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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24

외가에서 데려온 새끼 고양이



외가에서 데려온 새끼 고양이가 우리집에 도착한 것은 12월 16일(토) 밤이었다. 눈이 길에 쌓여서 이모 차는 우리집에 진입할 수 없는 상황이라 집에서 조금 떨어진 길가에 차를 세워두고 만나기로 했다. 나와 어머니는 편의점까지 걸어가서 새끼 고양이를 받아왔다. 유독 추운 날이었다.

외가 근처에 고양이가 새끼를 여러 마리 낳았는데, 길고양이인데도 사람을 경계하지 않고 잘 따랐다고 한다. 우리집에 고양이가 필요하다는 소식을 들은 외삼촌은 새끼 중 한 마리를 잡아서 길들였다. 낮에는 밖에서 뛰어놀게 하고 방에는 외삼촌하고 방에서 같이 잤다고 한다. 방에 고양이를 데려오니 외할머니는 난리가 났지만 어찌어찌 대충 넘어갔다고 한다. 그렇게 한 다음 외할머니와 외삼촌이 이모댁에 오는 길에 우리집에 들러 새끼 고양이를 우리집에 전달했다. 어머니는 새끼 고양이가 연동리에서 왔다고 이름을 ‘연동이’라고 지었다.

새끼 고양이가 거실에서 돌아다니면서 똥을 싸면 안 되니까 일단은 이동장에 가두어 놓았다. 어차피 밤이니까 고양이도 자야 할 것이니 잠시 이동장에 갇혀 있어도 별 문제는 없을 것이었다. 언제까지고 이동장에 있을 수도 없어서 그 다음 날 아침에는 현관문 밖에 새끼 고양이를 잠시 내보냈다. 낮에는 밖에서 좀 놀고 밤에는 추우니까 화장실에 있게 하려고 했다.

교회 가기 전에 현관문 근처에서 새끼 고양이가 놀고 있었는데 교회 다녀오니 새끼 고양이가 보이지 않았다. 고양이가 어디 갔느냐고 물으니 어머니도 모른다고 했다. 현관문 근처를 돌아다니면서 고양이를 찾았는데 아무 데도 보이지 않았다. 한참 찾는데 순간 고양이 우는 소리가 아주 짧게 들렸다. 주변을 샅샅이 뒤졌는데 고양이는 없었다. 날도 추운데 새끼 고양이가 어디 간 것인가? 어머니는 괜히 고양이를 밖에 내놓아서 죽게 만들었다고 하면서 점심을 안 드셨다. 나는 일단 점심은 간단히 먹고 다시 나가서 고양이를 찾았다. 한참 찾는데 또 아까처럼 아주 짧고 작게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역시나 고양이는 없었다. 어머니는 내가 헛것을 들었다고 했다. 나는 분명히 고양이 울음소리를 들은 것 같았는데, 정말 헛것을 들은 것인가? 또 한참을 찾았다. 그러다 뭔가 이상해서 현관문 바로 옆에 있는 쓰레기통 속을 살펴보았다. 어떻게 들어갔는지 새끼 고양이가 그 안에서 웅크리고 있었다. 새끼 고양이를 쓰레기통에서 꺼내서 거실로 데려왔다.

처음에는 고양이가 얌전한 줄 알았는데 며칠 지나니까 원래부터 자기 집인 것처럼 날뛰기 시작했다. 바닥에 있다가 의자 찍고 책상에 올라갔다가 바닥으로 내려왔다가 다시 의자 찍고 책상에 올라가는 것을 반복하지 않나, 거실 끝에서 반대편 끝까지 뛰었다가 다시 거실을 몇 바퀴 돌지 않나, 사람한테 달려들어서 사람 발을 앞발로 붙들고 레슬링을 하지 않나, 심지어 작은 어항을 엎기까지 했다.

거기까지는 그렇다고 치겠는데 언제부터인가 거실에서 똥오줌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분명히 이모 말로는 고양이가 똑똑해서 외가에 있을 때도 종이상자 안에서 똥을 눈다고 했는데 우리집에 와서는 똥을 누지 않았다. 어떻게 된 것인가? 고양이가 거실에서 뛰어놀다가 갑자기 컴퓨터 책상 뒤쪽으로 가서 한참 있더니 여유 있게 천천히 기어나왔다. 거실에서 뛰어놀 때는 그렇게 사람한테 엉기고 난리도 아니더니 구석만 갔다 오면 사람을 슬금슬금 피했다. 이상해서 살펴보니 고양이는 그 작은 공간을 화장실로 사용하고 있었다. 외삼촌 방에서는 제일 편한 공간이 종이상자여서 종이상자에서 일을 볼 것이고 우리집 거실에서는 더 편한 곳이 있어서 거기서 일을 본 모양이었다. 원래 같으면 집 근처에서 모래를 퍼와서 고양이 화장실을 따로 만들 것인데, 날씨가 추워 땅이 얼어서 고양이 화장실 만드는 것을 미루었더니 그렇게 되었다.

