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25

벌초하다가 땅벌에 손을 쏘이다



추석을 앞두고 벌초하다가 손에 땅벌에 쏘였다. 어렸을 때 땅벌에 쏘였던 적이 있기는 있는데 그 때는 늦가을인가 초겨울인가 하여간 땅벌이 힘이 없을 때라서 쏘였어도 별로 타격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땅벌이 독이 오를 대로 오른 초가을이다. 손바닥에 딱 한 방 쏘였는데 처음에는 잠시 따갑고 별 문제 없는 듯하더니 하루 지나니 퉁퉁 부어서 손 두께가 1.5배 정도가 되었다.

작년 가을에는 내가 예초기로 벌초했다. 원래 같으면 농협에 가서 예초기를 고쳐온 다음에 벌초를 했을 것인데, 올해는 신개념으로 풀을 손으로 뽑아서 벌초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이 들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억새는 아니고 억새와 비슷한 풀이 있는 대로 자라서 봉분이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지만, 풀을 조금씩 잡고 뽑으니 뿌리의 일부가 끊어지면서 대충 뽑혀나왔다. 뿌리가 땅에 약간 남았지만 어쨌든 타격을 입으니 곧바로 풀이 다시 자라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손으로 뽑아도 벌초가 가능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업체를 불러서 벌초하면 50-60만 원 정도가 드니, 그냥 내가 손으로 풀을 뽑기로 하고 업체를 부르지 않았다.

억새 비슷한 풀을 뽑을 때는 손가락 관절이 약간 아프기는 했지만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산소 위쪽에 있는 억새 비슷한 풀이 아니라 진짜 억새를 뽑는 건 다른 일이었다. 억새는 여간해서 뽑히지 않았다. 낫으로 억새를 제거하는 중에 땅벌에 쏘였다.

땅벌이 어디서 날아왔는지도 몰랐다. 오른손에 따끔한 느낌이 들었고 놀라서 주위를 보니 땅벌이 유유히 날아가고 있었다. 장갑을 벗어서 땅벌에게 휘둘렀으나 땅벌을 잡지는 못했다. 손바닥 아래쪽에 땅벌이 침을 꽂은 자국이 있었다. 침을 꽂은 자리의 근처는 살이 하얀색이었고 그 바깥쪽으로는 살이 약간 붉은 색이었다. 손이 저릿하면서 통증이 잠시 있었지만 별로 붓지도 않았다. 말벌도 아니고 땅벌이니 약간 따끔한가보다 했다.

밤에 자다가 손이 가려워서 깼다. 모기가 물었는지 손이 가려웠다. 모기를 잡기 위해 불을 켜고 주위를 살펴보았다. 모기는 없었다. 자다가 손이 가려워서 밤에서 깼다. 모기를 잡으려고 했는데 못 잡았다. 못 잡을 수밖에 없었다. 방에 모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모기가 물어서 손이 가려운 게 아니라 낮에 땅벌에게 쏘인 것 때문에 손이 가려웠던 것이다. 그러고 아침에 일어나서 보니 손이 퉁퉁 부어서 1.5배 쯤 두꺼워졌다. 손목도 비슷하게 부었다.

꿀벌에게 쏘였을 때와 비교해보면, 꿀벌의 독은 땅벌의 독에 비한다면 정말 순한 편인 것 같다. 살에 박힌 꿀벌의 침만 잘 제거하면 암모니아 수 같은 것을 바르지 않아도 별 문제가 안 생긴다. 땅벌은 살에 침이 박힌 것도 아닌데도 손이 띵띵 부어서 엄지와 새끼손가락이 닿지 않는다.

몇 년 전에 『고금소총』에서 영 좋지 않은 곳이 땅벌에 쏘인 남자에 관한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그 때는 날씨가 쌀쌀해져서 비실비실해진 땅벌에게 쏘인 뒤라서 이야기가 너무 과장되었다고 생각했는데, 독이 바짝 오른 땅벌에게 쏘이니 그런 이야기를 왜 지어냈는지 대충 알 것 같다.

교회 가는 길에 친척 할머니께 땅벌에 쏘인 손을 보여드렸다. 친척 할머니는 퉁퉁 부은 손을 보고 놀라면서 예전에 있었던 이야기를 하셨다. 그 할머니는 예전에 벌초하다가 땅벌이 아니라 말벌에게 머리를 수십 방 쏘여서 머리가 퉁퉁 부었다고 한다. 그렇게 벌에 쏘이고도 다행히 죽지 않아서 머리가 부은 채로 송편을 만들었다고 한다. 예전에는 그렇게 살았다고 한다.

(2023.09.25.)


2023/11/24

전원주택 동쪽 진입로에 대추나무 옮겨심기



내가 안내문을 전원주택 단지 집집마다 나누어준 이후로, 내가 진입로에서 하는 작업과 관련하여 아무도 시비를 걸지 않는다. 안내문을 나누어주기 전에는 내가 전원주택 동쪽 진입로에서 작업할 때 꼭 주민 중 일부가 불만을 표하거나 항의했는데, 안내문을 나누어준 이후로 거짓말처럼 단 한 명도 나에게 시비를 걸지 않았다. 내가 망치로 길바닥을 내려치든 곡괭이로 콘크리트 덩어리를 뜯어내든 외발수레로 흙을 퍼나르든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저들의 권리와 나의 권리가 어디까지인지 그 선을 명확히 알려주니 그렇게 되었다. 의사소통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주민들이 아무 불만도 가지지 않게 한 다음, 나무를 옮겨심는 일을 진행했다. 전원주택 동쪽 진입로에 보강토 블록으로 만든 화단이 두 개 있는데, 그 사이가 나무를 옮겨 심었다. 화단 사이가 너무 넓어 덤프트럭 등 대형 차량이 진입하지 못하도록 그 사이를 줄일 필요도 있었고, 차량이 화단을 들이받아 화단이 상하지 않게 하도록 화단을 보호해야 할 필요도 있었다. 큰 나무 두 그루를 심으면 길이 너무 좁아질 것 같아서 큰 나무 한 그루, 작은 나무 한 그루를 심기로 했다.

