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4/14

화천이를 따라다니는 고양이와 화천이가 따라다니는 고양이



우리집에 찾아오는 수컷 고양이는 두 마리다. 둘 다 검은 털과 흰 털이 섞였는데, 한 마리는 검은 털이 흰 털보다 많고, 다른 한 마리는 흰 털이 검은 털보다 많다.

나는 두 마리를 모두 가까운 거리에서 보았다. 검은 털이 많은 놈보다 흰 털이 많은 놈이 더 잘 생겼다. 털 색깔과 무관하게 얼굴형이나 이목구비에서 흰 털이 많은 놈이 더 낫다. 확실히 날렵하게 생겼다. 검은 털 많은 놈은 착하게 생긴 건지, 멍청하게 생긴 건지 약간 애매하다.

두 고양이는 생긴 것이 다른 만큼이나 행동하는 것도 다르다. 두 마리 모두 나를 보면 도망가는 것까지는 똑같지만, 그 이외의 행동은 다르다.

검은 털이 많은 놈은 위험을 무릅쓰고 마당에 들어와서 밥을 먹는다. 내가 자신을 해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그러는 것 같기는 한데, 하여간 현관문 앞까지 들어와서 밥을 먹고 나간다. 화천이한테 접근하기는 하는데, 화천이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불쌍한 눈망울을 하고는 밥만 먹고 집을 나간다.

흰 털이 많은 놈도 집에 들어와서 밥을 먹고 도망간다. 그런데 흰 털 많은 놈은 화천이를 쫓아다니지 않는다. 밥 먹으러 온 게 아니라 화천이하고 놀려고 온 경우에는 대문 밖에서 화천이를 부른다. 화천이는 쫄래쫄래 따라나선다. 두 마리가 집 밖으로 멀리 가서 노는데, 이 때 화천이의 반응은 검은 털 많은 놈이 있을 때와 다소 다르다. 고개는 돌리고 있지만 배는 바닥에 깔고 꼬리를 이리저리 튕기고 있다. 굳이 멀리 따라와서 그러는 것이다.

(2022.02.14.)


2022/04/13

사회 문제를 너무나도 단순명료하게 진단하는 칼럼들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은 사회 문제를 너무나도 단순명료하게 진단하는 칼럼을 보면 약간 놀랍기도 하다. 나이를 먹을 만큼 먹은 아저씨들이 꼭 성숙한 중고등학생들이나 쓸 법한 글을 쓴다. 그들은 마치 한두 가지 요소만 달라지면 한국 사회의 문제가 죄다 해결될 것처럼 말한다. 그런데 그럴 리가 없다. 그렇게 문제가 명료하고 해결책도 간단하면 왜 지금까지 아무도 그 문제를 해결하지 않았단 말인가?

독일 좋아하는 아저씨는 독일 이야기를 하고, 프랑스 좋아하는 아저씨는 프랑스 이야기하고, 북유럽 좋아하는 아저씨는 북유럽 이야기를 한다. 외국물 먹어서 참 좋겠다. 외국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그냥 ‘아, 그런가 보다’ 하고 그 말을 다 믿으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도 이상하다. 한두 개 바뀌어서 유럽이 될 것이었으면, 일본은 진작에 유럽이 되었어야지 왜 지금도 일본이란 말인가?

며칠 전에는 논에 성토 작업을 한다면서 마을에 15톤 덤프트럭이 진입한 적이 있었다. 덤프트럭이 들어오면 마을안길은 망가진다. 그걸 막을 법적인 근거가 있는가? 경찰을 부르면 오기는 하지만 형법상 문제가 없으니 민사로 해결하시라고 하고는 그냥 돌아간다. 사유지라고 해도 관행상 도로로 사용되는 길을 막으면 일반교통방해죄로 잡혀간다. 시청에 문의하면 관련 규정 자체가 없다고 답변한다. 일반 도로에서는 과적으로 잡는데 농로에서는 안 잡는다고? 안 잡는다. 일반 도로에서 과적으로 잡혀야만 농로로 진입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 15톤 덤프트럭만 다녀도 농로는 충분히 손상된다. 그래서 농로 파손이 전국적으로 일어나는 것이다.

