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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23

서민 같은 정치인



저녁 먹다가 어머니께 이재명, 윤석열, 심상정, 안철수, 허경영 중에 옆집에 누가 살았으면 좋겠냐고 물었다. 어머니는 윤석열이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이재명을 찍을 예정이다. 어머니에 말에, 나도 윤석열이 살았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나는 심상정을 찍을 예정이다.

윤석열이 실언하는 것을 볼 때마다 기분이 좋다. 국민의힘의 집권 가능성이 낮아져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정말 옆집 사는 아저씨를 보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많은 사람들은 서민적인 정치인을 원한다. 그런데 서민적인 정치인과 정말 서민처럼 말하는 정치인은 다르다. 서민적인 정치인은, 어떤 서민도 그러한 방식으로 말하지는 않지만 서민이 원하는 방식으로 말하는 정치인이다. 정말 서민이 평상시에 말하는 듯이 머리에 떠오르는 대로 여과 없이 말하면 말을 뱉을 때마다 실언 퍼레이드를 하게 될 것이다. 윤석열은 그렇게 말한다. 그렇게 매일 실언한다.

배우들이 연기하는 것이나 정치인들이 말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배우들의 연기를 보자. 어느 누구도 실생활에서 그렇게 행동하지 않고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배우들이 연기한 것을 보고 자연스럽다고, 진짜 같다고 판단한다. 연기가 아니라 진짜로 행동하는 것을 카메라로 찍어놓으면 그렇게 어색할 수 없다. 배우는 정말로 사람들이 행동하는 대로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하는 대로 연기해야 한다. 정말로 사람들이 행동하는 대로 연기하면 발연기라고 욕 먹을 것이다. 서민적인 정치인과 정말 서민처럼 말하는 정치인의 차이도 이와 비슷할 것이다.

언론에 나오는 윤석열을 보면 내가 알 법한 아저씨를 보는 것 같아서 정겹다. 사회에 대한 관점이 뭔가 조금씩 다 잘못되어 있고, 자기 분야 이외의 분야에 대하여 조금씩 다 잘못 알고 있고, 그러면서도 고집 세고, 남의 말 안 듣고, 자기가 얼마나 고생해서 이 자리에 왔는지 자랑하고 싶어 하고, 그러면서 술 좋아하고, 술 한 잔 먹으면 헬렐레 하면서 아까까지 열을 내며 했던 이야기가 뭐가 중요하겠느냐고 하는, 그런 아저씨를 보면 정겹다. 내가 곧 마흔이 될 것이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하여간 정겹다. 아마 우리 옆집에 사는 중장비 기사 아저씨가 대선 후보가 되어도 윤석열처럼 말하고 윤석열처럼 매일 해명하고 사과할 것이다.

오늘 윤석열이 한 실언만 봐도 정겹다. 스무 살도 되지 않은 대입 수험생들이 면접을 봐도 그렇게는 말하지 않는다. 우리 학교에 왜 지원했느냐는 면접관의 질문에 “원래 다른 학교에 가고 싶었는데 내신이 망해서(또는 수능이 망해서) 이 학교에 지원했다”고는 하지 않는다. 대학원 진학도 마찬가지다. 왜 대학원에 지원했느냐는 질문에 “취업이 안 되어서”라든지 “유학 가야 하는데 잠시 지낼 곳이 필요해서”라고 답하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윤석열은 그렇게 답한다. 어떻게 저렇게 대답할까? 언론 보도를 보면 나도 모르게 웃게 된다.

그런데 정겨운 것은 정겨운 것이고, 윤석열은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된다. 옆집 아저씨가 대통령이 되면 안 되는 것처럼 윤석열은 대통령이 되면 안 된다.

* 링크: [한겨레] 윤석열 “국민의힘, 선뜻 내키지 않았으나 민주당 못 가 부득이 선택”

( 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1024546.html )

(2021.12.23.)


2022/02/22

정치인 신지예에 대한 기대



신지예가 국민의힘 대선 캠프에 합류했다고 한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어서 놀랍기는 하지만 신지예에게 기대했던 바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실망스럽거나 하지는 않다.

국민의힘에서 신지예가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고 하는 사람도 있는 모양인데,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신지예가 국민의힘 밖에서는 뭘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가 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이 더 놀랍다. 도대체 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오히려 신지예의 파괴력은 국민의힘 내부에서 발휘되고 있다. 젊은 반동들이 아우성치는 것을 보라. 이준석만 봐도 저절로 미소가 나왔는데 신지예까지 같이 보니 더더욱 흐뭇하다.

