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1/11

[한문 해석] 제갈량 - 출사표(出師表)

     
先帝創業未半 而中道崩殂 今天下三分 益州罷弊
(선제창업미반 이중도붕조 금천하삼분 익주파폐
   
此誠危急存亡之秋也
차성위급존망지추야)
   
선제께서 창업을 반도 못 이루시고 중도에 돌아가시고, 지금 천하가 셋으로 나뉘고 익주는 피폐하니, 지금은 진실로 존망이 달린 위급한 때입니다.
   
• 先帝(선제): 촉(蜀)의 먼저 임금 유비(劉備). 자(字)는 현덕(玄德), 소열황제(昭列皇帝).
• 創業(창업): 나라를 세움
• 崩殂(붕조): 천자가 죽음. 붕어(崩御)라고도 함.
• 秋(추): 時(시)와 같은 뜻
      
然侍衛之臣, 不懈於內, 忠志之士, 忘身於外者, 
(연시위지신, 불해어내, 충지지사, 망신어외자
   
蓋追先帝之殊遇, 欲報之於陛下也. 
개추선제지수우  욕보지어폐하야)
   
그러나 [폐하를] 모시고 호위하는 신하들이 안(궁중 안)에서 게으르지 않고, 충성하고 뜻 있는 선비들이 밖(전장)에서 자기 몸을 돌보지 않는 것은, 모두 선제의 특별한 대우를 잊지 못하고 폐하께 갚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 侍衛(시위): 임금을 모시고 호위함
• 殊遇(수우): 특별한 대우
      
誠宜開張聖聽, 以光先帝遺德, 恢弘志士之氣, 
(성의개장성청, 이광선제유덕, 회홍지사지기)
   
不宜妄自菲薄, 引喩失義, 以塞忠諫之路也.
불의망자비박, 인유실의, 이색충간지로야)
   
진실로 마땅히 견문을 넓혀 선제께서 남긴 덕망을 빛내고 뜻 있는 선비들의 기개를 넓혀야 하며, 폐하 스스로 변변하지 못하다고 여기시고 사리에 맞지 않은 비유를 들어 충간(忠諫)의 길을 막아서는 안 됩니다.
   
• 光(광): 빛내다
• 恢弘(회홍): 크게 넓힘.
• 妄自菲薄(망자비박): 비박은 변변치 않음. 무릇 스스로 변변치 않다고 여김.
• 引喩失義(인유실의): 실의는 의를 잃음, 의를 잃은 비유를 끌어 됨, 즉 사리에 맞지 않은 비유를 들음.
       
宮中府中 俱爲一體 陟罰臧否 不宜異同.
(궁중부중 구위일체 척벌장부 불의이동)
    
궁중과 승상부가 모두 한 몸이 되어 잘한 자에게 상주고 잘못한 자에게 벌주는 것이 달라서는 안 됩니다.
   
• 宮中(궁중): 천자가 있는 궁궐 안.
• 府中(부중): 승상부(丞相府), 재상이 집무하는 관아.
• 陟(척): 공이 있는 자의 직위를 올림. 
• 罰(벌): 죄를 벌하여 직위를 내림. 
• 臧(장): 善
• 否(아닐 부, 악할 비): 惡.
      
若有作奸犯科 及爲忠善者, 宜付有司, 論其刑賞, 
(약유작간범과 급위충선자, 의부유사, 논기형상)
    
以昭陛下平明之理, 不宜偏私, 使內外異法也. 
이소폐하평명지리, 불의편사  사내외이법야)
     
만일 간사한 짓을 하여 법을 어기는 자와 충성스럽고 착한 자가 있으면 마땅히 관리에게 맡겨, 상벌을 논정(論定)하게 하여 폐하의 공평하고 밝은 다스림을 밝혀야지 사사로움에 치우쳐 안팎으로 법도를 달리하면 안 됩니다.
   
• 犯科(범과): 법을 어김. 科는 법률.
• 有司(유사): 관리.
      
侍中侍郞, 郭攸之.費褘.董允等, 此皆良實, 志慮忠純,
(시중시랑, 곽유지.비위.동윤등, 차개량실, 지려충순)
   
시중과 시랑인 곽유지・비위・동윤 등은 모두가 선량하고 진실하여 뜻과 사려가 참되고 순수합니다.
   
• 侍中(시중): 天子를 측근에서 모시며 고문(顧問) 응대(應對)하는 직책.
• 侍郞(시랑): 궁중의 문호(門戶)를 경비하고 거기(車騎)를 호위하는 직책.
• 良實(량실): 선량 성실(善良 誠實).
• 志慮(지려): 마음, 생각.
      
是以 先帝簡拔, 以遺陛下. 
(시이 선제간발, 이유폐하
   
愚以爲宮中之事, 事無大小, 悉以咨之, 然後施行,
우이위궁중지사, 사무대소, 실이자지  연후시행
  
必能裨補闕漏, 有所廣益. 
필능비보궐루, 유소광익)
   
이 때문에 선제께서 뽑으시어 폐하께 남기셨으니, 제가 생각건대 궁중의 일은 일에 크고 작음 없이 모두 이들에게 물은 연후에 시행하시면 반드시 부족하거나 빠진 것을 도와주고 보충하여 널리 이익이 되는 바가 있을 것입니다. 
   
