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트럭에서 파는 닭(전기구이 닭)을 좋아한다. 껍질 때문이다. 전기구이로 구우면 닭 껍질이 갈색에 가까운 노란색이 되면서 기름이 흐른다. 집에 올 때 전기구이 닭 한 마리 사와서 껍질을 죽 뜯어서 입에 넣으면 입 안에 고소한 맛이 감돈다. 그럴 때 맥주 한 모금을 마시면 고소한 다음에 청량함을 느낄 수 있다. 전기구이 닭을 먹을 때는 주로 <블루문>처럼 약간 가벼운 느낌이 나면서 과일껍질향이 나는 맥주를 마신다. 과일이 많이 들어간 것 같은 맛이 아니라 가볍게 과일향 정도만 나는 것을 좋아한다.
고소한 맛 때문에 전기구이 닭을 먹다보니까 뜯어 먹는 순서도 이것과 관련된다. 우선, 등 쪽에 있는 껍질을 뜯어먹고, 그 다음에 꽁지 쪽을 뜯어먹는다. 꽁지 쪽에 기름이 많기 때문에 뜯어서 어금니로 씹으면 기름이 나오는 게 느껴진다. 그 다음에 목을 먹고, 날개를 먹고, 다리를 먹고, 배 속에 넣은 밥과 대추 등을 먹고, 그런 다음에 등뼈 쪽을 뜯는다. 그러면 맨 마지막에 닭가슴살이 남는다.
매번 먹을 때마다 닭가슴살이 남아서, 나는 예전보다 식사량이 줄어서 그러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집에 쥐포 같은 게 있으면 쥐포를 구워서 맥주를 조금 더 마시고 쥐포 같은 게 없으면 한 시간쯤 있다가 다른 것을 약간 먹는다. 집에 가족들이 있어서 닭을 두 마리 사면 닭 한 마리에서 닭가슴살만 남기고 다 뜯어먹은 다음 다른 가족이 남긴 닭에서 껍질을 벗겨서 먹는다. 그러니까 식사량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 닭가슴살이 맛이 없어서 먹지 않았던 것뿐이다. 왜 나는 내가 식사량이 줄어서 닭가슴살을 먹지 않는다고 생각했을까.
하여간 매번 닭을 먹을 때마다 닭가슴살이 남는다. 처음에는 냉장고에 두었다가 나중에 따로 먹었는데 먹을 때마다 맛이 없었다. 그래서 라면에 넣어서 먹어봤는데 그냥 먹는 것보다는 낫지만 그렇게까지 맛있다고 할 수는 없었다. 닭가슴살을 오래 끓여봐야 라면 국물 맛이 그렇게 깊어지지 않는다. 삼계탕도 노계의 뼈에서 국물이 우러나와야 하는 것이지 어린 닭의 살을 삶아봐야 우러나올 국물이 없다. 그래서 어쩌다 닭가슴살이 많이 남으면, 냉장고에 며칠 있다가 라면에 조금 넣어먹다가, 결국 화천이가 먹게 된다.
몇 주 전에 내가 냉장고에 넣어두어야 할 남은 닭가슴살을 실내에 방치해둔 적이 있었다. 실내 기온이 낮고 또 건조해서 다행히 닭가슴살은 상하지 않고 약간 말라있었다. 마르면서 하얀 색이었던 닭가슴살이 약간 갈색으로 바뀌어 있었다. 먹어보았다. 건조되면서 갈색으로 바뀐 부분이 건조되기 전보다 약간 더 고소한 맛이 났다. 그 때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닭가슴살을 말려서 먹으면 그냥 먹는 것보다 맛이 나아지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닭가슴살이 남았을 때 잘게 쪼개서 그릇에 남아 말려 보았다. 이틀 정도 말렸더니 닭가슴살이 마르면서 갈색으로 변했고 식감이 오징어채와 비슷하게 되었다. 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어머니도 맛이 괜찮다고 하셨다.
말린 닭가슴살이 그렇게까지 별미는 아니다. 그래서 굳이 돈 주고 닭가슴살을 따로 사서 만들어먹을 정도는 아니다. 다만, 닭가슴살이 대량으로 남는 경우에는 건조해서 보관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2021.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