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1/06

강신주 부흥회... 아니 강연회를 다녀와서

강신주 강연회에 다녀왔다. 사실, 나는 그 강연회에서 어떤 내용이 나올지 대강 예상했고, 실제 강연 내용도 내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내가 강연회에 간 이유는 청중들의 반응이 궁금해서였다. 텔레비전이나 유튜브나 팟캐스트로는 강연장의 분위기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강신주는 언제나 그렇듯이 자신의 경험에 기초한 자질구레한 이야기를 하면서 곰국에 후춧가루 치듯 철학자 이름을 언급했다. 사람들은 강신주가 시키는 대로 구절을 따라 읽으라면 읽었고 손을 들라면 손을 들었다. 이건 뭔가 싶었는데 나하고 같이 간 친구가 말했다. “이거 꼭 대형교회 같다.”

대형교회 부흥회를 떠올려보자. 강연자는 신도들이 겪을 만한 일상적인 어려움이나 고민을 생동감 있게 묘사한다. 현재 상태에 대한 적절한 기술만으로도 듣는 이는 가벼운 트랜스 상태에 빠질 수 있다. 의도했든 안 했든 신도들을 그러한 상태로 몰아넣은 강연자는 신도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여러분들이 그러한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당신들이 죄인이기 때문입니다” 곳곳에서 “아멘”이 터져 나온다.

어려움(1) 제시 → “맞아요.”

어려움(2) 제시 → “맞아요.”

어려움(3) 제시 → “맞아요.”

....

“왜 그런 줄 아세요?” → “왜요?”

“당신은 죄인이라서요.” → “아멘”

(이런 수법은 홈쇼핑에서도 발견된다.)

여기까지만 오면 이후부터는 쉽다. 신도들이 자신이 죄인임을 인정하기만 하면, 구원받기 위해서는 예수를 믿는 것 말고 다른 길은 없다는 것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 그러고 나면 일요일마다 꼬박꼬박 교회에 나오고 십일조 및 각종 헌금을 해야 한다는 것에도 동의하게 된다.

예수를 믿기 시작했는데 왜 내 인생이 달라지지 않는가, 왜 내 인생은 여전히 이 모양인가. 예수를 진정으로 믿지 않아서다. 그런데 “진정으로” 믿는다는 건 뭔가. 아무도 모른다. 아무도 모르니 아무도 할 수도 없다. 그러니 계속 교회에 나와서 시키는 대로 하게 된다. 물론 초반에 “죄인은 무슨 놈의 죄인, 이건 뭔 소리야?”라고 하면 이후 과정은 진행되지 않는다.

강신주도 비슷하다. 일상에서 겪는 온갖 자질구레한 괴로움을 매우 구체적이고 일상적이고 생생한 언어로 표현한다. 한참을 그러고 나서 이렇게 말한다.

“그건 여러분이 여러분 자신을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당신은 죄인입니다”)

여기서 “이게 뭔 소리야?”라고 하면 그 이후 과정은 진행되지 않는다. 하지만 여기서 동의를 하면 다음 과정으로 이어진다.

“인문학은 자신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인문 정신은 억압과 구속에서 벗어나는 것이에요.”

(“예수님을 믿으면 구원받아요.”)

그러고 나서 불가능한 것을 요구한다.

“직장 상사가 마음에 안 들면 회사를 때려치우세요!”

“당신 배우자와 재산을 똑같이 나눠서 1년 후에 다시 만나지 못한다면 사랑하지 않는 거예요!”

“당신을 당신 형제들을 사랑하지 않아요! 부모님 돌아가시면 만나지 마세요!”

불가능한 것을 요구해놓고 그걸 하려고 하지 않는 사람들을 꾸짖는다.

“이걸 못하는 건 당신이 ‘진정으로’ 당신을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당신이 ‘진정으로’ 예수님을 영접하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은 이런 짓을 못한다. 강신주 말에 따른다면 나는 죽을 때까지 나를 사랑할 수 없다.

