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보니, ‘전쟁 나면 다 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런 재난과 전쟁은 다를 수도 있다. 전쟁은 예상 상황에 대한 시나리오도 있을 것이고 그에 따른 매뉴얼도 있을 것이다. 군대는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런데 여타 행정부처는 어떨까. 매뉴얼대로 행동할 수 있을까. 매뉴얼이 있다는 것과 매뉴얼대로 행동할 수 있는가는 다른 문제다. 매뉴얼대로 행동하기 위해서는 매뉴얼을 해석해야 하는데 이게 가능할까. 매뉴얼을 해석할 능력이 있다는 것과 별개로, 매뉴얼대로 행동할 능력이 있을까.
얼마 전 본 책에 이런 내용이 있다. 영국 정부는 2차 대전이 터지기 2년 전인 1937년에 보고서를 작성한다. 이 보고서에는 영국이 독일과 전쟁을 할 가능성이 매우 높고 전쟁이 발발할 경우 런던이 폭격당할 것이며, 이 경우 사상자가 얼마일지, 런던 시민들을 어디로 대피시킬지에 대한 계획 등이 있었다고 한다. 그중 인상적인 것은, 폭격 이후 정신질환에 시달릴 사람들이 얼마나 될 지도 계산해서 그에 맞게 런던 인근에 정신병원을 지었다는 점이다.(실제로는 영국 정부의 예상보다 정신질환에 걸린 사람이 적어서, 정신병원을 군사 목적으로 활용한다.)
과연 지금의 한국 정부가 100년 전 유럽 국가들의 정부보다 나을까. 나는 회의적이다.
(2014.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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