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세가와 에이스케, 『일하지 않는 개미』, 김하락 옮김, 최재천 감수 (서울문화사, 2011), 33-60쪽. ]
1. 개미는 정말 부지런한 일꾼일까?
2. 벌의 8자 춤
3. 일하지 않는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4. 상사가 없는데도 왜 잘 돌아갈까?
5. 작은 뇌로 어떻게 잘 해나갈까?
6. 젊을 때는 자식을 기르고, 나이가 들면 밖에 나간다
7. 개미에게 ‘장인’은 없다
8. 바보가 섞여 있는 쪽이 성공한다
9. 병정개미는 싸우지 않는다
1. 개미는 정말 부지런한 일꾼일까?
34-35
- 코토쿠뿔개미를 한 달 넘게 관찰한 결과, 대략 20%는 일하는 것 같은 행동을 거의 하지 않는 일개미임을 확인함.
- 교토 대학의 나카타 겐스케 박사의 연구
갓 태어난 사냥개미에 개체 마킹을 해서 죽을 때까지 관찰함.
개체에 따라 일하는 방식이 크게 다르고, 모두가 똑같은 패턴으로 일하는 것이 아님.
노동이라고 할 수 있는 행동을 평생 하지 않는 개미가 있음.
일하지 않는 개미는 군락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노동을 거의 하지 않고 자기 몸을 핥거나 하릴없이 돌아다니거나 꼼짝 않는 등 노동과 전혀 관계없는 행동만 함.
35-36
사회성 곤충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군락 유지에 필요한 여러 일을 어떤 개체가 어떻게 처리하느냐는 과제에 흥미를 가짐.
이런 연구는 체내 물질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연구하는 생리학을 본떠 ‘사회생리학’이라고 부름. 하나의 군락을 생물의 몸에 비유하는 것.
2. 벌의 8자 춤
37-38
여왕은 수컷 20-30마리와 교미함.
집단을 제어하기 위한 꿀벌의 행동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8자 춤’
이런 집단행동이 가능한 것은 그 춤에 꽃의 방향과 거리에 대한 정보가 포함되고, 최초의 벌이 다른 벌에게 그 정보를 전달하기 때문이라고 여겨짐.
독일의 벌 연구가 폰 프리슈 박사는, 8자 춤의 방향은 꽃이 있는 곳을, 춤의 횟수는 꽃까지의 거리를 나타낸다고 함.
벌이 ‘춤’이라는 정보 전달법을 사용하여 군락 전체에 필요한 노동력을 조달함을 밝힌 업적으로 프리슈 박사는 노벨상을 받음.
3. 일하지 않는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40-
세계에는 예측 불가능성이 언제나 가득 차 있음.
예) 개미가 먹이를 찾는다고 해서 먹이가 항상 있는 것은 아님.
개미는 갑자기 나타난 먹이를 못 보고 넘어가지 않도록 먹이 찾는 개체 다수를 집 주위에 언제나 출동시켜 놓음.
많은 일개미가 먹이를 찾아 많이 돌아다닐수록 먹이를 발견할 확률은 높아짐.
그러나 그게 먹이를 찾는 데 효율적이지는 않음.
많은 먹이가 발견되면 다수의 개체가 그것을 운반해야 함.
모든 개체가 일을 한다면(여가를 가진 개체가 전혀 없다면) 먹이를 운반하는 데 필요한 구성원을 동원할 수 없음.
먹이 출현 외에도 돌반적으로 일어나는 일은 많음.
예) 집수리 등
급변하는 환경에서는 곧바로 대응할 수 있도록 일하지 않는 개미라는 ‘여력’을 남겨두는 것이 중요함.
41-42
먹이 찾기가 아무리 중요해도 먹이를 언제나 개미집으로 계속 운반해야 하는 것은 아님.
일시적으로는 먹이가 없어도 견딜 수 있음.
그런데 군락의 일 중에는 계속 실행해야 하는 일도 있음. 단기간이라도 멈추면 군락의 생존이 위태로워지는 일.
예) 알을 보살피는 일
알은 몹시 약한 존재이기 때문에 흰개미는 일꾼이 늘 알을 핥아줌. 침에 함유된 항균 물질을 계속 발라주는 것임.
땅속이나 썩은 나무 안에서 사는 개미와 흰개미는 알에 기생하려는 균과 싸워야 함.
흰개미는 일꾼을 알에서 하루만 떼어놓아도 대부분의 알에 곰팡이가 슬어 죽어버림.
알이 죽으면 군락이 1세대로 끝날 수도 있음.
4. 상사가 없는데도 왜 잘 돌아갈까?
43-44
나무에서 매미가 떨어졌다고 하자.
매미는 너무 커서 일개미 한 마리로는 개미집을 끌고 가지 못함.
운반할 분량만큼 나눠서 몇 번 왕복하는 방법도 있지만 시간도 걸리고 다른 생물에게 빼앗길 수도 있음.
