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4/26

2014년에 김영철을 환영한 새누리당과 조선일보



평창 동계올림픽 폐회식에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인 김영철이 참석한다고 하니 자유한국당과 <조선일보> 등에서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고 한다. 그들은 왜 반발하는가? <경향신문>은 “새누리당은 2014년에 왜 김영철을 환영했나”라는 사설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평창 동계올림픽 폐회식 대표단 파견에 대한 보수세력의 반발이 거세다. 자유한국당은 22일 논평을 내 “문재인 정부의 김영철 방문 허가는 대한민국을 배신한 이적행위”라고 비난한 데 이어 23일엔 청와대 앞에서 항의시위를 했다. “김영철을 긴급체포해 사살해야 한다”(김성태 원내대표), “무뇌아적 문재인 정부” 등 건전한 비판으로 보기 어려운 막말도 쏟아냈다.


보수 세력은 김 부위원장이 천안함 사건의 주범이므로 방남을 허용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 이런 태도는 자기 부정이나 다름없다. 김 부위원장이 2014년 남북군사당국회담의 북측 대표로 남측을 방문했을 때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은 “남북 간에 대화 시도가 이뤄지는 일련의 상황들은 매우 바람직하다”는 논평을 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정부가 바뀌었다고 180도 입장을 선회하는 것은 반대를 위한 반대로 볼 수밖에 없다. 2014년 “전범인 인물까지 상대해야 하는 것이 남북회담의 현실”이라는 사설로 김 부위원장의 방남을 묵인했던 조선일보가 23일에는 “김영철이 대한민국 영토를 밟게 해서는 안된다”고 정반대 입장을 보인 것도 모순적이다. 김 부위원장과의 대화는 오직 보수 정부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


누구인가. 2014년에 새누리당과 조선일보가 환영한 김영철은 누구인가.






* 링크(1): [경향신문] 새누리당은 2014년에 왜 김영철을 환영했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02232112025 )

* 링크(2): [연합뉴스] 한국당, 北김영철 방남 결사반대… 김성태 “긴급체포・사살 대상”

( www.yna.co.kr/view/AKR20180222166351001 )

(2018.02.26.)


2018/04/24

진정한 친구



옛날 어느 마을에 부자가 살았다. 부자에게 아들이 하나 있었는데 그 아들은 친구들과 놀기를 좋아하며 친구들을 대접하느라 돈 쓰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아들의 행동을 못마땅하게 여긴 부자는, 어느 날 아들을 불러놓고 타일렀다. 부자는 아들 친구들이 아들의 돈 씀씀이만 보고 꼬이는 것이 아닌지 걱정했고, 아들은 자기 친구들이 모두 진실되며 우정이 깊다고 말했다. 그래서 부자는 아들 친구들의 우정을 시험해보자고 제안했고 아들도 여기에 동의했다.

그날 밤 부자는 돼지 한 마리를 잡아서 자루에 넣었다. 밤이 깊어지자 부자는 돼지를 담은 자루를 둘러메고 아들과 함께 집을 나섰다. 맨 먼저 아들과 가장 친하다는 집으로 갔다. 아들은 친구 집의 대문을 두드렸다. 친구가 얼굴을 내밀자 아들은 부자가 시킨 대로 말했다.

“이보게, 나 좀 도와주게. 실수로 사람을 죽였네. 제발 나 좀 도와주게.”

“뭐라고? 이거 왜 이러나? 나는 그런 일에 관여하고 싶지 않으니 내 집에서 냉큼 사라지게.”

“이보게, 우리는 친구 아닌가. 자네가 좀 도와주게.”

“나는 살인자를 친구로 둔 적은 없네.”

아들의 친구는 냉랭하게 거절했다. 아들은 몇몇 친구들의 집을 더 찾았으나, 모두 문전박대 당하였다. 친구 중에는 관가에 고발하겠다고 호통 치는 사람도 있었다.

이번에 두 사람은 부자의 친구를 찾아갔다. 문을 두드리자 부자의 친구가 나왔다.

“아니, 이 밤중에 웬일인가. 무슨 일이라도 생겼는가?”

“큰일 났네. 내가 실수로 사람을 죽였네. 염치없지만 이렇게 자네의 도움을 받으러 왔네.”

“자네가 어쩌다가.... 아무튼 어서 들어오게. 너무 걱정하지 말게. 함께 좋은 방법을 찾아보세.”

두 사람은 친구의 집으로 들어갔다.