• 簡拔(간발): 선발함.
• 愚(우): 어리석은 사람이라는 뜻으로 자신에 대한 겸칭.
• 咨(자): 웃사람이 아랫사람의 의견을 물음.
• 裨補(비보): 도와서 보충함.
• 闕漏(궐루): 빠짐, 빠뜨림.
      
將軍向寵, 性行淑均, 曉暢軍事, 
(장군향총, 성행숙균, 효창군사
   
試用於昔日, 先帝稱之曰 能. 是以 衆議擧寵爲督. 
시용어석일, 선제칭지왈 능. 시이 중의거총위독)
   
장군 상총은 성품과 행위가 선량하고 치우치지 않으며 군대의 일에 밝아 두루 아는지라, 예전에 시험 삼아 써 보시고 선제께서 그를 칭찬하여 '유능하다'고 하셨기에 여러 사람이 의논하여 총을 천거하여 지휘관으로 삼았습니다.
   
• 向(상): 성씨 상.
• 淑均(숙균): 선량하고 공평함.
• 曉暢(효창): 밝게 통하고 있다. 자세히 앎, 훤히 앎.
• 督(독): 지휘관.
      
愚以爲, 營中之事, 事無大小, 悉以咨之, 
(우이위, 영중지사, 사무대소, 실이자지, 
   
必能使行陣和睦, 優劣得所也. 
필능사행진화목, 우열득소야)
   
제가 생각건대 군영 중의 일은 일의 크고 작음 없이 모두 그에게 물으면 반드시 각 진중을 화목하게 하고 우수한 자와 열등한 자를 잘 가려 각각 알맞은 임무를 맡길 것입니다. 
   
• 營中(영중): 진영 안, 진중.
• 行陣(행진): 부대. 行은 25인.
       
親賢臣遠小人, 此先漢所以興隆也, 
(친현신원소인, 차선한소이흥륭야, 
   
親小人遠賢臣, 此後漢所以傾頹也. 
친소인원현신, 차후한소이경퇴야)
   
어진 신하를 가까이 하고 소인을 멀리함은 이것이 선한(전한)이 흥하고 융성한 까닭이요, 소인을 친근히 하고 어진 신하를 멀리함은 후한이 기울어지고 쇠한 까닭입니다. 
   
• 傾頹(경퇴): 기울어 무너짐.
      
先帝在時, 每與臣論此事, 未嘗不嘆息痛恨於桓靈也. 
(선제재시, 매여신론차사, 미상불탄식통한어환영야)
   
선제께서 계실 때에 매번 저와 더불어 이런 일을 의논하며 환제(桓帝)와 영제(靈帝) 때의 일을 탄식하고 통한하지 않은 적이 없었습니다.
   
• 桓靈(환영): 후한의 효환제(孝桓帝)와 효영제(孝靈帝). 환관(宦官)의 세력이 막강하고 정치가 문란하여 국세가 기울기 시작한 때이다. 진번(陳蕃)・이응(李膺) 등의 학자가 환관의 횡포에 반발하자 환관들이 이들을 종신금고(終身禁錮)에 처한 당고(黨錮)의 사건이 일어나 많은 인재를 잃었다.
      
侍中 尙書 長史 參軍 此悉貞亮死節之臣也 
(시중 상서 장사 참군 차실정양사절지신야 
     
陛下親之信之, 則漢室之隆, 可計日而待也.
폐하친지신지, 칙한실지륭, 가계일이대야)
   
시중, 상서, 장사, 참군은 모두 마음이 곧고 신의가 있으며 죽음으로 절개를 지킬 신하들이니, 폐하께서는 그들을 가까이 하시고 믿어 주시면 곧 한 왕실이 부흥하는 것을 날을 세며 기다릴 수 있을 것입니다.
   
• 尙書(상서): 天子와 臣下간의 文書의 授受를 맡은 직책. 당시 장진(張震)이 맡고 있었다.
• 長史(장사): 황궁 및 각省의 書記長. 당시 장예(張裔)가 맡고 있었다.
• 參軍(참군): 군사회의에 참여하는 직책. 당시 장완(張琓)이 맡고 이었다.
• 貞亮(정양): 마음이 곧고 신의가 있음. 굳고 성심(誠心)이 있다.
• 計日而待(계일이대): 날짜를 세면서 기다리다. 즉 며칠 이내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뜻.
      
臣本布衣, 躬耕南陽, 苟全性命於難世, 不求聞達於諸侯, 
(신본포의, 궁경남양, 구전성명어난세, 불구문달어제후
   
先帝不以臣卑鄙, 猥自枉屈, 三顧臣於草廬之中, 諮臣以當世之事.
선제불이신비비, 외자왕굴, 삼고신어초려지중, 자신이당세지사
   
由是感激, 許先帝以驅馳. 
유시감격, 허선제이구치)
   
신은 본디 미천한 백성으로 남양에서 몸소 밭 갈며 난세를 피하여 구차히 생명을 보존하고 제후에게 알려져서 출세할 것을 구하지 않았는데, 선제께서 신을 비천하다 여기지 않으시고 외람되게도 스스로 몸을 낮추시어 세 번이나 신을 초옥 안으로 찾으시어 신에게 당면한 세상의 일을 물으시니, 이에 감격하여 마침내 선제께 힘써 일할 것을 허락하였습니다. 
   
