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06

야수의 심정



연구모임 <활빈당>의 단체카톡방에서 사람들이 농담하고 있는데 어떤 대학원생이 농담을 시도하다가 “그만하겠습니다...”라며 멈추었다. 아무도 제지하지 않았는데도 그랬다. 그러자 다른 대학원생이 왜 그만하느냐며 “좀 더 노를 저어도 될 듯하네”라고 했다. 나도 “결단력 있게 실행해도 됩니다”라고 말했다.

해당 대학원생의 평소 언행이나 성품을 고려한다면, 농담하려다 멈춘 것은 개그가 실패했을 때 본인의 위신이 깎이기 때문이 아니라 공동체 구성원의 기분을 고려해서 그런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다른 사람을 아끼는 것은 아름다운 마음이지만 자신을 아끼는 것도 중요하지 않나 싶습니다”라고 하며, ‘뭐야? 안 웃기면 안 웃으면 되잖아? 돈 내고 공연 보러 왔어? 어?’ 하는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안 웃어도 안 죽는다 하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내가 여기서 말을 멈추었어도 되었는데, 따뜻한 마음을 전파하는 데는 결단력이 필요한 법이라며 “야수의 심정으로 개그를 던져보는 것도 좋겠습니다”라고 했다. 그러자 다른 대학원생이 “야수의 심정 좋네”라고 했다. 정신이 돌아왔다. 김재규는 야수의 심장으로 총을 쐈다. 어쩐지 내가 말을 하면서도 무언가가 이상하다 싶더라. 그런데 내가 봐도 ‘야수의 심정’이라는 말이 썩 좋아 보였다. 그래서 “심장으로 쏘는 게 아니라 심정으로 쏘는 거거든요”라고 답했다.

나는 김재규는 야수의 심장으로 쏘았기 때문에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심장만 야수였지 심정은 나약했던 것으로 보인다. 나는 심장과 심정을 구분할 수 있다고 본다. 야수의 심장은 일종의 감정적인 측면에 국한된다. 다 준비해 놓은 일을 하느냐 마느냐 하는 상황에서 결행할 수 있는 마음, 그 순간의 동요를 실행으로 바꾸는 힘, 그것이 야수의 심장이고, 내가 해당 현장이나 어떤 판의 지배자가 되겠다는 목표 의식, 꿈, 포부 같은 것이 야수의 심정이다. 이것을 간단히 정리하면,

야수의 심장 → “아오, 쏴 죽여버려야지!”

야수의 심정 → “여기는 내가 다 먹는다.”

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김재규가 야수의 심정이었다면 육군본부가 아니라 중앙정보부로 갔을 수 있다고 나는 말했다. 그러자 그 대학원생은 “아하, 이해가 됐다. 오늘 오후도 배움이 있어 뿌듯하군”이라고 했다.

(2025.03.06.)


[한국 가요] 소찬휘 (So Chanhwi)

소찬휘 - Tears ( www.youtube.com/watch?v=F1H3CfvmmZA ) ​ 소찬휘 - 현명한 선택 ( www.youtube.com/watch?v=hIYPwlrQGxc ) ​ ​ (2026.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