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26

우리집 농지를 덮은 옆집의 콘크리트를 뜯어내다



이틀간 학교에서 인공지능 관련한 워크샵을 했는데 참석하지 못했다. 첫째 날에 참석하지 못해서 둘째 날 행사만이라도 참석하려고 아침에 채비했는데, 굴삭기를 실은 4톤 트럭이 옆집에 왔다. 옆집 둘째 딸이 건설업 하는 자기 친구를 부른 것이었다. 옆집에서 일을 제대로 하는지 지켜보아야 했다. 그렇게 이튿날 행사에도 가지 못했다.

오늘 하기로 한 일은 옆집에서 우리집에 허락도 받지 않고 우리집 농지(454번지)를 덮은 시멘트 포장을 뜯고, 우리집 농지에 묻은 정화조를 파낸 다음, 옆집 토지에 새 정화조를 묻는 것이다. 시멘트 포장을 뜯기 전에 어느 부분을 뜯어낼지 먼저 라카로 금을 그었다. 옆집에서는 우천 시 물이 넘치지 않도록 야트막한 벽돌담을 쌓기로 했는데 토지 경계에서 약간 들여쌓을 것이라고 했다. 경계 지점을 기준으로 밧줄을 약간 안쪽으로 들인 다음 라카로 금을 그었다. 그 금에 맞추어 시멘트를 뜯어내는 것이다.

굴삭기로 시멘트에 구멍을 뚫을 때 퉁-퉁-퉁-퉁 하는 시끄러운 소리가 났다. 옆옆집 아저씨가 집 밖으로 나와서 나에게 무엇을 하느냐고 물었다. 옆옆집도 옆집에 하도 당해서 맺힌 것이 많은 집이다. 내가 옆집이 무단 점유한 한국농어촌공사 소유 토지의 원상복구와 도로 개설을 요구하는 서명을 받으러 다닐 때, 옆옆집 아저씨는 차마 서명은 할 수 없지만 내가 하는 일을 열렬히 지지한다고 했었다. 그런 아저씨가 아침에 밖에 나와 무슨 일이냐고 나에게 물었다. 기쁜 기색을 애써 숨기는 듯했다.

한참 또 시멘트를 뜯어내는데 마을의 어떤 아저씨가 산책하다가 시멘트 뜯어내는 소리를 듣고 나에게 와서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물었다. 내가 옆집을 썰 예정인데 일단 시멘트 포장부터 뜯어낸다고 하니, 그 아저씨는 “잘 됐구만! 그렇게 혼자 잘난 척을 하고 살더니!”라고 말했다. 내 옆에는 건설업자 아저씨의 동료이자 그의 아는 형이 있었다. 동네 아저씨는 옆집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이 집이 내력이 있는 집이에요. 잘 됐구만, 잘 됐어”라며 그 아저씨에게 말했다.

내가 주택 일부를 썰어버린다고 하는데도 지나가던 동네 사람들 중에 나보고 너무 한다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 좋아하는 기색을 억지로 숨기는 사람과 대놓고 좋아하는 사람만 있었다. 그러한 모습을 옆집 둘째 딸의 친구인 공사업자 아저씨가 보았다.

공사업자 아저씨는 둘째 딸의 아버지 병◯는 동네 유지이자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준 사람으로 알고 있었고, 둘째 딸의 형제자매도 문제없는 멀쩡한 사람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니 아마도 둘째 딸이 불러서 이 동네에 왔을 때 그 아저씨는 동네 선배의 아들(나)이 미친 놈이라서 멀쩡히 잘 사는 사람들에게 괜한 행패를 부리는 줄 알았을 것이다. 집에 땅 조금 들어간 것을 가지고 집을 써네 마네 한다면서 말이다. 그런데 우리집 땅이 조금 들어간 것도 아니었고, 동네 선배의 아들은 둘째 딸의 형제자매들이 주변 사람들에게 온갖 패악질을 부렸다면서 별별 이야기를 다 하고, 지나가던 동네 사람들은 그 아들보고 잘 한다며 편을 드니, 공사업자 아저씨로서는 당황스러웠을지도 모르겠다.

그 아저씨에 따르면, 옆집 형제자매들은 다른 곳에서는 동네에서처럼 행동하지 않는다고 한다. 남에게 폐도 끼치지 않고 다 멀쩡하게 산다고 한다. 그 형제자매들이 다른 곳에서는 행패를 부릴 조건이 안 되니 가만히 있는 것이고, 이 동네에서는 행패를 부릴 조건이 충분히 되니 남이야 죽든 뒈지든 상관 안 하고 행패를 부리는 것이다.

공사업자 아저씨는 오늘 작업이 다 끝난 후 이제 남은 것은 벽돌담 쌓는 것뿐이니 앞으로 소음이 크게 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이 집 썰어야 하니까 하나 더 남았죠”라고 답했다. 내 말은 들은 아저씨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나는 아저씨한테 건물을 썰고 벽을 새로 만들면 얼마 정도 드는지 견적을 물었다. 아저씨는 집을 짓다 보면 예측하지 못한 변수가 너무 많아서 자기는 견적 같은 것은 잘 내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러더니 이렇게 말했다.

“나 같으면 저만큼 썰라고 하면 그냥 집을 다 부수지. 이런 집 가지고 있어 봐야 무슨 소용이 있어? 이거 옛날에 지어서 어디에서 뭐가 나올지도 모르는데 이거 고치느니 다 부수든지 아예 새로 짓는 게 낫지.”

집을 써느니 아예 다 부수는 게 낫다는 것이 공사업자 아저씨의 판단인데, 둘째 딸은 내일부터 곧바로 벽돌담을 쌓으라고 시켰다고 한다. 집을 썰 생각 자체가 없다는 뜻이다. 다용도실에 있는 세간살이도 그대로 있다.

옆집(456-1번지)을 경계 측량하는 날 우리집 농지(454번지)에 옆집 건물이 들어와 있음이 확인되었을 때, 나와 어머니의 바로 옆에서 셋째 딸이 나에게 집을 썰지 말라고 하지 말고 나에게 결정을 다 맡기자고 둘째 딸에게 말했고, 그러자 둘째 딸은 퉁명스럽게 “그래, ◯◯이가 시키는 대로 하자”라고 말했다. 그날 밤, 둘째 딸은 막내동생 내외의 사죄를 요구하는 나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자마자 어머니께 전화를 걸어 자기 손으로는 집을 썰 수 없다고 했다. 둘째 딸은 어차피 내가 옆집을 못 썰 것이니 막내동생 내외가 사죄할 필요 없다고 본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건물 주위의 시멘트를 뜯어내자마자 벽돌담을 쌓으라고 할 리가 없다. 나는 이미 옆집을 농지법 위반으로 잡아놓고 일을 시작한 것인데, 왜 둘째 딸은 아직도 나하고 기 싸움을 하려는가 모르겠다.

나는 공사업자 아저씨에게, 시청에서 행정대집행으로 철거하고 그 비용을 물어내는 것보다 자기 손으로 집을 썰고 수리하는 것이 훨씬 싸니, 둘째 딸에게 잘 이야기해달라고 말했다. 공사업자 아저씨는, 그런 것을 다 떠나서 콘크리트를 깨뜨린 직후에는 땅이 붕 떠 있어서 땅이 가라앉을 때까지 며칠 걸리는데 곧바로 벽돌담을 쌓으면 뒤틀리거나 균열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일을 처리하자고 둘째 딸에게 말하겠다고 했다.

(2025.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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