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3/29

[프라임 LEET] 2026학년도 대비 LEET 전국모의고사 안내







https://invite.kakao.com/tc/NVNEFmM9U1

올해 7/20 리트 응시자분들을 위한 단체 채팅방입니다.

리트 언어이해, 추리논증 관련 읽을 만한 논문 등을 게재하고, 6/1부터 매일 세 문제씩 푸는 모형추리(기출이 아닌 모의고사)를 업로드하며 신간 출간 등 공지를 하는 단체 채팅방입니다.

가급적 올해 리트 응시자분들이 신청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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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05

첫 학부 수업 후기



이번 학기 강의 평가가 나왔다. 그럭저럭 나쁘지 않게 나왔다. 학부 수업에서 강의 평가 평점 테러를 당했던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종종 들었는데, 다행히 나는 그런 것을 안 당했다. 첫 학부 수업을 무사히 마쳤다.

나는 수업에서 무리해서 진도를 나갔다. 학생들 중 상당수가 수업 내용을 명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면서도 진도를 계속 나갔다. 서프라이즈 퀴즈를 냈다. 비평문을 써오도록 했다.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중 기말고사만 한 번만 보거나 시험 없이 기말보고서로 대체하는 수업이 많다고 학생들을 통해 뒤늦게 들었지만,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모두 보았다. 그래도 무사히 학기를 마쳤다. 나의 기본 방침은, 동일한 노동량과 노동시간을 유지하는 선에서 학생들에게 최대한 다양하고 많은 것을 보여주되 학생들의 부담은 최소한으로 하는 것이었다.

서프라이즈 퀴즈가 10점 만점인데 자기 이름과 학번을 쓰는 1번 문제에 9점을 배점했다. 내가 그렇게 할 거라고 하니 학생들이 웃었는데 진짜로 그렇게 하니까 시험지를 받아본 어떤 학생이 “아니, 그게 진짜였네?”라고 말했다. 서프라이즈 퀴즈의 답을 모두 알려준 다음 일부 문제가 기말고사에 나온다고 했고 정말로 그렇게 했다.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모두 예상 문제를 실제 문제의 2배수 정도로 만들어 공개했고 문제 변형 없이 예상 문제에서만 문제를 냈다. 기말고사 때는 답안에 어떤 내용이 포함되어야 하는지 그 범위도 알려주었다.

비평문을 쓰라고만 하면 아예 쓰지 못하거나 수업 자료를 그대로 베낄 것이어서 글쓰기 방법에 관한 별도의 강의와 읽을 자료에 관한 해설 강의를 찍어서 올렸다. ChatGPT를 쓰다 걸린 학생이 있는데, 차마 0점 처리를 할 수는 없어서 ChatGPT를 쓰고 안 걸리는 방법을 알려주고 내 수업에서는 하지 말고 다른 사람 수업에서 하라고 했다. 참고 문헌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받고는 정석대로 참고 문헌을 찾는 방법과 시간 없을 때 참고 문헌을 부풀리는 방법을 모두 알려주었다. 참고 문헌을 부풀렸을 때 바로 걸려서 욕먹는 방법과 의심은 받지만 일단 넘어가는 방법이 있는데 이 또한 내 수업에서는 하지 말고 다른 사람 수업에서 하라고 했다.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예상 문제와 가능한 답안 작성 범위를 알려주었는데도 걱정하는 학생들이 있어서, 나는 모르겠으면 틀리라고 했다. <언어철학> 수업은 어차피 상대평가니까 남들보다 덜 틀리기만 하면 된다고 했다. 그렇게 말하고 정말로 상대평가로 최대한 학점을 잘 주었다. 최하 점수가 C+였고, A와 B의 비율은 학교에서 허용한 최대한으로 할당했다. <심리철학> 수업은 절대 평가여서 최하 점수가 B+였다. 중간고사 답안지로 백지에 가까운 것을 냈다? B+였다. 초짜 강사를 만나서 고생했으니 점수라도 잘 받으라는 취지도 있었다. 성적을 잘 주어서 그런지 성적이의신청이 단 한 건도 없었다.

진도를 약간 무리해서 나간 것은 맞다. 학생들이 수업 내용을 잘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으면 보통은 수업 진행 속도를 늦추거나 학습량을 줄이거나 한다. 보통은 그게 맞기는 한데,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경제수학>이나 <경제통계학> 같은 수업은 학생들이 수업 내용을 숙지하지 못할 경우 <계량경제학> 수업 들을 때 봉변을 당할 수 있으므로 진도량과 숙지 정도의 균형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언어철학>이나 <심리철학>은 수업 내용을 숙지 못해서 다른 학부 수업을 듣는 데 지장이 생길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렇다면 진도를 그냥 나가도 된다.

