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9/08

[과학철학] Kuhn (1977), “Objectivity, Value Judgment, and Theory Choice” 요약 정리

   

[ Thomas S. Kuhn, “Objectivity, Value Judgment, and Theory Choice”, in Thomas S. Kuhn (ed.)(1977), The Essential Tension: Selected Studies in Scientific Tradition and Change (University of Chicago Press), pp. 320-339.
  Previously unpublished Machette Lecture, delivered at Furman University, 30 November 1973.
  토머스 쿤, 「객관성, 가치 판단, 이론 선택」, 『쿤의 주제들: 비판과 대응』, 조인래 편역 (이화여자대학교 출판부, 1997), 299-326쪽. ]
  
  
■ 논문의 목적 [pp. 320-321, 299-301쪽]
- 쿤의 이전 주장: 과학자들이 옛 이론이나 패러다임을 버리고 다른 것을 선택하는 방식은 “증명에 의해서 해결될 수 없다.”(『과학혁명의 구조』 12장)
• 비판: 과학적 선택에 대한 구속력 있는 기준이 없다면, 더 많은 과학적 문제가 해결되고 그 해답이 더 정확해지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 쿤의 답변: 개인의 선택을 결정할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훈련받은 과학자들의 집단적 판단(collective judgment)을 신뢰하는 것이 좋음.(『과학혁명의 구조』 13장)
• 비판: 이론 선택의 객관적인 근거가 없다면 그것은 군중 심리에 불과함.
- 논문의 목적: 새로운 패러다임을 수용하는 과학자 집단의 결정이 어떠한 종류의 좋은 근거에 기반할 수 없다고 쿤이 믿는다는 오해를 푸는 것.
    
■ 좋은 과학 이론의 특징 [pp. 321-322, 301-302쪽]
- 쿤은 좋은 과학 이론의 특징으로 다섯 가지를 제시함.
• 쿤이 이러한 특징을 고른 것은 이것이 망라적(exhaustive)이기 때문이 아니라, 개별적으로 중요하고 당면한 문제를 가리키기에 집합적으로 충분히 다양하기 때문.
- 특징(1): 정확성(accuracy)
• 어떤 이론에서 연역될 수 있는 귀결들은 기존 실험이나 관찰의 결과와 일치한다는 것이 증명되어야 함.
- 특징(2): 일관성(consistency)
• 이론은 내적으로 일관되고 현재 받아들이는 다른 이론들과도 일관되어야 함.
- 특징(3): 넓은 적용범위(broad scopes)
• 이론의 귀결들은 처음에 고안된 개별적인 관찰, 법칙, 하부이론들을 크게 넘어서서 확장되어야 함.
- 특징(4): 단순성(simplicity)
• 특징(4)는 특징(3)과 관련됨.
• 이론은 각각 고립되고 전체적으로 혼란스러운 현상들에 질서를 부여해야 함.
- 특징(5): 다산성(fruitfulness)
• 다소 덜 표준적인 항목이지만, 실제 과학에서 특별히 중요함.
• 이론은 이미 알려진 것들 사이에서 새로운 현상이나 이전까지 주목받지 않은 관계들을 드러내야 함.
- 위의 다섯 가지 특징은 이론의 적합성을 평가하기 위한 표준적인 기준들(criteria)
• 과학자들이 이론을 선택할 때 이러한 특징들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전통적인 견해에 쿤은 동의함.
• 이러한 특징들은 이론 선택의 유일하게 공유된 기초를 제공함.
  
