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12

참호 안의 연동이



우리집에 밥 먹으러 오는 도둑고양이가 세 마리 있다. 까만 거 한 놈, 회색이고 뚱뚱한 거 한 놈, 날씬하고 얼룩덜룩한 거 한 놈, 이렇게 세 마리다. 도둑고양이라고 하면 사람한테 들킬까봐 살금살금 올 것 같은데 이 놈들은 그렇지 않다. 밥 먹으러 오니까 신나는지 총총총총 명랑하게 뛰어온다. 밥 먹으러 오다가 나한테 들켜도 슬금슬금 도망가지 전속력으로 달리지 않는다.

연동이는 도둑고양이들이 자기 밥을 먹을 동안 무엇을 하는가?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자기 밥을 먹는 것을 그냥 본다. 싸워서 이길 수 없어서 그러는지, 밥그릇이 비면 또 채워주니까 아쉬울 게 없어서 그러는지는 모르겠다. 그렇게 평화롭게 밥을 빼앗긴다.

도둑고양이들이 연동이 밥을 빼앗아 먹어서 밥그릇을 현관문 앞에 하나, 사랑방 앞에 하나, 이렇게 두 군데에 두었다. 내가 이동할 때마다 연동이 밥그릇을 가지고 다니는 게 귀찮아서 두 군데에 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연동이가 현관문 앞에 있을 때와 사랑방 앞에 있을 때 태도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연동이가 현관문 앞에 있을 때는 도둑고양이가 와도 내버려두는데, 사랑방 앞을 도둑고양이가 지나가려고 하면 경계 태세를 취한다.

사랑방 앞 계단에서 누워 있던 연동이가 갑자기 몸을 일으켜 세우더니 곧바로 자세를 낮추고 귀를 접고 전방을 주시하길래 어떤 도둑고양이가 왔나 문 앞을 보았다. 참호에 있는 병사처럼 웅크리고 있는 연동이 앞에 연동이처럼 얼룩덜룩한 고양이가 서 있었다. 허리도 못 펴고 있던 연동이는 내가 뒤에 나타나니까 그제야 허리를 폈다. 얼룩덜룩한 도둑고양이는 별 생각이 없어 보였다. 나를 한참 보다가 어슬렁어슬렁 대문 밖으로 나가더니 대문 근처에 쌓아놓은 풀을 앞발과 뒷발로 몇 번이고 슬슬 비비고 닦고 나서 어디론가로 사라졌다. 자기 영역이라고 체취를 묻혀놓은 모양이다.

* 뱀발

어머니께 도둑고양이 사진을 보여드렸더니 이렇게 말씀하셨다. “둘이 비슷하기는 뭐가 비슷해? 생긴 것부터 도둑놈처럼 생겼네. 우리 연동이는 예쁘게 생겼어.”


(2024.07.12.)


만평으로 만들어본 유시민 ABC론

유시민의 ABC론에 대한 만평을 구글 제미나이로 만들어 보았다. 인공지능의 성능이 점점 좋아지는 것이 눈에 보인다. ​ ​ ​ ​ * 뱀발 ​ 어떤 분이 유시민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새의 이름이 ‘촉새’냐고 물어보셨다. 생각해 보니 그럴 듯해서 그렇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