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의 흠뻑쇼에서 하루에 물 300톤을 사용했다는 것이 왜 그렇게 논란이 되는지 모르겠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싸이 흠뻑쇼 - Summer Swag 2017> 투어는 총 6회에 걸쳐 공연했고 여기에 참석한 관객은 13만 5,000여 명이라고 하는데, 이를 바탕으로 관객 한 명당 사용한 물의 양을 계산해보자. 1회 공연에 참석한 관객은 약 2만 2500명이고 이들이 물 300톤(30만 리터)을 썼다고 하면, 관객 1인당 약 13.33리터를 사용한 셈이다. 싸이가 하루에 물 300톤을 혼자 퍼마신 것도 아닌데, 흠뻑쇼 좀 한 것이 그렇게까지 욕을 먹을 일인가?
오해를 피하기 위해 덧붙이자면, 나는 흠뻑쇼에 대한 배우 이엘의 트윗에는 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농민들은 가뭄 때문에 농업용수가 없는 판이라 흠뻑쇼를 즐기는 것에 대해 충분히 죄스러운 마음을 가질 수도 있는 것이고, 이는 흠뻑쇼의 주최나 참석자에 대한 비난으로 직결되지도 않는다. 이엘의 트윗은 딱 그 정도의 표현이다. 문제는 흠뻑쇼에서 물 많이 쓴다고 난리를 친 사람들이다. 하루에 물 280리터(한국인 1인 평균 물 사용량)씩 쓰는 사람들이 하루에 물 13.33리터 더 쓴 것을 가지고 그렇게 난리 쳐도 되나? 물 소비에 대해 고민해볼 필요는 있겠으나, 흠뻑쇼는 지은 죄에 비해 욕을 너무 많이 먹은 경우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번 일을 한국 사람들의 물 사용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다. 1흠뻑쇼를 물 300톤으로 하여 ‘흠뻑쇼’를 1일 물 사용량을 나타내는 일종의 단위로 만들면, 물 사용량과 그에 따른 죄악의 양을 직관적으로 나타낼 수 있을 것이다.
한국 골프장에서 잔디를 유지하기 위해 하루에 사용하는 물의 양은 18홀 기준 약 800-900톤(약 3흠뻑쇼)이라고 한다. 하루에 한 홀당 물 44.4톤을 쓴다고 할 때, 전국의 골프장 홀 수는 10,077개(2020년 기준)니까 골프장 잔디를 위해 하루에 쓰는 물은 44만 7,867톤이다. 44만 7,867톤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얼마나 큰 죄악을 짓고 사는지 감이 안 올 것이다. 전국 골프장의 1일 물 사용량은 1493흠뻑쇼이다.
‘흠뻑쇼’를 단위로 이용하면 1인당 물 사용량도 직관적으로 나타낼 수 있다. 작년 골프장 이용객이 5천만 명에 가깝다고 하니, 1일 이용객은 약 14만 명이고 이용객 한 명당 사용한 물의 양은 약 0.01흠뻑쇼라고 계산할 수 있다. 싸이 흠뻑쇼에서 2만 2500명이 하루에 쓴 물의 양이 1흠뻑쇼이니, 골프장 이용객은 흠뻑쇼 참가자보다 물을 약 225배 더 많이 사용함을 알 수 있다.
* 링크: [SBS] 골프가 유행이라는데, 환경은 괜찮은 걸까? / 마부작침
(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6797005 )
(2022.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