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2/21

어떤 패션 잡지를 읽고

     

동료 대학원생이 패션 잡지를 샀다. 잡지를 읽으려고 산 건 아니고 부록으로 주는 다이어리 때문에 샀다고 한다. 군대에 있을 때 그 잡지를 재미있게 본 기억이 있어서 웬만큼 기대를 하고 잡지를 펴봤는데 읽을 만한 내용도 거의 없고 사진조차 너무 이상해서 실망했다고 말했다. 미적 감각이 별로 없는 내가 봐도 사진이 이상해보였다.
  
폐지함에 버리려는 것을 달라고 하여 잠깐 그 잡지를 읽어보았다. 그런 패션 잡지에는 어떤 글이 실리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잡지에는 정말 별 내용도 없었고 글도 엉성했다. <대학 내일>은 공짜니까 보는 것이지, 그런 잡지를 7천 원씩이나 받고 판매한다니 약간 놀랍기도 했다. 잡지사들이 다들 어렵다고 하면서 그것이 마치 사회문제라도 되는 듯이 언론에서 다루기도 하는데, 그런 잡지들이 몇 개 없어지는 것이 왜 문제인지 모르겠다. 그런 잡지들이 유지되어서 사회에 득이 되는 것이라고는 약간의 고용 창출밖에 없는 것 같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잡지에 글 쓴 사람들의 이름 옆에 모두 ‘에디터’라고 써놓았다는 것이다. 기자면 기자고 작가면 작가지 왜 모두 에디터인가. 요즈음은 잡지에 글 쓰는 사람을 모두 에디터라고 부른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 순간 어떤 생각이 떠올라서 나는 이렇게 물었다. “아, 가수라고 하기에는 노래를 못하고 연기자라고 하기에는 연기를 못하니까 아이돌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기자라고 하기에는 취재를 못하고 작가라고 하기에는 글을 못 쓰니까 에디터라고 부르는 건가요?” 동료 대학원생은 “어, 그런데 그런 이유로 아이돌이라고 부르는 건 아니에요”라고 답했다.
  
  
(2016.12.21.)
     

2017/02/20

뮤직비디오를 보고 든 생각

     

<PPAP> 뮤직비디오를 보고 든 생각은 재미있다는 것이었다. 딱 거기까지였다. 그 나라의 문화적 우수성 같은 것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어떤 외국인이 나한테 “Do you know PIKO TARO? Do you know PPAP?”라고 묻고 <PPAP>를 안다는 내 대답에 그 외국인이 어깨를 으쓱거린다면, 아마도 나는 ‘저 나라는 어지간히 보잘 것이 없나보다’ 하고 생각할 것이다. 외국인을 만나는 그 나라 사람들이 죄다 그런다면 나는 ‘저 나라 사람들은 다른 나라 사람한테 인정받고 싶어 죽겠나보다, 정신적으로 미성숙한가 보다’ 하고 생각할 것이다.
   
<PPAP> 뮤직비디오를 보니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가 떠올랐고, <강남스타일>을 두고 유난을 떨던 한국인과 한국 언론이 생각나서 부끄러웠다. 나와 같은 한국인인 싸이가 외국에 나가서 돈 많이 버는 건 좋은 일이지만, 그것을 가지고 한국 문화의 우수성 운운하는 것이 얼마나 유치하고 수준 낮은 짓거리인가. 심지어 어떤 동양철학 교수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공개 강연에서 <강남스타일>의 장단이 굿거리장단이고 드디어 한국 문화의 우수성이 세계에 통하게 되었다고까지 말했다. 고등학교 윤리 교과서도 집필했던 사람이 그러고 다니고 있는 판이다.
  
  
(2016.12.20.)
    

2017/02/19

[인터뷰] 유인태 의원 – 컷오프 직후 인터뷰 (2017.02.)

- 국회에서 하고 싶었으나 못 이룬 일은.

“분권형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이다. [...] 양당제의 폐해는 지역주의 말고도 양극단으로 원심력이 작용한다는 데 있다. 중도 보수, 중도 진보가 극우・극좌의 눈치를 보게 된다. [...] 사사건건 모든 걸 대립하고 에너지를 거기만 쏟으니 정치 혐오·반(反)정치 문화로 이어지고.”

- 정치가 혐오의 대상이 되지 않으려면.

