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08

꿩이 파헤친 땅콩밭



우리집 밭을 빌려 쓰는 경상도 아저씨-아주머니 부부가 있다. 어제 아주머니는 아침에 밭에 왔다가, 어머니가 땅콩 심은 쪽에서 꿩인 것 같은 새 대여섯 마리가 푸드득하고 날아올랐다면서, 아무래도 꿩이 땅콩을 파먹는 것 같으니 살펴보라고 하셨다. 옆에 있던 아저씨는 꿩인가 아닌가 확실하지는 않다고 했고, 아주머니는 비둘기는 확실히 아니니까 꿩인 것 같다고 했다.

그 말을 들은 나는 땅콩밭에 가보았다. 땅콩을 키울 때는 맨 처음에 비닐을 씌운 두둑에 땅콩이나 모종을 심고, 땅콩이 어느 정도 자라면 비닐을 터준다. 줄기에서 꽃이 핀 다음 흙속으로 들어가야 땅콩이 열리기 때문이다.(땅콩을 한자로 “낙화생”(落花生)이라고 하는 것은 땅콩의 이러한 생장 습성을 나타낸 것이다.) 정말로 꿩이 땅콩을 먹었나 싶어서 땅콩 줄기를 들추어보았다. 새가 파먹은 흔적이 보였다.

어머니는 창고에서 새 막는 그물을 꺼냈다. 원래는 까치나 물까치가 하도 블루베리를 먹어서 산 것인데, 올해는 꿩이 땅콩을 먹지 못하도록 땅콩 두둑에 그물을 씌웠다.

오늘 아침 먹고 밭을 돌아보는데, 도랑 비탈면 풀숲에 숨어있던 꿩 예닐곱 마리가 내 발소리에 놀라서 동시에 하늘로 날아올랐다. 꿩 여러 마리가 동시에 푸드득 소리를 내며 날아오르니 나도 놀랐다. 대충 색깔을 보니 꿩 새끼인 것 같았는데, 병아리 같은 꺼병이는 아니고 청소년 꿩쯤 되는 것 같았다. 밭을 마저 돌아보다가 내가 판 구덩이에 또 다른 꿩 새끼가 숨어 있는 것을 보았다. 역시나 메추라기처럼 생긴 청소년 꿩이었다. 다 자란 꿩이 아니어서 경상도 아저씨와 아주머니가 꿩인지 아닌지 확신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2025.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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