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사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 대부도가 있어서 휴일에 버스를 타고 섬을 둘러본 적이 있다. 탄도항까지 갔다가 돌아온 적도 있고, 버스를 갈아타면서 영흥도까지 갔던 적도 있고, 방아머리 해수욕장에서 점심으로 짬뽕을 먹고 걸어서 구봉도까지 걸어갔던 적도 있다.
네이버 지도를 보면서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버스를 타고 대부도를 돌아다닐지 알아보던 중, 문득 시내버스만 갈아타고 해안선을 따라 집까지 가는 방법도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이버 길찾기로 기숙사에서 집까지 가는 길을 찾으면 수원을 거쳐서 가거나 사당을 거쳐서 가는 길이 나온다. 그렇게 가는 게 합리적이기는 한데, 나는 해안선을 따라가는 길을 찾고 싶었다.
탄도에서 전곡항까지 탄도방조제를 지나는 버스가 한 대 있었고, 궁평항에서 매향2리 포구까지 화성방조제를 지나는 버스가 두 대 있었다. 버스가 자주 다니는 길이면 별로 고민할 필요가 없는데, 버스가 몇 대 안 다니기 때문에 출발 시간을 잘못 맞추면 환승 시간만 두세 시간 이상 걸릴 수도 있었다. 몇 번의 계산 끝에 최소 환승 시간으로 해안선을 따라 집에 가는 방법을 찾았다. 오전 7시 30분쯤에 기숙사 근처에서 123번 버스를 타고 방아머리 선착장에서 하차한 다음, 737번 버스를 타고 탄도항과 탄도방조제를 지나 전곡항에서 하차하고, 다시 H53 버스를 타고 궁평항과 화성방조제를 지나 매향2리 정류장에서 내리고, 집으로 가는 버스를 갈아타면 된다. 그렇게 갈 수 있는 기회는 오전 7시 30분에 버스에 타는 것, 단 한 번 뿐이었다.
지난 주에는 늦잠을 자서 평소처럼 사당을 거쳐 집으로 갔다. 오늘은 제 시간에 눈이 떠졌다. 7시 35분 쯤에 기숙사 근처에서 123번 버스를 탔다. 시화방조제를 지나 방아머리 선착장에서 내리니 8시가 약간 넘었다. 737번 버스가 방아머리 선착장에 오는 시각은 8시 30분 정도다. 20분 정도 방아머리 해변을 돌아다니다 정류장에 돌아와 737번 버스를 탔다.
대부도를 가로질러 탄도항을 거쳐 탄도방조제를 지나 전곡항에 도착하니 9시 15분 쯤 되었다. 737번 버스에서 내리니 바로 옆에 H53 버스가 있었다. H53 버스는 9시 20분에 전곡항을 출발하여 서신면을 지나 궁평항과 화성방조제를 거쳐 매향2리 정류장에 10시 쯤에 도착했다. 20분 정도 기다려서 집에 가는 버스를 탔다. 광역버스 없이 시내버스만 세 번 갈아타고 집에 가는 데 세 시간이 걸렸다. 수원이나 사당을 거쳐 집에 가는 것과 소요 시간이 비슷했다.
어쨌든 중간에 버스를 놓치지 않아서 집에 도착할 때까지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 지나온 곳들이 죄다 외진 곳이어서 한 번 버스를 놓치면 그 다음 버스가 올 때까지 한 시간 이상 기다려야 하는 곳인데 그런 문제는 겪지 않았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원래 목표로 했던 것이 바다를 보면서 집에 오는 것이었는데, 세 시간 중 바다를 본 것이 30분 정도밖에 안 되었다는 것이다. 지도만 놓고 보면 마치 해안도로로 올 것처럼 보이지만, 바다를 본 것은 방조제를 지날 때 뿐이었고 그 이외의 대부분에서는 바다가 보이지 않았다. 내가 해안선을 따라 바다를 보며 집에 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것은, 마치 세계지도를 보면서 칠레 사람들은 죄다 바닷가에 사는 것처럼 생각한 것과 같은 것이었다.
(2022.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