■ 이론 선택의 두 가지 어려움 [pp. 322-324, 302-305쪽]
- 기존 이론과 새 이론을 선택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음.
• 어려움(1): 개별적으로 그 기준들은 모호함(imprecise). 구체적인 사례에 기준을 적용할 때 적법하게 다를 수 있음.
• 어려움(2): 기준들을 함께 적용할 때 기준들끼리 충돌할 수 있음.
- 어려움(1)의 예: 정확성을 기준으로 할 때 한 이론을 선택하고, 적용 범위를 기준으로 할 때는 그 이론의 경쟁 이론을 선택할 수 있음.
- 어려움(2)의 예: 기준이 한 가지인 경우
• 정확성은 정량적(quantitative) 일치뿐 아니라 정성적(qualitative) 일치도 포괄함.
• 정확성의 기준은 다른 기준보다 덜 애매하고 예측력과 설명력이 이 기준에 의존함.
• 그러나 이론들이 항상 정확성에 따라 구별될 수 있는 것은 아님.
• 예(1): 코페르니쿠스의 체계는, 그가 죽고 난 뒤 60여년이 지나 케플러가 수정한 뒤에야 프톨레마이오스의 체계보다 더 정확하게 됨.
• 예(2): 산소 이론은 화학 반응에서 관찰되는 무게 관계를 더 잘 설명한 반면, 플로지스톤 이론은 금속들의 원석(ore)보다 금속 자체에 대해 더 잘 설명함.
• 정확성을 토대로 이론을 선택하려면, 정확성이 어떤 영역에서 더 중요한지 결정해야 함.
- 어려움(2)의 예: 기준이 두 가지 이상인 경우
• 태양 중심체계와 지구 중심체계를 선택할 때 일관성과 단순성의 역할
• 천문학 이론으로서 두 체계는 모두 내적으로 일관됨.
• 프톨레마이오스 체계는 당시 과학적 설명과 일관되었고 코페르니쿠스 체계는 그렇지 않았음. 당시 물리 이론은 우주의 중심에 정지한 지구로 낙하운동을 설명함.
• 특정 시점의 행성의 위치를 계산할 때는 두 체계의 단순성은 차이가 없음.
• 행성들의 총체적인 정량적 특징들, 태양에서 벗어나 보이는 각도의 제한, 역행운동 등을 설명할 때는 코페르니쿠스 체계가 더 단순함.
• 그러나 단순성은 행성의 위치를 계산하는 천문학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기준도 아니었고 가장 자연스러운 것도 아니었음.
  
■ 개인적 선택의 구성 요소 [pp. 324-325, 305-307쪽]
- 과학자들이 경쟁하는 이론들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경우, 동일한 선택 기준을 받아들여도 다른 결론에 도달할 수 있음.
• 단순성을 다르게 해석하거나 일관성 기준이 충족되어야 하는 분야의 범위를 다르게 생각할 수 있음.
• 여러 기준들이 함께 적용될 때 각 기준에 부여할 상대적 비중이 서로 다를 수 있음.
- 개별 과학자의 이론 선택을 설명하려면 과학자들이 공유하는 기준들을 넘어 그 선택을 한 개별 과학자의 특성들을 고려해야 함.
• 과학적이게 만드는 규범들(canon)을 과학자들이 고수한다는 점을 고려하면서, 공유된 규범이 과학자마다 달라지는 방식을 다루어야 함.
- 그러한 차이는 각 개인이 과학자로서 겪은 경험에서 나온 것임.
• 선택과 관련된 다른 요인들은 과학 외부에 있음.
• 예(1): 케플러가 코페르니쿠스 체계를 선택한 부분적인 이유는 신-플라톤주의 운동과 헤르메티시즘 운동에 빠져 있었기 때문.
• 예(2): 19세기 영국의 사회주의는 다윈의 생존 경쟁 개념에 영향을 끼침.
- 경쟁 이론들에 대한 모든 개인적 선택은 객관적 요인들과 주관적 요인들의 혼합으로 이루어지거나 공유하는 기준들과 개인적 기준들의 혼합에 의하여 이루어짐.
 
■ [pp. 325-327, 307-309쪽]
- 쿤의 비판자들은 쿤의 서술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사실들이 어떠한 철학적 함의를 가진다는 쿤의 주장을 거부함.
- 쿤의 질문: 과학철학자들은 과학자들의 이론 선택에 주관적 요소들이 개입하지만 그러한 요소는 인간의 약점일 뿐 과학적 지식의 본성이 아니라고 주장함. 왜 그랬는가?
- 쿤의 대답
• 철학자들은 완전하거나 분명한 기준들의 목록을 가지지 않았고, 그래서 더 많은 연구가 진행되면 합리적이고 모두가 동의하는 알고리즘을 산출할 것이라고 기대함.
• 알고리즘적인 결정 절차를 찾는 작업은 두 가지를 전제로 함.
• 전제(1): 작업 결과는 개인적인 선택 기준들로 명확하게 진술될 수 있음.
• 전제(2): 작업 결과가 하나 이상의 기준들이 유관하다고 밝혀진다면, 그 기준들을 함께 적용하는 데 적절한 가중치 함수(weight function)가 있음.
• 전제(1)에 대한 연구는 조금 있고 전제(2)에 대한 연구는 거의 없음.
- 쿤에 대한 비판: 발견의 맥락과 정당화의 맥락의 구분에 호소
• 발견의 맥락에서 주관적 요인들이 역할을 하지만, 이론이 정당화되는 과정은 객관적.
- 쿤의 반박: 발견의 맥락과 정당화의 맥락의 구분은 그럴듯하고 유용한 이상화(idealization)를 제공하지 못함.
• 교과서 과학(textbook science)에서 이론은 전형적인 응용 사례들과 함께 제시됨.
• 그러한 응용 사례들 중 일부는 실제 결정이 이루어질 때 증거의 일부였지만 결정 과정과 관련된 고려 사항들의 일부분에 불과함.
• 교육의 맥락은 발견의 맥락과 다른 것처럼 정당화의 맥락과도 다름.

