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3/21

닭가슴살 말리기



나는 트럭에서 파는 닭(전기구이 닭)을 좋아한다. 껍질 때문이다. 전기구이로 구우면 닭 껍질이 갈색에 가까운 노란색이 되면서 기름이 흐른다. 집에 올 때 전기구이 닭 한 마리 사와서 껍질을 죽 뜯어서 입에 넣으면 입 안에 고소한 맛이 감돈다. 그럴 때 맥주 한 모금을 마시면 고소한 다음에 청량함을 느낄 수 있다. 전기구이 닭을 먹을 때는 주로 <블루문>처럼 약간 가벼운 느낌이 나면서 과일껍질향이 나는 맥주를 마신다. 과일이 많이 들어간 것 같은 맛이 아니라 가볍게 과일향 정도만 나는 것을 좋아한다.

고소한 맛 때문에 전기구이 닭을 먹다보니까 뜯어 먹는 순서도 이것과 관련된다. 우선, 등 쪽에 있는 껍질을 뜯어먹고, 그 다음에 꽁지 쪽을 뜯어먹는다. 꽁지 쪽에 기름이 많기 때문에 뜯어서 어금니로 씹으면 기름이 나오는 게 느껴진다. 그 다음에 목을 먹고, 날개를 먹고, 다리를 먹고, 배 속에 넣은 밥과 대추 등을 먹고, 그런 다음에 등뼈 쪽을 뜯는다. 그러면 맨 마지막에 닭가슴살이 남는다.

매번 먹을 때마다 닭가슴살이 남아서, 나는 예전보다 식사량이 줄어서 그러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집에 쥐포 같은 게 있으면 쥐포를 구워서 맥주를 조금 더 마시고 쥐포 같은 게 없으면 한 시간쯤 있다가 다른 것을 약간 먹는다. 집에 가족들이 있어서 닭을 두 마리 사면 닭 한 마리에서 닭가슴살만 남기고 다 뜯어먹은 다음 다른 가족이 남긴 닭에서 껍질을 벗겨서 먹는다. 그러니까 식사량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 닭가슴살이 맛이 없어서 먹지 않았던 것뿐이다. 왜 나는 내가 식사량이 줄어서 닭가슴살을 먹지 않는다고 생각했을까.

하여간 매번 닭을 먹을 때마다 닭가슴살이 남는다. 처음에는 냉장고에 두었다가 나중에 따로 먹었는데 먹을 때마다 맛이 없었다. 그래서 라면에 넣어서 먹어봤는데 그냥 먹는 것보다는 낫지만 그렇게까지 맛있다고 할 수는 없었다. 닭가슴살을 오래 끓여봐야 라면 국물 맛이 그렇게 깊어지지 않는다. 삼계탕도 노계의 뼈에서 국물이 우러나와야 하는 것이지 어린 닭의 살을 삶아봐야 우러나올 국물이 없다. 그래서 어쩌다 닭가슴살이 많이 남으면, 냉장고에 며칠 있다가 라면에 조금 넣어먹다가, 결국 화천이가 먹게 된다.

몇 주 전에 내가 냉장고에 넣어두어야 할 남은 닭가슴살을 실내에 방치해둔 적이 있었다. 실내 기온이 낮고 또 건조해서 다행히 닭가슴살은 상하지 않고 약간 말라있었다. 마르면서 하얀 색이었던 닭가슴살이 약간 갈색으로 바뀌어 있었다. 먹어보았다. 건조되면서 갈색으로 바뀐 부분이 건조되기 전보다 약간 더 고소한 맛이 났다. 그 때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닭가슴살을 말려서 먹으면 그냥 먹는 것보다 맛이 나아지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닭가슴살이 남았을 때 잘게 쪼개서 그릇에 남아 말려 보았다. 이틀 정도 말렸더니 닭가슴살이 마르면서 갈색으로 변했고 식감이 오징어채와 비슷하게 되었다. 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어머니도 맛이 괜찮다고 하셨다.

말린 닭가슴살이 그렇게까지 별미는 아니다. 그래서 굳이 돈 주고 닭가슴살을 따로 사서 만들어먹을 정도는 아니다. 다만, 닭가슴살이 대량으로 남는 경우에는 건조해서 보관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2021.01.21.)


2021/03/20

[한국 가요] 악단광칠 (Ak Dan Gwang Chil)



악단광칠 - 영정거리 [온스테이지 2.0]

( www.youtube.com/watch?v=krIHTd-7PGY )

(2021.04.01.)


[한시] 이백 - 산중대작(山中與幽人對酌)

山中與幽人對酌 / 산에서 은자와 대작하다


兩人對酌山花開 / 둘이 술 마시고 산에 꽃 피어

(양인대작산화개)

一杯一杯復一杯 / 한 잔 한 잔 또 한 잔에

(일배일배부일배)

我醉欲眠卿且去 / 나는 취해 자려 하니 그대는 가시오

(아취욕면경차거)

明朝有意抱琴來 / 내일 아침 생각 나면 거문고 안고 오시게

(명조유의포금래)


(開, 杯, 來)


- 幽人(유인): 은사(隱士)

- 卿(경): 그대. 존경하거나 친한 사이에 부르는 호칭.