“조금 있으면 날이 샐 것이니, 이 시체를 지금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은 위험한 일이야. 그러니, 당분간 창고에 숨겨두고. 자네는 새 옷으로 갈아입게나.”

“하하하하, 미안하네. 그 거적에 쌓인 것은 시체가 아니라 돼지고기라네. 내가 돼지 한 마리 잡아 왔네.”

“뭐? 에잇, 짓궂은 친구 같으니!”

“내가 아들에게 우리의 우정을 본보기로 보여 주고 싶었네. 우리 돼지고기를 안주 삼아서 술이나 한 잔 하세.”

오랜만에 만난 두 사람은 날이 새도록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정담을 나누었다.

부자의 친구에게도 아들이 있었다. 그 아들은 자기 아버지와 아버지 친구가 우정을 확인하는 것을 바라보며 이렇게 생각했다. ‘와, 우리집은 큰일 났네. 아버지 친구가 살인하고 숨겨달라고 하면 아버지가 저렇게 숨겨줄 판이니...’

* 참고 문헌

『한국구비문학대계』, 한국정신문화연구원 펴냄.

(2018.02.24.)


2018/04/23

일본의 과학 전통



물리학 박사인 야마구치 에이이치는 2008년 3월부터 1년 간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의 클레어 홀(Clare Hall)이라는 칼리지에 머물렀다. 클레어 홀에서는 식당에서 도착한 순서대로 앉아 식사한다는 암묵적인 규칙이 있어서, 매번 다른 분야 연구자와 자연스럽게 섞여 식사하게 된다고 한다. 어느 날 에이이치는 우연히 철학과 교수와 저녁을 먹게 되었다.


- 철학과 교수: “혹시 알고 있어요? 내년은 케임브리지 대학 창립 800주년이에요. 여기는 800년 전에 옥스퍼드 대학에서 도망쳐 나온 사람들이 만든 곳이에요!”


- 에이이치: “그러면 아이작 뉴턴이 트리니티 칼리지에 입학한 것은 창립한지 450년이나 지난 후의 일이네요.”


- 철학과 교수: “맞아요. 그리고 그로부터 166년 후에 찰스 다윈이 클라이스트 칼리지에 입학했지요. 일본에서는 언제 처음 대학이 생겼지요?”


- 에이이치: “법률상 도쿄대학이 가장 오래된 곳인데, 1877년입니다.”


- 철학과 교수: “정말 최근에 생겼네요. 새 학교나 다름없어요.”


철학과 교수는 놀란 듯 “정말 최근에 생겼네요. 새 학교나 다름없어요”라는 말을 여러 번 반복했다고 한다.

야마구치 에이이치가 철학과 교수와 대화한 후 새삼 깨닫게 된 것은 뉴턴 이전의 케임브리지 대학에는 지금과 같은 과학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당시 케임브리지 대학은 신학이나 철학을 논하고 젊은이들에게 종교와 철학을 전수하는 곳이었다.

야마구치 에이이치는 이러한 생각의 연장선상에서 일본의 과학과 일본인의 과학적 사고를 진단한다. 신학과 철학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과학이 탄생한 유럽과 달리, 일본은 그러한 과학의 탄생 과정을 외면한 채 외부에서 수입하는 데 급급했고 근대화라는 명목 아래 과학을 ‘도구’로서 받아들였다. 메이지 시대에 과학을 수입하는 과정이 이러했기 때문에 오늘날 일본 과학이 불균형하게 되었고 일본인에게 과학적 정신이 이상하리만치 결여된 것은 아닌가. 그래서 에이이치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뉴튼은 신학이나 철학에서 출발하여 자연의 본질을 탐구하는, 현재의 시각으로 볼 때 지극히 물리학적인 기초를 탄탄하게 만들었다. [...] 과학, 그 중에서도 물리학을 이야기할 때 사람들은 뉴튼처럼 생각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일본인은 지금도 과학을 ‘도구’나 기계‘로 바라보지만, 한 번쯤은 원점으로 돌아가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원점으로 돌아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은 과학도들이 한 번쯤 고민해볼 만한 말인 것 같다. 그리고 과학사・과학철학・과학기술학 연구자들이 영업할 때도 쓸 만한 말인 것 같다.

* 참고 문헌

야마구치 에이이치, 『죽기 전에 알아야 할 5가지 물리법칙』, 정윤아 옮김 (반니, 2015), 218-220쪽.

(2018.02.23.)


[외국 가요] 맥 드마르코 (Mac DeMarco)

Mac DeMarco - Heart To Heart ( www.youtube.com/watch?v=qBoQzo98EpQ ) ​ ​ (2025.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