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7/02

[인식론] 김기현(2003), 제7장 “회의론” 요약 정리 (미완성)



[ 김기현, 「제7장. 회의론」, 『현대 인식론』 (민음사, 2003). ]

1. 회의론의 유형들

회의론의 일반적인 형식은 일정한 집합의 진술들이 의심스럽다고 주장하는 데에 있다.

의식의 대상이 지식에 관한 진술인지 인식 정당성에 대한 진술인지에 따라 ‘지식에 대한 외의론’과 ‘인식 정당성에 대한 회의론’으로 구분된다.

회의론은 적용되는 진술의 범위에 따라 ‘포괄적 회의론global skepticism’과 ‘국지론 회의론 local skepticism’으로 구분된다. 여기서 포괄적인가 국지적인가는 정도를 나타내는 상대적인 개념이다.

회의론은 그 주장이 포함하는 강도나 양상에 따라 ‘필연적 회의론’과 ‘현실적 회의론’으로 구분된다. 필연적 회의론은 현실적 회의론을 논리적으로 함축하지만 현실적 회의론은 필연적 회의론을 논리적으로 함축하지 않는다.

세 가지 차원에서 각각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회의론은 다양한 유형으로 나타난다.

전통적 인식론에서 대부분의 회의론은 경험적 진술들의 집합에 대한 포괄적 필연적 회의론이다. 이는 인식론자들에게 심각한 위협이 된다. 이는 인간이 아무리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고 해도 지식을 가질 수 없다는 결론을 함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는 회의론에서 주된 논의의 대상이 되어 왔다.

2. 회의론 논증

2-1. 첫째 논증: 실수로부터의 논증

실수로부터의 논증은 실수를 범한 과거의 사례에 비추어 현재의 믿음도 지식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동일한 인식론적인 지위를 가지는 두 믿음(과거의 믿음과 현재의 믿음)은 동시에 지식으로 간주되거나 지식이 아닌 것으로 간주되어야 한다. 과거의 믿음이 지식이 아니므로 현재의 믿음도 지식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실수의 사례가 실제로 발생했다는 사실이 이 논증에 필수적인 것은 아니다. 실수를 범하는 경우가 가능성으로만 주어져도 위의 논증은 동등한 효력을 지닌다.

ex) 데카르트 『성찰』에서 방법적 회의론을 전개해서 사용한 전능한 기만자.

실수에 의한 회의론 논증은 두 경우에 인식 내적인 상황이 동일하므로 두 믿음의 인식적 지위가 동일하다고 주장한다.

이 논증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경우1: 나는 내 앞에 난로가 있다고 믿는다.(실제 상황)

경우2: 나는 전능한 기만자가 조작한 경험에 의거하여 내 앞에 난로가 있다고 믿는다.(가설적 상황)

(1) 두 경우 모두 나의 인식적 상황은 동일하다.

(2) 경우2에서 나의 믿음도 실수를 범하는 것이므로 지식이 아니다.

(3) 두 믿음이 인식 내적으로 동일한 상황에서 발생했다면, 두 믿음은 동일한 인식적 지위를 갖는다.

(4) 따라서 경우1의 나의 믿음은 지식이 아니다.

이 논증은 타당하다. (1)과 (2)는 전능한 기만자 가설에 의해 자명하다. 논증의 성공 여부는 전제 (3)에 달려 있으며 이것이 실수로부터의 회의론 논증의 핵심을 이룬다.

위와 같은 회의론 논증은 모든 경험적 명제에 대해 거짓 믿음을 믿는 경우를 상정할 수 있기 때문에 경험적 지식에 관한 포괄적이고 필연적인 회의론이 된다.

2-2. 둘째 논증: 지식의 폐쇄성을 통한 논증

이 논증은 한 명제에 대한 믿음이 지식이라면, 그 명제가 연역적으로 함축하는 명제에 대한 믿음도 지식이 된다는 전제를 핵심으로 한다.

철수가 아버지라면 나는 그 사실을 알기 위해 철수가 남자라는 것을 알아야 함.

철수가 남자인지 아닌지 모르면서 철수가 아버지임을 안다고 할 수 없음.

여기서 주목할 것은 “철수는 아버지다”라는 명제가 “철수는 남자다”라는 명제를 연역적으로 함축한다는 점.

노직은 지식의 연관성에 대한 이러한 견해를 ‘연역적 함축 하에서의 자식의 폐쇄성의 원리’(Principle of Closure of Knowledge under Deductive Entailment)라고 부름

이 원리는 다음과 같이 도식화 할 수 있다.

PC: 임의의 두 명제 M과 N에 대하여

[KM & (M→N)] → KN or (M→N)→(KM→KN)

(KM은 ‘M을 안다’는 것을 의미하고, ‘M→N’은 M이 N을 연역적으로 함축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위의 원리가 전능한 기만자의 경우와 결합하면 포괄적 회의론을 낳게 된다.

“내 앞에 컴퓨터가 있다”라는 명제를 P라 하고 “내 앞에 컴퓨터가 없는데 전능한 기만자가 나의 경험을 조작하여 내 앞에 컴퓨터가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한다”는 명제를 SH라고 하자.

여기서 두 가지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하나는 명제 P가 명제 SH의 부정을 함축한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나는 SH가 거짓임을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 말은 우리는 일반적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가 전능한 기만자의 세계가 아니라고 믿지만 이 믿음은 지식이 아니라는 것이다. 가정상 전능한 기만자의 세계와 현실 세계의 차이는 감각 경험의 차이를 통해 나타나지 않는다. 두 경우 나에게 주어지는 감각 경험은 정확히 동일하므로 나는 나의 세계가 전능한 기만자의 세계가 아니라는 증거를 갖지 못하며, 따라서 실제로 나의 세계가 전능한 기만자의 세계가 아니라고 해도 나는 그것을 알지 못한다.)