밖이 추워서 새끼가 어느 정도 클 때까지는 집 안에서 키우려고 했는데 이래서는 거실이 고양이 화장실이 될 판이라 낮에는 밖에서 놀게 하고 밤에는 화장실에서 지내게 하고 있다. 낮에 펄펄 뛰는 것을 보면 화장실에 가두어 놓으면 난리를 칠 것 같은데 그렇지도 않다. 몇 번 울다가 얌전하게 있다.

그런데 아무리 밤이라고 해도 새끼 고양이 혼자 화장실에 있으면 심심할 것 같았다. 고양이를 거실로 나오게 할 수 없으니 내가 화장실에 들어가서 고양이하고 같이 있는다. 종이상자 안에 웅크리고 있던 고양이는 상자 밖으로 나와서 내 발을 끌어안고 레슬링을 한다. 그러다가 똥이나 오줌이 마려우면 종이상자에 들어가서 볼 일을 본다.

(2023.12.24.)


2024/02/20

아르바이트 하는 회사에서 착안한, 대학원생 관리 방안



내가 지금 아르바이트 하는 회사에 오게 된 것은 같은 학교 대학원에 다니던 대학원생이 불러서였다. 그 대학원생이 어느 날 회사에 취업하더니 과장이 되었고 나에게 아르바이트를 제안했다. 다른 회사를 다닌 적은 없고 이번 회사가 첫 직장이라고 하는데 입사하자마자 과장이 되었다고 한다. 어떻게 그게 가능하느냐는 나의 물음에 과장은 자기도 모른다고, 회사에서 안 가르쳐주었다고 말했다. 과장 나름대로 세운 가설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박사수료를 회사에서 경력으로 인정해서 과장이 되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회사에 제시한 연봉이 과장 연봉이라서 과장이 되었다는 것이다. 내가 볼 때는 첫 번째 가설이 더 타당한 것 같다. 본부장 연봉을 불렀다고 해서 본부장을 시켜주지는 않았을 것 아닌가?

내가 아르바이트 하며 보는 과장은 대학원 다닐 때 보던 생기 있던 대학원생이 아니라 피곤에 절어있는 직장인이다.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게 보인다. 과장은 “대학원에서 이렇게 공부했으면 학위를 받고 나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가 회사를 정식으로 다니는 것은 아니라서 잘 모르기는 하지만 대충 옆에서 봐도 회사의 업무 관리는 인문대 대학원에서 보았던 학생의 학업 관리와는 다르다. 회사에서는 ver.0.1부터 시작해서 작업 진척 상황을 주기적으로 보고하고 버전별로 달라진 점을 빠르게 점검한다. 다음 보고 기한까지 기존 보고의 문제를 개선하고 새로운 내용을 추가해야 하니 대학원 다닐 때보다 잠을 못 자는 모양이다.

회사에서 업무 진행 상황을 보고하는 것을 보다가 이걸 인문대나 인문계열 대학원에 적용하면 학생을 더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인문대 전반의 사정을 다 아는 것은 아니고 몇몇 선생님들의 사례를 알 뿐이지만, 지도 학생이 일정 수 이상인 연구실은 사정이 대체로 비슷한 것 같다. 한 학기에 두세 번 정도로 정기 면담하고 대학원생들끼리 돌아가면서 연구 결과를 발표한다. 그러면 지도교수 동반 전공자 모임을 한 달에 한 번 하면 1년에 열두 명(방학 때 안 하면 여덟 명)이고, 한 달에 두 번 하면 1년에 스물네 명(방학 때 안 하면 열여섯 명)이다. 그런데 한 달에 한 번 하는 것도 교수 사정상 못할 수가 있다. 일단 모이면 한 사람이 40분에서 1시간 가량 발표하고, 질의응답까지 하면 1시간 30분에서 2시간 가량 시간이 소요되고, 모인 김에 식사라도 하면 추가로 한두 시간이 더 소요되기 때문이다.

