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8/10

[인식론] 김기현 (2003), 제4장 “인식정당화의 두 견해 - 전통적 견해, 발생적 견해” 요약 정리 (미완성)


[ 김기현, 「제4장. 인식정당화의 두 견해 - 전통적 견해, 발생적 견해」, 『현대 인식론』 (민음사, 2003). ]

인식적 행위의 궁극적 목표는 참에 도달하고 거짓을 피하는 것이다. 인식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인식정당화의 문제가 제기된다.

(어떻게 믿는 것, 어떤 믿음 형성 방법이 인식적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가?)

인식정당성의 해명이 전통적 인식론의 주된 관심사였던 만큼, 인식정당성을 분석하는 수많은 이론이 있다. 이들의 분석은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인식론자들은 인식정당성이라는 개념 자체가 다의적인 것으로 보고 인식정당성의 상이한 의미나 개념을 구분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인식정당성에 대한 다양한 이론은 크게 두 가지 틀로 구분할 수 있다. 이 두 틀은 인식정당성에 접근하는 근본적으로 다른 두 가지 시각을 반영한다. 이를 각각 인식정당성에 대한 전통적 견해와 발생적 견해라고 부른다.

1. 평가의 두 차원(생략)

윤리학의 예: 결과주의와 동기주의

동기주의는 ‘행위자의 평가’와 관련되고, 결과주의는 ‘행위 자체의 성향’을 결과와 관련하여 ‘평가’한다. 이 둘은 서로 다른 주제를 평가하므로 같은 상황에 다른 평가를 내려도 모순이 아니다.

2. 인식정당성에 대한 전통적 견해

한 믿음의 인식정당성과 관련된 평가는 인식 주관을 평가의 대상으로 삼을 경우, 이 인식 주관이 참을 추구하고 거짓을 피하는 인식론적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가가 고려 사항이 된다. 이 경우 거짓을 피하고 참에 도달하려는 노력을 통하여 한 믿음을 형성하는 것이 칭찬받는다. 이러한 견해를 인식정당성에 대한 전통적인 견해라고 한다. 이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S가 R이라는 근거에 의해 P라고 믿는 것이 인식론적으로 정당하기 위해서는, S는 R이 주어졌을 때 P가 참일 가능성이 높다는 상위의식을 가져야 한다.

상위의식(higher-level belief_이라는 표현은 이 의식이 외적 사태에 대한 의식이 아니라 인식주관 내에 존재하는 심리적 상태인 믿음과 그 근거에 관한 의식이기 때문이다.

의무론적 견해에 따르면 거짓을 피하고 참을 획득하는 것이 인식적 의무를 이루고 한 믿음을 받는 것이 정당한지 여부는 이 의무를 이행했는지와 관련된다. 인식정당성에 대한 의무론적인 견해를 옹호한 현대 인식론자 중 가장 잘 알려진 사람은 로데릭 치좀임.

봉주르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자신의 믿음을 비판적으로 반성하는 것이 그의 인식적 의무의 일부를 이루며, 그러한 반성에 비추어 그가 신빙성 있게 인식적으로 포착할 수 없는 것을 믿어서는 안 된다.(BonJour 1986, 42)

의무를 수행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은 믿음에 주체에 대해 제기되는 것이지 믿음 자체에 제기될 수는 없다. 즉, 이는 인식정당성에 대한 의무론적인 견해가 인식 주관을 평가의 대상으로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의무론적 견해는 상위 의식의 요구로 자연스럽게 연결됨을 보여준다. 참을 극대화하고 거짓을 극소화하는 인식적 의무를 이행하려면 한 믿음을 받아들일 만한 적절한 근거만 가져서는 충분하지 않다. 그 근거를 무시하고 부당한 근거에서 그 믿음을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인식적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반성을 통해 그 믿음을 참이라고 받아들일 만하다는 상위 의식에 토대를 두어야 한다.

전통적 인식론자가 항상 의무론적인 견해를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며, 따라서 상위 의식의 요청이 항상 의무론적인 견해에서 도출되는 것도 아니다.

레러(K. Lehrer)는 인식론을 인간의 지식에 고유한 특성을 분석하는 데에 관심을 갖는다.

발생적 견해

: 만약 S가 t의 시점에 P라고 믿는 것이 믿음을 형성하는 신빙성 있는 인지과정의 결과라면, t에 S가 P를 믿는 것은 정당하다.

- 인식적으로 정당한 믿음: 참을 추구하고 거짓을 피하는데 기여하는 방식으로 잘 형성된 믿음

- 잘 형성됨: 신빙성 있는 인지과정에 의하여 신출됨

- 신빙성: 거짓 믿음보다 참도니 믿음을 많이 산출하는 경향

-> R이라는 근거에 의하여 S가 P라고 믿는 것이 정당하기 위해서는, S가 P라고 믿는 것이 R에 의해 야기되어야 한다.

아래 두 질문은 다른 질문이다.

S가 P라고 믿는 것이 인식적으로 정당한가? -> 전통적 견해

P의 믿음이 S에게 있어 인식적으로 정당한가? -> 발생적 견해

이는 인간의 인식 능력이 두 측면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등장.

-> 여기서 외재론/내재론, 토대론/정합론 논쟁이 나온다.

두 견해의 갈등

전통적 입장: 인과적 고려는 인식정당성과 무관하다.