• 布衣(포의): 베옷. 벼슬하지 않은 사람이 입는 옷이므로 평민을 가리킴.
• 南陽(남양): 하남성 남양현의 땅.
• 聞達(문달): 명성을 떨치고 높은 지위에 오름.
• 卑鄙(비비): 신분이 낮음, 비천(卑賤)함.
• 枉屈(왕굴): 몸을 굽혀 방문함. 
• 驅馳(구치): 남을 위해 뛰어 다니는 것.
      
後値傾覆, 受任於敗軍之際, 奉命於危難之間, 爾來二十有一年矣. 
(후치경복, 수임어패군지제, 봉명어위난지간, 이래이십유일년의)
   
그 뒤에 당양의 장판에서 조조에게 대패하여 국운이 위태롭게 되자 선제께서는 위급에서 나라를 구하라 명령하셨으니, 그 이래로 21년이 지났습니다. 
    
• 値傾覆(치경복): 나라가 기울어져 뒤집히는 상황을 당함. 値는 當하다.
• 敗軍(패군): 헌제 건안 13년(208년) 유비가 당양(當陽)의 장판(長阪)에서 조조에게 패한 것을 말함.
      
先帝知臣勤愼. 故臨崩, 寄臣以大事也.
(선제지신근신. 고임붕, 기신이대사야. 
   
受命以來, 夙夜憂慮, 恐付託不效, 以傷先帝之明. 
수명이래, 숙야우려, 공부탁불효, 이상선제지명)
   
선제께서는 신이 삼가고 조심함을 아시는지라 돌아가실 때 신에게 큰일을 맡기셨으니, 명령을 받은 이래로 아침 일찍부터 밤까지 근심하고 탄식하며 부탁하신 일을 이루지 못하여 선제의 밝으신 덕을 손상시키지나 않을까 두려워하였습니다. 
   
• 夙夜(숙야): 이른 밤.
      
故 五月渡瀘, 深入不毛. 今南方已定, 兵甲已足, 
(고 오월도로, 심입불모. 금남방이정, 병갑이족
    
當奬率三軍, 北定中原, 庶竭駑鈍, 攘除姦凶,
당장솔삼군, 북정중원, 서갈노둔  양제간흉
    
以復興漢室, 還于舊都, 此臣所以報先帝, 而忠陛下之職分也. 
이부흥한실, 환우구도  차신소이보선제, 이충폐하지직분야)
   
그러므로 오월에 노수를 건너 불모의 땅에 깊이 들어가 지금은 남쪽이 이미 평정되어 무기와 갑옷이 풍족하니, 마땅히 삼군을 권려하여 거느리고 북으로 중원을 평정하고 노둔한 힘이나마 다하여 간사하고 흉악한 무리 조예를 쳐 없애고, 다시 한의 황실을 일으켜 옛 도읍지로 돌아가는 것이 신이 선제께 보답하는 방법이요 폐하게 충성하는 신하로서 직분을 다하는 것입니다.
   
• 五月渡瀘(오월도로): 건흥 3년(225년) 5월, 노수(瀘水)를 건너 남방을 평정한 일.
• 南方已定(남방이정): 맹획을 평정한 일.
• 奬率(장솔): 독려하여 끌고서.
• 庶(서): 바란다, 원한다.
• 駑鈍(노둔): 걸음이 느린 당나귀와 무딘 칼. 재주가 없음. 아둔함.
• 姦凶(간흉): 간사하고 흉악한 무리, 즉 위나라를 말함.
        
至於斟酌損益, 進盡忠言, 則攸之 褘 允之任也. 
(지어짐작손익, 진진충언, 칙유지 위 윤지임야. 
   
願陛下, 託臣以討賊興復之效, 不效則治臣之罪, 以告先帝之靈. 
원폐하, 탁신이토적흥복지효, 불효칙치신지죄, 이고선제지령. 
   
若無興德之言 則責攸之 褘 允等之咎, 以彰其慢. 
약무흥덕지언 칙책유지 위 윤등지구, 이창기만)
   
[나라의] 손해와 이익을 짐작하고 나아가 충성스러운 말을 다하는 것은 곽유지, 비위, 동윤의 임무이니 원컨대 폐하께서는 신에게 도적을 토벌하고 (한실을) 부흥시키는데 실효를 거둘 일을 맡기시어 신이 공훈을 세우지 못하면 곧 신의 죄를 다스리어 선제의 영 앞에 고하시고, 만약 폐하의 덕을 세울 만한 바른 말을 올리지 않으면 곽유지, 비위, 동윤 등의 허물을 꾸짖어 그 태만을 밝히십시오. 
    
• 斟酌(짐작): 사정을 미루어 살핌. 짐작한다.
• 諮諏(자추): 자문(諮問), 웃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의견을 물음.
       
