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2/02

밥그릇을 빼앗긴 화천이와 털복숭이



고양이마다 의사 표현 방식이 다르다. 화천이는 배가 고프면 “야-옹” 하는 소리를 낸다. 화천이의 새끼인 털복숭이는 현관문을 두드린다. 정확히 말하자면, 문을 두드린다기보다는 긁으려다가 두드리게 되는 것에 가까울 것이다. 그래서 현관문 밖에서 나는 소리만 들으면 두 고양이 중 누가 배가 고픈지를 알 수 있다.

“야-옹” 하는 소리와 문 두드리는 소리가 동시에 들려서 고양이 밥그릇에 고양이밥을 담았다. 잠시 후 또 다시 “야-옹” 하는 소리와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그 사이에 밥을 다 먹었나, 아니면 놀자고 나를 부른 것이었나? 현관문을 열었다. 화천이가 낳은 새끼들이 밥그릇에 달라붙어 사료를 먹고 있었다. 밥을 먹고 싶은데 먹지 못하니까 다 큰 고양이들이 나를 부른 것이었다.

털복숭이는 어렸을 때 화천이 밥을 자주 빼앗아 먹었다. 자기 밥을 빨리 다 먹고 화천이 밥그릇에 머리를 들이밀기도 했고, 자기 밥을 다 먹기 전에 화천이 밥그릇에 앞발을 넣기도 했다. 그랬던 털복숭이도 화천이 새끼들을 자기 밥그릇에 달라붙자 새끼들을 쫓아내지 못하고 나를 부른 것이다.

사료를 먹던 화천이 새끼들 중 몇 마리가 배가 부른지 밥그릇에서 떨어져 나갔다. 그러자 자기 밥그릇을 되찾은 털복숭이는 다시 사료를 먹기 시작했다. 어미인 화천이는 새끼들이 밥을 다 먹을 때까지 밥그릇 근처에서 눈을 질끈 감고 기다렸다.

(2019.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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