내가 수업 시간에 어떤 것을 설명했는데 내가 한 설명을 학생들이 이해하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고 해보자. 그러면 방금 설명한 것을 다시 설명하면서 내가 착각하거나 잘못 이해한 것은 아닌지, 내가 잘못 설명하지는 않았는지 다시 생각해 본다. 내가 잘못 설명한 것 같으면 정정하고 다시 설명한다. 다시 생각해 보아도 내가 맞은 것 같으면 어떻게 하느냐? 학생들을 한 명씩 응시하며 중요 내용을 다시 설명한다. 그러면 학생들 중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이 나온다. 그 학생은 수업 내용을 이해해서 끄덕인 것인가? 그건 중요하지 않다. 다음 부분으로 넘어가도 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는 점이 중요하다. 그 기세를 수업 끝날 때까지 유지하면 계획한 대로 진도를 나갈 수 있다. 실제로 나는 그런 식으로 수업계획서대로 진도를 다 나갔다.

진도가 많이 나가서 학생들이 불만을 품는 것이 아니다. 진도가 많이 나간 다음에 강사가 학생들보고 자기가 한 것을 똑같이 따라 해보라고 해서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물론, 공학 같은 경우는 강사가 하는 대로 학생들이 똑같이 따라 할 수 있어야 한다. 그걸 못 하면 사고가 난다. 인문학은 그렇지 않다. 학생들이 강사가 한 것을 따라 하지 못한다고 해도 아무도 다치지 않는다. 내가 가르친 학생들 중 대부분은 졸업 이후 전공과 무관한 삶을 살 것이다. 그러면 하지도 않을 것을 따라 하라고 할 게 아니고 이 수업이 아니면 못 볼 것을 다양하게 보게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자기 전공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른 채로 졸업하는 것보다는 그게 낫다.

기세로 진도를 나갈 때의 장점 중 하나는, 학생들에게 수업 내용과 관련해서 보여줄 수 있는 것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이해를 했든 못 했든 진도를 나가면 해당 분야에 어떤 철학자가 어떤 논의를 했는지, 어떤 주제가 있는지를 더 많이 보여줄 수 있다. 이게 중요하다. 내가 다니는 학교의 수업과 비교해서 다른 학교에서 같은 수업을 담당한 선생님이 얼마나 잘 가르치는지는 녹화 강의가 없는 이상 알 방법은 없다. 웬만큼 입소문이 날 정도로 명강의가 아니면 누가 무엇을 가르치는지도 잘 모른다. 그런데 어느 학교 철학과에서는 이 철학자도 가르치고 저 철학자도 가르치고 별걸 다 가르치는데 내가 다니는 철학과에서는 철학자의 이름도 못 들어봤다고 하면 기분이 나빠진다. 코스 요리를 시켰는데 다 못 먹을 것 같다고 해서 나와야 할 요리가 안 나오면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다. 손님이 다 먹든 못 먹든 나와야 할 요리는 나와야 한다.

내가 이렇게 말한다면 누군가는 음식점의 음식과 대학의 학부 수업의 유비가 가능하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음식점에서는 음식을 남기더라도 서비스로 더 주면 손님이 좋아하는데 대학에서는 정반대 아니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에 대한 나의 대답은, 음식점에서도 남기면 벌금 매긴다고 해놓고 음식을 계속 가져오면 손님이 화를 낸다는 것이다. 대학에서 학생들이 자기가 제공받는 교육 서비스를 제대로 누리지 못한다고 해서 강사가 학생들을 타박한다든지, 수업 중에 화가 나 있다든지, 훈계한다든지 하는 것이 아니라 “이거 나름 맛있는 건데 한 번 맛이나 보시지 입도 안 대셨네”라고 한다고 해보자. 이야기는 달라진다.

나는 <언어철학> 수업에서 기말고사 보기 전 마지막 시간에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한 학기 동안 콜린 맥긴의 『언어철학』 한 권을 다 보기로 했는데, 정말로 이렇게 다 보았습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서울대 빼고, 연고대 빼고, 서울에 있는 웬만한 대학에서 하는 <언어철학> 수업과 적어도 진도에 있어서는 거의 차이가 없다는 거죠. 그러면 내가 그 학교들에 계시는 선생님들만큼 수업을 잘 했느냐? 그런 건 여기서 따지지 맙시다. 어쨌든 진도에 있어서는 전혀 꿇리지 않는다는 거예요. 다른 학교 철학과 다니는 친구가 에반스 어쩌고 그러면 나도 수업 시간에 배웠다고 할 수 있는 거예요. 그런데 친구가 그냥 지나가는 게 아니라 캐물으면 어떻게 하느냐? 오래전에 배워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든가, 강사가 초짜여서 잘 못 가르쳤다고 하세요.”