陛下亦宜自謀, 以諮諏善道, 察納雅言, 深追先帝遺詔. 
(폐하역의자모, 이자추선도, 찰납아언, 심추선제유조)
   
폐하께서도 또한 마땅히 스스로 일을 도모하시어 좋은 방도를 하문하시고, 신하들의 바른 말을 받아들여 선제의 남기신 말을 깊이 따르십시오.
  
• 雅言(아언): 바른 말. 正言.
• 遺詔(유조): 임금이 죽을 때 내라는 조서(詔書).
      
臣不勝受恩感激, 今當遠離, 臨表涕泣, 不知所云.
(신불승수은감격, 금당원리, 임표체읍, 부지소운)
   
신이 은혜 받은 감격을 이기지 못하는지라, 지금 멀리 떠나게 됨에 이 표를 올리려 하니 눈물이 나서 말씀 드려야할 바를 알지 못하겠습니다.
    
   
(2016.01.03.)
    

2016/01/09

[자료] 김어준과 강유원의 <배수의 진> (2)

     

- 김어준: 코드 마음에 드십니까?
 
- 강유원: 예, 마음에 듭니다.
 
- 김어준: 예, 지난주엔 저희가 삶의 모두스 비벤디에 대해 얘기하면서 철학을 30분에 쫙 정리해버렸는데...
  
- 강유원: 아, 그렇죠.
  
- 김어준: 이번 주는 어떤 주제입니까?
 
- 강유원: 혹시라도 노파심에서 말씀드리는데요, 철학 책을 사서 읽는다거나 하지 마십시오. 불필요합니다. 이번 주에는 세계의 문학. 이거 스트레스 받습니다. 고전이 얼마나 많은지. 그리고 얼마나 두꺼운지. 재미도 없어요. 사람 이름도 외우기가 힘들어요. 가령 러시아 작가들은 작가 이름도 어렵고 안에 들어가 있는 주인공들 이름도 어려워요. 특히 그런 주인공들 이름 얘기하면서 마치 당연히 알지 이런 식으로 말 걸 때 당혹스럽죠. 뭐냐 가령 너 라스콜리니코프적이야 이렇게 말하면, 주인공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데다가 (김어준 폭소) 그 녀석이 어쨌다는 건지 난감한데, 그러면 그게 뭔데 이렇게 물어볼 수는 없잖아요.
  
- 김어준: 당연히 안다는 듯한 표정으로 얘기를 해야 하잖아요.
  
- 강유원: 일단 세계문학 주제가 되잖아요, 그럼 아무 소리도 말고 가만있어야 합니다.
  
- 김어준: 가장 좋은 방법은 가만히 있는다...
 
- 강유원: 가만히 살살 웃다가 가끔 한 번씩 호탕하게 웃어줘야 돼요. 한 번씩 호탕하게. 그러면 사람들이 뭐가 있는 줄 알거거든요.
  
- 김어준: 그렇죠.
  
- 강유원: 세계문학의 본질에 대해서 들어가면, 일단 문학에 대해서는 아주 기본적으로 청취자 여러분께서 아시고 계셔야 되는 게, 문학 이전에 책, 책에 대해 편견을 버리셔야 돼요. 책을 많이 읽으면 유식해진다거나 책 많이 읽는 사람이 훌륭한 사람이라거나 (하하하) 혹은 “책이 사람을 만든다”거나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이런 표현 있죠? 이거 일단 버리셔야 돼요.
 
- 김어준: 책을 많이 읽으면 유식해진다....
 
- 강유원: 예.
 
- 김어준: 책을 안 읽으면 무식해진다, 이런 생각을 버려야한다?
 
- 강유원: 예. 안 버리면 영 괴롭습니다. 그게 어렸을 때부터 사실 그러거든요. 그런데 생각을 해보겠습니다, 한 번. 이 지구상에 살고 있는 인구가 한 60억 쯤 되죠. 그 인구 60억 중에 책 읽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습니까. 1억도 안 되죠.
  
- 김어준: 아, 그래요?
 
- 강유원: 그렇죠, 1억도 안 되죠. 지금 우리 주변에 책 읽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됩니까. 꼽아보면 몇 명도 안 돼요. 제가 직접 책을 읽고 쓰고 하니까, 제 형제들이 있는데 남동생만 둘이 있거든요, 제 형제들이 다 열심히 책 읽는 것 같지만 아니에요. 제가 작년 가을에 무슨 책을 하나 냈는데 책 표지가 노랬습니다. 제 동생이 와서 하는 말이 ‘어 형 책 냈네? 책표지 노랗고 예쁜데?’ 그러고 가더라고요.
 
- 김어준: (폭소) 하하하. 책 표지 노랗고 예쁜데.
 
- 강유원: 네. 이 정도니까 제가 제 동생을 비난할 수 없어요. 훌륭함의 정도는 저보다 제 동생이 나을 수가 있거든요. 일단 책 얘기가 나오면 이 대사를 알려드리자면, 우선 책의 본질부터 따져봐야 하지 않나 이렇게.
 
- 김어준: (하하하) 세계문학을 논하기 이전에 책의 본질에 대해 알아봐야 하지 않나, 세계문학에 대해서 얘기가 나온다면.
 
