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9/22
[사회과학의 철학] Roberts (2004), “There are no Laws of the Social Sciences” 요약 정리 (미완성)
2016/09/21
메갈리아 미러링의 의의와 한계
보통, 미러링은 논리고 뭐고 씨알도 안 먹힐 때 한다.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들이 동물이나 친구를 괴롭힐 때 “네가 한 행동을 네가 똑같이 돌려받는다면 어떻겠니?”라고 하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메갈리아의 미러링도 이와 비슷하다고 들었다. 여성을 혐오하는 사람들한테 좋게 비위 맞춰가며 말해도 말이 안 먹히고 이치에 맞게 따지면서 말해도 안 되니까 너도 당해보면 알겠지 하면서 나온 것이다.
문제는 메갈리아의 미러링이 원래 목적에 맞게 적절한 심리적 타격을 줄 수 있냐는 거다. 합기도 사범이 동네 양아치를 흠씬 두들겨서 양아치가 자신의 깡패짓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것도 일종의 미러링이라고 한다면(실제로 용팔이 김용남은 삼청교육대에서 처맞는 동안 그동안 저지른 깡패짓을 반성했다고 한다), 합기도 사범은 양아치를 덜 때려서 정신 못 차리게 해서도 안 되고 너무 때려서 죽게 만들어도 안 된다. 메갈리아는 과연 적절한 수위로 미러링을 할 수 있는가? 나는 미러링이 변질된 게 아니라 애초부터 분명한 한계가 있었다고 본다.
나는 우연히 메갈리아 게시판에 들어간 적이 있다. 구글에서 검색을 하다 우연히 일베 게시판에 들어가게 되었다. 일베 사용자들은 “우리는 적어도 모자이크는 하는데 저 미친년들은 모자이크도 안 한다”면서 메갈리아에 온갖 욕을 퍼붓고 있었다. 어떤 게시물인지 궁금해서 링크를 따라 메갈리안 게시판에 들어가게 되었다.
문제가 된 게시물은 한 한국 여성이 흑인 남성과 화상 채팅 하는 화면을 캡처한 것이었다. 여성은 멀쩡히 옷 잘 입고 있는데 흑인 남성은 웃통을 다 벗고 경찰 곤봉 같은 것을 쥐고 있었다. 예전보다 시력이 나빠진 나는, 저게 뭔가 싶어서 사진을 키우고 모니터를 가까이 들여다보았다. 흑인 남성이 쥐고 있는 건 곤봉이 아니었다. 모자이크 처리를 했으면 그것이 무엇인지 금방 알아차렸을 텐데 모자이크 처리를 안 하니 다른 것인 줄 알았다. 댓글란에는 한국 남자랑 흑인 남자가 어떻게 다르니 어쩌니 하는 댓글부터 “꺼져, 내 몸으로 꺼져” 이러는 댓글까지 잔뜩 달려 있었다. 나는 그걸 보고 ‘아, 이 사람들 이러고 노는 구나’ 싶었다. 딱 그 정도 느낌이었다. 게시물을 보고 조금 시무룩해지기는 했지만 나는 그리 큰 심리적인 타격은 입지 않았다.
나는 메갈리아의 미러링이 어떤 맥락에서 나왔는지 대충 아니까 그렇다고 치자. 그런 맥락을 전혀 모르는 사람은 메갈리아의 게시물에 심리적인 타격을 입고 그동안의 과오를 반성할까? 아마도 아닐 것 같다. ‘뭐야 이 미친년들은?’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고 술자리에 안주가 부족할 때 메갈리아를 씹는 정도일 것이다. 물론 해당 게시물을 보고 의기소침해질 수는 있겠다.
나는 20년 전에 이런 개그를 들었다. 흔히들 외국에만 남녀 혼탕이 있는 줄 아는데 사실 한국에도 혼탕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혼탕을 만들기는 했는데 여자는 안 오고 남자만 와서 망했다고 한다. 이 개그에서 생각해볼 점은 똑같은 행동이라도 남성이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것과 여성이 남성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대칭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흑인 남성의 사례를 놓고 보면, 여성의 성적 대상화가 여성들에게 심리적인 타격을 주는 만큼 남성의 성적 대상화가 남성들에게 심리적인 타격을 주는 것 같지는 않다.
생리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문화적인 측면에서도 대칭성은 성립하지 않는 것 같다. 남자 아이들은 논란의 여지없이 못 생겨도 엄마한테는 “우리 아들 남자답게 잘 생겼다”는 이야기를 듣고 사회에서는 “남자는 능력이고 여자는 외모”라는 말을 들으며 자란다. 센스 있는 급훈이랍시고 고등학교 교실 벽에 걸리는 문구는 “5분만 더 공부하면 부인 얼굴이 바뀐다” 같은 것이다. 여성들은 장관이 되어서도 미모를 평가 받는다. 이런 마당에, 여자들이 외국 남자나 연예인 놓고 외모 평가하고 성적 대상화 하면 여자들이 외모 평가 받을 때만큼 남자들이 심리적인 타격을 받을까. 윤리적인 옳고 그름을 떠나서, 이게 더 이상 약발이 먹히기나 하는 방법일까. 욕하려고 없는 미친년도 만들어내는 마당에 괜히 트집만 잡히는 것은 아닌가.