발생적 견해: 한 믿음이 ‘정당함’과 한 믿음이 ‘정당함을 앎’은 다르다.

-> 상위의식을 필요조건으로 제시한 건 이 둘을 혼동한 것이다.

전통적 견해의 문제

: 하위 믿음이 정당하기 위해서는 상위 믿음이 필요하고, 그 믿음도 정당해야 한다.

-> 상위믿음의 인식정당성은? -> 악성적인 후퇴

(발생적 견해는 발생을 통해 믿음을 형성하는 여러 방식 중 하나로 본다. - 한 믿음과 증거 사이의 증거 연관)

또한 상위믿음의 정당성은 발생적으로 성립한다고 간주한다.

발생적 견해의 문제

: 믿음이 객관적으로 참일 확률이 높은 한에서만 인식적으로 정당할 수 있다.

인식적 평가는 진리 연관적 평가다. 여기서는 주관적 확률의 영역이 아닌 객관적 확률의 영역이다.

-> 객관적 확률의 영역은 데카르트의 전능한 기만자에 무력하다.

(인식적 규범이 진리와의 객관적 연관성을 인식정당성의 필요조건으로 제시할 수 없다)

대안: 내부에서 인식 정당성을 찾거나, 시각 등이 왜 올바른 인식적 규범인지 설명하는 걸 포기하거나.

(2023.04.20.)

2019/08/09

『관내분실』을 읽고

   
나는 원래 소설을 잘 못 읽는다. 가족끼리 갈등을 겪다가 화해하는 종류의 소설은 더더욱 못 읽는다. 억지 신파 소설은 당연히 못 읽고, 문학적 소양이 있는 사람들이 높게 평가한다는 소설도 그런 류의 이야기면 못 읽는다. 아마도 성격 때문일 것이다. 내가 문학 전공자도 아니고 소설은 휴식이나 여가로 읽는 것인데, 굳이 남의 집안에서 벌어지는 짜잔한 사건들이나 잡다한 감정 상태 변화를 내가 알아야 할 이유가 있나 싶은 것이다. 가족 갈등이 왕실의 왕위 다툼이나 역모로 이어지는 것이면 모르겠는데, 영화 <사도>처럼 호쾌한 역적질 없이 가족 갈등만 있으면 그런 소설도 못 읽는다.
  
협동과정 자료실 책상에 소설 하나가 놓여있었다. 다음 주 협동과정에서 김초엽 작가와의 만남을 한다고 한다. 책상에 놓인 것은 김초엽 작가가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대상을 받은 『관내분실』이라는 작품이었다. 나는 원래 소설을 잘 안 읽고 못 읽는데 그래도 읽어보기로 했다. 기말보고서를 써야 하는 기간이었기 때문이다. 원래 기말보고서 때 하는 딴짓거리가 제일 재미있다. 해일이 밀려올 때 줍는 조개가 제일 예쁜 법이다.
  
소설의 배경은 사후 마인드 업로딩이 가능한 미래이다. 죽은 사람의 뇌의 시냅스 연결 패턴을 스캔한 다음 마인드 시뮬레이션을 돌려서 기억과 행동 패턴을 저장하여 마인드 도서관에서 보관한다. 이야기는 주인공 엄마의 기억이 마인드 도서관에서 관내분실 되면서 시작된다.
  
소설에서 엄마가 등장하고 뭔가 따뜻한 이야기가 전개될 것이라는 조짐이 보이자마자, 소설에 대한 흥미는 빠르게 줄어들었다. 소설 못 읽는 버릇이 또 나온 것이다. 기말보고서도 내가 소설을 진득하게 읽게 만들지는 못했다. 읽다가 아예 덮은 것은 아니고 매우 빠른 속도로 훑었다. ‘아니, 그래서 주인공이 엄마를 이해한다는 거야, 안 한다는 거야’ 하면서. 주인공은 결국 자기 엄마를 이해하게 된다.
  
내가 제대로 읽은 거의 유일한 소설은 『삼국지』일 것이다. 그런 것은 재미있다. 으랏차차 하면서 힘 자랑 하고, 고기 먹고 술 먹는 거 자랑하고, 모가지 썩둑썩둑 자르고, 그러면서도 세부 묘사는 별로 없고, 마취 안 하고 외과 수술 받으면서 센 척 하는 류의 이야기 말이다.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같은 소설도 좋아한다. 딱 거기까지다.
   
아마 흥미를 느끼려면, 소설에 엄마가 나오기는 나오는데 다른 방식이어야 할 것이다. 가령, 살인 누명을 쓴 엄마를 구하려고 딸이 엄마를 마인드 스캐닝해서 기억을 복원했는데 알고 보니 엄마가 정말 살인마였다든지, 엄마가 은행을 털어서 돈을 숨겨놨는데 도주하다 기억을 잃어서 딸이 엄마의 기억을 복원한다든지 하는 식이다. 가족의 소중함 같은 것도 <심슨가족> 식 정도면 받아들일 수 있다. 호머 심슨이 스프링필드를 정말 물리적으로 날려버릴 뻔 했지만 어쨌든 안 날아갔고 가족은 소중하다는 이야기다.
  
가끔씩 느끼지만, 『관내분실』을 읽고 또 느낀 건데, 아무래도 나는 문화인이나 교양인이 되기는 글러먹은 것 같다.
  
  
(2019.06.09.)
    

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 예언한 알라딘 독자 구매평 성지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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