- 강유원: 예.
 
- 김어준: 여기서 우선 기선제압용 맨트를...
 
- 강유원: 네. 세계문학 하면 사람들이 하아~. 이번에 오스트리아에서 무슨 노벨문학상 받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오스트리아에서 누가 있는지 알게 뭐에요. 모르죠. 모르죠. 모르니까 우리 오스트리아 하면 아는 게 모차르트밖에 없어요. 모차르트는 알고 있을 만 하거든요. 그러니까 그것만 우선 생각하시면 돼요. 책의 본질부터 따져봐야 하지 않나.
  
- 김어준: 기선제압용 맨트 나왔습니다, 책의 본질부터 따져봐야 하지 않나.
 
- 강유원: 방금 전에 제가 말씀드렸던 거 있죠?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 중 책 읽는 사람 몇 안 돼. 이러면 사람들 다 숙연해집니다
 
- 김어준: 하하하하.
  
- 강유원: “50억 넘는 인간 중에 책 읽는 사람 1억인데 우리가 나머지 49억에 속한다고 해서 인생살이 괴로운 거 아니다.” 거기다 덧붙이면, “인류가 생겨난 이래 책 읽은 사람이 몇 명이겠냐.”
  
- 김어준: 와하하하.
  
- 강유원: 숫자로 확 밀어붙이면요, 세계문학은커녕 아무 책도 읽지 않아도 괜찮다는 그런 판단이 딱 깔리고 들어갑니다. 일단 이렇게 최저의 경계선을 밑으로 낮추어야 돼요. 낮추면 사람들이 “어” 하거든요. 이때 세계문학을 얘기하기 시작하는 겁니다. “나도 책 좀 들여다 봤지만, (조그맣게) 열 권도 안 될지라도”, 책 좀 들여다봤지만 하면 본 것 같아요.
  
- 김어준: 리드가 들어갔으니까...
 
- 강유원: 끄트머리에 ‘-만’으로 끝나는 문장 있죠, 이게 상대방에게 기죽이기 아주 좋아요. 가령, 이거는 직장생활 하는 약간의 팁으로 말씀드리자면, 직장 상사가 “어이 강유원 씨 왜 이 따위로밖에 못해?” 이러면, “열심히 했습니다만...” 하고 계속 이렇게만 하고 있는 거예요. 그러면 말이 끝난 것 같기도 하면서 끝나지 않은 것도 같기도 하면서 계속 그러거든요.
  
- 김어준: 하하하하.
  
- 강유원: “그럼 왜 이 따위로밖에 못해?” 이러면, “계속 잘 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만...” 이렇게. 가령 메신저로 채팅을 할 때도, 되나 안 되나 테스트 한번 해보세요. 무슨 얘기하다가 “알고 있습니다만...” 하면서 마침표 치지 않고 있으면, 상대방이 말을 안 해요.
  
- 김어준: 아하하하.
  
- 강유원: 그러니까 책에 대해서 말을 할 때도, 책을 좀 들여다봤습니다만, 이러면 사람들이 조용하거든요. 아무 말도 하지 말고 그냥 있으면 돼요.
  
- 김어준: (폭소)
  
- 강유원: 그럼 저쪽에서 무슨 말로 상대해야 할지 굉장히 아리까리한 상황에 처하게 되거든요. 그렇게 할 때 이제 세계문학의 본질에 대해서.
 
- 김어준: 책의 본질에 대해선 아까 얘기했으니까, 나도 책 좀 읽어봤습니다만...
 
- 강유원: 세계문학이라는 건 사실은, 이때 단어 중요한 거 나옵니다. 이데올로기, 이거 외우세요. (웃음) 이데올로기와 헤게모니. 이거 외우셔야 됩니다. 스펠링 모르셔도 돼요. 굳이 말한다고 해도, 우리말로 다섯 글자 세 글자니까. 이데올로기와 헤게모니. “세계문학이라는 게 이데올로기와 헤게모니의 산물 아닌가.”
 
- 김어준: (웃음) 핵심 문장 나왔습니다. 기선제압 문장 나왔고, 리드 문장, 책을 들여다봤지만, 핵심 문장, “세계문학이라는 게 이데올로기와 헤게모니의 산물 아닌가.”
 
- 강유원: 네, 그렇죠. 지금 우리가 이제 흔히, 그게 도대체 무슨 말이죠 그렇게 하면요, 약 1분 정도 분석을 해줘야 하거든요. “지금 세계문학이라고 불리는 것들이 죄다 잘산다는 나라의 문학 아니야”, 이렇게 하면 이게 이데올로기와 헤게모니의 산물이라는 게 바로 서포팅 돼요.
 
- 김어준: 혹시 간혹 가다가 그게 무슨 말이냐고 물어보는 사람들한테는?
 
