린 것은 위기철의 논리 3부작(『반갑다 논리야』, 『논리야 놀자』, 『고맙다 논리야』)뿐이다. 『정의란 무엇인가』가 150만부 이상 팔렸을 때 언론에서는 한국인들이 정의에 대한 목마름이 있어서 그 책을 많이 샀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그 책을 산 사람 중 국내 철학자가 쓴 윤리학 교양서를 구입한 사람이 20분의 1도 안 된다는 것은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기자는 일본 책이 잘 팔린다는 사실은 말하지만, 정작 좋은 책은 번역해봐야 안 팔린다는 것도 언급하지 않는다. 오가미 마사시가 지은 『수학으로 풀어보는 물리의 법칙』이란 책은 고등학교 이과 수학을 소화한 사람을 대상으로 뉴턴 역학, 상대성 이론, 양자 역학을 설명하는 책이다. 여느 교양서처럼 대충 설명하고 넘어가는 게 아니라 물리공식을 하나씩 증명하며 설명한다. 이 책은 한국에서 당연히 잘 안 팔렸고, 지금은 절판되어서 구하려고 해도 구할 수 없다. 얼마나 안 팔렸는지 중고서점에도 상품이 없다. 미우라 도시히코의 『가능세계의 철학』은 가능세계 입문서다. 저자는 철학 이외의 여러 학문에서 가능세계 개념을 사용하는 염두에 두고 이 책을 썼다고 밝힌다. 그러든 말든 이 책도 당연히 많이 팔리지 않았다.
    
『미움 받을 용기』의 인기는 기존의 힐링 서적의 인기의 연장선에서 파악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인데, 해당 기사의 작성자는 번역해도 그만이고 안 해도 그만인 책을 가지고 왜 그렇게 호들갑을 떨었는지 모르겠다. 부실한 내용을 자극적인 제목으로 덮지 말고, 대학의 미비한 지원, 출판 시장의 실태 등을 기사에서 다각도로 분석했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 링크: [동아일보] 우리는 왜, 일본 철학자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봐야 하는가
  
  
(2015.08.02.)
    

2015/10/01

[과학기술학] Perrow (1984), Ch 5 “Aircraft and Airways” 요약 정리 (미완성)

     

[ Charles Perrow (1984), Normal Accidents: Living with High-Risk Technologies (Basic Books), pp. 123-169.
  찰스 페로, 「5장. 항공기와 항공로」, 『무엇이 재앙을 만드는가?』, 김태훈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2013) ]
   
  
5.1. 차만큼 안전한 비행기

[185-186쪽]
- 비행 횟수가 천문학적으로 늘어나는 동안 비행당 사망자 수나 여객 마일당 사망자 수는 크게 줄어듦
- 상업 비행은 여러 측면에서 자동차나 열차 여행보다 훨씬 안전함
- 상업적 성격이 강할수록 안전도가 높아진다. 제트 여객기, 기업 항공기, 통근 항공기, 일반항공기, 군용 항공기 순
 
상업 비행을 안전하게 만들 때의 혜택 [187-188쪽]
- 대형 사고가 일어나면 항공 여행객이 줄어듦
- 사고율이 높은 모델을 제조하는 기업은 어려워짐
- 위험한 근무 여건에 항의하는 조종사 노조

상업 비행을 안전하게 하는 구조적 요인 [188쪽]
- 경험이 빨리 축적됨
- 몇 년마다 새 기체가 생산되면서 더 안전한 설계가 반영됨
- 운용자의 활동이 상세하게 감시되고 기록됨
- 항공기별로 단계별 훈련이 가능함
- 항공사 운용자들은 높은 급여를 받으므로 뛰어난 인재가 모임
- 군사 프로그램과 우주 탐사 프로그램에서 개발・시험・생산에 필요한 자본을 제공

비행에서 시스템 사고의 차이 [188-189쪽]
- 상호작용/연계성의 측면에서 비행은 대단히 복잡하고 긴밀하게 연계된 것
- 비행은 기본적으로 변환 시스템이 아니라는 점에서 원전 등과 차이
- 변환 시스템은 변환하는 과정에서 안전 범위를 벗어나면 심각한 결과를 맞을 수 있다는 속성을 가짐

5.2. 항공기

5.2.1. 놀라운 비행 기계

[195-198쪽]
- 항공사들이 요구하는 수준을 만족시키면서 안전성을 충분히 확보하려면 자동화가 필요
- 해상 운송 시스템과 달리 항공 운송 시스템에서는 기술적 보완이 성능과 안전성을 모두 향상시킴
- 우수한 장비와 안전장치, 보조 장치, 인적 요소를 감안한 설계에도 여전히 사고가 일어남
대다수 사고의 원인은 시스템의 복잡성과 연계성

