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에 찾아오는 수컷 고양이는 두 마리다. 둘 다 검은 털과 흰 털이 섞였는데, 한 마리는 검은 털이 흰 털보다 많고, 다른 한 마리는 흰 털이 검은 털보다 많다.
나는 두 마리를 모두 가까운 거리에서 보았다. 검은 털이 많은 놈보다 흰 털이 많은 놈이 더 잘 생겼다. 털 색깔과 무관하게 얼굴형이나 이목구비에서 흰 털이 많은 놈이 더 낫다. 확실히 날렵하게 생겼다. 검은 털 많은 놈은 착하게 생긴 건지, 멍청하게 생긴 건지 약간 애매하다.
두 고양이는 생긴 것이 다른 만큼이나 행동하는 것도 다르다. 두 마리 모두 나를 보면 도망가는 것까지는 똑같지만, 그 이외의 행동은 다르다.
검은 털이 많은 놈은 위험을 무릅쓰고 마당에 들어와서 밥을 먹는다. 내가 자신을 해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그러는 것 같기는 한데, 하여간 현관문 앞까지 들어와서 밥을 먹고 나간다. 화천이한테 접근하기는 하는데, 화천이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불쌍한 눈망울을 하고는 밥만 먹고 집을 나간다.
흰 털이 많은 놈도 집에 들어와서 밥을 먹고 도망간다. 그런데 흰 털 많은 놈은 화천이를 쫓아다니지 않는다. 밥 먹으러 온 게 아니라 화천이하고 놀려고 온 경우에는 대문 밖에서 화천이를 부른다. 화천이는 쫄래쫄래 따라나선다. 두 마리가 집 밖으로 멀리 가서 노는데, 이 때 화천이의 반응은 검은 털 많은 놈이 있을 때와 다소 다르다. 고개는 돌리고 있지만 배는 바닥에 깔고 꼬리를 이리저리 튕기고 있다. 굳이 멀리 따라와서 그러는 것이다.
(2022.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