- 강유원: 또 이렇게 하죠. “세상을 사는 기본 단어가 안 들어있네. 이데올로기, 몰라? 허위의식.” 딱 이렇게 하고, “헤게모니, 주도권.” 단어 뜻 많이 알고 있으면 안 됩니다. 외우는 사람도 힘드니까. 그리고 이렇게 말이 많으면요, 상대방이 이 사람이 아는 게 적어서 변명이 많다 이런 식으로 알거든요. 딱 잘라서 단정적으로 얘기할 필요가 있어요, 이런 핵심 단어들은. “세계문학이라는 게 이데올로기와 헤게모니의 산물 아닌가.”
  “이데올로기라는 게 뭡니까?” 이러면 “이 사람, 쯧쯧쯧” 이렇게 나가면서, “‘헤게모니’라는 단어 알고 있어?” 이렇게. 그 두 개의 단어를 갔다가 상대를 누르면, 그게 중요하거든요.
  
- 김어준: 자, 핵심 문장 하나 나왔고요. 
 
- 강유원: 그렇게 해서 “내가 보기에는 세계문학 그래도 읽어야 한다면 말이지.”
  
- 김어준: 아, 그 다음은...
 
- 강유원: “그래도 읽어야 한다면 말이지”, 이렇게, 
 
- 김어준: 네. 
 
- 강유원: 주요 강대국들의 작품이 빤하긴 하지만, (아하하) 그 동안 거론됐던 세계문학 많거든요. 보봐리 부인이니 그런 것들 많은데, 그런 건 사람들 다 알아요. 그런데 우리 읽을 필요 없거든요. 읽어봐야 되게 재미없습니다. 그리고 읽다 보면 짜증이 나요. 우리가 그 분야에 불어불문학과 영어영문학과 다니는 사람 아니니까, 세익스피어의 <햄릿> 같은 게 세계문학에 들어가지 않습니까, <오델로>, <멕베스> 이런 거. 그런데 읽어보면 오바된 문장이 많아요. 그 시대하고 우리하고 다르기 때문에. 읽다보면 짜증이 나는데 이런 문장 읽을 필요가 없거든요. 도움도 안 되는데.
  그런 걸 거론하면요, 대화 상대방 중에 분명히 아는 사람이 있거든요. 상세하게 분석 들어가면 우리, 우리 수준에서는, 그렇죠. 우리 수준에서는 안 되는 거지. 이럴 필요가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택도 없다고 생각할만 하지만 누구나 다 읽었을 법하지만 나도 한번 읽었을 것들. 미국의 세계문학 작품, <톰 소여의 모험>. 네, 이거 훌륭한 작품입니다. 이거 애들 동화책 아니에요. 동화책이 이게 원래 동화책이 아냐. 이게 사실 따지고 보면 등장하는 톰 소여라던가 허클베리 핀이라던가 그 다음에 페인트칠하는 장면들 흑인들 이런 게 나오니까, 이게 미국 사회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 준 작품이기 때문에, <톰 소여의 모험>, 이 정도만 읽어도 세계문학입니다. <톰 소여의 모험>. 네. 이거 하나면 됩니다. 마크 트웨인.
  
- 김어준: 마크 트웨인...
 
- 강유원: 톰 소여의 모험.
 
- 김어준: 톰 소여의 모험...
 
- 강유원: 이거 하나만 기억하시면 돼요. 그리고 미국이란 나라가 역사가 짧기 때문에요, 문학이라는 게 없어요, 짜잘한 나라거든요 사실. (아하하) 인류의 역사에서 세계적으로 볼 때 미국이 세계사에 편입되기 시작한 게 몇 년 안 되거든요.
 
- 김어준: 그렇죠.
 
- 강유원: 200-300년밖에 안 된 나라에 무슨 문학이야? 미국이라는 나라의 영어라는 게 네이티브 언어가 아니거든요. 고유 언어가 아니잖습니까. 미국, 마크 트웨인, 톰 소여의 모험. 이거 하나 딱 기억해주시고요. 영국, 그럼 찰스 디킨스 아닙니까, <올리버 트위스트> 다 읽었죠! 이거 세계문학입니다.
  
- 김어준: (나지막하게) 저는 안 읽었는데...
  
- 강유원: 이게 세계문학인가 하면서 <올리버 트위스트> 안 읽어본 사람 있으면, 안 읽어도 됩니다. 제가 말씀드리는 것 외우시면 돼요. 영국 하면 우리가 먼저 떠올리는 게 산업혁명이죠. 산업혁명기에 사회 계급적 문제를 드러낸 작품이거든요, <올리버 트위스트>가. 이렇게 외우시면 돼요. 산업혁명 계급문제 올리버 트위스트. 그렇죠. 이건 중학교 때 배우거든요. 영국 산업혁명, 계급문제, 올리버 트위스트. 이제 됐습니다. 그런데 3대 강국에 또 프랑스가 있잖아요. 프랑스, 이거 까탈스럽습니다.
 
- 김어준: 까탈스럽다...
  
- 강유원: 프랑스 이것저것 많이 건드리거든요. 이게 또 나름대로 문학의 나라라. 딱 그러면요, 이렇게 말하면 됩니다. 프랑스 문학 작품 하면 알베르 까뮈 뭐 <이방인> 이러잖아요, <이방인>. 까뮈의 상표를 딴 꼬냑 있죠.
 
- 김어준: 그렇습니까?
 
- 강유원: 있습니다. 그것만 기억하고 있으면 됩니다.
 
