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수의 <위태로운 회사생활>에는 침착맨 이말년도 나온다. 펭수는 팬미팅을 하기 위해 EBS에 예산 지원을 요청한다. 원래 펭수는 팬미팅에 쓸 예산으로 6경 원을 요구할 생각이었으나 현실을 고려하여 72조 원을 요구한다. EBS가 펭수의 요청을 거부하자 펭수는 EBS 사장 김명중에게 복수할 것을 다짐하며 EBS를 나온다. EBS를 나와 펭수가 한 일은 회사를 세우는 것이다. 그 회사에 사외이사로 이말년이 섭외된다.
<위태로운 회사생활> 4회에서 내 눈에 띤 것은, 이말년 책상 위에 놓여있는 『本삼국지』 세트다. 『本삼국지』는 중국동포인 리동혁 작가가 만든 책이다. 리동혁 작가는 『삼국지가 울고있네』라는 책에서 이문열 삼국지의 오역 등을 지적한 후 『本삼국지』를 펴냈다. 『本삼국지』는 중국의 12개 판본을 반영해서 삼국지연의를 번역했다고 한다. 내가 삼국지연의 원본에 대해 아는 바가 없으므로 『本삼국지』의 번역 수준에 대해 말할 수는 없겠으나, 작가가 한자어를 최대한 쉽게 풀이하려고 노력한 것은 내 눈에도 보인다.
이말년이 『本삼국지』를 샀다는 것은, 그러니까 이미 읽었거나 읽을 예정이라는 것은 나름대로 『삼국지연의』에 대한 비교적 정확한 정보에 근거하여 만화를 그리려고 한다는 것으로 보인다. 『本삼국지』를 펴낸 출판사가 홍보를 못 해서 그런지 책의 존재 자체도 모르는 사람이 많은데, 어쨌든 그 책의 주요 홍보 전략은 기존 삼국지연의 번역에 대한 비판이었기 때문에, 그 책 세트를 구매했다는 것은 이말년이 『삼국지연의』의 원문 내용을 궁금해 했을 가능성이 높음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이말년의 책상 위에 놓인 『本삼국지』 세트가 간접광고일 가능성은 없는가?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한다.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本삼국지』 초판이 나왔을 때도 홍보를 못하고 재판이 나왔을 때도 홍보를 못한 출판사가 이제 와서 EBS에 간접광고를 넣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영상에 나온 『本삼국지』 세트는 초판본이라서 중고서점이 아니면 구하기 힘든 상품이라는 점이다. 간접광고를 할 의도였다면 초판본 세트가 아니라 재판본 세트여야 했다.
『本삼국지』는 특이하게도 초판본 세트의 두 가지 버전에 비해 재판본 세트가 훨씬 디자인이 안 좋다. 구매의욕을 뚝 떨어뜨릴 정도로 디자인이 안 좋다. 재판본 세트의 가격이 초판본 세트의 가격의 반도 안 된다는 것을 보면 출판사도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다는 것은 알겠으나, 그렇다고 해도 디자인을 그렇게 하면 곤란하다.
또 다른 가능성은, 『本삼국지』가 많은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것을 안타까워한 이말년이 출판사의 의뢰도 받지 않고 알아서 『本삼국지』 세트를 책상에 가져다 놓았을 수 있다는 것이다. 충분히 가능하기는 하지만, 그럴 의도였다면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구입했다는 가격표는 제거했어야 했을 것 같다.
이러한 것들을 종합해본다면, 이말년의 책상 위에 『本삼국지』 세트가 놓여 있다는 것은, 일단 간접광고의 목적은 아니라고 추정할 수 있다.
* 링크: [자이언트 펭TV] KBS 히어로 연봉 별 거 없네 (Feat. 벡터맨, 컴미 본인등판)
( www.youtube.com/watch?v=qaXIA-loWuc )
(2020.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