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전쯤에 쇳덩이를 옮기다가 약간 다쳤다. 전봇대 절반만 한 원통형 쇳덩이였다. 속까지 다 쇠는 아니었고 원래는 가운데가 비어 있어야 하는데 흙이 가득 차 있었다. 고물상 차량이 들어올 위치까지 쇳덩이를 옮겨야 했다.
쇳덩이를 옮기려고 세로로 세워서 미는데 쇳덩이가 길고 무거워서 반대편으로 넘어가지 않았다. 쇳덩이를 들어올린 상태에서 까치발을 살짝 들어 깡총 뛰었다. 쇳덩이가 넘어가면서 동시에 종아리 근육에서 뭔가 뚝 끊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순간, 근육이 파열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와 동시에 내가 밀어낸 쇳덩이가 반대쪽으로 넘어가다가 멈추는 것처럼 보였다. 그 쇳덩이가 반대편이 아니라 내 쪽으로 다시 떨어지면 머리가 깨질 것이었다. 다리를 절뚝거리면서 쇳덩이를 주시하며 몸을 피할 준비를 했다. 다행히 쇳덩이는 반대편으로 넘어갔다.
근육이 파열되면 통증이 매우 심하다고 들었는데 통증이 그렇게까지 심하지는 않았다. 일단, 일을 멈추고 절뚝거리면서 집으로 돌아가서 인터넷에 근육 파열 증상을 검색했다. 근섬유가 파열되면서 말려들어가 불룩해졌는가? 아니다. 근육에 피멍이 들었는가? 아니다. 발목에 피멍이 들었는가? 아니다. 발이 퉁퉁 붓는가? 아니다. 다행히 심각한 상태는 아닌 것 같았다. 그래도 종아리 근육에 쥐가 난 것 같았고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한 시간 정도 쉬었다가 절뚝거리면서 일하던 곳으로 가서 대충 마무리만 짓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어머니가 퇴근하고 내가 다리를 저는 것을 보면 놀라실 것 같아서 내가 먼저 다쳤다는 사실을 말씀드렸다. 다행히 뼈나 관절이나 힘줄이 아니라 근육이 다친 것이고, 그렇게 심하게 다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울상이 되었다. 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내가 스무 살이 아니더라구요. 스무 살이었으면 이런 식으로는 안 다쳤을 텐데.”
어머니가 한의원에 가라고 해서 몇 번 가니까 좋아지기는 좋아졌다. 지금도 약간 걷는데 불편하지만 처음보다는 많이 나아졌다.
* 뱀발
다치기 며칠 전에 어머니는 이런 말씀을 하셨다. “이렇게 며칠 일하는 것도 보기 안쓰러운데 자식한테 공부를 못 가르쳐서 평생 힘든 일을 하고 사는 것을 보면 얼마나 가슴이 아프겠냐.” 어머니 말씀에 나는, “내가 팔도 두 개고 다리도 두 개고 손가락도 열 개 다 달려 있는데 사람이 일할 상황이면 일하는 것이지 학교 오래 다니는 것이 벼슬도 아니고 이런 일 조금 하는 것이 뭐가 그렇게 가슴 아플 일이냐. 내가 직업이 없는 게 가슴 아플 일이지. 다른 사람들은 손가락 한두 개 없어도 일하던데”라고 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내가 작년 이맘쯤에는 요새보다 일을 훨씬 많이 했다. 어머니는 그걸 그새 다 잊은 건가? 이런 망각은 좋은 망각일지도 모르겠지만.
(2022.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