- 김어준: 아, 까뮈 꼬냑.
 
- 강유원: 네. ‘까뮈’라는 이름의 꼬냑이 있어요. 프랑스 문학은 계속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이게 좋은 건지 저게 좋은 건지 어렵습니다. “프랑스 문학은 좀 따분하고 하니까, 글쎄 프랑스 문학은 워낙 변화가 심해서”, 이렇게 하고 둘러대고 넘어가면 됩니다. 같은 세계문학에 넣어주기가 어렵습니다.
  
- 김어준: 아하하하.
  
- 강유원: “정체성 찾기가 어렵단 말야”, 이러면서 넘어가면 됩니다. 거기까지 기억하실 수 있겠습니까? 이 정도야 저도, 누구나 기억할 수 있죠, 마크 트웨인 톰 소여, 찰스 디킨스 올리버 트위스트, 미국 실상 그대로 영국 산업혁명, 다 외웠습니다. 흑인 나오거든요, 톰 소여 보면. 독일, 프랑스, “워낙 까탈스러워서, 아직도 정체성이 확실치 않아, 변화가 심해.”
  독일 그러면 헤르만 헷세 그런 게 나오거든요. 헤르만 헷세 그러면 이제 <젊은 베르트르의 슬픔>인지 뭐 그런 거 나오는데, 헤르만 헷세 하면 <유리알 유희>라고 머리에 쥐나게 생긴 소설 있어요. 고거 읽었다는 사람 있거든요. 그거 읽었다는 사람 나오면, 과감하게, 독일도 외울 필요 없어요, “헷세가 있긴 하지만, 독일 작품은 워낙 형이상학적이라 문학이라 할 수 있을까?”, 이렇게 말하면 쫙 찔립니다.
  
- 김어준: 와하하하!
 
- 강유원: 독일 문학이라는 게 워낙 관념적이거든요. 칸트 헤겔 제가 지난 시간에 말씀드렸지만 다섯 명 중에 두 명인데, 대단히 철학적이거든요. 독일사람 두 명, 그리스 사람 두 명. 독일 문학이 워낙 철학적이라.
 
- 김어준: (끼어들며) 토마스 아퀴나스는 어디 사람인가요?
 
- 강유원: 아, 그 당시 중세는 어느 나라에 속했다고 말하기 어려운데, 이태리 사람이라고 보면 되죠. 네 그런데, “독일 문학은 워낙 철학적이라 문학이라 할 수 있을까.”
 
- 김어준: (중얼거리듯 따라하며) 문학이라 할 수 있을까...
 
- 강유원: 이렇게 하면은 이제 외워야 하는 작품 두 개밖에 안되죠. (아하하하) 톰 소여의 모험과 올리버 트위스트. 그리고 프랑스는, 하긴 이 나라들이 지금까지 세계문학을 주도해 왔으니까, 지금까지 걔들이 세계라고 했잖아요. 그 다음에 이제 러시아 문학이 많이 남았는데, 아, 이거 괴롭거든요. 프랑스 워낙 변화가 심해서 독일 워낙 철학적이어서. 그런데 러시아 문학 남았거든요. 아, 러시아 문학, 이거 괴롭거든요.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라스콜리니코프. 도스토예프스키가 쓴 러시아 문학. 일단 이름이 외우기 어렵습니다. 러시아 문학에 보면 라스콜리니코프가 <죄와 벌>의 주인공인데, 그 이름 외우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라스콜리니코프적 인간 그러면 그 인간이 어떻게 살았는지 내가 알게 뭡니까.
  
- 김어준: (폭소)
  
- 강유원: “러시아는 좀 더 지켜보자고!” 딱 이래 버리면은 작품 두 개 외우고, 그 다음에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다섯 개 국가, 딱 잡힙니다.
 
- 김어준: 러시아는 좀 더 지켜보자고...
 
- 강유원: “아, 좀 더 지켜보자.” 이렇게 얘기하면 됩니다. 작가 이름을 외우기도 어렵거니와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간들이 워낙 꼬여있어요. <악령>이라던가 그런 작품들 읽고 감동받았다는 그런 사람을 보면 오히려 그런 감동스러울 정도로 어려우니까 읽지 마시고, 그 다음에 주변부 국가들이 있는데 아르헨티나라던가 보르헤스라던가 이런 요즘 작품들이 있거든요. 이런 작품들이 거론되면 지난시간에 제가 알려드린 거 있죠? 문학의 역사가 워낙 기니까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는 신생아들이라고 하는 겁니다, 역시. 아, 그런 다음 우리가 국내에서 얘기할 때는 이렇게.
 
- 김어준: 국제적 대처방안도?
 