그런데 강신주 책을 읽거나 강연을 들으면 뭔가 그런 돌파구가 열릴 것 같다(일요일마다 교회에 나가서 목사님 설교를 들으면 구원받을 것 같다.). 비슷비슷한 내용의 책을 계속 사서 읽고 비슷한 내용의 강연을 고개를 끄덕거리며 듣는다(그게 그거인 이상한 설교를 매주 듣는다.). 그리고 돈을 주고 비슷한 책 내용을 사서 읽고는(일요일마다 헌금하고), 주위 사람들하고 뭐가 좋고 뭐가 좋더라는 이야기를 한다(간증한다).

2000년대 이후 개신교 신자의 수가 꾸준히 줄고 있다고 한다. 강신주 현상이 개신교 신자의 감소와 어떤 상관관계가 있지 않을까. 일종의 풍선효과는 아닐지 연구해볼 필요가 있겠다.

(2014.09.04.)

2014/10/14

이상한 나라의 걸리버 여행기?



한국이 희한한 나라인 게, 천민들이 민주주의를 하고(천민 민주주의) 귀족들이 노동을 한다(귀족 노조). 이런 장면을 어디서 봤더라? 『걸리버 여행기』에서였나?

(2014.08.27.)


2014/10/03

변희재가 친필 서명한 단행본을 손에 넣다



선생님께 기말보고서(라고 하지만 그냥 텍스트 폐기물)를 제출하고 ‘아, 이번 기말보고서도 망했구나’ 하며 무기력하게 보내고 있었다. 6동 3층 남자화장실 입구 근처에 누군가 잔뜩 버려놓은 책 무더기를 보고, 혹시나 쓸 만한 책이 있나 싶어서 이리저리 뒤지던 중 놀라운 것을 발견했다. 변희재가 친필 서명한 책이 있었다.

내가 주운 것은 2000년에 출판된 『아이 러브 인터넷: 16인의 행복한 인터넷 리더를 만나다』라는 책이다. 안 읽어봐서 책 내용은 모르겠다. 중요한 건 책 내용이 아니라 변희재의 친필 서명이다. 보통은 이런 식으로 책을 주우면 교보문고 중고서점에 등록해서 판매하는데, 변희재 책은 소장가치가 높기 때문에 판매상품으로 등록하지 않았다.






세계 시장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한국의 대표적인 미친놈 변희재의 친필 서명을 내가 가지게 되다니. 폐허가 된 낙양성에 들어간 손견이 우물에서 옥새를 찾았던 『삼국지연의』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변희재의 책을 얻고 나서 잃어버렸던 활력도 되찾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박근혜 정부가 3년 넘게 남았다. 정부가 지금처럼만 돌아간다면 임기 끝나기 전에 변희재가 청와대 대변인 할 가능성도 있다. 게다가 변희재는 박근혜 대통령과 국정철학을 공유한다. 윤창중도 청와대 대변인을 했는데 왜 변희재는 하지 못한단 말인가? 정말 그런 날이 온다면, 일베에서 이 책을 경매해야겠다.

* 뱀발: 흥미롭게도, 책 뒷면에는 오연호와 김어준의 글도 있다. 당시에는 그들이 변희재와 같이 놀았던 모양이다.

“클린턴이 서울에 오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개인에 따라서는 클린턴이 서울에 오는 것보다 자신의 할머니가 서울에 오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일 수도 있다. 그럼 그게 기사화되는 것이 뭐가 문제겠는가?” (오연호 / 오마이뉴스 리더)

“우리가 정말 잘 해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탁월하게 잘하면 5년 정도 후에 조선일보의 사옥을 딴지일보의 화장실로 사용할 수 있는 날이 올 수도 있을 거다. 하하.” (김어준 / 딴지일보 리더)





(2014.06.21.)


초등학교 셔틀버스의 전원주택 진입로 출입을 막다

전원주택 진입로에 깔린 콘크리트를 거의 다 제거했다. 제거하지 못한 부분은 예전에 도시가스관을 묻으면서 새로 포장한 부분인데, 이 부분은 다른 부분보다 몇 배 두꺼워서 뜯어내지 못했다. 그 부분을 빼고는 내 사유지에 깔린 콘크리트를 모두 제거했다.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