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시인들 - 빙(氷)
( www.youtube.com/watch?v=HRkAZ2Zl_ic )
거리의 시인들 - 착한 늑대와 나쁜 돼지새끼 세 마리
( www.youtube.com/watch?v=78bqTX3KYsk )
(2018.04.10.)
거리의 시인들 - 빙(氷)
( www.youtube.com/watch?v=HRkAZ2Zl_ic )
거리의 시인들 - 착한 늑대와 나쁜 돼지새끼 세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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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10.)
요즈음은 개나 소나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는 것이 유행인 모양이다. 누가 페미니스트인지 알려면 페미니즘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페미니즘은 무엇인가? 나는 잘 모르겠다.
약간 질문을 바꾸어보자. 누가 과학자인가? 과학을 하는 사람이다. 과학은 무엇인가? 과학자가 하는 학문 활동이다. 이런 식으로 정의가 순환하면 안 되니까 과학과 과학자 중 한 쪽에 우선성을 부여해야 할 텐데 어디에 우선성을 부여해야 하는가? 쿤에 따르면, 과학자에 우선성을 부여해야 한다. 과학이 무엇인지는 과학철학자들끼리도 쉽게 합의가 되지 않는 문제지만 과학자들은 과학 공동체에서 과학 활동을 한다. 어떤 규범을 따라야 하는지 명시되지 않아도 과학자들이 과학 공동체에서 과학 활동을 한다는 것은 그들이 명시적인 규칙을 따라서 과학자가 되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과학 공동체 형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과학교과서이다. 과학도들은 과학교과서를 통해 과학을 배우며 학자가 될 준비를 한다. 교과서로 과학을 배울 때는 과학적인 개념, 법칙, 이론을 추상적인 정의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항상 그것이 적용되는 모범 사례와 함께 배운다. ‘힘’이나 ‘질량’ 같은 개념을 배우는 것은 사전적 정의를 외우는 것이 아니라 교과서에 나오는 연습 문제를 풀면서 그러한 개념을 어떻게 적용하는지를 익히는 것이다. 또한, 어떠한 실험 기구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실험 결과가 나타내는 바가 무엇이며 그것이 교과서에서 배운 개념과 어떻게 연관되는지 배운다.
이는 누가 어떤 주의자인지를 이야기할 때도 응용할 수 있다. 누가 사회주의자인가? 사회주의자 공동체에서 사회주의 운동을 하는 사람이다. 사회주의가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그에 대한 수많은 해석이 있을 것이다. 팽팽하게 경합하는 이론들 중 어느 것이 옳은지 개념적인 탐구를 한 다음에 사회주의자가 된다면 아마도 사회주의자가 되기 전에 늙어죽을 것이다. 사회주의에 대한 개념을 익히는 것은 사전적인 개념을 외워서 되는 것이 아니라 그 개념에 대한 응용을 하면서 익히는 것이다. 어떤 응용이 적절한 응용인지는 혼자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공동체에서 사람들이 활동하는 것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사례들이 축적되고 모범 사례와 그렇지 않은 사례가 구분되며 정교하게 되고 이것이 그 다음 이론 서적에 반영될 것이다. 그래서 어떤 주의에서도 어떤 주의에 대한 정의보다 어떤 주의자 공동체가 우선한다.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는 그 많은 사람들은 페미니스트인가? 그들에게 이론적인 기반 같은 것은 있을 리 없다. 그들은 어느 공동체에서 무슨 활동을 하는가? 트위터 활동이다. 참 대단한 활동이다. 트위터에서 트윗트윗 하는 것을 퍽이나 대단한 정치활동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이 자신을 무엇이라고 규정하든 자신의 활동을 무엇이라고 규정하든 그건 자유지만, 여가 활동은 여가 활동일 뿐이니까 주제 넘게 까불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사람들이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는 현상 자체는 좋게 본다. 그것은 쥐뿔도 모르는 사람들 눈에도 페미니즘이라고 불리는 것, 무엇인가가 바뀌는 것이 좋아 보이거나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인 것으로 보인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람들은 대체로 센 쪽에 붙으려고 하기 마련이다. 지금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70%가 넘고 문재인 대통령이나 민주당에 일체감 비슷한 것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 중 의식 있어서 그러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들 중 대부분은 노무현 대통령 때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라고 했을 것이고 분위기에 따라 편승하던 사람들일 것이다. 그들에게 의식적 각성이 일어났다는 것이 아니라 민주당 쪽으로 힘이 쏠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개나 소나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는 현상 자체는 좋은 징표다. 페미니즘 이론가나 활동가들이 그러한 사람들의 무지나 허영심을 얼마나 좋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을지는 또 다른 문제이겠지만 말이다.
