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6/04

구운 닭고기를 파는 가게 주인 할아버지



트럭에서 구운 닭을 파는 아저씨가 토요일마다 터미널 근처로 온다. 어제도 나는 구운 닭을 사러 저녁 때 터미널에 갔다. 그런데 비가 와서 그런지 구운 닭을 파는 트럭은 없었다. 이런 일을 대비해서 나는 구운 닭을 파는 다른 가게가 어디에 있는지 미리 봐두었다. 시장에서 구운 닭을 파는 가게는 두 곳이다. 시장 입구에서 가까운 가게는 지난번에 가봤으니 시장 입구에서 깊숙이 들어가야 하는 가게에 가기로 했다.

내가 가게 밖에 있는 닭 굽는 기계를 들여다보자 가게 주인이 문 밖으로 나와서 나를 맞이했다. 백발에 허리가 약간 굽은 할아버지였다.

기계 옆에는 “돼지고기(삼겹살 4인분) 10,000원”이라고 써있었다. 돼지고기를 살까 했는데 기계 안에는 돼지고기가 없었다. 가게 주인 할아버지는 비가 와서 손님들이 덜 올 것 같아서 기계에 돼지고기를 조금 덜 넣었는데 마침 다 팔렸다고 했다. 보통은 구운 돼지고기(삼겹살 4인분)는 1만 2천 원인데 이 가게는 1만 원에 팔았다. 내가 다른 가게보다 값이 싸다고 말하지도 않았는데 할아버지는 이렇게 말했다. “아유, 원래는 가격을 올려야 하는데, 올리지 않고 있어요. 손님들 건강이 중요하지 뭐. 손님들이 건강하면 돈 버는 거예요.”

구운 닭을 꺼내어 포장하면서도 할아버지의 이야기는 이어졌다. “원래 트럭에서 파는 건데 내가 가게 얻어서 파는 거예요. 며칠에 한 번씩 와야 장사가 잘 되는데 매일 파니까 확실히 덜 팔려요. 남들이 보면 쉽게 돈 버는 것 같아도 그렇지 않아요. 하루에 50-70마리 팔면 15만 원 남아요. 까빡 잘못 하면 그 날은 밑지는 거예요. 전기료 내고 임대료 내면 한 달에 80-90만 원은 그냥 나가요.” 내가 장사가 잘 되냐고 물은 것도 아니었고, 물건값이 비싸다고 한 것도 아니었고, 건물주라서 임대료를 올릴 것도 아니었고, 선거에 출마해서 민심탐방 하러 온 것도 아니었는데, 할아버지는 구운 닭을 사러온 나에게 장사하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했다.

가게 주인 할아버지만 장사하기 힘들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도 장사하기 힘들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다들 살기 힘든 모양이다.

(2021.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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