■ [pp. 327-328, 309-311쪽]
- 철학자들이 선택 기준의 유관성을 입증하는 통상적인 방식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음.
- 측면(1): 과학 교과서와 마찬가지로, 과학철학 저작들에서는 경쟁 이론들 중 하나를 지지하는 결정적 실험들(crucial experiments)이 되풀이하여 언급됨.
• 예) 지구의 운동을 증명하는 푸코의 진자 실험, 보편 중력을 입증한 캐번디쉬의 실험, 물과 대기 속 소리의 상대 속도를 측정한 피조의 실험 등
• 결정적 실험들은 이미 이론이 선택된 뒤에 한 것이고, 이론 선택은 결정적 실험이 있기 오래 전에 훨씬 애매한(equivocal) 증거에 근거하여 이루어짐.
• 실험들을 사례로 사용하는 것은 과학 교육에 필요한 경제성을 제공하지만 이론 선택의 특성을 밝히는 데는 별 도움이 되지 않음.
- 측면(2): 이론 선택에 대한 표준적인 예증들은 궁극적으로 승리한 이론에 호의적.
• 예) 플로지스톤 이론의 장점이나 산소 이론의 한계는 언급하지 않음.
• 철학자들은 이론 선택의 결정 상황을 단순화하여 결정 상황의 필수 요소도 제거함.
• 결정 상황에는 가능한 선택에 대한 몇몇 좋은 이유들이 항상 있게 마련이다.
• 발견의 맥락과 관련된 고려들은 정당화의 맥락과도 관련됨. 새로운 이론의 초기 지지자들은 그 이론의 발견자의 관심과 감각을 공유하는 경향을 가짐.
- 이론 선택의 알고리즘을 만들기 어려웠던 것, 그리고 그러한 어려움이 해결할 가치가 있는 것처럼 보인 것은 이 때문임.
 
■ [pp.328-29, 311-312쪽]
- 쿤과 가상의 대화를 가정함.
• 쿤과 대화자는, 각 과학자들이 p(T, E)의 값을 계산하는 베이즈적 알고리즘을 전개하여 경쟁 이론들 중 하나를 선택한다는 데 동의함.
• p(T, E)의 값: 특정 시기 전문가 집단에서 사용가능한 증거 E에 대한 이론 T의 확률
• 두 사람 모두 ‘증거’를 넓게 해석하여 단순성이나 다산성 등도 고려사항으로 포함함.
- 가상의 비판자는 하나의 p값(객관적인 선택에 대응하는 값)만 존재하며, 한 집단에 속하는 합리적인 구성원들은 모두 그 값이 도달해야 한다고 믿음.
- 쿤의 주장: 객관적 요소가 알고리듬을 결정하기에는 불충분함.
• 논의를 위해 각 개인이 알고리듬을 가지며 그들의 알고리듬은 공통적이라고 가정함.
• 그렇지만 그러한 알고리듬들은 주관적 고려 요소들 때문에 궁극적으로 다르다는 것.
• 계산이 가능하려면 주관적 고려요소들이 객관적 기준들을 완성해야 하기 때문.
- 가상의 비판자: 그러한 주관적 고려를 인정할 수도 있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증거가 증가하듯 개인마다 다른 알고리즘이 하나의 객관적인 알고리즘으로 수렴한다고 주장.
- 쿤의 반박
• 시간이 지나고 증거가 변하면서 p값의 수렴이 요구됨.
• 그러나 이론 선택의 궁극적 일치는 알고리듬이 수렴한다는 증거를 제공하지 않음.
• 초기 전문가들을 나눈 결정들을 설명하는 데 주관적 요소들이 필요하다면, 전문가들의 동의가 일어난 미래에도 그러한 요소들은 존재할 것.
 