8월 초에는 철쭉을 뽑아 옮겼다. 8월은 너무 더워서 나무를 옮겨심기 적합하지 않았지만 통째로 뽑아 옮겨서 나무가 어떻게 살기는 살았다. 나무를 옮기는 과정에서 잠시 균형을 잃어 외발수레가 휘청했는데, 그 때 내가 곧바로 외발수레 손잡이를 잡고 균형을 잡으려고 하다가 외발수레가 손잡이가 부러져서 철쭉이 굴러떨어졌다. 그랬는데도 철쭉이 사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외발수레를 고치려고 했는데 바퀴 이외의 손잡이 등 다른 부품을 따로 팔지는 않아서 결국 외발수레를 새로 샀다. 12만 원이 들었다.

9월 초에는 집 앞 화단에서 대추나무를 뽑았다. 대추나무 주위를 돌면서 삽으로 흙을 퍼냈다. 나무를 뿌리째 떠낼 때 흙덩어리는 나무가 살 정도로 크면서 구덩이에서 꺼낼 정도로는 작아야 한다. 옮겨심었을 때 나무가 살 수 있는 최소 크기를 확보하고 부직포를 둘러 뿌리에서 흙이 떨어지지 않게 만들었다. 그러고 나서 나무를 구덩이 밖으로 꺼내려고 했는데 잘 되지 않았다. 크기도 크지만 흙이 물을 많이 먹어서 무게가 많이 나갔다. 예전에 배나무를 옮겨 심을 때는 겨울이라 나무를 약간 굴려도 뿌리에서 흙이 붙어 있었는데, 이번에는 가을이라 나무를 잘못 굴렸다가는 뿌리에서 흙이 다 떨어질 판이었다. 결국 옆옆집의 아저씨에게 부탁하여 포크레인으로 대추나무를 옮겼다.

포크레인으로 구덩이를 파고 대추나무를 넣고 흙을 덮었을 때, 아저씨가 보기에 약간 나무가 틀어졌던 모양이다. 땅에 묻은 대추나무를 포크레인으로 살짝 들어올린 다음 몇 번 흔들었다. 아저씨 딴에는 잘 해주려고 그랬던 것 같고 정말로 나무도 더 반듯하게 섰는데 그게 화근이었는지 그 다음날부터 나무가 비실비실했다. 내가 대추나무를 뽑았을 때는 구덩이에 며칠 방치했어도 나무가 팔팔하고 잎에 윤기가 돌았는데 나무를 옮겨심은 그 다음날부터 잎에 힘아리가 하나도 없고 노랗게 변하더니 나뭇가지를 손으로 톡 건들기만 해도 잎이 우수수 떨어지게 되었다. 나무를 옮겨심은 다음에 잘 밟기는 했지만 그래도 뿌리에서 흙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던 모양이다.

나무를 살리려고 집에서 물을 퍼날랐다. 나무 근처에 물을 부어봤자 대부분은 그냥 흘러가기 때문에 나무 근처에 땅을 파서 이중관을 세로로 꽂은 다음 그 안에 물을 부었다. 옮겨심은 자리가 모래땅 같은 데라서 물을 부어도 고이지 않았다. 그러면 어떻게 하느냐? 물이 고일 때까지 물을 부으면 된다.

2-3일 동안 아침저녁으로 계속 물을 부으니 나중에는 하루에 한두 번만 물을 부어도 물이 이중관에 고이게 되었다. 그러고 나니 대추나무 잎에 힘이 생기기 시작했고, 이제는 물을 따로 주지 않아도 살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

* 뱀발

대추나무 근처에서 작업하다가 가시에 여러 번 찔렸다. 일하다가 나무 가시에 찔리는 건 흔한 일이라 처음에는 별 생각이 없었는데 가시 찔린 자리에 며칠 동안 가려웠다. 살에 가시가 박혀있나 싶어서 보니 별다른 흔적은 없었다. 그렇다면 가시에 독이 있나? 구글과 네이버에 “대추나무 가시 독”이라고 검색해봤는데 딱히 제대로 된 답변은 없었다. 대추나무 가시에 독이 있는지 묻는 게시글은 여럿 있어서 나처럼 대추나무 가시에 독이 있나 의심하는 사람이 종종 있다는 것은 알게 되었다.

예전에 <대추나무 사랑걸렸네>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다른 나무도 아니고 왜 대추나무에 사랑이 걸리나 했는데 가시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2023.09.24.)

[외국 가요] 맥 드마르코 (Mac DeMarco)

Mac DeMarco - Heart To Heart ( www.youtube.com/watch?v=qBoQzo98EpQ ) ​ ​ (2025.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