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3/10
[과학철학] Chang (2004), Ch 1 “Keeping the Fixed Points Fixed” 요약 정리 (미완성)
2019/03/09
협동과정의 입지 조건
석사 학위를 받고 1년 간 직장에 다니던 사람이 박사 과정에 입학한다. 내가 박사 과정에 입학한 이후 나와 한 학기 가량 같은 연구실을 썼고 그 전에도 알고 지내던 사람이다. 그 사람은 직장을 그만두고 대학원에 돌아올 때 예전에 내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고 한다. 내가 철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고 협동과정의 박사 과정으로 입학할 때 그 사람은 나에게 어떤 이유로 철학과 박사 과정으로 가지 않고 협동과정으로 왔느냐고 물었다. 그 때 나는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협동과정은 삼국지로 치면 형주와 같은 곳입니다.”
형주는 교통이 편리하면서도 물산이 풍부한 곳이다. 대체로 교통이 편리한 곳은 물산이 부족하고 물산이 풍부한 곳은 교통이 불편한데 형주는 이 두 가지를 모두 갖춘 곳이다. 학술적인 측면까지는 모르겠는데 지식 소매 사업의 측면에서 보면 협동과정은 형주와 입지조건이 비슷하다.
우선, 협동과정에는 과학철학이든 과학사든 과학기술학이든 조금만 가공하면 일반인들에게 팔아먹을 수 있는 것이 많다. 다른 학문과의 인접성도 좋다. 과학철학에서 한 발만 나아가면 철학과의 서양철학 전공자들이 있고 그 사람들 친구나 동기가 동양철학 전공자들이다. 과학사에서 한 발만 나아가면 서양사학과, 동양사학과, 국사학과다. 과학철학이든 과학사든 한두 다리만 건너면 한문학, 중문학, 서양고전학까지도 갈 수 있다. 과학기술학에서 한 발만 나아가면 사회학과, 정치외교학과 등이 나온다. 협동과정에 입학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공계 출신들이고 협동과정의 선생님들도 전부 이공계 출신들이다. 이들과 한두 다리만 건너면 이공계에 연결된다. 협동과정 자체도 자연과학대학 소속이다. 유일하게 선이 닿지 않는 곳이 경제학과인데 이건 내가 개인적으로 선을 연결하면 되니까 큰 문제는 아니다.
협동과정의 입지 조건이 이렇게 좋은데, 지식 소매 사업을 하는 사람 중에 협동과정의 입지 조건에 주목한 사람은 아직 없다. 한창 빨빨거리면서 영업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냥 양아치라서 신경 쓸 필요 없고, 협동과정이든 철학과든 근본 있는 것을 근본 있게 공부하는 사람들은 그냥 공부를 열심히 한다. 그래서 나는 남들이 오기 전에 빨리 협동과정에 와서 협동과정과 철학과에 한 발씩 걸치고 실력을 키우면서 적절한 때를 기다리면 학자로서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먹고 살 구멍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물론, 학자로서 성공하면 더 잘 먹고 살 수 있다.
동료 대학원생은 내 말을 듣고 대학원을 그런 방식으로 생각한 사람은 처음 봤는데, 생각해보니 맞는 말이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대학원에 다시 들어와도 어떻게든 길이 있을 것이라고 믿고 박사과정에 왔다고 말했다. 멀쩡히 직장을 잘 다닐 사람한테 내가 무슨 짓을 한 건가 싶기도 하다.
* 뱀발:
협동과정이 형주라면 다른 학문은 어느 곳에 해당하는가. 조조와 원소가 장악했던 화북 지역은 전통적으로 근본 있고 잘 살던 곳이다. 자연과학, 공학, 경제학이 그곳에 해당된다. 사회과학 중에서 사회학이나 정치외교학 같은 학문은 화북 지역은 아니고 공손씨가 살던 요동 지역쯤 될 것이다.
손권이 지배하던 강남 지방은 근본이 없지만 하여간 물산이 풍부한 곳이다. 경영학이 그곳에 해당된다.
파촉 지역은 한고조 유방이 군사를 일으킨 곳이고 광무제도 군사를 일으킨 유서 깊은 곳이며 물산도 많이 난다. 하지만 교통이 불편해서 낙후된 곳이다. 철학, 사학, 고전과 관련된 여러 학문이 여기에 해당된다.
법학은 장안쯤이 될 것이고 의학은 낙양쯤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예체능은 어디에 해당되는가. 강, 저, 남만, 흉노 등에 대응될 것이다.
(2019.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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