한 학생의 연구 상태를 점검하는 시간을 줄이면 한 번에 여러 학생의 연구 상태를 점검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 번 모일 때 짧게 만나되 자주 모이고 발전된 것이 눈에 보일 정도가 된 사람 위주로 발표시킨다면 어떨까? 어차피 사람이 아무리 바빠도 밥은 먹어야 하고 커피는 마셔야 하니까 1주일에 한 번 정도는 점심 먹고 다 모여서 한 시간 이내로 커피 마시는 것은 가능할 것이다. 이 때 학생들의 연구 진척 상황을 점검하는 것이다. 연구 내용 전체를 다 듣는 게 아니라 기존 버전의 결함을 보완한 부분과 새로 추가될 내용에 대해서만 한 사람당 5분 이내로 간략하게 확인하고 넘어간다고 해보자. 가령, ver.0.3에서 지적받은 것을 ver.0.4에서 어떻게 바꾸었고 무엇을 추가했는지 말하고 해당 내용을 A4용지 반 쪽 이내로 정리해 오기로 한다면, 정말로 5분 이내로 점검할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 비슷한 주제로 연구하는 박사과정생과 석사과정생을 묶어서 서로 협업하거나 관리하도록 유도한다면 교수가 투입해야 할 노동량은 줄어들 것이다. 발표는 ver.1.0에서 ver.2.0으로 넘어가는 학생에게 시키면 될 것이다. 물론, 연구에 별다른 진전이 없는 학생도 있을 수 있는데, 어차피 학생이 많으면 꼭 그 학생이 연구를 잘할 필요는 없으니까 굳이 압박을 주거나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어차피 그 학생 인생이지 교수 인생은 아니지 않은가?

그런데 남들이 안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어서 실제로 이런 식으로 해보면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점이 발견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교수가 될 가능성 자체가 극히 낮고 어쩌다 된다고 해도 대학원생이 없거나 한두 명인 상황이 될 것 같은데 그래도 혹시라도 일정 인원 이상이 되는 경우가 있으면 내가 시험해 보아야겠다. 대학원 선배 중 아직 강사인 선배한테 이러한 구상에 대해 이야기한 적은 있다. 그런데 지도교수가 이러한 시도를 하는 것은 썩 좋지 않다. 내가 힘들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도를 한다고 하더라도 내가 졸업한 이후에 해야 하므로 졸업하기 전까지 지도교수님께 이러한 관리 방법을 제안하지는 않을 생각이다.

* 뱀발

이러한 나의 구상을 접한 어떤 철학박사는 “그렇게 제가 졸업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역시나 그럴듯하다고 생각되는 건 이미 어디엔가 실행되고 있는 모양이다.

(2023.12.20.)


2024/02/16

크리스마스 이브를 포항공대 방사광가속기 시설에서 보낸다면



지하철역에 가려고 마을버스를 탔다. 내가 앉은 좌석 옆에 애인 사이로 보이는 남녀가 손을 잡고 서 있었다. 남자가 이공계 쪽 대학원생이었던 모양이다. 남자는 여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는 분한테 크리스마스 때 뭐 하실 거냐고 물었는데 그 분은 여자친구하고 같이 있을 건데 여자친구가 사람 많은 것을 안 좋아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아직 모르겠다고 하는 거야. 그래서 내가 ‘그러면 이번 크리스마스에 두 분이서 포항 가속기에 가보세요’라고 했어. 거기 엄청 넓고 사람도 없잖아.”

여기서 말하는 ‘포항 가속기’는 포항공대에 있는 입자가속기(방사광가속기)를 가리킨다.

“포항 가속기에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게 아니잖아. 허가받은 사람만 들어갈 수 있는데 크리스마스 때 거기 같이 가면 평생 기억에 남지 않겠어?”

여자친구가 거기 가서 좋아하든 안 좋아하든 평생 기억에 남기는 할 것이다. 그런데 남자의 말에 여자는 이렇게 답했다. “와, 진짜 평생 기억에 남겠다. 나도 가고 싶다.” 여자도 이공계 쪽 대학원생인지, 이공계는 아니고 그냥 호기심이 많은 사람인지는 모르겠다.

나도 크리스마스 이브를 포항공대 방사광가속기 시설에서 보낸다면 좋든 안 좋든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기는 하다. 그런데 거기에 어떻게 들어가지? 이미 나보다 어린 사람들이 이공계 쪽 신임 교수로 임용되는 상황이라 대학원생은 그보다도 한참 어리다. 이공계 대학원생을 꼬시는 건 글러먹었다. 그렇다고 교수를 꼬시겠는가? 이거나 저거나 다 글러먹은 것 같다.

(2023.12.16.)


초등학교 셔틀버스의 전원주택 진입로 출입을 막다

전원주택 진입로에 깔린 콘크리트를 거의 다 제거했다. 제거하지 못한 부분은 예전에 도시가스관을 묻으면서 새로 포장한 부분인데, 이 부분은 다른 부분보다 몇 배 두꺼워서 뜯어내지 못했다. 그 부분을 빼고는 내 사유지에 깔린 콘크리트를 모두 제거했다.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