개미가 선택하는 방법은 동료를 동원해 운반하는 것
- 방법(1): 먹이를 제일 먼저 발견한 개미 뒤를 다른 개미가 더듬이를 이용해 따라가는 것(가장 원시적인 방법)
한 번에 한 개체가 다른 한 개체만 데리고 갈 수 있으므로 동원 효율이 매우 낮음.
한 번에 두세 마리가 줄줄이 붙어서 가는 방법도 있으나 한계가 있음.
- 방법(2): 최초의 개미가 개미집으로 돌아갈 때 ‘페로몬’이라는 화학 물질을 땅에 묻히고 수십에서 수백 마리 개미가 페로몬을 따라 한 번에 현장에 도달하는 것.
45
새로운 일이 생기면 필요한 만큼 개체가 모여 그 일을 처리하며 이때 동원하는 수단은 페로몬이나 더듬이 자극 같은 최소한의 정보 전달
그러나 인간 사회처럼 상위자에서 하위자로(또는 역으로) 정보를 계층적으로 전달하는 시스템은 전혀 없음.
군락 전체 차원에서 정보를 공유하는 일도 거의 없음.
곤충 사회는 어떤 일이 생겼을 때 전체 구성원에게 정보를 전달하거나 공유되지 않은 채 군락의 일부만 반응해서 그것을 처리하는 것.
5. 작은 뇌로 어떻게 잘 해나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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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의 뇌는 매우 작아서 고도의 지능적 판단은 할 수 없음.
따라서 곤층은 어떤 일에 대한 자극을 받았을 때 작은 뇌만으로도 가능한 단순한 판단을 하고, 원래 프로그램화되어 있는 방식대로 행동한다고 할 수 있음.
46-47
도쿄 농공대학의 사나다 사치요 박사의 연구
그물등개미는 자신이 발견한 먹이가 있는 장소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다른 군락의 라이벌 개미와 마주치면 공격하지만, 연구자가 멀리서 데려온 개미(만난 적이 없는 군락의 개미)에게는 공격하지 않음.
또, 항상 개미집 안에만 있는 내근 개미는 가까운 곳에 있는 군락의 개미에게도 공격하지 않음.
그런데 라이벌 개미를 기억하는 개미가 자기편에 있으면 상황이 달라짐.
라이벌 개체를 기억하는 개미가 공격하면서 경계 페로몬을 분비하기 때문에 그 라이벌 개미와 한 번도 마주친 적 없는 내근 개미도 경계 페로몬에 반응하여 공격함.
이는 내근 개미가 미리 프로그램화된 반사 행동에 따라 상황에 반응함을 보여줌.
또한 개미는 얼마간의 학습 능력이 있어서 늘 만나는 가까운 곳의 라이벌 개미를 기억함.
그러나 내근 개미가 라이벌 개미를 공격하지 않는 것은 그 라이벌에 대한 정보(냄새 등)를 동료에게 전달하고 공유하는 고도의 정보 처리 능력이 없기 때문으로 보임.
6. 젊을 때는 자식을 기르고, 나이가 들면 밖에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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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체가 일생 동안 어떤 일을 하는지 어느 정도 공통된 패턴이 밝혀짐.
벌은 물론이고 개미에게서도, 아주 젊은 때는 유충과 자식을 돌보고, 그 다음에는 집의 유지와 관련된 일을 하고, 늙으면 집 밖으로 나가 먹이 구하는 일을 하는 공통 패턴을 보임.
나이에 따른 노동 변화를 ‘영간 분업’이라고 함.
영간 분업 패턴은 군락 전체의 효율을 어떻게 높이는지와 관련하여 학자들의 주목을 받아옴.
48-49
조건(1): 벌이든 개미든 집 안은 안전한 장소.
조건(2): 살 만큼 산 개체의 남은 수명은 갓 태어난 개체의 남은 수명보다 짧음.
두 조건을 조협하면 어떤 일꾼이 태어났을 때 처음에는 최대한 안전한 일을 하고 남은 수명이 얼마 남지 않으면 위험한 일로 옮겨가는 것이 노동력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
늙은이는 남은 수명이 짧아서 죽어도 손해가 적다는 것.
49-50
그렇지만 인간이 노인을 존중하고 공경하는 것도 의미가 있음.
원시 인간도 사회성 생물
사회가 여러 문제에 직면했을 때 노인의 풍부한 경험과 조언이 부족 전체의 생존 확률을 높였을 것
곤충과 달리 고도의 학습 능력을 가진 인간만의 영간 분업인 셈.
최근에는 침팬지도 늙은 개체를 소중히 여기는 경우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짐.
7. 개미에게 ‘장인’은 없다
51
어떤 개미는 생애 초기에 마주친 일을 계속 수행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연구도 있음.
군락 내 일꾼 간에 유전적 차이가 거의 없는 특수한 개미의 경우, 일의 선호도가 유전에 의해 결정되지 않고 ‘초체험’에 의해 결정되기도 한다는 것.
특정한 일에 매달리는 것도 노동 분업이 생기게 된 메커니즘의 하나임.
51-52
인간의 경우 한 가지 일을 계속하면 그 일에 숙달되어 솜씨가 좋아지는데 곤충 세계에도 그런 것이 있을까?