■ 중간 정리 [pp. 329-330, 312-313쪽]
- 지금까지 한 쿤의 주장의 요점
• 요점(1): 이론 선택은 공유된 기준들뿐만 아니라 개인 특유의 요소에도 의존함.
• 요점(2): 주관적 요소들이 지니는 철학적 함축을 부정하는 몇 가지 방식들을 비판함.
- 이후 쿤이 다룰 것들
• 공유된 기준들의 상당한 효율적인 것은, 그 기준들에 동의하는 개인들의 선택을 결정할 정도로 충분히 정교해서가 아님. 기준들이 그 정도로 정교하다면, 과학의 진보에 핵심적인 작동 메커니즘이 작동을 멈출 것.
• 전통적으로 선택 규칙의 제거가능한 결점으로 본 것을, 쿤은 과학의 본질적 본성의 일부라고 봄.

■ 기준, 규칙 vs. 금언, 규범, 가치 [pp. 330-331, 313-315쪽]
- 쿤의 제안: 기준이나 규칙과 달리, 금언(maxims), 규범(norms), 가치(values)는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결정이어야 하는가를 지정하지 않음.
- 금언은 모호하며 때때로 상충되기도 함.
• 예) “망설이는 자는 잃는다” vs.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라”
• 개별적으로 각기 다른 선택을 지시하지만, 집합적으로는 어떤 선택도 지시하지 않음.
• 상반된 금언은 결정의 성격을 바꾸고 개인이 책임져야 하는 결정의 나머지 측면들을 지적함.
- 가치와 규범들은 애매한 상황에서 조금 더 분명한 예를 제공함.
• 가치가 적용될 때 가치들이 종종 상충되기도 함.
• 가치가 아무 역할도 못한다고 할 수 없는 것은, 가치들의 차이가 생활 방식들(허용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 대한 결정)의 차이로 귀결되기 때문임.
- 이론 선택의 기준은 선택의 규칙(rule)이 아니라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가치(value).
• 동일한 기준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개별 상황에서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음.
• 그러나 가치들은 개별적으로나 집합적으로 과학자들이 공유하는 선택의 알고리즘을 위한 토대로는 불충분할 수 있지만 많은 것을 규정함.
• 결정에 도달할 때 각 과학자가 고려해야만 하는 것, 결정과 유관하다고 간주할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선택의 토대를 보고하도록 적법하게 요구할 수 있는 것 등.
• 예) 공학자의 목록에서 자연에 부합하는 정확성이라는 기준을 제외하면 그의 활동은 철학과 비슷할 수 있음.

■ 이론 선택의 기준이 가치일 때의 이점 [pp. 331-332, 315-317쪽]
- 이론 선택의 기준이 규칙으로서 불완전해도 가치로서 기능할 때 이점이 있음
- 이점(1): 변칙적이거나 불합리한 것으로 여겨온 과학적 행위의 측면들이 설명됨.
• 쿤의 견해에서, 이론 선택의 가장 초기 단계에서 표준적 기준이 완전히 기능함.
• 전통적 견해에서는 그러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작동 안 함.
• 예) 케플러와 갈릴레오가 코페르니쿠스 체계를 수용한 이유를 설명하려면 개인의 특이성에 호소해야 하지만, 그 체계를 완벽하게 하려는 노력은 공유한 가치로 설명됨.
- 이점(2): 합리적인 사람들의 의견 차이가 설명됨.
• 새로 제안된 이론들은 대부분 사멸함. 이론을 고안하게 한 어려움은 더 전통적 방법으로 설명되는 것이 일반적.
• 새 이론이 폭넓은 확신을 얻으려면 이론 수용 이전에 많은 시험이 필요함.
• 새 이론을 시험하는 사람들은 그 집단의 사람들과 경쟁 집단의 사람들로 구성됨.
• 합리적인 사람들이 서로 의견을 달리하는 것을 허용하는 결정 과정이 필요한데, 철학자들이 말하는 공유된 알고리즘은 그러한 의견 불일치를 설명하지 못함.
• 그러한 알고리즘이 있다면 모든 과학자들은 동시에 같은 결정을 내릴 것임. 이론 수용의 기준이 너무 낮으면 모두 새 이론으로 옮겨갈 것이고, 기준이 너무 높으면 기존 이론에 안주하게 될 것임.
- 이론 선택의 기준이 규칙이라면 이러한 것은 산만함과 결함처럼 보이지만, 그 기준이 가치라면 새로움을 도입하는 데 늘 뒤따르는 위험을 분산하는 수단으로 보일 수 있음.