그런데 여기서 약발을 높이겠다고 수위를 높이면 범죄 행위나 비-도덕적 행위가 된다. 법적-도덕적으로 크게 문제가 안 되는 범위까지 최대한 수위를 높여봐야 약발이 안 먹히고, 약발 높이겠다고 수위를 조금 더 높이면 곧바로 범죄가 된다. 그래서 미러링으로는 애초에 의도했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메갈리아 미러링의 의의는 뭔가 적극적인 대응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 그 자체일 것이다. 마치 진승-오광의 난, 황건적의 난, 태평천국 운동의 의의는 그런 반란이 일어났다는 자체인 것처럼 말이다. 반란군 개별 부대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해서 그러한 반란의 의의까지 훼손되는 것은 아니듯, 메갈리아 활동 중 일부 문제가 있었다고 해도 메갈리아의 사회적 의의까지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더 나아가면 그나마 있던 사회적 의의까지 부정해야 할 것이다.
미러링으로는 할 만큼 다 했으니 이제는 다른 것을 해야 한다.
(2016.07.21.)
2016/09/20
[글쓰기] 철학과 소논문 작성시 주의사항 (학부)
2016/09/19
고등학교 수학 문제를 푸는 국제중 학생들
국제중학교에서 인지과학캠프 강사를 했다. 외고에서 했던 캠프가 잘 되어서 같은 재단의 국제중학교에서도 업체에 캠프를 신청했다고 한다. 업체도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캠프가 처음이라 이사도 긴장된다고 했다. 나는 피-고용인이라 그런지 별로 긴장하지 않았다.
한 반에 스무 명쯤 있었고 남녀 비율은 반반이었다. 여학생 중 절반은 수업하는 걸 잘 보았고 나머지 절반은 딴청 부렸으며, 남학생들은 한두 명 빼놓고 죄다 떠들고 딴청 부렸다. 어떤 남학생은 의자에 똑바로 앉지 못하고 45도쯤 삐딱하게 걸쳐 앉아 책상 밖으로 한 발을 내놓고 당장이라도 밖으로 뛰쳐나갈 자세로 있었다. 내가 교사였다면 “◯◯◯ 학생, 그렇게 삐딱하게 앉으면 허리가 안 좋아져요. 선생님한테 처맞아서 허리가 나빠져요”라고 했을 텐데, 하루 왔다가는 강사라서 고객한테 그럴 수 없었다. “야, 너 똑바로 앉아”라고만 했다.
학생들한테 지식의 종류를 설명하다가 ‘명제적 지식’과 ‘비명제적 지식’을 설명하게 되었다. 원래 교안에는 없었는데 흐름상 추가해야 할 것 같아서 내가 개인적으로 넣은 것이다. 강의 자료에 넣을 때는 생각 안 했는데 학생들한테 말할 때에야 명제는 고등학교 수학 시간에 배운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래서 명제의 정의를 설명하려는데 학생들은 이미 명제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어떻게 알았냐고 물으니 “그거 고등학교 수학에 나와요”라고 답했다.
학생들은 대부분 고2 수학까지 선행학습 했다. 학원에서 배웠다고 한다. 한 학생에게 실력이 어느 정도 되냐고 물으니 고등학교 내신 문제를 풀면 85점 정도 나온다고 했다. 85점이라니, 그 정도면 잘하는 편 아닌가? 아니라고 한다. “그거 ◯◯고 문제를 푼 건데요, 그 학교가 학력 수준이 높은 학교는 아니라서 그렇게 잘한 건 아니에요.”
고2 때도 고2 수학을 제대로 못했던 나로서는 중학생이 자기가 고2 수학을 푸는 걸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게 놀라웠다. 그런데 나중에 다른 사람한테 이런 이야기를 했는데 사람들은 이 사실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였다. 나보다 열 살 많은 박사 형님은 “그거 별거 아냐. 우리 때도 그랬어”라고 했고, 나보다 네 살 어린 석사과정생도 “요즈음은 거기(국제중) 말고도 서울에 그렇게 하는 애들 많아요. 그게 그렇게 대단한 게 아니에요”라고 했다.
선행학습 해서 중학생이 고등학교 수학 문제 푸는 건 방송에서만 봤지 실제로 그런 애들을 본 건 처음이었다. 나는 촌동네에 살았고 중학교도 동네에 있는 중학교를 다녔다. 거기서는 제대로 진도 나가는 것조차 벅찰 만큼 학생들의 전반적인 학력 수준이 낮았다. 지금도 동네 학부모들 이야기를 들으면, 고등학교 전교생 중 절반 이상은 문과 수학 내신 시험에서 40점도 못 받는다고 한다. 마침 나는 서울에서 과외 할 때도 못 하는 애들만 과외를 했다. 그러니 국제중 애들을 보고 놀랄 수밖에.
의자에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고 다른 남학생보다 유독 더 몸부림치는 애가 있어서 물어봤다. “너도 선행학습 했어?”, “네.”, “어디까지 배웠어?”, “고1까지요.” 그러자 뒤에서 다른 남학생들이 깔깔 웃으면서 “뻥 치지마. 너 중3까지밖에 안 했잖아” 하면서 장난쳤다. 중학교 2학년이 중3 수학밖에 못 한다고 놀림 받는다니.
* 뱀발: 오해의 여지가 있을까봐 덧붙이자면, 나는 사람마다 지적인 능력이 다르고 도달할 수 있는 지적 수준도 다르기 때문에 같은 나이인 학생들이 같은 내용을 같은 수준으로 배우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머리가 좋으면 열일곱 살 때도 대학 가고 머리가 나쁘면 스물두 살에 고등학교 졸업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선행학습이 문제인 것은 애가 수준이 안 되는데 부모가 억지로 시켜서 아이의 지적 능력이 발달하는 데 악영향을 끼치지 때문이지, 같은 나이의 다른 학생들과 다른 교육을 받아서가 아니다. 어쩌면, 무리하게 선행학습 받게 하는 것보다 똘똘한 애가 시골 살아서 수준 낮은 교육을 받는 것이 더 문제일 수도 있다.
(2016.07.19.)
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 예언한 알라딘 독자 구매평 성지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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