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에 밥 먹으러 오는 도둑고양이가 세 마리 있다. 까만 거 한 놈, 회색이고 뚱뚱한 거 한 놈, 날씬하고 얼룩덜룩한 거 한 놈, 이렇게 세 마리다. 도둑고양이라고 하면 사람한테 들킬까봐 살금살금 올 것 같은데 이 놈들은 그렇지 않다. 밥 먹으러 오니까 신나는지 총총총총 명랑하게 뛰어온다. 밥 먹으러 오다가 나한테 들켜도 슬금슬금 도망가지 전속력으로 달리지 않는다.
연동이는 도둑고양이들이 자기 밥을 먹을 동안 무엇을 하는가?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자기 밥을 먹는 것을 그냥 본다. 싸워서 이길 수 없어서 그러는지, 밥그릇이 비면 또 채워주니까 아쉬울 게 없어서 그러는지는 모르겠다. 그렇게 평화롭게 밥을 빼앗긴다.
도둑고양이들이 연동이 밥을 빼앗아 먹어서 밥그릇을 현관문 앞에 하나, 사랑방 앞에 하나, 이렇게 두 군데에 두었다. 내가 이동할 때마다 연동이 밥그릇을 가지고 다니는 게 귀찮아서 두 군데에 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연동이가 현관문 앞에 있을 때와 사랑방 앞에 있을 때 태도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연동이가 현관문 앞에 있을 때는 도둑고양이가 와도 내버려두는데, 사랑방 앞을 도둑고양이가 지나가려고 하면 경계 태세를 취한다.
사랑방 앞 계단에서 누워 있던 연동이가 갑자기 몸을 일으켜 세우더니 곧바로 자세를 낮추고 귀를 접고 전방을 주시하길래 어떤 도둑고양이가 왔나 문 앞을 보았다. 참호에 있는 병사처럼 웅크리고 있는 연동이 앞에 연동이처럼 얼룩덜룩한 고양이가 서 있었다. 허리도 못 펴고 있던 연동이는 내가 뒤에 나타나니까 그제야 허리를 폈다. 얼룩덜룩한 도둑고양이는 별 생각이 없어 보였다. 나를 한참 보다가 어슬렁어슬렁 대문 밖으로 나가더니 대문 근처에 쌓아놓은 풀을 앞발과 뒷발로 몇 번이고 슬슬 비비고 닦고 나서 어디론가로 사라졌다. 자기 영역이라고 체취를 묻혀놓은 모양이다.
* 뱀발
어머니께 도둑고양이 사진을 보여드렸더니 이렇게 말씀하셨다. “둘이 비슷하기는 뭐가 비슷해? 생긴 것부터 도둑놈처럼 생겼네. 우리 연동이는 예쁘게 생겼어.”
(2024.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