■ 전통적 입장과 쿤의 입장의 공통점과 차이점 [pp. 332-334, 317-319쪽]
- 가치에 기반한 작업이 예측과 지배를 위한 새로운 기술을 계속 만들어낼 수 있는가?
- 쿤은 이 물음에 어떠한 답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함.
• 귀납의 문제를 해결했다고 주장하지 않는 것과 비슷함.
- 결국, 과학적 선택을 안내하는 가치들에 대한 쿤의 목록과, 선택을 지정하는 규칙들에 대한 전통적인 목록은 거의 동일함.
• 철학자의 규칙이 적용될 수 있는 구체적인 상황이 주어진다면, 쿤의 가치들은 규칙과 같은 기능을 할 것.
• 귀납에 대한 정당화가 존재한다면, 쿤의 가치에도 똑같이 적용하게 될 것.
- 규칙이 내재적으로 불완전하여 공유된 규칙에 의한 선택이 불가능한 상황을 가정하자.
• 이러한 상황에서도 개인들은 선택해야 하고 규칙(이제는 가치)의 인도를 받아야 함.
• 과학자들은 규칙을 풍부하게 만들어야만 하고, 다양하게 완성된 규칙들에 의한 결정에 모두가 동의하더라도 과학자들은 다소 다른 방식으로 그렇게 할 것.
• 집단이 충분히 커서 개별적 차이가 정규 분포에 분포한다고 가정하면, 규칙에 의한 선택을 정당화하는 논변은 가치에 의한 선택에도 적용되어야 함.
- 쿤은, 정규 분포와 귀납의 문제에 대한 언급으로 자신의 입장이 전통적인 견해와 비슷하게 보이기를 원함.
• 검증(verification)의 본질적 측면들은 사람들이 여전히 과학자이면서 다를 수 있는 특징들에 의해서 이해될 수 있다는 것이 전통적 견해와 다른 점.
 
■ [p. 334, 319-320쪽]
- 쿤의 견해와 전통적인 견해의 주된 차이점은 이론 선택보다 세 영역에 있음.
• 가치 불변성, 주관성, 부분적 의사소통

■ 가치 불변성(value invariance) [pp. 335-336, 320-322쪽]
- 앞서 논문에서 쿤은 이론 선택에 사용되는 기준이나 가치들이 고정된 것이며 이론이 바뀌는 과정에서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암묵적으로 가정함.
• 쿤은 정확성, 적용 범위, 다산성은 과학의 항구적 속성이라고 생각함.
• 그러나 가치들에 부여되는 상대적 비중은 시간과 적용 분야에 따라 변함.
- 게다가 가치에서의 변화 중 다수는 과학 이론의 특정한 변화와 연계됨.
• 과학자들은 경험을 통해 그들이 적용하는 가치들에 대한 철학적 정당화를 얻지 못하지만, 그 가치들은 부분적으로 경험을 통해서 배운 것이고 경험과 함께 진화함.
• 정확성은 시간이 흐르면서 정성적인 일치를 희생하면서까지 점점 더 정량적인 또는 수적인 일치를 지칭하게 됨.
• 예) 근대 초기 이전에는 천문학만이 정확성(수적 일치)을 추구했으나, 이 기준은 17세기에는 역학으로, 18세기 후반과 19세기 초반에는 화학, 전기, 열과 같은 분야들로, 19세기에는 생물학의 많은 분야들로 확대됨.
- 가치 변화가 이론 변화의 여파에서 일어난다는 점은 문제 있는 것으로 보일 수 있음.
• 라부아지에 화학 이론에 반대한 이유 중 하나는 이전 화학의 목표 중 하나인 색이나 결 같은 성질들과 그 변화에 대한 설명을 하기 어려웠다는 점.
• 라부아지에 이론을 수용하면서 그러한 설명은 더 이상 가치 있는 일이 아니게 됨.
• 가치 변화가 그 가치와 관련된 이론의 변화만큼 빠르게 일어났거나 그만큼 완전했다면 이론 선택은 가치 선택이 됨. 둘 중의 어느 것도 다른 것의 정당화를 제공 못함.
- 그러나 역사적으로 가치 변화는 이론 선택보다 뒤늦게, 거의 의식되지 않은 채로 일어남.
• 가치 변화의 크기는 일반적으로 이론 변화보다 작음.
• 가치의 상대적 안정성 때문에, 이론 변화가 가치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피드백 루트가 존재해도 그 결정 과정이 악순환이 되지 않음.