- 3구는 『송서』 「은일전」에 나오는 일화를 사용했다. “도연명은 음률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줄 없는 거문고를 가지고 있었다. 매번 술자리에 나아가면 문득 거문고를 어루만지면서 그 뜻을 기탁하였다. 술이 있으면 귀천을 가리지 않고 술자리를 만들었는데 (도연명 자신이) 먼저 취할 것 같으면 ‘내가 취하려 자려 하니 그대는 가시게’라고 했는데 진솔함이 이와 같았다.”



* 참고 문헌: 이백, 『이백 오칠언절구』, 황선재 역주 (문학과지성사 펴냄, 2006), 342-343쪽.



(2017.10.05.)


2021/03/19

집 안으로 들어온 화천이



지난 주 토요일에 집에 갔을 때 어머니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씀하셨다. “야, 큰일 났다. 화천이가 다리를 절어.” 어머니가 금요일 아침에 출근할 때는 화천이가 집에서 안 보여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토요일 아침에 보니 화천이가 다리를 절뚝절뚝 절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이미 오밤중이라 동물병원에 갈 수 없었다. 다음 날은 일요일이다. 꼼짝 없이 이틀 동안 화천이는 병원에 못 가고 절뚝거릴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는 화천이가 불쌍하다며 집에 들어오게 하려고 했다. 아픈데 날씨도 추우니까 그랬던 것이다. 그런데 화천이는 집에 들어오지 않으려고 했다. 평소에는 그렇게 집으로 들어오려고 하더니 막상 들어오라고 하니까 청개구리처럼 안 들어가려고 한 것이다.

그동안 화천이는 왜 그렇게 집 안으로 들어오려고 했는가. 아마도 털복숭이가 사라지고 난 후부터였을 것이다. 작년 늦가을인가 초겨울인가 털복숭이가 없어졌다. 어머니 말씀으로는, 어느 날 털복숭이가 끙끙 앓으면서 수채구멍으로 들어가서는 불러도 나오지 않았고, 어느 새 없어져서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고 한다. 동물병원에 데려가야 죽을 병인지 살 병인지 알아볼 텐데 데려갈 수도 없이 사라졌던 것이다. 그렇게 화천이만 집에 혼자 남았고 그 이후부터는 틈만 나면 집 안으로 들어오려고 했다. 주중에는 집에 잘 들어오려고 하지도 않는데 주말에 내가 집에 오면 특히나 더 들어오려고 한다고 한다.

일요일 저녁에 어머니는 말씀하셨다. “10만 원 이상은 안 된다.” 화천이 치료비가 10만 원이 넘으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이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20만 원 나온다고 해서 내 카드로 10만 원 긁고 네 카드로 10만 원 긁고 이런 식으로 해도 안 된다. 무조건 10만 원 이상은 안 된다.” 어머니가 아무리 화천이를 아끼더라도 짐승한테 돈을 많이 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시골 사람들 정서가 그렇고 나도 그렇게는 생각한다. 그렇지만 수술해야 하고 비용이 30만 원 정도 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화천이는 계속 절뚝거리면서 살아야 하나? 그럴 수도 없는 일이었다. 어머니는 말씀하셨다. “동물도 보험에 든다더니 내가 그걸 고민할 줄 몰랐네.” 나는 치료비로 30만 원 정도 나오면 그냥 내가 30만 원을 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일요일 밤부터 눈이 오기 시작하더니 월요일 아침에는 눈이 많이 쌓였다. 아침에 일어나 길에 쌓인 눈을 다 치우니 아침 9시가 약간 넘었다. 화천이는 현관문 밖에 있는 집 안에 웅크리고 있었다. 다리도 불편한 놈이 어디 안 갈 것이라고 생각하고 아침을 먹었다. 밥 먹고 나오니 화천이가 없었다. 절뚝거리면서 어디를 갔는지 찾아도 보이지 않았다. 화천이는 오후 1시가 넘어서야 집에 돌아왔다. 화천이가 오자마자 철장에 넣어서 동물병원으로 데려갔다. 수의사 선생님은 발바닥 문제도 아니고 뼈의 문제도 아니고 아마도 근육염인 것 같다면서, 활동량이 많으면 빨리 낫지 않으니 좁은 곳에 두고 많이 움직이지 못하게 하라고 했다. 화천이한테 주사를 맞히고 다시 집으로 데려왔다.

화천이를 밖에 두면 다리를 절뚝거리면서 또 온 동네를 돌아다닐 것이다. 결국 화천이는 다리가 나을 때까지 집 안에서 지내기로 했다. 화천이 화장실도 만들었다. 내가 빈 포도 상자에 근처 공사장에 있는 모래를 퍼 담아서 가져왔다.

내가 이러한 사실을 회사에 계신 어머니께 말씀드렸다. 어머니는 카카오톡으로 이런 답장을 보냈다. “화천이가 호강하네.” 이렇게 화천이는 당분간 집 안에서 살게 되었다.





(2021.01.19.)


[외국 가요] 빌리 홀리데이 (Billie Holiday)

Billie Holiday - I’m a fool to want you ( www.youtube.com/watch?v=qA4BXkF8Dfo ) ​ Billie Holiday - Blue Moon ( www.youtube.com/watch?v=y4b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