5.2.2. 주방의 사소한 문제

이스라엘 항공 산업이 제작한 1124 기종 [198-199쪽]
- 비행 도중 두 배선 다발이 심하게 마찰하면서 불이 붙음
- 주방을 지나는 배선에서 불이 나면서 커피 메이커가 단락됨
- 배선의 피복과 절연재를 태울 만큼 강한 전류가 흐르면서 많은 배선이 한꺼번에 단락됨
- 사후 테스트에서 제대로 작동한 회로 차단기가 사고 당시에는 알려지지 않은 이유로 작동하지 않음
- 커피 메이커는 내재적 복잡성을 지니지 않으나 복잡한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시스템에서는 단순한 요소도 커다란 파장을 일으킬 수 있음

5.2.3. DC-10기 사고들

[202쪽]
- 아메리칸 항공의 부실한 정비 관행
- DC-10기는 세 개 중 두 개 엔진으로 날도록 설계되어서 엔진 하나가 떨어져도 기체가 통제 불능 상태가 되지는 않음
- 그런데 엔진이 떨어지면서 이륙 시 양력을 추가로 제공하는 앞전 슬렛을 제어하는 케이블을 끊어버림
- 날개 한쪽의 슬랫들이 접힌 채 고정됨
- 출력을 최고조로 올리고 다른 수단을 활용하면 날개 한쪽의 슬렛이 접혀도 비행이 가능함
- 유압 라인 네 개가 같이 끊어지면서 슬렛의 위치를 알려주는 두 경고 신호가 작동하지 않음

제조사의 대응 [203쪽]
- 연방교통안전위원회는 사고의 유력한 원인을 ‘잘못된 보수에 따른 균열’로 제시함. 날개가 손상되면 슬렛이 접히는 설계 오류는 언급하지 않음
- 제조사인 맥도널 더글러스는 설계를 바꿀 필요가 없었음
- 슬랫이 비대칭인 상황에서 비행하는 것은 위험하고 어려움
- 제조사는 조종석에 슬랫 비대칭 경고등을 설치함

5.2.4. 버핏 경계와 소형 제트기

5.2.5. 방향 감각 상실

5.2.6. 정리: 항공기 시스템

[215-216쪽]
항공 산업에서 장비나 훈련이 새로운 진전을 이룰 때마다 시스템을 한계까지 밀어붙이려는 압력이 작용함

5.3. 항공로 시스템

5.3.1. 존 웨인 오렌지 카운티 공항

[222쪽]
(1) 관제사가 간격 요건을 엄격하게 지키지 않아서 공항이 바빠짐
(2) 항공기 두 대가 관제사의 지시를 따르지 못함
(3) X의 기장은 문제를 알렸지만 다른 일에 정신이 팔린 관제사에게서 확답을 받지 못함.
(4) Y는 알려지지 않은 이유로 이륙을 지체함
(5) X의 기장은 Y에게 이륙 기회를 주기 위해 속도를 너무 많이 늦추었기 때문에 무조건 착륙해야 한다고 생각함
(6) 플랩 각도를 40도에서 15도로 바꾸면서 피치각과 진입각을 적절하게 보정하지 않는 바람에 X의 복행 시도가 실패함

5.3.2. 익숙성

5.3.3. 비협조적 대상들

[228쪽]
(1) 제트 여객기, 공급 급유기, 전투기 두 대를 살피는 사이 기업 항공기 두 대가 충돌할 뻔한 사고
(2) 개인 항공기가 상용 항로를 침범하면서 발생한 사고

5.3.4. 항공 관제 시스템

5.3.5. 복잡성과 연계성의 감소

[236-237쪽]
- 긴밀한 연계의 일부 측면은 기술적 보완이나 조직적 변화로 줄일 수 없음
- 엔지니어의 역할은 컴퓨터를 비롯한 다른 기기로 대체되었지만, 사고 사례를 분석하면 이착륙 시 조종사에게 가해지는 과부하를 줄이는 것이 시급한 문제
- 연방항공청은 시스템의 자동화로 제어장치 수를 줄일 것을 요구함. 이는 연계성을 심화시킬 것이고 장애를 수습할 자원이 줄어들게 만들 것.

5.4. 연방항공청과 항공사, 그리고 안전

[238-239쪽]
- 항공 산업은 생산 효율의 증가를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만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규정과 요건을 지지하며 이를 연방항공청이 허용한다는 가설
- 항공 산업이 자발적으로 안전성을 향상시키는 두 가지 조건
(1) 안전성 향상이 생산 효율의 증가를 허용함.
(2)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신형 항공기에 추가할 수 있어야 함
항공 산업에 속한 어떤 기업도 생명을 보호하기 위하여 과감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음

5.5. 결론

[246-247쪽]
- 항공 산업은 안전이 이익과 직결됨
  
  
(2018.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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