(2017.12.08.)
택시기사들이 승객들한테 말을 걸어서 짜증났다는 이야기를 가끔씩 듣는다. 택시기사가 새누리당을 지지해서 승객이 기사와 싸웠다는 이야기도 몇 번 들었다. 내 경우에는, 택시기사가 쓸데없이 말을 건 적도 별로 없고 정치 이야기를 한 적도 거의 없다. 대신, 택시기사가 주행 내내 음담패설을 한 적은 있다. 택시기사가 미친놈이었다.
흔히들 아저씨들이 하는 음담패설은, 본인들이 신동엽도 아니면서 주제 파악 못하고 유머 감각을 자랑하거나 사회통념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롭고 소탈한 사람인 척 하려고 할 때 벌어지는 일련의 참담한 일이다. 그래도 음담패설을 하기 전에는 분위기를 살피거나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앞서 말했듯 이 택시기사는 미친놈이었고 나를 포함한 승객들이 탑승하고 택시문을 닫자마자 인사말처럼 음담패설을 시작했다.
음담패설이라는 것이 재치나 해학이 있어야 하는데, 이 택시기사가 하는 음담패설은 그런 것은 하나도 없고 원색적이기만 했다. 김형곤이나 최병서 같은 옛날 개그맨들이 하는 음담패설에도 스토리텔링이 있고, 『고금소총』 같은 옛날 책에 나오는 음담패설에도 은유와 비유가 있는데, 택시기사의 음담패설에는 밑도 끝도 없이 무작정 원색적인 이야기만 있었다. 이야기를 하다 야한 이야기를 한두 마디 한 것도 아니고 신촌에서 낙성대까지 가는 내내 그런 이야기만 했다. 내가 들은 야한 이야기 중에 이렇게 재미없고 더럽고 불쾌한 이야기는 처음이었다. 승객 중 아무도 그 이야기에 동조하거나 호응하지 않고 침묵을 지켰는데도 택시기사는 혼자 계속 이야기를 했다. 보통 미친놈이 아니었다. 택시에 나 포함해서 남자만 네 명 탔는데 하도 불쾌해서 승객들이 항의하고 화내고 택시기사와 싸우게 되었다.
택시기사 아저씨의 메시지는 단순했다. 남자는 거시기만 크면 장땡이다, 거시기만 크면 아무 것도 안 해도 된다, 여자가 다 먹여 살려주니까 걱정 없이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신촌에서 낙성대까지 가는 내내 그 이야기만 한 것이다.
나는 기숙사 입구에서 택시에서 내렸다. 내가 겪은 일이 하도 황당해서 피식피식 웃으면서 혼자 기숙사로 걸어갔다.
‘저 아저씨는 남자가 거시기만 크면 일 안 해도 된다면서 본인은 저렇게 밤늦게까지 일을 하고... 어?’
택시기사도 나름대로 불쌍한 아저씨였던 모양이다.
(2017.12.07.)