“국회는 이해관계가 다르고 생각이 다른 300명 대표들이 모여서 타협하라고 만든 곳이지, 40% 지지를 가지고 과반 의석을 얻었다고 해서 100의 권력을 행사하려는 게 민주주의 다수결 원칙은 아니다. [...] 타협하라고 만든 게 국회인데 타협해 봐라. 양극단에 있는 쪽에서 누더기가 됐네, 지조가 있네 없네 한다. 우리도 (열린우리당 시절) 과반일 때 국가보안법 등을 마음대로 폐지하려던 우를 범했다. 지금도 모든 법안이나 정책이나 우리의 의견이 6대 4 정도로만 반영되면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1988~90년 (평민당) 김원기 원내총무 시절 정권(민정당)의 김윤환 원내총무와 협상을 통해 5공 청산하고, (전두환 전 대통령) 백담사 보내고, 다 의회가 결정해 냈던 거 아닌가. 타협의 정치를 해서. 그 과정에 정치인들은 상당히 신뢰를 받았다.”

- 정치 후배들을 보며 드는 생각은.

“어디 좀 국립묘지 같은 데 가도 초선이면 지가 알아서 뒷줄에 서고. 그때 어떻게든지 기를 쓰고 앞줄에 서 보겠다는 애들이 있다. 대개 그런 애들이 떠. 그런 애들이 SNS를 잘해. 그게 당을 천박하게 만들고 사고를 친다. 5000만 공동체를 놓고 고민하려고 하면 염치도 알고 예의도 있고, 사고도 남을 좀 더 배려하는 마음도 있어야 한다.”

- 그런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사람이 되라는 거죠.”

* 출처: [중앙일보] “더민주, 환부든 아니든 도려내야 할 상황”

( http://news.joins.com/article/19634473 )

(2017.02.19.)

2017/02/17

지도교수의 매력

     

협동과정에서 송년회를 했다. 아직 입학하지는 않았지만 다음 학기 신입생이라 송년회에 참석하게 되었다.
  
술자리에서 지도교수님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왔다. 사람들이 물어봐서 나는 의사소통과 관련된 이야기를 했다.
   
지도교수님은 제자들한테 “이거 해라, 저거 하지 마라”라고 직접적으로 말씀하지 않는다. 보통 “이 것은 이런 측면도 있고 저런 측면도 있지만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당사자의 의사가 중요하지 않겠나 싶네만은...”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자신의 면담 결과를 해석해달라고 나에게 부탁한 사람도 있었다.
  
나는 선생님과 별 문제 없이 의사소통한다. 선생님께 나는 “이 일은 이런 측면도 있고 저런 측면도 있어서 A안과 B안과 C안을 생각해볼 수 있는데 A안이 최선일 수도 있겠지만 B안과 C안도 고려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만...”이라고 말한다. 그러면 선생님은 “그렇게 하는 것이 좋겠네”라고 하신다. 그러면 그 다음 면담 때 선생님은 “지난 번에 B안으로 한다고 했던 것 같은데 내 기억이 맞는 건가?”라고 하시고 나는 “네, B안으로 처리했습니다”라고 한다.
  
의사소통 이야기만 했어야 했는데 나는 괜한 이야기를 덧붙였다. 술도 많이 마시지 않았는데 사람들 앞에서 쓸데없는 이야기를 했다. 나는 사람들한테 내 지도교수님이 매력이 있지 않으냐, 고양이 같은 매력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고양이는 깨끗한 곳에서 조용히 혼자 있기를 좋아한다. 잡으려고 하면 어디론가 사라져서 잡을 수 없지만 언제 왔는지 옆에 와서 스치듯 비비고 지나간다. 어디 있나 보면 높은 곳에 올라가서 혼자서 어딘가를 바라보는데 앉아 있던 곳을 다시 보면 또 어디로 갔는지 사라지고 없다, 아무 소리도 안 내고 한참 가만히 앉아있는데, 어쩌다 울면 크게 울지도 않고 들릴 듯 말 듯 하게 가만히 소리를 낸다, 가만히 고양이를 보면 신비롭지 않느냐.” 그러면서 화천이와 새끼들 사진을 보여주었다.
 
 
 
내 말에 사람들이 의외로 격렬하게 반응했다. 어떤 과학사 선생님은 “세상에, 짚신도 짝이 있다더니!”라며 놀라워하셨다. 그 동안 내 지도교수님의 제자들과 이야기를 해봤지만 나 같은 이야기를 한 사람은 아직까지 없었다는 것이었다. 과학기술학 전공자 중 한 분은 지도교수를 이렇게 시적으로 묘사하는 사람은 처음 봤다고 했다. 그 말에 나는 “제가 인문대 출신이어서 그렇습니다”라고 답했다.
  
  
(2016.12.17.)
    

연동이가 봄을 타나

연동이가 약간 이상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람만 보면 들러붙고 난리도 아니었는데, 언제부터인지 본숭만숭하고 사람이 불러도 대답도 안 하고 사료도 잘 안 먹는다. ​ 며칠 전에는 내가 학교 가느라 집을 비운 동안 하루 종일 연동이가 안 보여서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