■ 주관성(subjectivity) [pp.336-338, 322-324쪽]
- 쿤은 자신이 언어 철학자의 기술을 가지지 못했다고 함.
• “주관성”이라는 단어는 “객관적”에 반대되는 용법과 “판단적”(judgmental)에 반대되는 용법이 있음.
• 쿤의 비판자들은 쿤이 말한 “주관성”의 두 번째 의미라고 함.
- 쿤은 자신이 말한 주관성은 취향이 아니라 판단에 관한 것이라고 함.
• 비유) 논의되는 것은 서부극에 관한 취향이 아니라 판단.
• 과학자들은 단순히 어떤 이론을 좋아하거나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지 않으며, 자신의 선택을 설명할 것과 판단 근거를 제시할 것을 요구받음.
• 예) 기호에 대해 말한 말년의 아인슈타인은 과학 공동체에서 점점 고립되었고, 판단의 근거를 말한 보어는 성공함.
- 가치들을 적용가능하게 하기 위해 개인 전기나 개성에 의존하는 요인들이 도입되어야만 하는 곳에서도 사실성이나 실제성의 기준은 논외가 되지 않음.

■ 부분적 의사소통(partial communication) [pp. 338-339, 324-326쪽]
- 기존 이론의 가정
• 이론 선택을 둘러싼 논의들은 문제가 없음.
• 그러한 논의에서 호소된 사실은 이론 독립적임.
• 논의들의 결과가 선택이라 불리는 것은 적절함.
- 쿤은 이러한 세 가지 가정에 도전함.
• 서로 다른 이론들의 주창자들의 의사소통이 부분적인 것은 불가피함.
• 각 주창자가 무엇을 사실로 간주하는지는 부분적으로 그가 지지하는 이론에 의존함.
• 개인이 입장을 바꾸어 다른 이론을 지지하는 것은 선택보다 개종으로 보아야 함.
- 이러한 것들은 과학적 발견에 관한 쿤의 견해와 일치하도록 어떻게 조정될 수 있는가?
- 상이한 이론의 주창자들은 상이한 언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들과 같음.
• 그들의 의사소통은 번역에 의해 진행됨.
• 대부분의 용어들은 두 이론에서 같은 방식으로 기능하지만, 일부 용어들은 서로 다르게 기능함.
• 예) ‘별’과 ‘행성’, ‘혼합물’과 ‘화합물’, ‘힘’과 ‘물질’ 등
• 이러한 차이는 예기치 않은 것이며, 발견된다고 해도 의사소통의 단절을 반복해서 경험함으로써만 가능함.
• 쿤은 상이한 이론의 주창자들의 의사소통에는 한계가 있다고만 말함.
• 개인이 두 이론을 함께 염두에 두고 둘을 낱낱이 비교하는 일은 어렵거나 불가능함.
• 그러나 “선택” 같은 단어는 그러한 부류의 비교가 성립하는지에 의존함.
- 상이한 이론의 주창자들의 의사소통은 불완전하지만 각 이론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성취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기술적인 결과들을 서로 보여줌.
• 따라서 그러한 결과들에 몇몇 가치 기준을 적용하는 데는 통역이 필요하지 않음.
• 새 이론에서 인상적이고 구체적인 결과들이 드러나면 기존 이론의 지지자 중 적어도 몇 사람은 어떻게 그런 결과가 성취되는지 알아보려고 할 것.
• 그러려면 이미 발표된 논문들을 로제타석을 해독하듯 공부하고 새 이론의 주창자를 방문하여 대화하고 그와 학생들이 작업하는 것을 관찰하여 번역하는 방법을 배워야 함.
• 이러한 과정이 반드시 새로운 이론을 채택하게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과학자들은 자신이 새로운 이론에 의거해 과학 활동을 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될 것.
  