- 강유원: 국제적 대처방안도 있죠. 국제적 대처 이거 굉장히 중요한데요, 외국인들이 혹시 외국인하고 얘기를 하게 됐다, 아, 외국인과 얘기하는 경우라면 확실하게 물건을 만들 수 있습니다.
  가령 프랑스에 갔다, 그럼 프랑스 사람들이 영어를 잘 못하니까 영어로 합니다.(푸훗) 서로가 외국어이기 때문에 기죽을 필요 없거든요, 프랑스 사람들이 프랑스 문학에 대해서 막 얘기를 하면서 자기네 문학의 성취라던가 플로베르라던가 알렉상드로 뒤마라던가 이런 얘기를 하거든요. 그럼 “아, 그런 작품들이 있었군요” 하면서 일단 띄워줍니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언제적 사람들이냐, 1800년대 사람들이거든요. 1800년대 사람들이면 “아, 그러냐” 해요. “한국에서 세계문학이라고 내놓을만한 게 있느냐?”
  그러면 사실 문학이라는 게 어떤 게 우월하고 어떤 게 우월하지 않느냐 하고 평가할만한 기준이, 객관적 기준이 없어요. 그죠? 그럴 때는 우리가 딱 객관적으로 내놓을 수 있는 기준이 있습니다. 얼마나 오래되었느냐. “있다. 한국에도. 한국에도 박경리의 <토지>가 변역되었다.” 그런 거 다 쓸데없는 짓이에요.
  
- 김어준: (폭소)
  
- 강유원: 읽지도 않아요. 그 두꺼운 책을, 아이고, 할 일이 없어요? 읽지 않습니다. 그럼 어떻게 하느냐, “한국에 아주 오래된 문학이 있다. 서기 700년 무렵에 신라라는 나라가 있었는데, 향가가 있다. 그럼 서기 700년에 너네 뭐 했냐?” 그럼 한 일이 없거든요, 걔들. 아스테릭스 시대에요 그때가. (둘 다 큭큭거림) 그럴 때 이제 <제망매가> 같은 거 외우기 쉽거든요. <토지> 같은 거 읽기도 어렵고 스토리 요약도 어려운데, 열 줄밖에 안 되니까 외우기 쉬워요. 딱 한 마디 읊어줍니다. “우리나라 한국에는 서기 700년경 이런 문학이 나왔다. 니네 서기 700년에 뭐했냐?”
 
- 김어준: 영어공부부터 먼저 해야겠네요, 저 같은 경우는. 영어로 얘기를 하는 상황이니까.
 
- 강유원: 다 그럴 필요 없죠. <제망매가> 안 외웠으니까 모르거든요. <제망매가> 딱 한 구절만 제가 소개해드릴게요. 이른 가을에...
  
- 김어준: 이른 가을에...
  
- 강유원: 흩어지는 낙엽처럼...
  
- 김어준: 흩어지는 낙엽처럼...
  
- 강유원: 한 가지에 나서도...
 
- 김어준: 한 가지에 나서도...
  
- 강유원: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구나.
 
- 김어준: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구나.
  
- 강유원: 누이동생을 갖다가 안타까워하면서, 죽은 누이동생을 안타까워하면서 부른 노래거든요. 그런 구절은 어디서나 공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여기서 핵심은 뭐냐, 서기 700년에 이미 한국에는 문학이 있었다. 요거만 딱 하시면 됩니다.
 
- 김어준: 저희가 벌써 시간이 다 됐는데, 미국은 마크 트웨인 <톰소여의 모험>, 영국은 찰스 디킨스 <올리버 트위스트>, 프랑스는 워낙 변화가 심해서, 독일은 워낙 형이상학적이라서, 러시아는 좀 더 지켜보자고, 세계문학은 이데올로기와 헤게모니의 산물 아닐까, 핵심 문장 나왔고요, 마지막으로 이런 거 어떻습니까. 노벨문학상을 거론하는 사람들, 노벨문학상 수상작 제목들 거론하면서,..
 
- 강유원: 아, 그거 중요하죠. “노벨은 화학 공학자인데 웬 문학.” 이러면 딱 얘기 끝납니다. (웃음) 화학 공학자거든요, 노벨이. “엄밀한 의미에선. 노벨 문학상은 노벨의 참뜻에 어긋나는 상이야.” 간단하죠?
 
- 김어준: 알겠습니다. 기선 제압용으로는 책의 본질, 그때 허허허 한번 웃어주시고, 알겠습니다, 그리고 최초의 기선제압용으로 책의 본질에 대해서 아나, 하고, 가만히 있다가 얘기를 시작할 때 나도 책 좀 들여다봤지만, 하고 뜸 1분가량 들인 다음에, 사람들이 쳐다보면 세계문학이라는 게 이데올로기와 헤게모니의 산물 아닌가. 하고 또 뜸 좀 들이겠죠? 그리고 미국은 마크 트웨인 톰 소여 대모험, 실상.
  
- 강유원: 흑인이 나옵니다.
 
- 김어준: 네 흑인, 그리고 올리버 트위트스, 산업혁명, 계급, 프랑스 독일 러시아는 각각 변화가 심해서 철학적이라서 좀 더 지켜보자, 이렇게 해서 저희가 세계문학의 주제가 등장했을 경우 어떻게 그 상황에서 얼굴을 세울 수 있나, 당황하지 않고, 외워주시기 바랍니다.
 
- 강유원: 감사합니다.
 
- 김어준: 고맙습니다.
 
  
* 출처: CBS <김어준의 저공비행> 2004년 10월 20일(수) 방송
  
  
(2015.11.26.)
    

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 예언한 알라딘 독자 구매평 성지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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