나는 신지예에게 아무런 정치적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국민의힘과 합류하는 것을 보고 처음으로 신지예에게 기대를 걸게 되었다. 국민의힘에서 자중지란을 일으켜서 젊은 남성들의 표가 이탈하고 그 표가 허경영에게 가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 허경영의 지지율이 4.7%다. 지지율이 조금만 더 오르면 이재명, 윤석열, 허경영이 나란히 대선 후보 토론회에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기본 소득을 두고 이재명과 허경영이 격돌한다고 생각해보자.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가장 흥미진진한 대선 토론회가 될 것이다.

(2021.12.22.)


2022/02/19

시청 허가부서의 위법 사항이 발견되지 않는다니



내가 도청 감사관실에 민원을 넣은 것은 10월 17일(일)이었다. 민원을 넣을 때마다 관련 기관으로 항상 도청을 지목했지만 항상 시청으로 이첩되는 것을 보면서, 도청 감사관실이 시청을 뒤집게 만들려면 어설프게 감사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결정적 한 방이 나올 때까지 자료를 모으고 분석한 다음 한 번에 터뜨려야 한다고 판단했다. 개발행위허가서를 승인한 당시 허가민원2과 공무원을 잡아야 하는데, 이미 2년 전 시청 감사관실에서는 감사 결과 위법 사항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통보했다. 말도 안 되는 허가인데도 위법 사항이 없다니 시청 감사관실을 믿을 수 없었다. 나는 담당 공무원을 잡으려면 도청 감사관실을 움직여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 정도면 도청 감사관실에서 시청을 뒤집을 수밖에 없겠다는 확신이 든 것은 올해 10월이었다. 민원에서 도청 감사관실을 지목하고 감사를 요청했다.

도청 감사관실에서 연락이 온 것은 민원을 넣은 지 한 달 정도 지난 11월 15일(월)이었다. 감사관실 주무관은 한 달 동안 감사를 진행했는데 특별한 위법 사항이 나온 것이 없다고 말했다. 30분 넘게 통화하면서 보니, 감사관실에서 내가 지적한 사항을 다 살펴보았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도 위법 사항을 못 찾았다는 것이다. 잘못된 일은 있는데 잘못한 사람은 없다니. 도청 감사관실에서 봐도 뭔가 이상해 보였는지, 주무관은 조금 더 조사해야 할 것 같으니 답변 연장을 양해해달라고 했다. 그러고 나서 2주 후인 11월 29일(월)에 민원 답변을 받았다. 약 한 달 반 동안 시청과 한국농어촌공사를 조사한 결과는 허가 과정에서의 위법 사항이 발견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메일로 민원 답변을 받은 다음 날인 11월 30일(화)에 도청 감사관실 주무관의 전화를 받았다. 그 때도 30분 정도 통화했던 것 같다. 주무관은 민원 답변 내용을 친절히 설명했다. 도청 감사관실에서는 2주 동안 더 뒤지고도 위법 사항을 발견하지 못했으며 경미한 위반 사항이 있음을 한국농어촌공사에 통보했다고 한다. 내가 들어봐도 경미한 사항이었다. 탈탈 털어서 나온 것이 고작 그 정도 경미한 것이라니. 주무관의 설명을 듣고 나는 두 가지를 알 수 있었다. 하나는 내가 애초에 세웠던 가설이 거의 다 맞았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렇지만 인허가 과정에 위법 사항은 없다는 것이었다. 감사관실 주무관의 말을 들으니 납득이 되었다. 3년 전에 담당자인 시청 허가민원2과 박◯◯ 주무관이 나의 어머니에게 “억울하면 행정소송을 하시라”고 했던 것이 괜한 허세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아니, 그런데 박◯◯ 그 새끼는 왜 그렇게 싸가지 없게 말했지?

건설업체가 우리집 사유지를 침범하고 흄관을 묻어서 난리가 났을 때, 내가 제시한 가설은 물류창고 우수관(빗물관)이라고 주장하는 흄관이 사실은 하수도관이라는 것이었다. 물류창고 부지에서 불과 몇 십 미터 떨어진 곳에 연립주택이 완공되고도 미분양인 것은 하수도가 없어서다. 물류창고의 우수관은 연립주택의 하수도관이 될 것이며, 물류창고는 몇 년 뒤 적절한 시점에 주택단지로 바뀔 것이고, 새로운 주택단지의 생활하수도 물류창고 우수관으로 흐르게 되리라는 것이 나의 분석이었다.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았느냐? 난리가 난 다음 날 집에 와서 동네 한 바퀴를 돌아보니 딱 보였다. 도청 감사관실의 감사 결과 나의 분석은 거의 다 맞았음이 드러났다. 분석이 다 맞은 것이 아니라 거의 다 맞은 것은, 물류창고가 주택단지로 바뀌는 것이 미래의 일이라서 아직 실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면, 나의 분석이 거의 다 맞았는데 왜 위법 사항이 발견되지 않았는가? 하나씩 살펴보면, 분하지만 납득할 수밖에 없다.