농로가 왜 망가지는지를 설명하는 것은 얼핏 보면 매우 간단해 보인다. 신문에 칼럼 쓰기를 즐겨 하는 아저씨들이라면, 토지, 자본, 욕망, 이렇게 세 단어로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농로 파손을 막을 해결책을 염두에 둔다면 그 문제가 그렇게 단순하지 않음을 누구라고 알 수 있을 것이다. 농로 하나만 가지고도 이런데, 한 나라의 문제를 한두 가지 요소로 다 설명하고 그에 대한 해결책까지 깔끔하게 제시한다? 그게 말이나 되겠는가?

(2022.02.13.)


2022/04/12

광신도 아주머니



최근에 개신교 광신도 아주머니를 만난 적이 있었다. 그 광신의 수준이라는 그렇게 반-사회적인 것은 아니었고, 우리가 흔히 일상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수준의 광신도였다. 평범한 수준의 광신도란, 성서를 아무렇게나 읽고 편의대로 해석하며, 성서에 근거하지 않은 신비주의적인 발상을 하며, 그러한 이상 행동을 비-신자들이 보고 어떻게 생각할지 적절하게 예측하지 못하지만 어쨌든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광신도 아주머니는 기도할 때 손뼉을 치고 입으로 소리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야 마귀를 쫓을 수 있다고 했다. 마태복음에서는 그러지 말라고 했던 것 같은데 아주머니는 마태복음을 읽지 않았던 것인가? 또, 광신도 아주머니는 소리 높여 기도해야 하나님이 들어준다고 말했다. 기독교적 유일신은 전지전능한데 작게 말하면 못 듣고 크게 말해야 듣는다는 것인가?

광신도 아주머니는 모든 찬송가를 BPM 120 정도의 빠르기로 불렀다. 찬송가마다 빠르기가 다른데 저렇게 획일적으로 불러도 되나 싶을 정도로 똑같은 빠르기였다. 나는 복음성가는 콘서트 7080에나 나올 법한 멜로디여서 대체로 안 좋아하는데, 그 아주머니는 일반 찬송가보다 복음성가가 더 은혜롭다고 하면서 역시나 모든 복음성가를 BPM 120 정도의 빠르기로 불렀다. 참고로, 무당 푸닥거리 할 때 타악기 연주가 BPM 120 정도 된다.

광신도 아주머니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다고 했다. 광신도라면 하나님의 음성 정도는 들어주어야 한다. 하나님이 그 아주머니에게 어떠어떠한 행동을 하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사실, 그 행동은 굳이 하나님이 아니더라도 하지 말라고 할 법한 행동이었는데, 그 아주머니는 광신도라서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서야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 음성을 듣고 무서워서 몇 달 동안 그 행동을 안 했는데 몇 달 지나다 보니까 잊어버리고 또 그 행동을 하다가 결국 심각한 병에 걸려서 고생했다고 한다. 구약에는 그런 이야기가 나오기는 하는데, 지금은 구약시대가 아니지 않은가? 하여간 그래서 그 병이 걸렸다고 한다.

광신도 아주머니는 환상도 보았다고 한다. 하나님의 음성도 들었는데 환상도 보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어떤 환상을 보았는지 그림까지 그려가며 설명했는데, 그 그림에 대한 해석이 성서에 전혀 근거한 것 같지는 않았다.

집에 가고 싶었다. 집에 가고 싶었는데 집에 갈 수 없었다. 정신이 아득해졌다. 그러다 나도 모르게 기도했다. 뭐라고 기도했느냐면 ‘하나님, 제가 결혼을 할지 못 할지 모릅니다만, 혹시라도 계신다면, 그리고 제가 결혼하게 된다면, 부디 정신이 온전한 여자를 만나게 해주십시오’라고 했다.