<심리철학> 수업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는데 이런 말을 덧붙였다.

“저는 다른 학교에서도 다 김재권의 『심리철학』으로 가르치는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다른 학교에서 <심리철학> 수업하는 선배가 김재권 책이 너무 어렵다고 라벤스크로포드 책을 주 교재로 쓴다고 하더라구요. 그걸 너무 늦게 들었어요. 학기 중반 이후에 들어서 돌이킬 수 없었는데, 하여간 우리는 서울 시내 웬만한 대학에서 하는 <심리철학> 수업에 비해 적어도 진도로는 꿇리지 않습니다. 그러면 제가 그 선생님들만큼 잘 가르쳤느냐? 그런 건 굳이 여기서 따지지 맙시다.”

(2025.01.05.)


2025/03/02

화천이와 연동이의 빈자리



여름에 연동이가 집을 나간 뒤 몇 달 간 우리집에는 고양이가 없었다. 고양이가 없으니 금방 빈자리가 드러났다.

창고에서는 쥐가 페트병에 담긴 쌀을 먹으려고 페트병을 쏠았다. 페트병에 구멍이 뚫려서 쌀이 줄줄 샜다. 땅콩을 캐서 창고 구석에 두었더니 까치들이 심심할 때마다 들어와서 땅콩을 먹고 갔다. 덮개 같은 것으로 덮어도 치우고 땅콩을 먹었고 상자에 두어도 빈틈을 찾아내서 땅콩을 먹었다. 사랑방에는 뱀이 들어올 뻔했다. 사랑방에서 컴퓨터를 하다 느낌이 이상해서 방문을 보니 방충망 너머로 유혈목이가 허리를 세우고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재작년에 방충망을 교체하지 않았다면 뱀이 그대로 방으로 들어왔을 것이다. 코브라가 아니어도 웬만한 뱀은 허리를 세울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굳이 그것을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지는 않았다. 놀라서 죽을뻔했다.

나나 어머니나 “고양이가 없어서 불편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나와 어머니 모두 실제 일어났던 일을 반-사실적으로 말할 때는 항상 “화천이가 있었다면”, “연동이가 있었다면”이라고 말한다. “화천이가 있을 때는 뱀도 잘 잡았는데”, “화천이가 있을 때는 쥐가 꼼짝도 못 했는데”, “화천이는 기러기도 잡았는데”, “연동이도 똑똑해서 화천이처럼 자랐을 텐데”라고 말하지 “고양이가 있었다면”이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우리집에 있었던 것은 여느 고양이가 아니라 화천이와 화천이의 새끼들과 연동이였기 때문이다.

(2025.01.02.)


2025/02/21

내가 철학 수업을 올바른 방향으로 하고 있다는 증거



대학원 다니면서 들은 학부 수업에서 몇몇 선생님들은 수업 중간에 농담으로 반-직관적인 언어유희를 하곤 했다. 나는 이번 학기에 학부 <언어철학> 수업을 하면서 그런 식의 농담을 하나도 하지 않았다. 나부터 그런 반-직관적인 언어유희에 재미를 느끼지 않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굳이 그런 농담을 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아예 언어철학과 무관한 농담을 했다.

그래도 학생들은 내가 하는 농담을 좋아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럴 수밖에 없다. 앞 시간에 페리를 하고 그 다음 시간에 에반스를 하는데 그 중간에 하는 우스갯소리가 재미가 없을 수가 있겠는가? 앞 시간에 타르스키를 하고 그 다음 시간에 데이비슨을 하는데 내가 하는 농담이 웃기지 않을 수가 있나?

언제는 학생들도 지치고 나도 지치고, 솔직히 나도 재미없는 내용인데 교재에 있어서 안 가르칠 수는 없는 내용을 가르친 적도 있었다. 학생들이 다들 반쯤 정신이 나가 있었고 앞자리에 앉은 학생들도 눈이 풀려 있었다. 물론, 나는 학생들의 그러한 모습에 화가 나거나 좌절하지 않았다. 그게 정상적인 사람들의 정상적인 반응이기 때문이다. 알아듣기 힘들고 어려워 죽겠는 내용을 듣고 재미있다면서 들뜨는 게 오히려 비-정상이다. 어쨌든 나는 학생들에게 설명을 제대로 못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무엇을 했느냐? 강신주 욕을 했다.

강신주가 한동안 안 보이다 얼굴이 수척해지다 못해 얼굴형이 바뀐 것을 보고 강신주 욕을 하지 않기로 했었다. 죽을병을 앓았던 모양이라 굳이 욕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유튜브에 강신주 최신 영상이 올라와서 보니 예전에 했던 대로 또 갱년기 아저씨와 아주머니들의 심리적인 취약점을 살살 긁으며 손쉽게 돈을 긁어모으고 있었다. 나는 6학점 강의해 봐야 100만 원 약간 남짓 받는데, 강신주는 똥 같은 소리나 하면서 쉽게 돈은 버니 약간 화가 났다.