미국 애리조나 대학의 돈 하우스 박사의 집호리가슴개미 관찰
아무리 한 가지 일만 계속 해도 일의 효율성이 높아지지 않았음.
사회성 곤층의 개체 간에 특정한 일에 대한 재능 차이가 있다면 재능 있는 개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도록 하는 메커니즘이 유리할 것임.
그러나 곤충의 경우 그러한 복잡한 제어를 하는 시스템보다는 능력 차이가 없는 개체의 집단으로서 군락이 존재함.
따라서 누가 어떤 일을 하느냐는 군락 전체의 효율성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음.
8. 바보가 섞여 있는 쪽이 성공한다
53-54
사회성 곤충은 구성원 간의 능력 차이가 별로 없지만, 조족된 조직의 크기에 따라 각기 일하는 방법이 다르지 않을까?
군락 크기가 가장 작은 것은 일꾼이 몇 마리밖에 안 되기도 하고, 어떤 군대개미와 흰개미는 군락 하나에 일꾼이 수만 마리씩 되기도 함.
54-55
미국 하버드 대학의 에드워드 윌슨 박사는 여러 종의 개미 사회에서 군락의 크기와 일꾼의 행동 특성 사이의 상관관계를 연구함.
개체가 적은 군락의 일꾼은 움직임이 느리며, 페로몬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단독으로 행동하는 경우가 많으며, 몸의 구조가 정밀해서 고장 나는 일이 드묾.
일꾼이 많은 군락은 개체의 움직임이 빠르고, 페로몬을 이용하여 개체를 동원하고, 몸의 각 부분이 자주 고장남.
윌슨 박사는 일꾼이 적은 군락은 한층 원시적인 사회이며 진-사회성 생물로 진화하기 전에 가지고 있던 단독 수렵형 생태적 특징이 남은 것으로 판단함.
55-57
한 마리의 움직임이 얼마나 정밀한지에 대한 연구
히로시마 대학의 니시모리 히라쿠 박사 연구팀
동료 일꾼의 페로몬을 정확히 뒤쫓는 능력과 닝정 시간 안에 군락으로 가지고 오는 먹이 양의 관계를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분석함.
먼저 먹이를 발견한 후 페로몬을 이용해 동료를 동원하는 개미 A가 육각형으로 연결된 평면 공간을 이동한다고 가정함.
A를 뒤쫓는 일꾼은 두 종류를 일정 비율로 섞음.
일꾼 유형(1): A의 페로몬을 100퍼센트 틀림없이 추적하는 ‘똘똘이’
일꾼 유형(2): 일정한 확률로 좌우 어느 쪽으로든 잘못 추적하는 ‘멍청이’
멍청이 비율이 달라짐에 따라 먹이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는 비율이 어떻게 변하는지 조사함.
결과: 똘똘이만 있을 때보다 멍청이가 어느 정도 있을 때 먹이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는 확률이 높음.
이런 일이 일어나는 이유는 ‘길을 잘못 든 개체에 의한 효율적인 루트의 발견’이라는 효과가 있기 때문으로 보임.
정확히 A를 뒤쫓을 때는 A가 발견한 구불구부란 길을 정직하게 따라가 먹이를 운반하지만, 길을 잘못 든 녀석이 있을 때는 질러가는 효과적인 루트를 발견할 수 있어서 효율이 높아진다는 것.
9. 병정개미는 싸우지 않는다
58-59
극동혹개미 무리 중에는 커다란 머리와 튼튼한 턱을 가진 ‘병정개미’라는 대형 일개미가 있음.
병정개미의 주된 임무는 큰 먹이를 운반하기 쉽도록 잘게 부수는 것
극동혹개미 군락에 치즈 조각을 던져주면 병정개미가 차례로 개미집에서 나와 치즈를 잘게 부순 뒤 잘게 부순 조각을 입에 물고 두세 걸음 기어가 땅 위에 놓아둠.
그러면 소형 일개미가 그것을 개미집으로 운반함.
병정개미가 잘게 부순 조각을 처음 먹이를 발견한 곳에서 그대로 개미집까지 운반하면 먹이를 잘게 부수는 작업의 효율이 낮아짐.
몸집이 큰 병정개미가 직접 이동하면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므로 이러한 계급 간 분업은 합리적임.
59
치즈 조각 등의 먹이는 다른 종의 개미들이 가로채려 할 때가 있음.
다른 종의 개미가 공격할 경우 먼저 도망치는 것은 병정개미이고 끝까지 먹이를 지키는 것은 소형 일개미임.
병정개미는 덩치가 크기 때문에 기르는 데 소형 일개미보다 비용이 훨씬 많이 듦.
따라서 약간의 먹이를 건 싸움에서 병정개미를 잃어버리는 것은 군락에 도움이 안 됨.
군대개미의 병정개미는 너무 커서 다른 곤충을 공격하기보다는 척추동물에 대한 공격을 전담하는 것으로 보이며, 동종 간의 싸움에서는 소형 개체가 더 적합함.
(2022.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