나도 모르게 기도를 하다니. 나는 내가 진짜 개신교 신자가 되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2022.02.12.)


2022/04/11

[생물학] 린 마굴리스, 4장. “생명의 덩굴” 요약 정리 (미완성)

   
[ Lynn Margulis (1998), Symbiotic planet: a new look at evolution (Basic Books)
린 마굴리스, 『공생자 행성: 린 마굴리스가 들려주는 공생 진화의 비밀』, 이한음 옮김 (사이언스북스, 2014) ]
  
  
■ 진화론 이전까지의 생물 분류 체계
- 칼 폰 린네(Carolus von Linne, 1707-1778)
• 진화를 고려하지 않은 분류 체계 중 가장 완벽
• 이명법(二名法)의 체계: 두 개의 이름 ‘속’과 ‘종’
• ‘속’을 여럿 묶은 상위 분류군을 ‘목’, ‘목’의 상위 분류군은 ‘강’
- 조르쥬 퀴비에(Georges Cuvier, 1796-1832)
• ‘목’들을 묶어서 ‘분지’(‘문’이라고도 함)라는 분류군 설정
• 린네의 분류 체계를 화석에까지 확대 적용함.

■ 새로운 생물 분류체계의 전신들
- 에른스트 헤켈(Ernst Haeckel, 1834-1919)
• 3계 체계
• 진화론이 ‘식물-동물’ 이분법에 의문을 제기한다고 생각
• ‘유공충’을 식물도 동물도 아닌 독자적 계(‘모네라계’)에 소속
• 생물을 두 계로 분류하는 전통적 분류체계를 일관되게 거부
- 허버트 코플런드(Herbert Copeland, 1902-1968)
• 4계 체계
• 헤켈의 모네라계를 두 계로 세분- ‘모네라’와 ‘원생생물계’
• ‘모네라’- 세포에 핵이 없는 세균들
• ‘원생생물계’- 세포에 핵이 있는 세균들
• 점균류, 효모, 버섯 등 곰팡이를 ‘원생생물계’에 포함시킴

■ 2단 5계 분류체계의 성립
- 로버트 휘태커(Robert Whittaker, 1924-1980)
• 곰팡이가 식물과 전혀 다름을 발견(뉴저지 황무지 연구)
• ‘곰팡이’를 별도로 포함한 5계 분류체계 확립
- 2단 5계의 분류체계(린 마굴리스, 칼린 슈워츠)
• 2단 - 진핵생물 영역과 원핵생물 영역(공생 유무에 따른 구분)
• 5계(1)- 원핵생물 영역 / 세균 영역(모네라)
• 5계(2)- 진핵생물 영역 / 원생생물, 곰팡이, 동물, 식물
   
■ 우스의 ‘3영역 분류법’에 대한 비판
- 우스의 3영역 분류법
• RNA 화학 염기들의 순서 차이를 이용하여 모든 생물들을 분류
• ‘고세균’, ‘진정세균’, ‘진핵세균’의 세 갈래로 분류
• 진핵생물 영역을 두 세균 집단과 같은 지위에 놓음
- 3영역 분류법'에 대한 마굴리스의 비판
• 우스는 하나의 유전자를 기준으로 모든 생물을 분류함.
• 특정한 원생생물(말라리아 원충)의 경우, 시기별로 RNA 유전자 서열을 바꾸므로 우스의 기준은 보편적인 기준이 될 수 없음.
• ‘고세균’과 ‘진정세균’은 한 영역에 속함
  
  
(2019.09.01.)
   

[외국 가요] 빌리 홀리데이 (Billie Holiday)

Billie Holiday - I’m a fool to want you ( www.youtube.com/watch?v=qA4BXkF8Dfo ) ​ Billie Holiday - Blue Moon ( www.youtube.com/watch?v=y4b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