건설업체는 왜 창고부지 근처의 자연배수로를 이용하지 않고 우수관을 굳이 농로에 길게 매설하려고 했는가? 자연배수로를 사용할 수 없는 기술적인 문제가 있는가? 여기에 대한 답변은, 관련부서 협의(2018년 4월), 도시계획위원회 심의(2018년 7월), 소규모 환경영향 평가 협의(2018년 11월)를 거쳐 개발행위허가(2019년 2월)가 처리되기까지 위법 사항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기술적 문제고 뭐고 간에 그렇게 해도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해당 사안을 평가하고 심의하는 사람들이, 창고부지를 주택단지로 전용하려고 저런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평생 백수로 산 나도 한눈에 알아보는 것을 그들이 몰랐겠는가? 물류창고라고 들어오지만 몇 년 후에 주택단지로 바뀌리라는 것을 알았을 것이고, 우수관이라고 파묻는 것이 사실은 하수관이라는 것도 알았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동네가 난장판 난다는 것도 그들은 알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래서 거기에 위법 사항이 있느냐? 없다. 농지보존지역도 아니고 계획개발지역이니 법적인 문제는 없었을 것이다.

시청은 농로 한가운데에 개거수로를 설치하는 것을 왜 허가했는가? 개거수로 위에 콘크리트 덮개를 덮는 방법은 파손의 우려 때문에 1990년대 이후에 거의 쓰지 않는데, 시청에서는 이러한 사실을 몰랐는가? 여기에 대한 답변은, 개거수로 설치가 위법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건 나도 안다. 나도 아는데 이걸 실마리로 해서 뭔가를 잡아내라는 것이었는데 결국 못 잡아냈다.

개거수로든 흄관이든 선택사항이지 법으로 규정된 것이 아니다. 또한, 묻을 때 어느 정도 면적이 필요하다는 규정 자체가 없다. 맞다. 흄관을 1미터 깊이로 묻을지 2미터 깊이로 묻을지 모르니까 흄관을 묻을 때 폭 몇 미터를 확보해야 한다는 규정 자체를 만들 수 없었을 것이다. 개거수로 설치가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만 가지고는 위법 사항이라고 할 수 없다.

시청은 연립주택의 배수계획 시 그 일대의 환경 문제를 고려했는가? 여기에 대한 답변은, 고려했고 위법 사항이 없다는 것이다. 해당 연립주택은 「하수도법」에 따라 개인하수처리시설을 설치하고 준공검사를 받았다고 한다. 또한, 연립주택에서 배출되는 오수는 최종적으로 한국농어촌공사가 확보한 배수로로 유입되며, 이러한 모든 사실은 이미 한국농어촌공사와 협의되었다고 한다. 그 배수로가 바로, 물류창고 우수관이다. 허가민원2과 박◯◯ 주무관은 이 모든 사실을 알고도, 내가 우수관이 하수관으로 사용될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할 때도 답변을 거부했고, 항의하는 나의 어머니에게는 “억울하면 행정소송을 하시라”고 했던 것이다.






「하수도법」에 따라 설치한, 연립주택의 개인하수처리시설은 우리가 흔히 아는 정화조이다. 농업용수 적합 기준이 4급수이므로 정화조를 거친 생활하수는 4급수이기만 하면 농지로 방류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

1급수에 버들치, 열목어, 가재가 산다는 것은 초등학교에서도 가르치니까 다들 알 것이다. 그러면 4급수에서 어떤 물고기가 사는가? 4급수에서는 물고기가 살 수 없다. 논에 미꾸라지가 산다는 것은 그 물이 3급수라는 것이다. 4급수에는 깔다구나 실지렁이 정도나 살 수 있다. 5급수도 깔다구나 실지렁이 정도나 살 수 있다. 그래서 4급수인지 5급수인지는 수생생물로는 구분할 수 없고, 따로 BOD 등을 검사해야만 알 수 있다. 연립주택에서 그런 하수를 막 배출한다고 해보자. 이게 합법이라고? 합법이다. 상수원 보호구역이 아닌 이상 일반 농지에서는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

