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02

[글쓰기] 첫머리를 시작하는 열여섯 가지 방법 -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1. 소감

- 기쁘다든가, 영광스럽다든가, 반갑다든가 하는 말로 그 자리에 참석한 소회를 밝힌다.

2. 개인적인 인연이나 에피소드

- 해당 행사에서 예전에 자신이 겪은 에피소드를 말한다.

- 해당 단체와 자신의 인연을 말한다.

3. 행사 장소에 대한 의미 부여

- 특별한 의미가 있는 행사 장소에서, 이에 대한 소감을 밝힌다.

• 예) 광주 금남로 - 5.18 관련

4. 겸양

- 사회자가 나를 소개한 뒤에 내가 말하는 경우, 소개말을 받아서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 적어도 ‘과분한 소개에 감사하다’는 한 마디는 필요하다.

5. 관계자에 대한 감사 표시

- 사람은 누구나 자기에게 호감을 표시하는 사람에게 적대적이지 않다.

6. 의표를 찌르는 시작

- 귀를 번쩍 뜨이게 하는 강렬한 첫마디는 분위기를 압도할 수 있다.

• 예) 프레더릭 더글러스는 미국에서 노예로 태어나 미 정부 고위직이 된 최초의 흑인이다. 그는 1852년 미국 독립기념일 행사에서 한 연설에서 첫 마디를 이렇게 시작했다. “미안합니다만, 저를 왜 불렀습니까? 저와 제가 대변하는 사람들은 이 날을 경축할 이유가 없습니다.”

7. 질문으로 시작

- 긴장감을 높이고 말하는 사람의 부담을 청중에게 전가하는 방식.

• 청중을 연설이나 글에 끌어들이는 방법이기도 하다.

8. 최근 사건 및 뉴스 언급

- 시의성이 있고 주목도도 높일 수 있다.

9. 통계 자료 제시

- 이야기하고자 하는 내용과 관련된 통계수치를 제시하고 이 수치가 의미하는 바를 말한다.

10. 인간적으로 솔직하게 시작

- 예) “이런 자리 처음입니다. 어디 가서 말을 잘 못합니다. 많이 떨립니다.”

• 이렇게 첫 마디를 하면 마음이 편안하고 듣는 사람도 말하는 사람의 편이 된다.

11. 하고자 하는 말의 요점

-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의 요지를 이야기하고 시작한다.

12. 유익 강조

- 내 글을 다 읽었거나 내 말을 끝까지 들었을 때 어떤 이익이 있을지 서두에서 밝힌다.

13. 정의

- 명제 형태로 자신이 글 속에서 주장하는 내용을 한마디로 정의하고 시작한다.

14. 이어 받기

- 앞 프로그램을 적절히 반영해서 자연스럽게 시작한다.

• “발표 잘 들었습니다. 좋은 말씀이어서 뒤에 발표하는 제가 부담이 많이 됩니다”와 같이 앞서 이야기한 사람을 칭찬하며 시작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15. 속담이나 격언 인용

16. 침묵

- 특별한 경우에는 침묵으로 시작할 수도 있다.

• 예) 오바마 대통령은 2011년 1월 미국 애리조나 주 총기 사건 추모식 연설 도중 희생자의 이름을 부르다 50여 초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주의할 점: 시작을 너무 길게 끌면 안 된다.

* 출처: 강원국, 『대통령의 글쓰기』 (메디치, 2016), 95-105쪽.

(2015.12.29.)

2021/12/01

성적은 성적이지



몇 년 전에 경제학과 수업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선생님은 첫 수업이라서 수업에 대한 몇 가지를 학생들에게 소개하며 출석과 관련하여 지난 학기에 있었던 일을 말했다.

성적이 나오고 난 뒤 어떤 학생이 교수 연구실에 찾아와서 성적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성적이의신청은 온라인으로 해도 되는데 직접 찾아온 것을 보니 학생이 기대한 것과 많이 다른가보다 싶어서 받은 성적을 물어보니 A+였다. A+면 더 이상 성적을 잘 받을 수도 없는데 왜 성적에 문제가 있다고 말한 것일까? 학생은 이렇게 말했다. “사실, 저는 이번 학기에 선생님 수업을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습니다.” 수업을 듣지 않았는데 어떻게 시험을 볼 수 있었단 말인가? 재수강도 아니었다. 교수의 물음에 학생은 이렇게 답했다. “인터넷에 공개된 MIT 경제학과 강의를 들었습니다.”

그 선생님은 평소에 출석을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고 학교 규정 때문에 성적에 출석을 넣을 것뿐이었다. 그래서 출석을 부르지 않았고 학생이 자기 수업에 한 번도 출석하지 않도록 그 학생의 결석 여부도 몰랐던 것이다. 그랬는데도 자기 수업을 한 번도 듣지 않았다는 학생의 말을 들으니 기분이 약간 안 좋을 뻔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그래도 성적은 성적이지.” 그렇게 학생은 자신이 A+를 받을 만한 답안지를 썼음을 확인하고 돌아갔다.

그 선생님이 이런 일화를 소개한 것은 집에 앉아서도 세계 유명 대학들의 강의를 접할 수 있는 시대에 학교란 무엇이며 강의란 어떤 곳이 되어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었다. 그 당시 선생님은 그에 대한 답은 찾지 못했다고 했는데, 몇 년 뒤에 코로나19가 번지면서 대학의 모든 강의가 온라인 강의로 대체될 줄은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하여간, 선생님의 생각이나 고민은 아름다운 것이었지만 그런 것은 현재 교수인 사람들 또는 조만간 교수가 될 사람들이나 고민할 만한 것이고, 나는 다른 것에 꽂혔다. “성적은 성적이지”라는 말을 어디서 많이 들어보았던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어디서 들었더라? 경제학자 로버트 루카스가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다.

루카스는 연구에만 몰두하고 가정에는 신경을 쓰지 않아 결국 1989년에 이혼했다. 이혼할 때 루카스의 부인은 루카스가 노벨상을 수상할 경우 상금의 절반을 요구했는데, 이를 구두로 요구한 것이 아니라 이혼 서류에 넣었으며, 정확히 “1995년 10월 31일 이전에 로버트 루카스가 노벨상을 수상할 경우” 그렇게 한다는 것까지 명시했다. 이혼한 뒤 6년이 지난 1995년에 루카스는 정말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가 되었고, 루카스는 이혼 서류에 따라 상금의 절반인 50만 달러를 전 부인에게 지급했다. 이에 대해 루카스는 이렇게 말했다.


“계약은 계약이죠.” 루카스는 약간 안타깝다는 듯이 덧붙였다. “그건 전 부인의 생각이었어요. 내가 수상할 줄 알았다면, 그 문구를 넣는 것을 거부했을 겁니다.”

(“A deal is a deal,” he said. Though he added a little ruefully, “It was her idea. Maybe if I'd known I'd win, I would have resisted the clause.”)


루카스의 일화를 말하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계약은 계약이지”(A deal is a deal)라는 말이고, 다른 하나는 합리적 기대 가설을 만든 것은 루카스였지만 정말로 합리적 기대를 한 것은 그의 부인이었다는 것이다.

* 링크: [Chicago Tribune] ECONOMIST GETS NOBEL, BUT EX-WIFE IS THE REAL WINNER

( www.chicagotribune.com/news/ct-xpm-1995-10-20-9510200218-story.html )

(2021.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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