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에 경제학과 수업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선생님은 첫 수업이라서 수업에 대한 몇 가지를 학생들에게 소개하며 출석과 관련하여 지난 학기에 있었던 일을 말했다.
성적이 나오고 난 뒤 어떤 학생이 교수 연구실에 찾아와서 성적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성적이의신청은 온라인으로 해도 되는데 직접 찾아온 것을 보니 학생이 기대한 것과 많이 다른가보다 싶어서 받은 성적을 물어보니 A+였다. A+면 더 이상 성적을 잘 받을 수도 없는데 왜 성적에 문제가 있다고 말한 것일까? 학생은 이렇게 말했다. “사실, 저는 이번 학기에 선생님 수업을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습니다.” 수업을 듣지 않았는데 어떻게 시험을 볼 수 있었단 말인가? 재수강도 아니었다. 교수의 물음에 학생은 이렇게 답했다. “인터넷에 공개된 MIT 경제학과 강의를 들었습니다.”
그 선생님은 평소에 출석을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고 학교 규정 때문에 성적에 출석을 넣을 것뿐이었다. 그래서 출석을 부르지 않았고 학생이 자기 수업에 한 번도 출석하지 않도록 그 학생의 결석 여부도 몰랐던 것이다. 그랬는데도 자기 수업을 한 번도 듣지 않았다는 학생의 말을 들으니 기분이 약간 안 좋을 뻔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그래도 성적은 성적이지.” 그렇게 학생은 자신이 A+를 받을 만한 답안지를 썼음을 확인하고 돌아갔다.
그 선생님이 이런 일화를 소개한 것은 집에 앉아서도 세계 유명 대학들의 강의를 접할 수 있는 시대에 학교란 무엇이며 강의란 어떤 곳이 되어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었다. 그 당시 선생님은 그에 대한 답은 찾지 못했다고 했는데, 몇 년 뒤에 코로나19가 번지면서 대학의 모든 강의가 온라인 강의로 대체될 줄은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하여간, 선생님의 생각이나 고민은 아름다운 것이었지만 그런 것은 현재 교수인 사람들 또는 조만간 교수가 될 사람들이나 고민할 만한 것이고, 나는 다른 것에 꽂혔다. “성적은 성적이지”라는 말을 어디서 많이 들어보았던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어디서 들었더라? 경제학자 로버트 루카스가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다.
루카스는 연구에만 몰두하고 가정에는 신경을 쓰지 않아 결국 1989년에 이혼했다. 이혼할 때 루카스의 부인은 루카스가 노벨상을 수상할 경우 상금의 절반을 요구했는데, 이를 구두로 요구한 것이 아니라 이혼 서류에 넣었으며, 정확히 “1995년 10월 31일 이전에 로버트 루카스가 노벨상을 수상할 경우” 그렇게 한다는 것까지 명시했다. 이혼한 뒤 6년이 지난 1995년에 루카스는 정말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가 되었고, 루카스는 이혼 서류에 따라 상금의 절반인 50만 달러를 전 부인에게 지급했다. 이에 대해 루카스는 이렇게 말했다.
“계약은 계약이죠.” 루카스는 약간 안타깝다는 듯이 덧붙였다. “그건 전 부인의 생각이었어요. 내가 수상할 줄 알았다면, 그 문구를 넣는 것을 거부했을 겁니다.”
(“A deal is a deal,” he said. Though he added a little ruefully, “It was her idea. Maybe if I'd known I'd win, I would have resisted the clause.”)
루카스의 일화를 말하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계약은 계약이지”(A deal is a deal)라는 말이고, 다른 하나는 합리적 기대 가설을 만든 것은 루카스였지만 정말로 합리적 기대를 한 것은 그의 부인이었다는 것이다.
* 링크: [Chicago Tribune] ECONOMIST GETS NOBEL, BUT EX-WIFE IS THE REAL WINNER
( www.chicagotribune.com/news/ct-xpm-1995-10-20-9510200218-story.html )
(2021.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