이미 마을 한구석에는 전원주택 단지라고 조립식 주택을 따닥따닥 붙여놓은 곳이 조성되어 있다. 거기에서 배출하는 생활하수 때문에 여름에는 그 근처에서 산책하기도 어려울 정도라고 한다. 마을 주민에게 그 이야기를 듣고 작년에 그와 관한 민원을 넣은 적이 있다. 시청의 답변은, 「하수도법」에 따라 개인하수처리시설이 설치되어 있으며 악취가 심할 경우 그에 따른 조치를 추가로 취하겠다는 것이었다. 조치를 취한다는 것도 정화시설을 점검한다는 것뿐이다. 지어놓은 주택을 부수거나 뽑아낼 수는 없는 일 아닌가? 그러니까 시골 동네에 전원주택이든 연립주택이든, 일단 생기기만 하면 이후에 난장판 나는 것을 막을 방법은 사실상 없다.






물류창고 배수관을 묻기로 한 농로가 좁은 데다 직선이 아니어서 사유지를 침범할 수밖에 없는데, 왜 시청에서는 개발행위를 허가하면서 건축주에게 인접 토지 소유주의 동의를 받도록 하지 않았는가? 허가민원 부서 공무원은 사유지 침범 가능성을 인지하지 못한 것인가? 여기에 대한 답변은, 배수관 공사 주변 토지는 개발행위허가 대상 필지가 아니므로 토지사용승낙서 및 주민동의서를 받아야 하는 사항은 아니며, 개발행위 허가조건으로 “사업시행 전 경계측량을 실시하고 허가구역 외의 지역을 침범해서는 안 된다”라고 명시하고 있으므로 건설업자가 사유지를 침범하면 그건 건설업자가 책임질 일이지 시청에서 책임질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맞는 말이기는 하다. 시청에서는 사유지를 침범하지 말라고 했다. 건설업자가 남의 사유지를 침범한다면 그건 건설업자의 잘못이고 건설업자가 책임질 일이다. 인접 토지 소유자와 잘 타협하든, 막 밀어붙이고 고발하고 내용증명 보내고 민사소송 건다고 겁을 주든, 그건 사업자의 재량이며 그 결과를 사업자가 책임지면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허가부서 공무원이 업체의 사유지 침범 가능성을 인지했는지 여부도 위법 사항과 관련 없다.

연립주택은 하수를 배출할 하수관이 없는데 어떻게 준공허가와 시설물 사용승인까지 받을 수 있었는가? 여기에 대한 답변은, 이상해 보이겠지만 여기에서도 아무런 위법 사항이 없다는 것이다. 내가 예상했던 것처럼 물류창고의 우수관은 연립주택의 하수관으로 사용될 예정이었다. 이 부분에서 내가 약간 잘못 생각했던 것이 있다. 연립주택의 하수관이 해결되지 않아서 물류창고의 우수관을 활용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연립주택을 짓기 전부터 물류창고 우수관이 연립주택의 하수관으로 사용되기로 예정되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이게 불법인가? 합법이다. 이미 한국농어촌공사와 협의가 된 부분이다.

분명히, 연립주택이 완공된 뒤에 물류창고를 착공했다. 그러면 물류창고 공사에 지장이 생기면 연립주택에도 문제가 생길 것 아닌가? 물류창고 배수관 공사가 무산되면 연립주택의 하수관도 없어지는 것인데도 먼저 지어놓은 연립주택이 준공승인과 건축물 사용승인을 받는 것이 말이 되는가? 말이 된다. 어쨌든 연립주택과 물류창고는 별개의 건축물이기 때문이다. 연립주택의 하수관은 물류창고의 배수관과 만나는 지점(사각 집수정)까지만 이어지면 된다. 연립주택의 하수 처리를 승인하기 위해 하수처리장까지의 모든 구간을 다 허가받아야 할 수는 없으니 연립주택의 하수관은 물류창고의 배수관과 만나는 사각 집수정까지만 설계도대로 만들어놓으면 된다. 물류창고 건축에 위법 사항이 없고 물류창고 건축 예정이었으니 연립주택의 준공승인 등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상식적으로는 건축 예정이라고 해서 꼭 건축 완료된다는 보장이 없는 것 같은데, 하여간 법적으로 문제는 없다고 한다. 현재 물류창고 근처에 있는 농로 한가운데에 사각 집수정이 덩그렇게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나는 도청 감사관실 주무관에게 물었다. “연립주택에서 하수를 방류한다면 농로에 생활하수가 솟구칠 것입니다. 이것도 합법인가요?” 주무관의 대답은, 아마도 문제가 될 것이고 행정기관에서 조치를 취해야 하겠지만, 어쨌든 법적으로는 합법이라는 것이다. 이미 한국농어촌공사와도 협의했고, 방류하는 하수가 4급수라면 그것이 농지로 흘러 들어가는 것을 막을 방법은 없다. 물에서 악취가 나고 기분이 나쁘다고 해도, 막을 방법은 없다. 물론, 실제로 농로 한가운데서 생활하수가 솟구치는 동네가 된다면, 뉴스에 짤막하게 나올 것이고(뉴스에 그런 보도가 아주 가끔, 아주 짧게 나오기도 한다), 그래서 연립주택에서는 다 지어놓고도 분양을 하지 못하는 것이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 당장 연립주택에서 하수를 방류한다고 해도 그게 불법이냐 하면, 그건 아니다.