  
(2018.02.17.)
     

2018/09/07

고2 독해를 배우는 초등학교 5학년 아이에게 보여준 책



주말에 아르바이트 하는 학원에서 학원 여섯 개 다니는 아이한테 요즈음 영어 학원에서 어떤 것을 배우는지 물었다. 아이는 고2 독해를 배운다고 했다. 고2 수준인지 어떻게 아느냐고 물으니 아이는 교재에 “고2”라고 써있다고 했다. 나는 고등학교 2학년 때 고등학교 2학년의 영어 수준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도곡동에 사는 초등학생은 고등학생 수준의 영어를 배운다.


고2 독해를 한다는 말을 듣고 나는 가방에서 전자책 단말기를 꺼내서 그 아이에게 책의 일부분을 보여주고 읽어보라고 했다. 아이는 거침없이 읽었다. 발음이 좋았다. 아이가 한 문단을 다 읽자 나는 그게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어.... 이게 무슨 말이죠?”, “고2 독해한다면서?”, “네. 어.... 그런데 무슨 말인지 전혀 모르겠어요.”


내가 아이한테 보여준 것은 카펠렌과 데버의 『비-본질적 지표사』(The Inessential Indexical)였다. 언어철학 대학원 수업에서 교재로 사용한 책이다. 사실, 나도 그 책이 무슨 내용인지 잘 모른다.



(2018.07.07.)


2018/09/04

프로게이머가 되겠다는 도곡동 아이

     

주말에 어떤 학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초등학교 5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독서 교실 비슷한 곳이다. 한 아이에게 나중에 커서 무엇이 되고 싶으냐고 물으니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다고 했다. 도곡동에 사는 아이였다. 대치동이나 도곡동에 사는 아이든 촌동네에 사는 아이든 아이는 아이인 모양이다.
  
도곡동에 사는 아이에게 학원을 몇 군데 다니느냐고 물었다. 여섯 군데 다닌다고 했다. 수학 하나, 영어 둘, 국어 하나, 로봇 하나, 독서 학원 하나, 이렇게 여섯 군데 다닌다고 했다. 내가 평생 다닌 학원 숫자보다 많다. 그런데 로봇 학원? 무엇을 하는 학원인지 물어보았는데 한참을 듣고도 나는 이해하지 못했다. 이렇게 학원을 많이 다닌다면 학부모는 학원에서 무엇을 배우는지 꼼꼼히 따지지 않을까? 그러면 내가 피곤해지는데. 아이에게 물어보았다. “독서 학원에서 무엇을 배우는지 부모님이 신경을 쓰시니?” 아이의 부모님은 학원에서 나눠주는 학습지 같은 것도 살펴보지 않는다고 했다. 그 말을 들으니 약간 안심이 되었다. 아이에게 수업과 관련 없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나는 아이에게 프로게이머로 성공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말해주었다. 칠판에 피라미드를 그리고 1등급이 상위 4%이고 2등급이 상위 11%이고 등등 하는 것을 설명했다. 그리고 압정을 그려놓고 프로게이머로 성공한다는 것은 서울대 의대를 나와서 서울대 의대 교수가 되는 것 정도로 힘들다고 설명했다. 아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보았다.
  
게임 몇 판 한다고 인생이 망하는 것도 아닌데, 부모들은 몸이 달아올라서 자식들이 게임을 조금 하면 마약이라도 하는 듯 난리를 친다. 아이가 프로게이머가 된다고 하면 부모가 안 좋아하고 게임할 때마다 아이를 혼내거나 게임하는 것을 방해할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일종의 기만술을 쓰는 것이 아이에게도 좋고 부모에게도 좋을 수 있다. 나는 아이에게 집에 가서 부모님께 이렇게 말하라고 했다. “엄마, 그냥 프로게이머 말고 서울대 나온 프로게이머가 될래요.” 딱히 서울대 갈 생각을 하지 않아도 이렇게 말하는 것이 여러모로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8.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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