연역적 함축 하에서의 지식의 폐쇄성의 원리 PC는 다음과 같이 명제 P에 대한 회의론을 도출한다.

(1) P → ~SH

(2) [KP&(P→~SH)] → K~SH , PC(앞 절의 전제2)

(3) ~K~SH

(4) 따라서, ~KP

PC를 받아들이는 한, 위 논증의 결론을 피할 수 없다.

2-3. 셋째 논증: 확실성의 요구로부터의 논증

이 논증은 한 믿음이 지식이 되기 위해서는 그 믿음의 내용이 확실해야 하는데 어떠한 경험적 명제도 확실치 않으므로 어떠한 경험적 믿음도 지식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피터 엉거(P. Unger)의 논증(Unger 1971)

모든 경험적 명제가 확실하지 않음을 보이기 위하여 개념들을 상대적 개념과 절대적 개념으로 구분

가령 “굴곡이 있음”은 정도차를 나타내는 개념으로 상대적 개념이고, “평평하다”라는 개념은 굴곡이 전혀 없음을 나타내므로 절대적 개념

상대적 개념의 경우에는 A가 B보다 그 개념이 지시하는 성질을 더 많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서 B가 그 성질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귀결이 반드시 따라오지 않는다. 절대적 개념의 경우에는 사정이 다르다. A가 B보다 평평하다고 한다면, B는 어떠한 경우든 절대적 성질로서의 평평함을 갖지 못한다.

상대적 개념과 절대적 개념의 의미론상의 차이를 통해 한 대상이 어떤 절대적 개념에 대응하는 성질을 가는지 검사하는 방식을 도출할 수 있다. 한 대상이 다른 대상보다 절대적 성질을 더 많이 갖는다면, 후자는 그 절대적 성질을 갖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엉거는 확실성도 절대적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한 명제보다 더 확실한 명제가 있다면, 전자의 명제는 확실하지 않다. 확실성의 개념이 절대적 개념이라는 의미론적 성질과 “지식은 확실성을 함축한다”는 주장을 결합하여, 엉거는 지식에 대한 회의론을 도출한다. 이러한 회의론은 대부분의 경험적 명제에 대한 믿음에 적용할 수 있다.

2-4. 종합적 고찰

인식론의 역사에서 나타나는 대부분의 합리적인 합리론은 위의 세 가지 유형들 중 하나 또는 이들이 결합된 형태로 나타난다. 이 논증들은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우선, 실수로부터의 논증과 확실성의 요구에 의한 논증이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두 논증은 같은 기준으로 지식의 문제에 접근한다. 현재 나의 믿음이 확실하지 않다는 것은 그 믿음이 거짓이거나 실수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음을 의미하며, 나의 믿음이 실수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은 그 믿음을 의심할 수 있으며 확실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연역적 함축 하에서의 지식의 폐쇄성의 원리에 대한 논증의 전제는 “내가 회의적 가설이 거짓임을 알지 못한다”인데 이는 다른 회의론 논증들의 전제들(문제의 믿음이 실수를 범할 수 있다거나 그 믿음이 확실하지 않다는 전제)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내가 SH의 상황에서 P라고 믿는 실수를 범하는 이유는 내가 현재 처한 상황이 실제로 컴퓨터가 있는 상황인지 아니면 전능한 기만자가 조작한 상황인지 분별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즉, 전능한 기만자 가설이 제기하는 믿음의 확실성이나 실수 가능성의 문제는 내가 현재의 상황이 전능한 기만자가 조작한 상황임을 아는가 모르는가의 문제와 같다고 볼 수 있다.

세 회의론 논증들의 핵심 전제들의 연관성은 문제의 경험적 명제에 대한 회의적 가설의 역할을 통해 요약할 수 있다.

P가 거짓임에도 그대로 믿고 실수하는 상황 → 실수로부터의 논증

현실 세계에서의 나의 믿음 P를 의심할 수 있게 만드는 상황 → 확실성의 요구로부터의 논증

내가 지적으로 분별해 낼 수 없는 상황 → 지식의 폐쇄성의 원리에 의한 논증

이는 동일한 사태에 필연적으로 연관된 상이한 측면을 포착한 것뿐이다. 이것은 회의론 비판의 지점이 된다.

3. 기존의 회의론 비판들

3-1. 회의론은 자기 논박적이다.

어떤 사람이 모든 진술이 거짓이라고 주장한다면 그 사람은 어떤 진술도 참이라고 주장할 수 없고 따라서 어떠한 주장도 할 수 없다. 명백히 자기모순이다.

(2023.04.19.)

2022/07/01

옮겨 심은 수국



집 안에 있던 수국 두 그루를 작년에 옮겨 심었다. 한 그루는 농로 옆 사유지의 비탈진 곳에 심었고 다른 한 그루는 농로의 북쪽 입구 근처에 심었다. 두 그루 모두 살아서 올해 봄에도 꽃을 피웠다.

어머니는 수국이 집 안에 있을 때는 별로 안 자랐는데 옮겨심으니까 1년 만에 많이 자랐다고 하셨다. 아버지가 나무를 무분별하게 많이 빽빽하게 심어서, 수국이 집 안에 있을 때는 나무들끼리 부대끼느라 잘 자라지는 못했을 것이기는 하다. 그래도 내 기억으로는 수국이 집 안에 있을 때도 컸던 것 같은데, 옮기기 전에 크기를 잰 것도 아니라서, 내 기억이 맞는지 어머니 기억이 맞는지는 확인할 방법은 없다.






(2022.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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