지난주 화요일(11월 28일) 고등학교에서 방과후학교를 할 때 업체 직원이 교실에 와서 나에게 인사하며 이렇게 말했다. “어? 학생들이 많이 남았네요?” 시작할 때 여덟 명밖에 안 되는데 여기서 더 줄어들면 안 되는 거 아닌가?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예전에 어떤 사람이 방과후학교에서 교육학을 가르쳤는데 그 때는 스물네 명으로 시작해서 일주일 만에 세 명으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방과후 학교는 일주일에 한 번만 가르치니까 수업 한 번 듣고 학생들이 1/8로 줄어든 것이다. 고등학생들에게 교육학을 가르쳐서 어디에 쓰나 모르겠는데, 아마도 해당 강사는 가뜩이나 재미없는 것을 굉장히 열심히 가르친 모양이었다.
사람이 무슨 일을 하기 전에 제일 먼저 해야 할 것은 주제 파악이다. 대학원생이 교수 같은 마음으로 가르치면 교수보다 못 가르치면서 교수보다 더 재미없게 가르치게 된다. 많이 가르칠 것도 없고 열심히 가르칠 것도 없고 고등학생들이 알아들을 만큼만 가르치면 된다. 학교에서 내신 부풀리려고 방과후학교를 하는 건데 수능에도 안 나오는 것을 가르치면서 교사도 아닌 사람이 학생들한테 교사인 척 하면 안 된다. 나는 학생들이 수업 중에 음식물 먹는 것, 자는 것, 화장실 가는 것, 다른 과목 공부하는 것 등을 다 허용했다. 단, 떠드는 것은 금지했다. 나의 노동 강도를 높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떠들기는 했다.
그리고 나는 학생들한테 마음에도 없는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았다. 어른인 내가 아이들한테 진실된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이런 식으로 말했다. “방과후학교를 왜 하냐? 내신 부풀리려고 하는 거 아니냐. 좋은 게 좋은 거니까 예습 복습 같은 거 다 필요 없고 저녁 시간에 와서 그냥 좋은 이야기 듣는다 생각하고 듣고 가든지, 잠깐 쉬었다 간다고 생각하고 왔다 가든지 해라. 그런데 떠들지는 마라. 내 노동 강도가 높아지니까.”, “철학은 무슨 얼어 죽을 놈의 철학이냐. 먹고 사는 데 도움 되냐, 생애소득이 증가 하냐? 그런 거 없다.”, “고등학생이 무슨 놈의 과학철학이냐, 과학이나 잘 하지. 너네 과학 잘 하냐? 모의고사 보면 1등급 나오냐? 과학철학이 중요한 게 아니고 모의고사 1등급 나오는 게 훨씬 중요하다.”
그렇게 한 학기가 지났다. 학교에서는 11월 28일 이후 일정은 학생들하고 알아서 협의해서 처리하라고 했다. 서류상으로는 일정이 2주 남았고 학교 일정상 실질적인 일정은 1주 남은 상황에서 나는 11월 28일에 수업 때 학생들에게 네 가지 중 하나를 고르라고 했다.
(1) 한 주 더 수업하고 과학철학을 배운다.
(2) 한 주 더 수업하고 과학철학 아닌 것을 배운다.
(3) 오늘까지만 배운다.
(4) 기타
이렇게 칠판에 쓰고 익명으로 투표를 했다. 나는 모두 (3)번을 선택할 줄 알았는데, 여덟 명 중 두 명은 (2)번을 선택했고 한 명은 투표용지에 “기권”이라고 썼다. 내가 진심으로 학생들을 대했더니 진심이 일부 통했나 보다.
(2017.12.06.)
Alicia Keys - If I Ain't Got You
( www.youtube.com/watch?v=Ju8Hr50Ckwk )
Jay Z - Empire State of Mind (feat. Alicia Keys)
( www.youtube.com/watch?v=vk6014HuxcE )
(2023.04.02.)
Mac DeMarco - Heart To Heart ( www.youtube.com/watch?v=qBoQzo98EpQ ) (2025.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