나는 학생들에게 강신주 박사를 아는 사람이 있냐고 물었다. 다들 모른다고 했다. 그래서 강신주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어떤 식으로 약을 파는지 말했다. 그런 다음, 어떤 주제든 어떤 철학이든, 죄다 연애 아니면 사랑으로 연결 짓는다고, 이런 양아치가 어디에 있냐고 학생들에게 말했다. 내 말에 죽어가던 학생들에게 생기가 돌아왔다. 풀렸던 눈동자에도 다시 초점이 돌아왔다. 학생들이 다시 살아났으니 다시 언어철학 강의를 하려던 참에 청강생으로 강의실에 들어와 있던 한 학생이 나에게 이렇게 물었다.

“그래도 언어철학으로 연애 이야기를 푸는 것은 어렵지 않을까요?”

그 말에 나는 강신주는 언어철학으로 어떤 양아치 짓을 하는지 설명할 수밖에 없었다.

강신주에 따르면, 어떤 사람을 아낀다는 것을 그 사람만의 고유한 특성을 가진 유일한 존재로 보는 것이고, 어떤 사람을 다른 사람들이 가지는 속성으로 묶어서 생각하는 것은 그 사람을 수많은 사람 중 하나로 보는 것이며 일종의 부품처럼 보는 것이다. 이것부터 뭔가 이상한데 강신주는 여기에 러셀의 한정기술구 이론과 크립키의 인과적 지시 이론을 뿌린다. 누군가를 한정기술구로 지칭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가진 조건들로 그 사람을 지칭한다는 것이다. 반면, 최초의 명명식과 인과 사슬을 통해 누군가를 지시한다는 것은 그 사람을 유일한 존재, 어떠한 단독자로 대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치적으로는 러셀이 진보적이고 크립키는 아닌 것 같지만, 철학적으로는 러셀이 보수적이고 크립키가 진보적이라는 것이 강신주의 주장이다.

이 말을 듣자, 학생들이 혼란에 빠진 것처럼 보였다. 앞에 앉은 몇몇 학생들은 나의 설명을 듣고 역하다는 듯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해당 강연은 김어준의 <벙커1>에서 했던 것이고 교재는 『철학 대 철학』이었는데, 정작 『철학 대 철학』에는 강연 내용이 나오지 않는다. 해당 책에는 여느 철학사 책에서 베낀 것처럼 비교적 멀쩡한 내용이 나온다. 강신주 본인도 본인이 하는 이야기가 정상이 아님을 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야기는 또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진짜 중요한 게 따로 있는데, 강신주의 미친 강연 내용이 강신주 고유의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내가 석사과정 때 강신주의 강연을 동료 대학원생에게 알려주니, 역시나 그 대학원생도 토할 것 같은 표정을 지었는데, 어디서 찾았는지 강신주 강연 내용이 외국의 어떤 프랑스 철학 전공자로 추정되는 정체불명의 인물의 써놓은 글이라는 것을 찾아서 나에게 알려주었다.

(이에 대해 프랑스철학 전공자는 러셀과 크립키에 관한 해당 내용은 프랑스철학 전공자가 아니라 ‘오사와 마사치’라는 일본 사회학자가 한 말임을 알려주었다. 해당 내용이 실린 오사와 마사치의 책은 한국에서 『연애의 불가능성에 대하여』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출판되었고, 여기서 정치적 스펙스럼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하여간, 강신주의 러셀과 크립키 강연에 대하여 학생들은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는데, 이것을 보고 내가 강의를 그렇게 잘한 것은 아니더라도 올바른 방향으로 수업을 이끌고 있음을 알았다. 서울 시내에 있는 어중간한 학교의 철학과 학부생들이 철학도 쥐뿔이나 모르는 주제에 다른 과 사람을 만나면 자기가 철학과 다닌다고 더럽게 뻐기며 철학을 가지고 인생이 어떠니 낭만이 어떠니 하며 학과 단위로 지ㄹ염병을 한다는 소식을 가끔씩 전해 듣는다. 그런데 내가 맡은 수업에서는 학기 시작하기 전까지 러셀이 누구인지 크립키가 누구인지 이름도 듣지 못한 학부생들이 불과 한 학기 강의도 다 듣지 않고도 강신주의 강연 내용을 일부 전해 들은 것만으로도 그토록 거부 반응을 보였다. 이것만 보아도, 학생들이 철학에 대해 올바른 태도를 가지는 데 내가 약간이라도 기여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24.12.21.)


[프라임 LEET] 2026학년도 대비 LEET 전국모의고사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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