정리하자면, 우리 동네는 난장판이 날 예정이었고, 난장판이 나도록 이미 몇 년 전에 승인되었고, 그러한 사실을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을 텐데, 동네 주민들은 까맣게 모르고 있었고, 내가 맞는 이야기를 해도 시청에서는 끝끝내 아니라고 하거나 규정을 어기지 않았다고 하거나 답변하지 않다가, 내가 자료를 모을 만큼 모으고 분석할 만큼 분석한 다음에야 도청 감사관실을 통해 나의 분석은 거의 다 맞았지만 그래서 공사 허가와 진행에 대한 위법 사항이 하나도 없음을 확인하게 된 것이다. 내가 법을 잘 몰라서 해당 사안에 대해 어떠한 법적인 문제가 남아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지금까지만 봐서는 사건 초기에 행정소송을 했다고 해도 이긴다는 보장이 있었을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도청 감사관실의 민원 답변을 받기 일주일 전인 11월 22일(월), 나는 시청 감사관과 사유지 침범과 관련하여 면담한 적이 있었다. 농로의 지반이 무너져내리면서, 건설업체에서 농로에 묻기로 한 흄관을 허락도 없이 우리집 사유지에 매설했음이 드러난 것이다. 증거가 너무도 명백해서 시청 감사관도 곧바로 해당 사실을 인정하고 시정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시청 감사관은, 3년 전 박◯◯ 주무관과 달리, 물류창고 배수관이 하수관으로 사용될 것임을 순순히 실토했다. 일단 배수관이 뚫린다면 인근 시설의 모든 하수가 흘러들 수밖에 없다는 것도 인정했다. 물류창고 자리가 주택을 짓기 적합한지에 대한 나와 감사관의 견해는 달랐지만, 하여간 감사관도 배수관이 하수관임을 알고 있었다.

그래도 시청 감사관은 일처리가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 사정을 비교적 친절하게 설명했다. 예전에는 허가와 관련하여 공무원들이 허가를 내주지 않을 재량 같은 것이 있었는데, 정부에서 규제를 없애는 과정에서 공무원들의 재량권이 줄어들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특별히 위법 사항이 없는 한, 공무원들은 허가를 내줄 수밖에 없다고 한다. 공무원에게 재량권이 있을 때는 될 것을 안 되게 만든 다음에 돈을 받아먹고 허가를 내주는 문제가 있어서 그렇게 안 하게 하려고 재량권을 없앴더니, 말도 안 되는데도 허가를 내주어야 하는 문제가 생긴 모양이다. 감사관의 말을 들으니 납득이 되어서, 나는 “꼭 악당이 있어야만 나쁜 일이 생기는 것은 아니겠죠”라고 말했다. 아니, 그건 그렇고 박◯◯ 이 새끼는 그 때 왜 그렇게 싸가지 없게 말한 건가?

내가 법을 몰라서, 법이 허술한 것인지, 아니면 법이 허술한 것은 아닌데 건설업체의 재주가 좋아서 빈틈을 교묘하게 이용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거나, 이런 식으로 합법적으로 난장판이 나는 시골 동네가 한두 곳이 아닐 것이다. 일단은, 내가 이 모든 것이 합법이라는 것과 관련하여 다시 신문사에 제보를 할 생각이다.

(2021.12.19.)


초등학교 셔틀버스의 전원주택 진입로 출입을 막다

전원주택 진입로에 깔린 콘크리트를 거의 다 제거했다. 제거하지 못한 부분은 예전에 도시가스관을 묻으면서 새로 포장한 부분인데, 이 부분은 다른 부분보다 몇 배 두꺼워서 뜯어내지 못했다. 그 부분을 빼고는 내 사유지에 깔린 콘크리트를 모두 제거했다.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