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05

뉴진스로 철학하기



학술대회 첫째 날 행사가 끝나고 뒤풀이 자리에서 선생님들과 맥주를 마셨다. 이야기가 오가던 중 어떤 선생님이 농담으로 유튜브 이야기를 꺼냈다. 증거나 믿음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가 유튜브 이야기가 나온 것이어서 나는 그런 것으로는 절대로 상업적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고 했다. 한국어로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중에서 제일 잘 나가는 철학 채널이 <5분 뚝딱철학>인데 예상 수입이 월 70만 원 정도로 추정된다. 그 이상의 수입을 얻으려면 이름만 철학으로 달고 철학 아닌 소리를 해야 한다.

닭날개를 뜯다가 문득 생각이 들어서 그 선생님께 이렇게 말했다. “먹방을 하는 게 아마 수익이 더 나지 않을까요? <철학자는 치킨맛을 어떻게 표현하나?> 이런 제목으로?” 그 말에 선생님은 웃었으나 금세 웃음이 사라지며 약간 씁쓸한 표정이 보였다. 사실이어서 그랬을 것이다.

그 표정을 보고 참았어야 했는데 곧바로 또 다른 게 생각나서 나는 이렇게 말해버렸다. “<뉴진스로 철학하기> 같은 거 하면서 영어로 유튜브 영상 올리면 그건 수익이 괜찮을 수도 있겠네요.” 그 선생님 옆에 있던 다른 선생님 나에게 “네? 뭐라구요? 뭘로 철학한다구요?”라고 물어보았다. 가게 안이 시끄러워서 잘 들리지 않았던 모양이다. “뉴진스요.”

내 말을 듣자마자 그 선생님의 눈이 커지더니 마치 뱀이나 똥 같은 약간 혐오스러운 것을 본 듯한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정상적인 반응이다. 선생님이 너무 놀란 것 같아서 바로 이렇게 답했다. “네, 알아요. 저도 그런 거 안 할 거예요.”

(2024.07.05.)


2024/09/03

AI 인문학



글이 풍기는 기운만으로도 그 글이 어떤 글인지 대충 알 수 있는 글이 있다. 제대로 읽지 않고 첫 문단과 마지막 문단만 슬쩍 훑어봐도 글 전체에 사악한 기운이 감돌고 있음을 직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을 다룬 어떤 글의 첫 문단을 보자.

‘아마존 메커니컬 터크’(Amazon Mechanical Turk)는 아마존에 있는 하나의 부서가 아니다. 마치 작은 업무를 담당하는 하나의 부서인 것처럼 이름을 달고 있지만, 사실상 아마존 전체의 빅데이터를 관리하는 핵심 조직이다. 아마존이 이 조직의 이름을 ‘메커니컬 터크’라고 명명한 것은 기묘한 느낌을 자아낸다. 왜냐하면 메커니컬 터크란 실제 존재했던 가짜 자동기계장치를 지칭하는 명칭이기 때문이다. 발터 베냐민이란 철학자를 안다면, <역사의 개념에 대하여>라는 글의 첫머리에 등장하는 튀르키예식 옷차림을 한 체스 두는 자동인형을 모를 수가 없을 것이다.

첫 문단의 마지막 줄만 봐도 글쓴이의 허세를 느낄 수 있다. 체스 두는 자동인형은 당시 유럽에서 유명했기 때문에 발터 베냐민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자동인형에 관한 이야기를 꺼낼 수 있다. 그런데도 글쓴이는 굳이 “발터 베냐민이란 철학자를 안다면”이라고 하면서 마치 발터 베냐민을 알아야만 이 글의 논의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 것처럼 바람을 잡는다. 베냐민이 제시한 어떤 개념이 이 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가? 아니다. 글쓴이가 발터 베냐민을 잘 아느냐? 확인할 수 없다. 글쓴이는 글의 첫 문단부터 일종의 속임수를 쓴 것이 분명하다.

마지막 문단을 보자.

최적의 매개변수란 손실 함수가 최소 값이 될 때 구할 수 있는 매개변수의 값이다. 이 값을 얻어내려면 매개변수의 기울기를 통해 함수의 값이 가장 작아지는 방향으로 이동하면서 최적의 값을 찾아내는 반복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런 수학적 계산 방식을 경사하강법이라고 부른다. 인공지능이란 바로 이 과정에서 인간의 능력으로 계산 불가능한 인공신경망의 가중치 계산을 컴퓨터로 처리하는 프로그램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문제는 이런 기술적 은어로 인공지능의 원리를 이해한다고 최근 목도하는 인공지능의 도약이 설명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사회적이었다. 이 사실을 간과한다면, 자본주의와 인공지능이라는 우리에게 던져진 가장 근본적인 문제를 놓치게 될 것이다.

글쓴이는 경사하강법의 정의를 겨우 띡 써놓고는 “여기에서 중요한 문제는 이런 기술적 은어로 인공지능의 원리를 이해한다고 최근 목도하는 인공지능의 도약이 설명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라고 하며 뜬금없이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사회적”이라고 말한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그 말을 쉽게 설명하거나 치밀하게 논증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글에서는 아무 관련 없는 것들의 사전적 정의를 줄줄 늘어놓고는 느닷없이 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고 한다. 이것도 일종의 수법이다. A에 대한 피상적인 것을 늘어놓다가 갑자기 “중요한 건 B야!”라고 선언하고 부연 설명 없이 곧바로 글을 끝내면 독자들은 일시적으로 혼란에 빠지게 되고 글쓴이가 사실 A만 모르는 게 아니라 B도 모른다는 것을 숨길 수 있다.

이런 사례들을 보면, 글의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더라도 문장이나 표현의 패턴만 가지고도 개소리일 가능성이 높은 글을 대강 선별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으로 개소리 글을 선별하는 작업을 하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인공지능이 충분히 학습하기까지는 사람이 글을 선별하는 노동이 필요하겠지만, 나중에는 사람이 미처 주목하지 못한 표현이나 패턴도 인공지능이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작업도 일종의 AI 인문학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 링크: [한겨레21] 인공지능 ‘봄날’ 떠받친 사회적 함수 / 이택광의 AI 인문학

(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5637.html )

(2024.07.03.)


2024/09/01

[KOCW] 경제학 - 금융공학



■ 강의 영상+자료

금융공학실습 / 강형구 (한양대, 2015년 2학기)

( www.kocw.net/home/cview.do?cid=87d7da02c9f9eb7d )

■ 강의 자료

금융공학의 이해 / 윤상용 (조선대, 2015년 1학기)

( www.kocw.net/home/cview.do?cid=42c01f39dbc98b90 )

금융공학개론 / 김규태 (조선대, 2017년 2학기)

( www.kocw.net/home/cview.do?cid=870e508d763a4859 )

금융공학1 / 박도현 (가천대, 2015년 1학기)

( www.kocw.net/home/cview.do?cid=eb4933aee86b695e )

금융공학2 / 박도현 (가천대, 2015학년 2학기)

( www.kocw.net/home/cview.do?cid=78aec632db126ca4 )

■ 강의 영상

금융선물공학 / 김희호 (경북대, 2017년 2학기)

( www.kocw.net/home/cview.do?cid=0ee9e71239a38536 )

(2024.12.28.)


[외국 가요] 맥 드마르코 (Mac DeMarco)

Mac DeMarco - Heart To Heart ( www.youtube.com/watch?v=qBoQzo98EpQ ) ​ ​ (2025.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